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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러럭의 서재입니다.

휴대폰으로 세계정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형찬
그림/삽화
버러럭
작품등록일 :
2017.06.26 10:05
최근연재일 :
2017.09.19 06:48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65,372
추천수 :
1,100
글자수 :
317,408

작성
17.07.11 13:10
조회
751
추천
13
글자
8쪽

피사&로버트-습격 (2)

DUMMY

인적이 드문 숲속, 두 사람이 숲을 헤치며 걷고 있었다. 일행인 것 같지만 꽤 멀리 떨어져 걷는 것이 그리 친해 보이지 않았다. 앞서 걷던 노인이 한쪽 손을 들며 멈춰섰다. 노인의 뒤를 따르던 여성도 노인을 따라 걸음을 멈췄다.


노인은 한참 동안 멈춰 서있었지만, 손은 쉬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뒤따르던 여성이 중얼거렸다.


“아, 되게 오래 걸리네.”


노인이 손을 멈칫거리며 뒤를 쳐다보았다. 노인의 표정에는 참을 수 없는 짜증이 베여 있었다.


“본관한테 한 말이냐?”


“에? 아, 들리셨어요? 아니에요, 아냐. 혼잣말이에요.”


“······.”


“하시던 거 마저 하세요.”


“···무식한 무지렁이 주제에.”


“에? 방금 뭐라 그러셨어요? 제가 잘못 들었나요?”


“혼잣말이다.”


“······.”


노인, 보윈은 다시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보윈은 이세벨이 싫었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제국에서의 지위도 엄연히 아래였건만, 그녀의 태도는 시건방졌다. 나이 40을 처먹은 주제에 아직 처녀인 것마냥 화장을 짙게 하고 돌아다니는 꼴도 싫었다.


이세벨도 자기 윗사람인양 구는 보윈이 싫었다. 사실 보윈이 이세벨을 아랫사람처럼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보윈은 제국 행정부에서 마법과 관련된 정책을 담당하는 마법부의 장관이다. 광대한 제국 행정부 내에서도 보윈의 윗사람은 단 두 명뿐. 그의 사회적 지위는 결코 낮지 않았다.


하지만 이세벨은 직위나 나이로 우열을 가리는 부류가 아니었다. 그녀는 사람 간의 우열을 가리는 유일한 기준은 오직 무력뿐이라고 믿었다. 7써클 마법사? 남들은 대마법사라고 부르며 칭송해 마지않고, 본인마저 마치 자신이 오러마스터 다니엘 피트님과 같은 수준인 양 굴지만, 이세벨이 보기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녀는 늘 생각했다. 기회만 주어지면, 이 거들먹거리는 7써클 마법사를 발라버리겠다고···.


유쾌한 상상을 하며 이세벨은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보윈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더욱 바삐 손을 놀렸다.


모든 함정을 뚫고 숲 한가운데 자리 잡은 오두막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게라한이 걸어 둔 함정은 보윈이 보기에도 수준이 높았다. 아마 이 자리에 게라한이 있었다면, 그의 방해를 받아가며 해체하려 했다면 한 달은 족히 걸렸으리라···.


보윈은 게라한을 늘 무시해왔다. 같은 7써클이라도 격이 다르다. 그는 금지된 연구까지 동원해 간신히 7써클에 턱걸이한 자다. 마탑에서 마법사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보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겪어보니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세벨이 성큼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안에서 6써클 마법사가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몰랐지만, 경계고 뭐고 없었다. 오러를 두른 발길질로 문을 박살 낸 이세벨은 급히 여행을 떠난 듯한 집안 모습에 이를 드러내며 살벌하게 웃었다.


“이게 감히 도망을 쳐? 사람 귀찮게 만드네~”



***



제국은 대륙의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북쪽 끝, 서쪽 끝으로 가봤자 그곳도 제국이다. 로버트는 제국을 떠나라던 스승의 마지막 말을 상기했다. 그래서 남쪽과 동쪽 중에 목적지를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최종적으로는 남쪽으로 정했다. 동쪽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다. 국경을 통과할 때마다 번거로운 일을 겪을 가능성이 컸다. 또 동쪽의 대부분 나라가 친 제국적이다.


반면 남쪽은 제국 국경만 무사히 넘으면 더 이상 국경이 없다. 제국 남쪽의 유일한 국가는 국토의 90%가 우림인 톨리왕국인데, 그곳은 제국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대표적인 나라다. 동쪽보다 상대적으로 국경까지의 거리는 멀었지만, 추후 조직의 영향력으로부터 더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해 로버트는 남쪽으로 향했다.


로버트는 과거 백작가에 머물던 시절에 읽었던 책을 충실하게 따랐다. 여러 책에서 봤던 성공적인 도망자들처럼 사람이 다니는 길은 이용하지 않았다. 산과 숲을 통과했고, 낮에 자고 밤에 이동했다. 그 덕분인지 오두막을 나선 뒤 근 한 달 동안 그는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따돌렸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속으로 해도 될 말을 일부러 소리를 내 말했다. 스승과 함께했던 2년여의 시간은 로버트에게 많은 것을 알게 했고, 그중에는 외로움도 있었다. 혼자서,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숨어지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어. 땅끝에서는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혼자 하는 질문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빠르게 지쳐갔으며, 그것이 그의 발걸음을 느리게 했다.



***



'이런 짓은 정말 오랜만이군.’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서 다니엘 피트는 속으로 키득거렸다. 그는 저 멀리 보이는 상단의 행렬이 바위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는 베볼 백작이 전해온 소식을 상기했다.


베볼 영지에 있는 신산 상회라는 곳에서 파견한 발굴단이 고대유적을 탐사하다가 금지된 실험을 시도하려 했던 마법사 일당을 발견했다. 다행히 일행 중 오러유저가 있어서 그대로 일당을 기습했고, 승리했다. 마법사의 조수로 보이는 한 명이 도주했고, 마법사와 그를 지키던 이들은 모두 사살했다. 잡혀있던 아이들은 모두 풀려나 집으로 돌려보내는 중이다. 특기사항으로는 마법사를 지키던 이들이 모두 창수였다는 점. 또 일당이 동굴 입구에 설치했던 함정 스타일이 제국군에서 사용하는 방식과 같았다는 점. 이 두 가지로 국가 혹은 영지 수준의 공권력이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니엘은 감탄했다. 이 정도의 수준 있는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조직 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 그는 베볼백작을 통해 이 일을 보고했다는 카롤이라는 용병을 비밀리에 수배했다. 그를 만나, 오러유저를 포함해서 당시 함께 있었던 일행들의 면면을 파악한 후 입막음할 작정이었다.


그런데 착오가 생겼다. 베볼 백작이 조직의 사람이라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었기에 카롤이라는 용병을 찾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의 행방이 묘연했다. 조직의 세력이 확실히 뿌리내려 있는 이 영지에서 조직의 눈을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베볼시 지부에서는 카롤이라는 용병의 행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니엘 피트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유능한 녀석이다. 죽이기 전에 한 번쯤 포섭해 봐야겠다고 다니엘은 생각했다.


다니엘은 방법을 바꿨다. 신상상회에 접근했다. 그가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상회의 구조. 듣기로는 조직적으로 고대유적을 발굴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를 위한 관리부서가 있을 것이었다.


'적어도 발굴단에 참가한 용병의 리스트는 가지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조직의 지부에게 정보를 요청했다. 지부는 카롤을 찾지 못한 것을 만회라도 해볼 생각이었는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정보를 보내 왔다. 발굴과 관련된 총괄은 솔로라는 대표상인이 하고 있고, 그 아래 실무자로 피사와 알렉스라는 사람이 일하고 있다. 아직은 흔적을 남길 때가 아니라 다니엘은 실무자에게 접근하기로 했다.


신산상회 본부에 몰래 잠입한 그는 곧 실무자들이 일한다는 사무실을 찾아냈다. 정보와는 다르게 한 사람만 앉아 있었는데, 할 일이 많은지 계속 투덜대며 일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찰나 다니엘 피트의 몸이 굳었다. 그의 눈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의 얼굴에 고정되었다.


'저 얼굴은?! ’


자신이 알던 사람과 꼭 닮은 얼굴. 만약 자신의 짐작이 맞다면 저 젊은이는···. 다니엘은 더 이상 자신의 계획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이건 그의 차원에서 처리할 문제가 아니다. 그는 조용히 상회를 나와 조직의 지부로 향했다. 그곳에서 제도의 본부로 전서를 날렸다. 그리고는 상인 솔로의 행적을 확인한 후 몸을 돌려 지부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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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피사-정착 (5) 17.08.01 441 11 9쪽
47 피사-정착 (4) +4 17.07.31 494 13 14쪽
46 피사-정착 (3) +2 17.07.30 516 11 9쪽
45 피사-정착 (2) +4 17.07.29 536 11 9쪽
44 피사-정착 (1) +8 17.07.28 572 12 8쪽
43 로버트-귀환 (3) +3 17.07.27 529 12 12쪽
42 로버트-귀환 (2) +3 17.07.26 535 11 10쪽
41 로버트-귀환 (1) +2 17.07.25 593 13 7쪽
40 피사-탈출 (6) +2 17.07.24 590 11 8쪽
39 피사-탈출 (5) +4 17.07.22 566 11 9쪽
38 피사-탈출 (4) +4 17.07.21 605 13 9쪽
37 피사-탈출 (3) - 1권 끝 +4 17.07.20 626 15 11쪽
36 피사-탈출 (2) +2 17.07.19 655 14 10쪽
35 피사-탈출 (1) 17.07.18 672 13 12쪽
34 피사&로버트-습격 (9) 17.07.17 680 19 9쪽
33 피사&로버트-습격 (8) +2 17.07.17 666 16 8쪽
32 피사&로버트-습격 (7) +1 17.07.16 702 13 9쪽
31 피사&로버트-습격 (6) 17.07.15 717 14 8쪽
30 피사&로버트-습격 (5) +1 17.07.14 728 15 11쪽
29 피사&로버트-습격 (4) 17.07.13 783 13 10쪽
28 피사&로버트-습격 (3) 17.07.12 743 16 8쪽
» 피사&로버트-습격 (2) +2 17.07.11 752 13 8쪽
26 피사&로버트-습격 (1) 17.07.10 791 13 10쪽
25 피사&로버트-조우 (4) 17.07.09 807 16 12쪽
24 피사&로버트-조우 (3) 17.07.08 829 12 9쪽
23 피사&로버트-조우 (2) 17.07.07 856 15 10쪽
22 피사&로버트-조우 (1) 17.07.06 924 19 7쪽
21 로버트-성장 (3) 17.07.06 872 13 8쪽
20 로버트-성장 (2) +2 17.07.05 934 1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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