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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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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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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9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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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2장

DUMMY

유리스는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위로 해준 리아를 바라봤다. 처음이었다. 진지하게 리아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은.


빨강머리, 주근깨, 추위로 발갛게 된 양볼, 검녹색의 눈동자, 가느다란 입술. 다정하고 친근한 얼굴이었다. 유리스는 처음으로 리아의 얼굴이 좋다고 느꼈다.


로이의 빈자리는 여전히 느껴졌다. 하지만 곁에 리아도 있었다. 유리스는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안심이 되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하지만 유리스가 너무 빤히 쳐다보니 리아는 부끄러웠다. 그래서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유리스··· 너무··· 그렇게··· 쳐다보지마···”


“미안···”


“아니, 사과할 정도는··· 아니야.””


“······”


“······”


둘은 한동안 어색한 침묵을 지켰다. 유리스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왠지 리아가 낯설게 느껴졌다.


침묵을 먼저 깬 건 유리스였다. 이 이상한 침묵이 온몸을 간질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싫은 건 아니지만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어디에 갔었어?”


“응? 아, 마고로 아저씨한테 갔었어.”


“왜?"


“그게··· 아까 전에 유리스가 왜 브리스톨이 있는데 아스톨리아를 최후의 도시냐고 물어봤잖아.”


“아, 맞다. 그랬지.”


“그래서 마고로 아저씨가 알고 있을까 해서 가봤어.”


“그것 때문에 갔던 거였어?”


“응······”


리아는 유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유리스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리아는 유리스가 화가 난 거라 생각했다.


“아, 미안. 리아. 내가 괜한 소리를 해서···”


유리스가 사과를 했다. 화가 나서 그런 게 아니었다. 오히려 유리스는 리아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전혀 강해 보이지 않은 소녀가 자신의 위해 애쓰고 있다. 그래서 고마웠다. 하지만 막상 고맙다는 말을 이상하게 잘 나오지 않았다.


늘 인사 차 하던 고맙다는 게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애쓴 것에 대해, 그리고 곁에 있어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말해야 했다. 입이 근질거렸다. 그래서 입에서 쉬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괜찮아. 나도 궁금하기도 했던 거였어. 그래서···”


“그렇구나. 저기··· 저··· 리아, 고마워.”


유리스는 간신히 고맙다는 말을 전달했다.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 리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얼굴이 빨강머리카락만큼 빨개졌고 몸을 배배 꼬았다.


평소의 고맙다는 말이 아니라는 걸 리아는 금방 알아차렸다. 이상하게 쑥쓰러워 하는 유리스의 태도를 보니 리아도 같이 쑥스러워 졌다. 하지만 고맙다는 말은 참 달콤하고 듣기 좋았다.


둘은 쑥쓰러워 하고 늦은 오후의 햇살이 마차를 비집고 들어왔다. 겨울이지만 햇살 덕분에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 맞다. 리아. 마고로씨는 이유를 알고 있어?”


분위기에 질식할 거 같아서 유리스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 어? 응응. 아저씨가 알고 있었어. 얘기해 줬는데 아··· 뭐라더라, 아, 맞다! 아스톨리아가 최후에 남은 도시가 맞다고 했어.”


“그럼 브리스톨은?”


“그때 당.시.에.는.”


리아는 특별히 이 부분을 강조했다. 언젠가 이런 말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역시 마물들의 공격으로 폐허가 됐다고 했어 그러니 그때 당시에 아스톨리아가 최후에 남은 도시가 맞은 거지.”


“폐허가 됐다고?”


“도시의 대부분이 파괴가 되었지. 그런데 놀랍게도···”


“놀랍게도?”


“놀랍게도 천년성벽은 마물들의 공격에도 멀쩡히 잘 있었다고 해. 성과 성벽이 무사하니까 사람들이 다시 브리스톨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브리스톨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하더라구. 도시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산 건 얼마되지 않았다고 했어.”


“아하, 그럼 옛날 마물들의 총공격으로 브리스톨도 박살이 났던 거구나. 그런데 마물들이 왜 브리스톨을 떠난 거지?”


“역시 너도 궁금하지? 나도 그래서 물어보니까 마고로 아저씨가 이건 정확한 건 아니지만 사람들 말로는 브리스톨이 마물들이 머물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고 말했어.”


“왜?”


“그건, 아저씨가 직접 보면 알거라 했어. 좀 있으면 도착하니 그때 기대하라면서 알려주진 않았어.”


“그런가.”


“응. 마고로 아저씨가 브리스톨에 사람들이 모여든 건 다 성을 튼튼하게 만든 드워프 덕분이라고 말했어.”


“그렇구나. 그런데 드워프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지?”


“어?”


유리스는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질문은 던진다. 숲 속에서 자란 리아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글을 읽을 수 있어서 책을 많이 본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본 책에서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멸망했다고 하는데 더 자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 있나 해서 말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유리스. 넌 책 많이 읽지 않았어?”


“음··· 책은··· 많이 읽었지. 그런데 읽기는 많이 읽었는데 계속 같은 책만 읽었어. 내가 살던 탑에는 그렇게 많은 책은 없었어. 고작해야 10권 정도 있었나. 그 중 마법학에 대한 게 대부분이었고 소설책이 2권 있었지.”


“소설책? 나 알아. 그거 이야기책이잖아. 어떤 내용이었는데?”


“음··· 그게 안드레이라는 기사가 겪은 모험담 겪은 소설이야.”


“혹시, 어떤 내용인지 들려줄 수 있어?”


“그게 말이지, 안드레이라는 매우 실력이 좋고 용감한 기사가 있었어. 안드레이는 한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바로 좋은 무용담이 없었던 거야. 그래서 명성을 얻기 위해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인데···”


유리스는 신나기 시작했다. 수백 번이나 읽은 책이다. 내용이나 대사는 거의 외우다 시피했다. 로이처럼 재미있게 말한 건 아니지만 유리스는 최선을 다해 소설 내용을 이야기했다.


유리스는 몰랐다. 자신이 이렇게 말을 많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어쩌면 늘 원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대방이 있기를 말이다.


유리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화의 즐거움을 느꼈다. 그것도 듣는 즐거움이 아니 말하는 즐거움을 말이다. 이런 즐거움을 느끼는 사이 브리스톨에 성큼 다가갔다.



마차는 고원을 벗어나 레고스 산맥에 들어섰다. 상단을 가장 먼저 반겨 준 건 빽빽하게 들어선 침엽수 무리였다. 하늘은 다시 숲으로 가려졌다. 다행히 길을 따라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유리스! 저기 봐봐!”


갑자기 리아가 소리쳤다. 손가락은 하늘을 가르키고 있었다. 유리스는 손가락 끝을 쳐다봤다. 그 끝엔 기묘한 성이 있었다. 정확히는 크고 거대하며 절벽 위에 위에 세워진 기묘한 성벽이었다. 성벽 가운데 성의 꼭대기 부분만 일부분이 보였을 뿐이었다.


“와!”


유리스는 순수하게 감탄을 내뱉었다. 성벽은 노을 빛에 오렌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멀리서 봤지만 압도적인 성벽의 크기가 느껴졌다.


“우와~ 진짜 크다아~ 그렇지, 유리스.”


“응. 난 성벽이 이렇게 클 줄 몰랐어.”


물론 브리스톨 성벽이 규격 외로 큰 것이다. 일반적인 도시의 성벽은 저렇게 크고 않다. 작은 도시의 경우 없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브리스톨 보다 더 크고 더 튼튼한 성벽을 가진 도시들도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아스톨리아가 유일하지만.


브리스톨은 크고 웅장하며 기묘했다. 바로 절벽 때문이다. 절벽 위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지팡이 끝에 달린 보석처럼 절벽 위에 세워져 있으니 기묘하게 보일만도 했다. 그것도 100m가 넘는 절벽 위에 말이다. 유리스와 리아는 과연 저걸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할 정도였다.


기묘한 브리스톨은 산과 거대한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이 다리만이 브리스톨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마차는 이제 절벽에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을 좁고 가팔랐다. 그래서 마고로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용병들도 함께 긴장을 했다. 다행히 별 일은 없었다.


브리스톨 입구에 다다르자 해가 거의 지기 시작했다. 평원이었으면 아직 해가 있겠지만 산맥에서 해는 평원보다 짧았다. 해가 산너머로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절벽을 다 올라서자 브리스톨이 바로 코앞에 보였다. 절벽 아래에서 본 것처럼 브리스톨의 입구는 오직 하나다. 산과 절벽 사이를 잊는 단 하나의 다리만 있었다. 마차가 5대는 동시에 지나가도 될 만큼 넓었고 또한 튼튼했다. 산과 절벽 사이 폭은 꽤 되었지만 성과 다리가 크다 보니 거리 감각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상인들은 기뻤다. 드디어 브리스톨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기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고생이 끝났다. 그리고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겨우내 이 튼튼한 성벽의 비호 아래 무사히 지낼 것이다. 무엇보다 오늘 밤 안전한 성 안에서 마물의 습격에 긴장하지 않고 잠들 수 있었다.


성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황혼녘이라 오고가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성벽 위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마 대규모 상단이 들어오니 그런 듯 보였다.


마고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상단의 대열을 갖춘 채 속도를 유지했다. 다리를 절반쯤 지났을까. 커다란 성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검은 철문은 소름끼치는 쇳소리를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아직 상단이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마고로는 느낌이 이상했다. 정확히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런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좀 틀렸으면 하는데 말이다. 브리스톨이 아무 이유 없이 성문을 닫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고로의 느낌이 맞았다. 성벽 위에 붉은 깃발이 달렸기 때문이다.


“달려!”


마고로는 소리쳤다. 붉은 깃발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마물이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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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21.09.14 174 2 9쪽
1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8장 21.09.07 17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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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9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301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2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3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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