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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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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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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1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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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2부 3장

DUMMY

상단을 달렸다. 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에 들어가야 한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마물이 얼마나 있는지,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달려야 했다.


거리가 애매했다. 전속력으로 달리면 육중한 성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이럴 땐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일에 집중을 해야 한다.


마차에 탄 사람은 없었다. 모두 내려서 뛰었다. 짐을 실은 마차는 제속도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모두 성문으로 달릴 때 오직 한 명만이 멈춰 서 있었다. 유리스였다.


유리스는 멈춰 서서 몰려 오는 마물들을 바라봤다. 마물들이 많았다. 예전에 습격해서 사상자를 발생했을 때를 아득히 넘어설 정도로 많았다.


마고로가 이 광경을 보지 못 한 게 다행이었다. 만약 봤다면 얼이 빠져 달리는 것도 잊을 테니 말이다.


유리스는 달려오는 마물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천천히, 그렇지만 확고한 동작으로 마법을 준비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유리스!”


유리스를 깜짝 놀랐다. 자신 말고 다른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리아! 여기서 뭐해! 어서 성안으로 피해야지!”


“그러는 너는?”


리아는 달려오는 마물들을 바라봤다. 이제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다. 시간이 없다.


“설마 저 마물들을 혼자서 상대하려는 건 아니지?”


“맞아.”


“뭐? 어떻게? 저 많은 마물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어.”


말도 안 된다. 저번 보다 훨씬 많은 마물들이 돌진해 오고 있었다.


“리아! 넌 성으로 빨리 가!”


“싫어! 나도 여기 있을거야?”


“왜?”


“어?”


“여기서 뭘 할 건데?”


“그··· 그건···”


사실 그렇다. 리아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옆에 있으면 방해만 될 뿐이다. 리아는 그저 유리스가 걱정이 되어 본능적으로 유리스 곁으로 달려 온 것 뿐이었다. 어떻게 도울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도움을 줄 수 있기는 한지도 의문이었다.


유리스는 뒤를 힐끗 쳐다봤다. 상단은 다행히도 성문이 닫히기 전에 성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리아보고 뛰어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다.


“하아··· 리아. 내 뒤로 좀 떨어져 있어. 위험할 수 있으니까.”


“으응···”


리아는 괜히 미안해 졌다. 유리스는 주문을 외웠다. 이제 마물은 지척까지 다가왔다. 선두에 있는 마물은 벌써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다리만 건너면 바로 성이다. 물론 그 앞에 유리스가 있지만.


유리스는 주문을 외면서 생각했다. 강력한 마법을 사용할 것이다. 저런 마물 따윈 버틸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마법이다.


문제는 다리다. 다리가 부셔지면 브리스톨은 유일한 출입구 사라지게 된다. 자신이 생각한 게 맞다면 다리는 유리스의 주문을 버틸 것이다. 아니, 버텨 주길 바랬다.


유리스는 마나의 흐름이 느꼈다. 이 느낌은 점점 더 강렬해졌다. 그러는 사이 주문이 끝났다. 마나의 흐름이 요동치기 직전이었다. 이정도면 충분했다. 이제 주문만 발동하면 된다. 마물들은 이제 유리스 발치까지 다가왔다. 다리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유리스는 망설이지 않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지팡이가 그리는 궤적을 따라 불꽃이 일어났다. 불꽃은 마물들이 있는 방향으로 뻗어나가더니 이내 폭발을 했다. 그리고 그 폭발은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 다리를 따라 연쇄적으로 일어났다.


“쾅! 쾅! 쾅!”


굉음이 절벽을 가득 채웠다. 마물들의 괴성따윈 굉음에 묻혀버렸다. 마물이었던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일부는 원형을 유지했지만 대부분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불탄 채 달려간 마물도 있었다. 하지만 곧 불꽃의 좋은 연료가 된 채 죽어갔다. 일부는 폭발을 피하다가 절벽 아래 뛰어내렸다. 100m가 넘는 높이였다. 대부분 죽었을 것이다. 혹은 전부 죽었거나.


실로 압도적이 파괴였다. 리아는 유리스가 이렇게 강력한 마법을 사용한 것은 처음 봤다. 한 편으로 이렇게 강력한 마법을 왜 지금까지 안 썼는지 원망스러웠다. 만약 썼다면··· 어쩌면 로이는···


굉음이 끝나자 고요가 찾아왔다. 조용히 불타는 소리 빼곤 들리는 게 없었다. 연기가 자욱했다.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살아있는 생물의 흔적은 느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쥐 죽은 듯이 조용했으니까.


강력한 마법이었다. 유리스도 조금 피로감을 느꼈다. 그럼에도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다리가 멀쩡했기 때문이다. 그을음이나 일부 파편이 나뒹굴었지만 다리는 전체적으로 끄떡이 없었다.


유리스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튼튼한 다리였다. 만약 성벽도 다리와 같은 강도라면 유리스의 마법으로는 절대 성벽을 무너뜨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단 하나만 제외하면 말이다.


“끝··· 끝났어?”


“응”


유리스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저것들은 어떻게 하지?”


폭발은 멎었지만 불꽃은 여전했다. 마물들을 태우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유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시체는 나중에 치우더라도 불은 바로 끄는 게 좋았다. 너무 역한 냄새를 풍겼기 때문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역시 마법을 사용하는 거다. 안타깝지만 빙결 마법은 유리스 특기가 아닌데다가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지도 않고 무엇보다 준비된 마석이 없어, 빙결 주문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유리스는 미약한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성 안쪽이었다. 유리스의 느낌은 맞았다. 성안에서 하얀 안개가 나왔다. 누가봐도 자연적인 안개가 아니었다. 이동속도도 빨랐다. 사람의 속도로는 쫓아갈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다. 마법이었다.


안개가 피부에 닿았다. 놀라울 정도로 차가웠다. 유리스는 오싹함을 느꼈다. 그래도 유리스는 나름 예상을 했다. 하지만 리아는 그렇지 않았다.


안개가 리아에게 닿았다. 너무도 차가웠고 갑작스러웠다. 놀란 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유리스의 팔을 껴안았다. 그거에 더 놀라워 하다가 넘어질 뻔 했다. 다행히 유리스가 재빨리 리아를 잡아줬다.


리아는 부끄러웠다. 허둥대는 자신의 모습이 꼴사나운 점도 있었다. 더 부끄러웠던 건 유리스가 자신을 잡아주었던 것이다. 잡아준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잡아준 부위가 부끄러웠다. 바로 허리를 감싸안았기 때문이다.


붙잡아주려고 한 것이다. 리아도 그걸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고 해서 안 부끄러운 건 아니니까. 당황스러웠고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론 좋았다.


안개는 불이 난 곳을 훑었다. 사방에 흩어진 불들은 순식간에 꺼졌다. 이제 상황은 완전히 종료가 되었다. 유리스는 성안에 실력있는 마법사가 있는 것이라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선 이런 광역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유리스와 리아는 천천히 성문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커다란 성문은 닫기도 어렵지만 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가 지면 성문은 다음 날 아침까지 열리지 않는다.


그럼 급한 용무가 있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바로 쪽문이었다. 철문에는 작은 쪽문이 있었다. 사람 한 명 정도 간신히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문이었다.


성문보다는 쉽지만 쪽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열리지 않았다. 내부에서 뭔가 힙겹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쪽문이 천천히 열렸다.


유리스와 리아는 드디어 브리스톨에 입성을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상인들이 아니었다. 일관된 복장에 가벼운 무장을 한 사람들이 그 둘을 맞이했다. 병사들처럼 보였다.


그 중 한 명이 둘에게 다가왔다. 다른 병사들과 복장이 달랐다. 더 좋은 복장이었다. 갑주에는 무늬까지 있었다. 척 봐도 지위가 다른 병사들보다 높아 보였다. 물론 나이도 더 많아 보였다.


“자네가 마법사인가?”


“네.”


유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나는 브리스톨의 수문장을 맡고 있는 헥터라네. 자네를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다네. 나를 따라오게.”


내용은 강압적이었지만 말투는 부드러웠다. 그저 사무를 수행하기 위한 형식적인 말투였으리라.


“바로 가야 하는 건가요?”


“바로 데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는네만, 혹시 다른 볼 일이라도 있나?”


“그런 건 아닌데, 상단이 어떤지 궁금해서요.”


“아아, 방금 입성한 상단 말인가? 일행인가?”


“네.”


“그들은 무사하다네. 죽거나 다친 사람은 없었지. 상단은 지금 저쪽에 있다네.”


헥터는 손가락으로 상단이 있는 쪽을 가르켰다.


“잠깐 다녀와도 될까요?”


“음··· 잠깐이라면 괜찮다만···”


“네. 고마워요.”


유리스는 대답을 다 듣기도 전에 상단으로 뛰어갔다. 걱정이 됐다. 깊은 정까지 든 건 아니다. 그래도 한 달 동안 동거동락 해온 동료들이다.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상단에 다가가자 열심히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보였다. 마고로였다.


“아저씨!”


“오오! 유리스님! 무사했군요!”


마고로는 상단을 지휘하다 말고 바로 유리스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유리스님이 뒤쳐지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뒤쳐진 건 아니고 일부로 안 뛰었던 거에요.”


“일부러요? 설마··· 그럼 방금 폭발음은?”


“네. 제 마법이에요.”


“그럼 마물들은?”


“모두 물리쳤어요.”


“그 많은 마물들을요? 유리스님. 정말 대단한 마법사군. 제가 알던 마법사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마고로는 유리스의 양 어깨를 꽉 잡으며 진심으로 감탄을 했다.


“네. 그런데 아저씨. 지금 저 병사들이 저를 좀 보자고 하는데 따라가도 될까요?”


마고로는 유리스 뒤에 대기하고 있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문제 없을 겁니다. 아마 백작부인에게 데려가는 거 같은데 말이죠.”


“백작부인이요?”


“네. 이 브리스톨을 다스리시는 분이지요. 저도 들은 얘기지만 냉정하지만 공명정대한 분이라 하더라구요. 아마 유리스님의 마법에 대한 호의를 보여주기 위해서 부른 것일 수 있죠.”


“그렇군요. 아저씨도 함께 가면 좋았을 텐데요.”


마고로는 그 제안에 순간 흥미가 생겼다. 이런 시대지만 평범한 상인이 한 지역, 그것도 도시의 지배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고로는 금방 단념했다. 욕심이 많으면 제명에 못 사는 시대이니까.


“유리스님만 모시고 가는 거 보면 저는 초대를 받지 못 한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괜찮을 겁니다. 유리스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겨울동안 이곳에 있을 겁니다. 그러니 만약 문제가 생기면 저를 찾아오시면 될 겁니다.”


“네. 고마워요. 아저씨.”


“제가 더 고마웠죠. 유리스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도착 못 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둘은 몇 마디 더 나눈 후 돌아갔다. 유리스가 돌아오자 병사들은 유리스와 리아를 브리스톨 성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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