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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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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035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7.13 20:00
조회
193
추천
3
글자
10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1장

DUMMY

지오가 사라졌다. 리아의 가족들도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유리스와 리아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유리스는 사람이 적은 다른 좌판을 구경하러 갔다. 리아는 기분이 좋았다. 유리스와 단 둘이 남겨져서. 마치 데이트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유리스는 별 것 아닌 좌판을 굉장히 흥미롭게 봤다. 하나하나 다 신기해 보였다.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무엇보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솔직히 리아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 음식들이었고 끽해서 엉성한 가구나 도구들 뿐이었다. 시시한 것 뿐이었다. 그런데도 즐거웠다.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익숙한 풍경이 달라져 보였기 때문이다.


“재밌네.”


“에? 데··· 데이트가?”


“응?”


유리스가 이상한 표정으로 보자 그제야 말실수한 것을 깨달았다.


“아하하하··· 내 말은 구경하는 거 말야.”


“응. 재밌어. 신기해. 이렇게 물건 사고 판다는 걸 보는 게. 이런 건 처음이거든.”


“맞아. 사실 나도 즐거워. 매일 열리는 장이 아니라 3개월마다 보니까.”


무엇보다 너랑 함께 있어서 가장 즐거워 라는 말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 잠깐 머뭇거리는 사이에 유리스는 다른 물건에 관심을 가졌다.


“어? 저건 뭐지?”


“······”


“리아?”


“응. 유리스, 가보자.”


결국 리아는 말을 꺼내지 못 했다. 대신 유리스 손을 잡았다. 손을 잡고 작은 좌판이 있은 곳으로 갔다.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작은 좌판에는 간식을 팔고 있었다. 유리스의 눈길을 끈 건 흑갈색 간식이었다. 가느다랗고 길쭉한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처음 보는 거였다. 좌판에 있는 음식들은 대부분 처음 봤다. 그래도 다른 건 뭔지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간식은 도대체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주머니, 설마··· 이거 사탕이에요?”


“어머, 리아야. 물론이란다.”


“올해는 못 먹을 줄 알았어요.”


“고마워하려면 그쪽 마법사님한테 고마워 해.”


리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법사님이 마물을 몰아낸 덕분에 남편이 멀리까지 나갈 수 있었거든. 거기서 뭘 찾았는지 알겠니?”


“설마···”


“맞아. 바로 벌꿀을 찾았지 뭐니. 그것도 이렇게 사탕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호호호.”


리아는 괜히 자신이 우쭐해지는 것 같았다.


“유리스. 여기 사탕 하나 먹어봐.”


“이걸?”


유리스는 솔직히 내키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입에 넣는 행위가. 그래도 리아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입안에 사탕을 넣었다.


입에 넣는 순간 코끝에 강한 민트향이 느껴졌다. 혀는 달콤한 맛에 정신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런 달콤한 음식은 처음이었다.


“이··· 이런 건 처음 먹어봐.”


“유리스 입맛에는 별로인가 봐.”


유리스의 표정이 너무 굳었다. 거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그래서 사탕 맛에 실망을 한 것처럼 보였다. 리아는 괜히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 이렇게··· 이렇게 맛있는 건 처음 먹어봐. 정말, 너무 맛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음식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달콤한 건 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이건 정말 대단해. 아주머니. 이거 얼마에요? 제가 다 살게요.”


유리스가 숨도 쉬지 않고 말했다. 유리스의 이런 반응은 처음이었다. 최고의 반응이라 불릴만 했다.


“호호호, 다는 못 팔아야. 아직 못 산사람이 있어서. 대신 마법사님에게 제일 많이 팔게요.”


하면서 아주머니는 봉투 가득 사탕을 담아줬다.


“금화 1닢이에요.”


유리스는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줬다. 유리스는 기분이 좋았다. 무언가를 사는 게 좋았다. 게다가 이렇게 맛있는 걸 살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금속이 이렇게 쓸모 있는 걸로 교환한다는 사실이 마법처럼 느껴졌다.


먼저 먹은 사탕은 벌써 다 먹었다. 유리스는 다시 사탕을 꺼내 물었다. 이번엔 달콤한 사과향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하나를 꺼냈다. 욕심스럽게 입안에 2개의 사탕을 넣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대신, 리아의 입에 사탕을 넣어졌다.


“먹어봐. 이거 진짜 맛있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다. 바로 입안에 사탕을 넣어주는 게 진짜 연인사이처럼 느껴졌다.


“고··· 고마워···”


“뭘. 헤헤.”


사탕 때문에 유리스의 기분을 날아갈 듯이 좋았다.


“그럼 이제 지오네 가게로 가볼까?”


“으응.”


리아는 유리스와 단 둘이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작았다. 리아는 처음으로 이 작은 시장을 원망했다.


유리스와 리아가 지오의 가게에 도착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람이 많지 않은 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대부분 쓸만한 건 다 팔렸다는 얘기다. 그래서 남아있는 건 별로 없었다.


“어서와! 지오의 만물상에!”


지오가 환하게 웃으며 둘을 반겼다. 마치 다시 만난 지 1년은 된 것처럼. 리아는 지오는 상큼하게 무시했다. 대신 좌판을 빠르게 훑어봤다.


“쓸만한 건 다 팔렸네.”


“당연하지. 우리 가게는 언제나 인기가 있으니 빨리 오지 않으면 쓸만한 건 다 팔린다고.”


“그런데 이런 쓰레기들도 파는 거야?”


남아있는 물건들만 보면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낡은 책이나 어디 부품인지 모르는 기계 부품, 뭔지 알 수 없는 잡동사니 뿐이니 말이다.


유리스는 남아있는 물건을 유심히 살폈다. 솔직히 잡동사니 뿐이지만 방금 둘러본 시장보다 재미있었다. 처음 본 것들은 다 신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낡은 책을 집었다. 그러더니 대강 훑어보더니 물었다.


“이건 얼마야?”


“이야, 손님. 안목이 대단하십니다. 이 훌륭한 책으로 말하자면···”


“그냥 얼만지만 말해. 지오.”


말이 길어질 거 같자 리아가 끊었다.


“쳇, 이런 건 쇼의 재미를 위해서···”


“이건 쇼가 아니니까.”


또 끊었다. 하지만 리아가 무섭게 노려봤기 때문에 그냥 조용히 말했다.


“······ 금화 10닢.”


“뭐라고? 이런 낡아빠진 책이 왜 이렇게 비싸? 넌 이게 뭔지 알아? 넌 글 읽을 줄도 모르잖아.”


지오가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글··· 글은 못 읽지만 그래도 가치는 판단할 수 있어. 책은, 다 비싸! 아무리 저렴한 책도 금화 1닢보다 가치가 있지. 그런데 이 책은 말야,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니야. 종이보다 더 귀중한 양피지로 만든 책이야. 그만큼 귀중하다는 거지. 그리고 글은 너도 못 읽잖아.”


“어···? 에··· 쪼··· 쪼금은 읽을 줄 알아.”


“하! 그러시겠지.”


지오가 콧방귀를 꼈다.


“너··· 너!”


리아는 얼굴이 붉어졌다. 부끄러웠다. 유리스에게 글도 못 읽는 걸 들켜서 부끄러웠다. 리아가 심술이 나 따지려는데 누군가 말을 끊었다.


“마법기초학.”


“에?”


“응?”


“이 책, 마법기초학에 대한 책이야. 이글레스 무안탈레스가 쓴 책으로 마법기초학에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쓰이는 책이야. 나도 이 책으로 마법 기초 공부를 했어. 헤에, 이 책은 양피지로 되어 있구나. 내 책은 그냥 종이였는데 말야. 양피지로 된 것 나도 처음 보네.”


리아와 지오는 아무 말도 못했다. 쑥쓰러웠다. 유리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글을 읽었기에. 하지만 지오는 회복이 빨랐다.


“어머, 우리 자기, 글도 읽을 줄 알아?”


“글을··· 못 읽어?”


유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유리스 입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일이기에.


“어··· 그건···”


“그건?”


“그건 사실 글을 몰라도 살아가는데 문제 없으니까.”


“그런가.”


“그런 거야.”


리아가 대신 답해줬다. 리아와 지오는 일시적인 동맹이 성립했다. 유리스는 생각을 못 했다. 글을 읽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아, 맞다. 금화 10닢이라고 했지. 여기.”


유리스는 주머니에서 금화 10개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하나씩 지오에게 건넸다. 아까 사탕을 살 때는 몰랐다. 사탕의 강렬함이 너무 강해서 물건 구매하는 재미를 느끼지 못 했다. 그래서 지금 음미하듯이 금화를 건넸다.


대단한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다. 아니 짜릿했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유리스는 물건을 사는 게 이렇게 짜릿한 줄 몰랐다. 마법을 성공했을 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와~ 무슨 금화가 그렇게 많아? 유리스, 다른 건 더 필요없어? 어?”


“지오! 유리스에게 쓸데없이 강매하지!”


“내 일이 장산데 당연히 호구가··· 아니라 손님에게 좋은 물건을 소개해 주는 거지. 하하.”


동맹은 깨졌다. 리아가 팔짱을 낀 채 지오를 째려봤다.


“이야이야, 리아.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럽잖아.”


“이제 팔 물건도 없어 보이는데 일 다 끝난 거 아냐?”


“뭐, 대강 다 팔았네. 조금 더 있다가 오빠 오면 정리하려고.”


“일 끝나면 너랑 오빠랑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해. 아빠가 할 얘기가 있으니까?”


“무슨 얘기?”


“유리스에 관한 얘기.”


“설마··· 내 혼담!”


“절.대.아.니.니.까.헛.된.기.대.하.지.마!”


리아가 힘주며 말했다.


“암튼 오면 알 거야. 유리스, 다 구경했으면 그만 집으로 가자.”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유리스 손을 잡고 집으로 갔다. 유리스는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리아가 너무 단호해서 같이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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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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