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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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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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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4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9.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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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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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0장

DUMMY

지루한 날이 계속 되었다. 사실 지루하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세상에 별 일이란 게 하하호호 웃으면서 끝나는 일들이 아니었다.


상단은 몇 번이나 마물과 조우를 했다. 평상시였으면 다치거나 혹은 죽은 자들이 생겼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런 아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상단에는 유리스가 있었다. 불행한 마물들은 유리스의 불꽃을 맛봐야만 했다. 대개는 살아남지 못 했다. 눈치가 있는 몇몇 마물만이 재빨리 도망칠 수 있었다.


상단의 피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몇몇이 좀 다쳤지만 죽은 자는 없었다. 상품 피해는 전무했다. 거의 기적과도 같은 성과였다. 이처럼 마법사 1명이 있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이렇게 달라진다. 그것도 뛰어난 마법사가 있으면 말이다.


마법사를 소개 받았을 때 마고로는 속으로 기뻤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마고로는 고민을 했다. 최근 마물들의 습격이 잦아지고 있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용병들이 대규모 상단을 꺼려했다. 그래서 용병이 부족했다. 마고로는 돈은 더 들겠지만 상단을 나눌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때, 유리스가 등장한 것이다.


마고로는 지금까지 많은 마법사를 만났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마법사는 정말 많았다. 물론 그 당시에도 마법사는 좋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최우선확보전력이자 최우선보호전력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16년 전 대재앙으로 수많은 왕국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마법사들도 함께 사라졌다. 거의 전멸했다고 느꼈을 정도로 사라졌다.


대재앙 때, 많은 마법사들이 죽었다. 마법사들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도 사라졌다. 살아남은 마법사들은 대부분 최후의 도시 아스톨리아로 갔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마법사들을 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대재앙 이후로 마고로가 만난 마법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 중에 제대로 된 실력을 가진 마법사는 1~2명에 불과했다. 그래서 유리스의 실력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유리스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지금껏 만난 마법사 중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재앙 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무엇보다 좋은 건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브리스톨까지 가는 것과 먹을 것만 제공하는 조건 뿐이었다. 이건 사실상 무료 봉사나 다름 없는 조건이었다. 유리스가 조그만 더 영악했다면 오히려 돈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리스가 세상물정을 모르는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더욱 다행인 건 세상물정은커녕 기본 상식도 제대로 몰랐고 무엇보다 배우는 법도 서툴렀다. 마고로는 이 행운은 마음 속으로만 감사하기로 했다.


문제는 리아였다. 리아 역시 세상물정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숲 속에서만 살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거지 배우는 걸 모르는 걸 아니었다.


그녀는 스폰지처럼 물정을 익혀 나갔다. 원래 적당한 눈치만 있으면 세상물정을 배우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리아에겐 로이라는 친구까지 있으니 더욱 쉬웠으리라.


유리스에 대한 마고로의 태도는 시간이 갈수록 부드러워 졌다. 처음에는 다른 용병과 다를 바 없이 대우를 했다. 사무적이고 고압적이며 권위적인 태도를.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유리스는 이미 상단에서 슈퍼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행상인이고 용병이고 유리스의 대단함을 칭찬하기 때문이다. 보는 눈이 많았다. 그러니 마고로 역시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다행인 점은 유리스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리아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알게 되었다. 자신이 갑이라는 걸. 그것도 슈퍼갑. 하지만 리아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소녀였다. 그래서 함부로 갑질을 하지 않았다. 함부로 안 했다는 거지 안 했다는 얘기가 아니었다.


“점점 추워지네요. 아저씨.”


“하하. 그러게 말이다.”


마고로는 리아가 말을 걸면 불안해졌다. 그것도 혼자만 있을 때 말을 걸면 더더욱. 리아는 붙임성이 좋았다. 싹싹하며 예의바르고 사람들에게 미소로 말을 걸 수 있는 아이였다.


지금도 추워진 날씨에 대해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마고로도 그걸 알고 있었다.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리아에게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 일들이 대개는 사소한 부탁이었다. 밥의 양을 늘려달라 거나, 유리스의 불침번을 빼달라고 하던가, 로이의 휴식 시간을 방해하지 말아달라는 것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유리스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마고로에겐 이게 더 골치였다. 리아가 원하는 거였으면 적당히 이유를 들어 거절했을 것이다. 혹은, 매우 선심을 쓰듯이 허락을 해줬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스를 이유로 들면 거절하기도 선심을 쓰기도 정말 난감해진다. 거절을 해도, 선심을 써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겨울이 오면 이보다 더 추워지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지.”


“저는 제법 추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노숙은 생각보다 힘드네요.”


“그렇지. 집처럼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는 게 없으니까.”


마고로는 리아가 어떤 말을 할지 대강 감을 잡았다. 마고로의 상인 생활만 30년이 넘는다. 이정도 말돌리기는 애교에 가깝다.


“그렇군요. 그런데 브리스톨까지 멀었나요?”


“음··· 예정보다 더 걸리는 거 같아.”


“얼마나요?”


“음··· 글쎄다. 일주일? 열흘? 그 사이에 도착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예상이라서. 리아양도 알다시피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으니까.”


“열흘이라···”


하지만 리아는 인내심이 좋았다. 사냥을 해본적이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타고난 건지 몰라도 인내심은 마고로보다 한 수 위였다. 계속 말을 돌렸다. 핵심에 다가갈 듯 하다가도 돌리기 일 수 였다.


오히려 마고로가 참지 못 했다. 사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었다. 같은 상인이거나 정말 대단히 중요한 일이었으면 하루라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리아는 아직 성인도 안 된 소녀다. 무엇보다 그녀가 부탁하려는 것은 마고로에게 있어 너무 사소한 일이다. 그걸 이렇게 시간 낭비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답답하네 이거. 리아양. 그냥 솔직하게 말해. 또 어떤 부탁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헤헤. 그게 말이죠···”


“또, 유리스님에 대한 거야?”


“역시 아저씨야. 맞아요.”


“또 무슨 부탁인데?”


“유리스가 추위에 많이 약하더라구요. 불꽃술사라 그런가?”


일리있는 말이다. 대개 불꽃술사들은 추위에 약하다. 언제나 불을 곁에 두는 자들이니까.


“유리스님이 추위를 많이 타?”


“네.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떨더라구요. 불도 못 피우고 말이죠.”


“그거야···”


“아, 물론 왜 그런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유리스가 너무 추워해서요. 모포가 더 따뜻했으면 좋았을 텐데···”


“······”


마고로는 여기서 말문이 막혔다. 리아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거위털이 들어간 고급 모포를. 그거면 거적대기 같은 모포보다 훨씬 보온성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마고로는 한 번은 시치미를 뗐다.


“글쎄··· 그런 게 있었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알겠다. 내 한 번 찾아보마.”


마고로는 시간을 끌었다.


“오늘 밤부터 그 모포를 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리아는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상단 것이면 상관없지만 상단을 따라 이동하는 손님이나 용병들 것이라면 양해를 구해야 하니까.”


“그럼 제가 알아볼까요? 마침 하는 게 없어서 시간이 많아서요.”


한 방 먹었다. 이미 그녀는 모든 걸 조사하고 왔을 것이다.


“아니야. 그래도 마법사님 동료를 함부로 일을 시킬 순 없지.”


“에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너무 할 게 없어서 지루한 참이거든요.”


더 이상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다.


“알겠네. 내가 오늘 저녁까지 모포를 찾아서 주도록 하마.”


“고마워요. 아저씨.”


리아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마고로는 한숨을 쉬었다. 큰 손해 보는 건 아니지만 상단 리더가 어린 여자애한테 당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냥 어린 딸과 기싸움을 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리아가 제대로 상단을 일을 했으면 뛰어난 상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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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3장 (1부 끝) +1 21.10.12 17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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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1장 21.09.28 161 1 9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0장 21.09.21 170 2 9쪽
2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21.09.14 172 2 9쪽
1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8장 21.09.07 178 1 8쪽
1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7장 21.08.24 176 2 16쪽
1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6장 21.08.17 177 2 12쪽
1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5장 +1 21.08.10 176 1 8쪽
1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4장 21.08.03 178 1 8쪽
1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3장 21.07.27 182 1 8쪽
1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2장 21.07.20 191 2 10쪽
1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1장 21.07.13 193 3 10쪽
1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0장 21.07.06 195 2 8쪽
1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9장 21.06.29 203 3 9쪽
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8장 21.06.22 215 3 13쪽
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7장 21.06.15 223 2 7쪽
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6장 21.06.08 233 2 8쪽
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5장 21.06.01 261 4 11쪽
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7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299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1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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