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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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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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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4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9.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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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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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DUMMY

해가 짧아진다. 붉게 물든 잎들도 떨어진다. 겨울이다. 겨울이 온 것이다.


아직 숲은 붉고 노란 잎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고원은 아니었다. 고원의 겨울은 빨리 찾아왔다. 그리고 상단은 숲을 벗어나 고원을 향하고 있었다.


낮은 그래도 늦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과 밤은 겨울의 시간이었다. 숲과 달리 고원은 강한 바람을 막을 힘이 없었다. 그래서 체감 온도는 더할 나위 없이 떨어져만 갔다.


유리스는 추위에 약했다. 그가 살았던 곳은 겨울에도 춥지 않았다. 추운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에는 마법으로 불을 밤낮으로 지폈다. 그렇기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둘 다 없었다. 추웠고 마법으로 불을 지필 수 없었다.


작은 열기를 옷 안에 불어 넣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면 외투를 입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 한겨울에 외출할 일이 있으면 유리스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방한복을 만들었다.


하지만 유리스는 못 한다. 그게 쉬워 보일진 몰라도 더 섬세한 조작이 필요하다.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좀 뜨겁네 하며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유리스는 유리스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저 외투를 단디 여미는 것을.


오후가 지나간다. 겨울이 찾아오면서 해도 빨리 지기 시작한다. 행상인들은 머물 곳을 찾았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오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길 옆에 넓은 터가 있었다. 마차가 30대 넘게 들어갈 수 있는 제법 넓은 공터였다. 이전에도 몇 번 이용했던 곳이다. 공터 한 가운데는 돌로 대강 만들어진 화로가 있었다.


공터에 도착하자 행상인들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마차를 화로를 중심으로 빙 둘러 세웠다. 마차가 성벽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몇몇 상인들은 화로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큰 솥을 올렸다. 물을 넣고 음식 재료를 넣으며 저녁 식사를 만들었다. 일부는 잠자리를 정리했다. 용병들은 보초를 서는 곳을 살펴보고 있었다.


쉴 곳이 정해지면 다들 바빴다. 리아도 일손을 거들었다. 유리스는 그저 앉아만 있었다.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다. 다른 용병들과 함께 보초를 섰다. 이렇게 어수선 할 때 마물에게 공격 당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감시를 위해 보초를 섰지만 유리스는 눈길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감시보다 그게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감시는 지루했다. 유리스가 땡땡이를 치고 있었지만 용병들은 별 말이 없었다. 사실 유리스는 감시에 크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용병들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시력도 훨씬 좋아 멀리 있는 것도 잘 본다. 가까이에는 숲이나 풀들의 움직임 그리고 냄새 등으로 마물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유리스는 못 한다. 그럼에도 유리스가 있는 건 마물이 나올 때 즉각적인 공격을 위한 것 뿐이다.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 몇 초 차이가 피해 규모를 가르기 때문이다.


“유리스님, 먼저 식사하시죠.”


식사 준비가 끝나자 마고로가 말을 걸었다. 유리스는 냉큼 식사하러 갔다. 보초는 정말 지겨운 일이었다.


“지루하시죠?”


“어, 지루한 건 아닌데 춥고 심심하네요.”


“그게 지루한 거죠. 그런 일을 보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유리스님이 있어 주시니 든든하네요. 이건 정말 빈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실로 그러했다. 한 번은 정말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수십 마리가 넘는 마물 때들이 덮쳐졌을 때는 최후까지 생각했다. 분명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마고로는 각오를 하며 마물과 상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투는 의외로 허무하게 끝났다. 9번의 폭음이 들리면서 모든 상황이 끝나있었다. 마물들도 전투 의욕을 잃고 도망을 갔다. 사망자는커녕 부상자도 한 명 없었다.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허무하게 끝난 게 이렇게 기분이 좋을 줄 몰랐다.


유리스의 마법 실력이 생각 이상이었다. 아니, 상상한 거 이상이었다. 바니가 소개해줬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이정도로 실력이 좋을 줄 몰랐다.


화염구를 한 번에 9개나 날리는 마법사는 마고로도 처음 봤다. 연속으로 3번, 아니 2번 날려도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9개라니···


그렇지 않아도 상단에서는 점점 유리스를 숭배하기 시작했는데 이 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금 행상인에게 있어 유리스는 최고의 전력이자 행운의 상징이 되었다.


“아, 말이 길었네요. 어서 식사하러 가시죠.”


식사는 조촐했다. 온갖 재료를 넣은 스튜 한 사발이 전부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성장기인 유리스에겐 부족했다. 그래도 유리스의 사발이 가장 컸다. 용병들보다도 컸다. 마고로의 배려였다. 물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겨울이 시작되면서 유리스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바뀌었다. 바로 식사 시간이다. 화로가 있기 때문이다. 유리스는 화로에서 나오는 온기가 좋았다. 온기를 느끼며 식사를 하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식사 시간이 늘 기다려진다. 하지만 식사 시간을 짧았고 식사가 끝나면 화로의 불은 바로 껐다.


마물들 때문이다. 동물들은 불을 보면 도망간다. 하지만 마물들은 불을 보면 달려든다. 마치 불나방처럼. 그렇기에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 불을 켜지 않았다.


유리스는 밤이 싫었다. 불침번 때문은 아니다. 마법사인 유리스에게 그런 하찮고 피곤한 일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추웠다. 정말 추웠다. 그렇지 않아도 노숙을 해서 바닥의 찬기를 그대로 느끼는데 불까지 피울 수 없었다. 그저 외투와 침낭만으로 추위를 버터야 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고원이다. 바람을 막아줄 숲이 없었다. 그나마 마차로 바람을 막지만 전부 막아내긴 역부족이었다. 절망적인 건 점점 더 추워지고 있었다. 지금도 힘든데 말이다.


유리스는 추위에 약했다. 어릴 때부터 추위와 그다지 상관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늘 불이 곁에 있었다. 여름나 겨울이나. 불의 유리스의 일부나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유리스는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 추웠다. 추위에 떨면서 왜 좀 더 준비를 하지 않았는지. 왜 겨울이 지나고 출발하지 않았는지. 왜 할아버지 말을 듣고 바로 떠났는지. 하는 후회를 했다.


하지만 후회한 들 소용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기가 싫었다. 그래서 떠났던 것이 이런 고통을 가져올 줄 몰랐다. 그나마 희망적인 바람은 빨리 할아버지처럼 불을 섬세하게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수 밖에 없었다.


"유리스, 괜찮아?"


유리스가 심하게 떠는 걸 보자 리아가 말했다. 리아는 지금 막 불침번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리스는 기뻤다. 곁에 사람이 있고없고는 정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심하게 떠네? 감기에 걸린 거... 꺄악!"


유리스가 갑작스런 행동을 했다. 리아를 껴안았다. 리아는 당황했다.


"뭐... 뭐하는 거야, 유리스."


"추... 추워......"


"감기?"


"아니, 추워서..."


“유리스···”


“조그만··· 조그만 이렇게 있을 게···”


차마 밀어낼 수 없었다.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다. 유리스의 떨림이 그대로 리아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떨림 뿐 아니라 온기도 함께 전달되었기에.


리아의 품에서 유리스는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체온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반면 리아는 잠들지 못 했다. 너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리아의 심장은 너무 뛰었다. 두근거림이 너무 심해서 리아의 감성도 함께 폭발할 거 같았다. 당장 일어나 달리거나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이 감정을 폭발시켜 해소하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곤히 자고 있는 유리스의 얼굴을 보니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유리스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조금 진정되었다. 하얀 얼굴, 긴속눈썹, 오뚝한 코. 이렇게 가까이서 유리스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러다 새빨간 입술에 눈길이 갔다. 다시 심장이 쿵쿵쿵.


리아는 급히 하늘을 올려다 봤다. 숲이 아닌 고원의 하늘은 맑고 넓고 깨끗했다. 달이 보였다. 손톱달의 으스러진 빛을 비추었다. 리아는 그 달빛이 마음에 들었다. 고원은 추웠고 유리스의 몸은 따뜻했다.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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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7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300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1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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