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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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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049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9.28 20:00
조회
161
추천
1
글자
9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1장

DUMMY

“고마워요! 아저씨.”


리아는 거위털 모포를 받으며 말했다.


“뭘··· 다 유리스님 위해서지.”


마고로는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리아는 커다란 모포를 들며 기분 좋게 돌아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무거운데 혼자서 괜찮겠어?”


“괜찮아요. 이정도면 문제없어요.”


무게도 무게지만 부피가 컸다. 그래서 리아는 뒤뚱뒤뚱 걸어갔다. 마고로는 불안한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리아의 모습을 쳐다봤다.


“흐으응~ 흥흥~”


유리스가 얼마나 기뻐할 지 생각하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분명 좋아할 것이다. 어쩌면 너무 기뻐서 리아를 안아줄 지도 몰랐다. 더 어쩌면···


“히힛~”


그런 생각을 하니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거 뭐야?”


그 때, 누군가 모포를 번쩍 들었다. 리아는 망상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망상을 방해 받아서 순간 짜증이 났지만 영업용 목소리로 답했다.


“아, 로이구나.”


로이였다. 리아가 힘겹게 들었던 모포였지만 로이는 가볍게 들어올렸다.


“이거, 그 모포야?”


“응. 맞아. 로이가 알려줬던 거.”


이제 둘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진짜 친구처럼.


“헤에~ 이게 진짜 있었구나. 나도 들은 거라 확신을 못 했는데.”


“나도 혹시나 해서 던져봤는데 마고로 아저씨가 덥썩 물더라구. 다 로이 덕분이야.”


“아니야. 내 덕분은. 하하하. 그냥 리아가 말을 잘 해서 그런거야.”


“로이. 무거울 텐데 내가 들게.”


“아니야. 하나도 안 무거워. 내가 가져갈게.”


“고마워.”


“뭘.”


“······”


“······”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한 채 묵묵히 걸었다. 리아는 이 침묵이 싫었다. 평소라면 로이가 온갖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불안했다. 로이의 입에서 원치 않은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유리스에게 가는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저기··· 리아.”


로이의 목소리가 변했다.


“으응. 왜에?”


리아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목소리가 떨렸다. 다행히 로이도 긴장을 해서 눈치채지 못 했다.


“그··· 그게··· 저··· 있지···”


말의 늘어짐. 리아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언제가 닥칠 일. 차라리 오늘 결판을 내자. 그렇게 리아는 결심했다.


“이번에··· 이번에 브리스톨까지 가게 되면, 어, 그러면 말이지··· 네가 유리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있고 그리고, 그리고···”


“유리스~”


이번에 리아도 확실히 선을 그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 했다. 유리스가 보였기 때문이다.


“리아! 로이!”


“유리스 이것 봐봐!”


리아는 로이가 들고 있는 모포를 빼앗듯이 낚아챘다.


“이거 모포 아냐?”


“응. 맞아. 그런데 이건 거위털이 들어간 모포라 훨씬 더 따뜻해.”


“진짜?”


“응. 이제 이걸 쓰면 밤에 잘 잘 수 있을 거야.”


“우와~ 고마워. 리아. 정말 고마워.”


그러더니 유리스는 모포를 몸에 둘렀다. 금세 온기가 모포 안에서 감돌았다. 유리스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리아는 내심 기대를 했다. 유리스가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기를.


하지만 리아가 생각하는 포옹은 없었다. 물론 그 이상도. 대신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다. 모포를 리아와 함께 덮었다.


“어때? 따뜻하지?”


유리스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응.”


리아의 생각 이상이었다. 포옹보다 더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감동은 길지 않았다.


“로이도 들어와봐.”


이 한마디 덕분이었다. 로이는 눈치도 없이 좁은 모포 사이로 큰 덩치를 비집고 들어왔다.


“어때?”


“따뜻해.”


“그치.”


리아는 눈치가 없는 로이를 째려봤다. 하지만 로이도 눈치가 없지 않았다. 슬쩍 리아의 눈치를 살폈기 때문이다. 눈치가 제일 없는 건 유리스였다. 리아나 로이 관계를 생각하지도 않은 채 지금 즐거운 것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어 됐다.


리아는 그게 싫지 않았다. 그게 유리스의 매력이기도 했다. 로이도 싫지 않았다. 정말 눈치보지 않고 순수하게 친구와 놀고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둘은 유리스의 페이스에 맞춰주기로 했다.




상단은 고원의 절반을 지나갔다. 고원만 넘으면 이제 브리스톨까지 금방이다. 물론 그 뒤에 험준한 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인 점은 그 구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는 거다.


이 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마차는 천천히 이동했고 사람들은 두런두런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평범한 날이었다. 하늘은 흐리고 금세 비라도 내릴 기세였던 것만 빼면 말이다.


유리스는 리아와 하릴없이 잡담만 나누고 있었다. 마침 휴식 시간인 로이가 찾아왔다.


“둘 다 뭐해?”


“그냥 있어.”


리아가 우울하게 말했다.


“진짜 날씨가 왜 이런지 모르겠네.”


“그러게··· 비라도 내리면 장난 아니겠는 걸.”


“로이. 끔찍한 말 좀 하지마.”


며칠 전에 비가 내렸다. 길은 질척해지고 옷은 비로 젖었다. 마차 속도는 끔찍하게 느려졌고 결국 목표로 했던 곳까지 가지 못 했다.


불을 피우지 못 해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했다. 뿐만 아니라 노숙은 최악이었다. 젖은 바닥에서 잘 수 없으니 마차 안에서 구겨져서 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건 마물의 습격이 없었다는 것이다. 마물마저 습격했다면 끔찍한 걸 넘어섰을 것이다.


“미안미안. 아, 그보다 그 얘기 들었어?”


로이가 운을 땠다. 그리고 셋은 얘기를 나누었다. 살아가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주제였다. 그래도 즐거웠다. 여행은 지루했다.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리스는 이 여행이 싫지만은 않았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다. 늘 책에서 봐왔던 묘사가 거짓이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유리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 눈이다.”


리아가 말했다. 정말 잿빛 하늘에서 하얀 무언가가 내리고 있었다.


“어, 진짜 눈이네.”


유리스가 손바닥으로 눈송이를 받았다. 유리스의 체온은 눈송이를 순식간에 녹였다.


“와! 올 겨울 첫눈 아니야?”


로이가 신이나서 말했다.


“어, 그러네.”


“올해는 저번 겨울보다 더 빠르네.”


유리스와 리아도 신이나서 말했다. 사실 셋은 눈을 싫어했다. 눈이 내려서 좋을 이유가 없었다. 눈을 치워야지, 길은 질척해지지, 얼어버리지. 여간 성가신 게 아니게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날은 좋았다. 똑같은 눈이지만 달랐다. 뭔가 신이 났다. 어릴 때 눈이 내리면 좋았던 것처럼 흥분이 되었다.


“유리스~ 첫눈이야. 헤헤”


리아가 슬며시 유리스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


“그러게 첫눈이야.”


“유리스. 첫눈이 내릴 때 함께 한 사람은 평생을 함께 지낸다는 얘기가 있어? 들어봤어?”


“응. 맞아맞아. 그런 얘기가 있었지. 너희 마을에도 이런 얘기가 있었구나.”


유리스가 답한 건 아니다. 로이였다. 로이는 기분이 좋은지 웃음을 감추지 못 했다. 하지만 리아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짧은 순간이었다. 로이는 웃느라 눈치채지 못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유리스는 그런 리아의 표정을 봤다. 그리고 로이의 표정을 봤다.


“아니, 너한테 얘기한 거 아니거든?”


“내가 대답하면 안 되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흥.”


“아, 잠깐, 리아. 왜···”


그러더니 둘은 투닥투닥 거렸다. 유리스는 그 광경을 봤다. 평소에 늘 있던 일이다. 그런데 이날은 그 느낌이 달랐다. 로이의 행동이 달라보였다. 리아의 행동도 달라보였다.


유리스는 왠지 로이의 심정과 감정이 어떤지 알 거 같았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알 거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쩌면 눈 때문에 유리스의 기분이 감상적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가. 그런건가. 로이는 리아를···’


“마물이다!”


유리스는 생각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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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3장 (1부 끝) +1 21.10.12 17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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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1장 21.09.28 162 1 9쪽
2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0장 21.09.21 170 2 9쪽
2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21.09.14 173 2 9쪽
1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8장 21.09.07 178 1 8쪽
1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7장 21.08.24 176 2 16쪽
1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6장 21.08.17 177 2 12쪽
1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5장 +1 21.08.10 177 1 8쪽
1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4장 21.08.03 179 1 8쪽
1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3장 21.07.27 182 1 8쪽
1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2장 21.07.20 191 2 10쪽
1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1장 21.07.13 194 3 10쪽
1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0장 21.07.06 195 2 8쪽
1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9장 21.06.29 203 3 9쪽
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8장 21.06.22 216 3 13쪽
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7장 21.06.15 224 2 7쪽
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6장 21.06.08 233 2 8쪽
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5장 21.06.01 262 4 11쪽
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8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300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1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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