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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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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047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6.01 20:00
조회
261
추천
4
글자
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5장

DUMMY

잭은 유리스를 집으로 안내했다. 마을은 작았다. 목재 방벽이 마을을 보호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마을 크기는 한계가 있었다. 마을에는 20여 가구가 모여있었다.


마을도 작았지만 집들도 하나같이 작았다. 얼핏보면 장난감처럼 보였다. 작은데다가 집들끼리 붙어있다시피 했다.


마을 중앙에는 회관과 광장이 있었다. 광장이라고 불리지만 공터에 더 가까웠다. 회관은 3층 높이 건물로 마을에서 가장 높았다. 하지만 꼭대기는 방이라기 보다는 탑에 가까웠다. 회관 자체도 건물보다는 요새처럼 보였다. 여차했을 경우 마을 사람들을 회관에 대피시키기 위해서였다.


잭의 집은 마을 구석에 있었다. 바로 집 뒤에 나무 방벽이 있었다. 집은 다른 집처럼 좁고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문 앞에는 중년 부인이 있었다. 갈색 머리에 아담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리아의 엄마였다. 동생들은 엄마를 보자 달려가 안기며 또 울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중년 부인은 아이들은 다독였다. 잭은 유리스를 집안으로 안내했다. 밖에서 보기에 작았지만 안은 더 비좁았다. 1층엔 부엌이 있었고 2층에 방이 있었다. 부엌 바닥에는 음식 저장소 겸 창고로 통하는 지하로 가는 바닥문이 있었다. 유리스가 살던 탑도 큰 편은 아니었지만 여기만큼 작지는 않았다. 부엌 크기가 유리스 방보다도 작았기 때문이다.


부엌에는 6인용 식탁과 의자가 있었다. 식탁은 부엌과 거실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이곳은 식사만 하는 곳이 아니었다. 가족끼로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유리스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았다. 달리 앉은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맞은 편에 잭이 앉았다. 잭의 부인이 차를 끓여 내왔다. 유리스는 차를 마셔본 적이 없었기에 물인 줄 알고 벌컥 마셨다.


“푸웃!”


혀와 입천장에 데였다.


“저런··· 물을 줄까요?”


입을 닦으며 유리스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집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촌장이었다. 몸집이 왜소하고 머리가 온통 흰색이었다. 유리스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노인은 이제 60살이었다. 그가 세상의 풍파를 제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촌장은 잭의 옆에 앉았다. 촌장은 잭과 간단한 덕담을 나눴다. 촌장을 유리스를 보더니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소년인가?”


“네. 촌장님.”


촌장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마법사님. 이 마을에 들린 이유가 먹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입니까?”


“음··· 네.”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방금 본 마을사람들 반응 때문이다. 유리스는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생각했다.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왜 먹을 것이 필요한지, 아니, 마법사님이 이곳에 오게 된 정확한 경위를 듣고 싶습니다.”


“음··· 어디서 얘기를 해야 할지···”


유리스 역시 말주변이 없었다. 그럴 것이 할아버지 빼곤 대화를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유리스는 할아버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우선 제가 살던 곳을 떠난 건 제 할아버지가 이 물건을 아스톨리아까지 가져가 달라고 해서요.”


유리스는 가방에서 나무 상자를 꺼내 보였다. 폭은 50cm 정도 되고 길이는 20cm 정도된 나무 상자였다.


“그래서 아스톨리아에 가는 중이었어요. 이 물건 때문에 짐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닐 수 없어서 도중에 마을이나 도시에 들려서 먹을 걸 구하려고 했죠. 그런데 마을이랑 도시가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곤란해 하고 있는데 피오르네를 만났고, 그녀가 여기에 마을이 있으니 먹을 걸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잭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스톨리아까지 간다고? 그리고 도중에 마을에 들린다고? 이 마법사는 세상이 지금 어떤지 알고 그러는 건가?


“마법사님. 혹시 세상이 어떤지 할아버지한테 들은 게 없으시나요?”


“아니요. 피오르네도 같은 말을 했는데, 저는 그냥 아스톨리아에 가라고만 들어서···”


“그럼 왜 마법사님 혼자서 오신 거죠? 할아버지는요?”


“할아버진 죽었어요.”


유리스가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잭은 ‘아 그렇구나’하고 넘길 뻔 했다.


“저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촌장이 눈치 빠르게 대답했다. 하지만 유리스는 그런 촌장의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명복을 빈다는 말을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분위기상 물어보기도 그래서 잠자코 있었다. 잭과 촌장은 생각했다. 분명 유리스의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고 홀로 남을 유리스를 생각해서 아스톨리아로 가라고 한 것이라. 마법사라면 아스톨리아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마법사님. 제 생각이지 맞다면 마법사님은 포스톨리아를 거쳐서 아스톨리아를 가실 생각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촌장이 취조하듯이 물었다.


“네. 맞아요.”


그러면서 유리스는 가방에서 지도를 꺼냈다. 양피지로 만든 고급스런 지도다. 낡았지만 비교적 지형과 지명이 자세하게 나와 있었다. 유리스는 지도를 가리켰다. 우선 대도시 심폴을 지나 다브강을 지난다. 그리고 요새도시 포스톨리아를 지나면 팔랑스 평원이 나오고 그 한 가운데 인류 최대 도시인 아스톨리아가 있다. 유리스가 지나가는 길은 분명 최적의 길이다. 20년 전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심폴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다브강은 말라버렸다. 포스톨리아는 마물들의 천지가 되었고 팔랑스 평원은 황무지가 되었다. 포스톨리아의 별명은 아스톨리아의 방패였다. 아스톨리아를 방어하는 요새도시이자 최후의 관문이기 때문이다. 과거형으로 말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아스톨리아를 옥죄는 도시가 되어버린 것이다.


“포스톨리아를 거쳐가도 2주일 정도 걸릴 겁니다. 그 사이 식량은 어디서 구하시게요?”


“여기 심폴과 테미 그리고 포스톨리아에 들려서 먹을 걸 구하려고 했어요.”


“마법사님. 마법사님은 세상이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군요. 아스톨리아가 뭐라고 불리는 지 아십니까?”


“어, 인류 최대 도시요?”


“하아···”


유리스는 즉답했다. 이 대답으로 유리스의 배경 지식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아니, 그전에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 대답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유리스는 세상물정은 모른다는 것을. 잭과 촌장은 앞으로 대화를 할 걸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하아··· 옛날엔 그렇게 불렸죠. 옛날엔··· 지금 아스톨리아는 인류 최후의 도시라고 불립니다. 왜 인지 아시겠습니까?”


“어··· 그게··· 설마···”


“생각했던 그게 맞습니다. 모두 사라졌습니다. 지도에 있는 모든 도시와 마을들이요. 마물들 때문에.”


“에!?”


유리스는 충격을 받았다. 그렇구나. 그래서 지도에 나온 마을과 도시가 없었구나. 어쩌지? 어떡하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마물들의 대대적인 공격이 있었습니다. 많은 도시들이 파괴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스톨리아만이 마물의 공격을 막아냈죠. 그래서 그곳을 인류 최후의 도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럼 여기 이 마을은요?”


“그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곳입니다. 그 지도에는 없는 마을인 거죠.”


촌장은 잠깐 숨을 몰아 쉬었다. 지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잭이 촌장의 말을 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세상은 마물 천지입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처럼 말입니다. 아스톨리아를 제외하고 사람들은 저희들처럼 이렇게 숲속이나 지하에 숨어살고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는 저희는 모르고요. 마법사님 실력으로 마물이 문제가 안 되더라도 지금처럼 식량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겁니다. 그러니 마법사님이 아스톨리아에 가야 된다는 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유리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고민했다. 또 고민했다. 하지만 방법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마법사님. 아스톨리아에는 꼭 가야 합니까?”


사실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냥 가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반드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네. 반드시 가야 합니다.”


잭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정말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시간은 지금보더 훨씬 더 많이 걸립니다.”


“시간은 상관없어요. 아스톨리아까지만 가면 되요.”


“그리고 이 방법은 반드시 아스톨리아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근처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방법이죠?”


잭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행상인을 따라 가는 겁니다.”


“행상인이요?”


“네. 행상인이요. 이 마을에는 3달에 한 번씩 행상인이 방문합니다. 그 행상인을 따라가면 됩니다.”


“아, 그 행상인이 아스톨리아까지 가나요?”


“아뇨. 하지만 이 행상인은 행상인들이 모이는 곳까지는 갑니다. 그곳엔 분명 아스톨리아까지 가는 행상인도 있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대신 시간은 걸릴 겁니다. 얼마나 걸리는지는 모릅니다. 왜냐하면, 행상인들은 절대 포스톨리아로 안 가니까요.”


“어째서죠?”


“100만 마리가 넘는 마물이 우글거리고 악마들까지 있다고 말이 나오는 곳에 누구도 가고 싶지 않은 거죠. 대신, 이쪽 이스텔리아 산맥으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도 들은 얘기지만 확신은 못 하지만 산맥 끝자락에 브리스톨이라는 도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곳까지 간다면 아스톨리아까지 쉽게 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유리스는 지도에 표시된 브리스톨을 봤다. 표시나 규모가 마을이 아니라 도시다. 그것도 제법 큰 도시.


“어? 방금 인류 최후의 도시가 아스톨리아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도에 표시된 브리스톨 표시는 도시인데요?”


“맞아요. 예전엔 도시였죠. 그것도 제법 큰 도시요. 저도 들은 거라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 다만, 예전에 마물들에 의해 파괴되었는데 그 후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살기 시작했다고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곳이 도시인지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행상인들 말로는 브리스톨과 아스톨리아와 왕래를 한다고 하니 이곳까지만 간다면 아스톨리아까지는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행상인은 언제 와요?”


“다음 보름달이 뜰 때이니 아마 스무날 후에 올 것입니다. 3개월이라곤 하지만 딱 맞춰 오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아마 그 전후로 올 겁니다.”


“그렇군요.”


유리스가 안도했다.


“그런데, 잭. 마법사님은 어디에 머무르는 겐가?”


“회관에 머물러야 하겠지만 지금 내부 수리 중 아닌가요?”


“그렇지. 그래서 물어보는 걸세.”


“다른 집에 부탁하기도 그렇고 제 아이들도 구해주셨으니 저희 집에 머무르게 하려고요.”


“음. 알겠네. 얘기도 잘 들었고. 부족한 게 있으면 말을 하게.”


“감사합니다. 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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