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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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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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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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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3장 (1부 끝)

DUMMY

전투가 끝났다. 이제 괴로운 정리만 남았다. 엉망진창이 된 상단을 정비하는 건 그래도 괜찮았다. 시신을 옮기는 건 그보다 괴롭기 때문이다. 죽음이 질 나쁜 농담이 된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죽음에 익숙해진 것까진 아니다.


마고로는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그리고 상단을 진두지휘 하면서 빠르게 정비해 나갔다. 부상자들은 휴식을 취하게 했고 움직일 수 있는 자들은 상단을 정비했다. 행상인, 용병, 손님 할 것 없이 말이다.


마고로는 살아남았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기도 하지만 상단 리더이기에 커스가 직접 호위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고로는 살았다. 로이는 그렇지 못 했지만.


커스는 죽은 로이를 한참을 내려다봤다. 움직임이 없었다. 자는 듯 누워있었다. 금방이라도 일어날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을 커스는 잘 알고 있었다.


커스는 로이 곁에 주저 앉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커스는 용병단 리더다. 언제나 강인한 모습만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로이가 용병이 되겠다고 했을 어떻게든 말려야 했다. 한편으로 자신을 잘 따르는 동생이 함께 해준다면 든든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로이는 용병으로써 재능이 보였다.


로이는 여전히 누워있었다. 커스는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미웠다. 로이는 아직 초보 용병이다. 신경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로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신이 저주스러웠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한 들, 그런 후회를 한 들 로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커스는 로이는 시신에 머리 대고 소리없이 흐느꼈다. 과거의 일이 떠올랐다.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친구들과 노는데 아직 어린 로이도 같이 놀고 싶어 했다. 커스는 그런 로이가 귀찮았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좀 있다 데려가겠다는 거지맛을 했다. 로이는 기뻐하면 그러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실컷 놀고 해가 지기 직전에 커스는 돌아왔다. 로이는 여전히 커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형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보자 기뻐하며 달려왔다.


그때 왜 그랬을까. 왜 로이를 귀찮아 했을까. 그냥 같이 놀았어도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많이 기다렸을 텐데. 곧 데리러 올거라는 기대를 가졌을 텐데. 왜 지금 그게 생각이 날까. 좀 더 즐거웠던 일들도 많이 있었는데 말이다. 정말··· 많은데···




상단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하지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할 일을 했다.


상단의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나자 이제 죽은 자들을 모았다. 장작도 모았다. 이건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스스로 나섰다. 리아도 도왔다. 하지만 유리스는 가만히 있었다. 사람들이 뭘 하는지는 알았다. 하지만 가만히 있었다. 그저 마차에 기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유리스는 매우 지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만히 있었다.


유리스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느꼈던 분노, 로이의 죽음, 죽은 자에 대한 슬픔. 그리고 이 모든 감정이 소용돌이가 되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분출을 했다. 하지만 해소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마법만 남발하다가 정신적으로 매우 지치기만 했다.


사람들은 유리스를 그냥 쉴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유리스 덕분에 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로이가 죽었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3명이서 얼마나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지.


장작을 쌓았다. 그 위에 시신을 올렸다. 겨울이라 땅이 얼었다. 땅이 얼지 않더라도 시신은 땅에 묻지 않는다. 마물이 시체 냄새를 맡고 땅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죽은 자가 그런 모욕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세계가 멸망한 후에는 시신을 화장을 한다.


마고로가 대표로 추도문 읽었다. 짧고 형식적인 추도문이었다. 누구도 긴 추도문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장작에 불을 붙였다. 사람들은 한동안 불 곁에 있었다. 그리고 곧 한 명, 두 명, 자리를 뜨더니 불 곁에 남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리아는 로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건넸다. 그리고 유리스 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때, 누군가 리아의 팔을 잡았다. 커스였다.


“리아씨. 잠깐 얘기해도 될까요?”


리아는 대답을 못 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그저 타오르는 불을 바라만 봤다.


“저··· 죄송합니다. 갑자기 불러서.”


커스가 침묵을 깨고 말을 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 하실 말씀이라는 게···”


커스는 말을 꺼내려 했지만 다시 삼켰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리아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아실··· 아실 지 모르겠지만 로이는··· 로이는···”


커스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알아요. 알고··· 있어요.”


리아는 커스의 손을 두 손을 꼭 잡았다. 커스는 숨을 크게 들여 쉬었다. 하지만 흐느끼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건 로이가 자기 신부에게 줄 거라면서 만든 겁니다. 만들 때 어찌나 즐거워 했는지··· 이걸 리아씨가 꼭 받아줬으면 해서요.”


그건 은으로 된 반지였다. 울퉁불퉁했지만 정성이 들어간 반지였다.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역시··· 역시 그건 받을 수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로이는 분명 그 반지를 끼게 될 신부를 상상하며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리아를 보고 상상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의미가 없는 금속 쪼가리에 불과했다.


“로이가 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잘 알고 있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대강 무슨 말인지 알았다.


“저는 이 반지를 받을 수 없어요. 저는.. 저는 그저 스쳐지나 가는 사람이니까요. 이건 로이의 유품이잖아요.”


“······.”


커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 반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해서 만들었어요. 물론 그게··· 아마··· 저일 수 있겠지만 가족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 반지는 가족인, 커스씨가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커스씨. 이건 로이의 하나 남은 유품이잖아요.”


“······알겠습니다. 리아씨. 그리고··· 로이랑 함께 어울려줘 고마웠어요.”


“저희들이야 말로 로이와 함께 해서 즐거웠어요.”


커스는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타고 있는 장작더미를 다시 바라봤다. 로이를 마지막 배웅을 하기 위해. 리아는 그런 커스를 두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리아는 유리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유리스는 마차 안에 없었다. 밖에 나와 있었다. 유리스는 짐덩어리 위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밖은 추웠다. 하지만 유리스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차 안은 너무 답답했기에.


“유리스···”


“리아···”


오랜만에 본 사람처럼 서로를 불렀다. 리아가 유리스 옆에 앉았다. 그리고 유리스의 손을 잡았다. 유리스의 손은 차가웠다. 평소라면 유리스는 의아하게 리아를 쳐다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아의 손을 꽉 잡았다. 따뜻한 리아의 온기가 유리스에게 전달되었다.


“저기··· 저···”


유리스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이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알아. 로이 때문이지.”


“응···”


“니 잘못이 아니야.”


“응···”


“어쩔 수 없었어.”


“응...”


“유리스···”


“응...”


“지금은··· 지금은 그냥 이렇게 있자.”


“응···”


해가 진다. 달과 별이 떠오른다. 하늘은 노랗고 붉었다. 장작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유리스와 리아는 그렇게 낮과 밤의 경계 사이를 한참을 함께 있었다.




상단은 조용했다. 어제 일로 다들 말수를 잃었기 때문이다. 죽은 자를 생각하는 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을 생각하는 자. 이유는 다양했지만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스의 조용히 있었다. 원래 말이 많지 않았지만 더욱 줄었다. 그래도 평소라면 리아가 말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리아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할 말도 없었고 말하고 싶은 기분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유리스 곁에 앉아만 있어 줄 뿐이었다.


브리스톨까지 아직 멀었다. 겨울은 점점 더 깊어져 가고 상단은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불타는 검입니다.


드디어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가 끝났습니다.

2부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 후 다시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길진 않을 겁니다.

이미 써둔 부분이 있지만 재미도 없고 지루하고

스토리라인이 뒤엉킨 부분도 있어서 그 부분을 다시 수정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연재 시기가 화요일로 되어 있는데 연재 시기도

다소 변경이 될 것입니다.

목요일, 아니면 금요일 둘 중 하나로 변경하려고 합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은 총 3부작으로 구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완결까지 100화 전후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합니다.


전체 스토리라인은 모두 구상되어 있습니다.

거의 완결까지 생각을 해뒀기 때문에 중도하차는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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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2장 21.10.05 169 1 10쪽
2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1장 21.09.28 161 1 9쪽
2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0장 21.09.21 169 2 9쪽
2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21.09.14 172 2 9쪽
1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8장 21.09.07 178 1 8쪽
1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7장 21.08.24 176 2 16쪽
1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6장 21.08.17 177 2 12쪽
1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5장 +1 21.08.10 176 1 8쪽
1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4장 21.08.03 178 1 8쪽
1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3장 21.07.27 182 1 8쪽
1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2장 21.07.20 191 2 10쪽
1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1장 21.07.13 193 3 10쪽
1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0장 21.07.06 195 2 8쪽
1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9장 21.06.29 203 3 9쪽
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8장 21.06.22 215 3 13쪽
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7장 21.06.15 223 2 7쪽
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6장 21.06.08 233 2 8쪽
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5장 21.06.01 261 4 11쪽
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7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299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0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1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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