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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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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조회수 :
13,033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5.11 22:00
조회
320
추천
5
글자
8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DUMMY

피오르네는 요리를 시작했다. 자신의 짐에서 간단한 조리기구 꺼냈다. 큼직한 돌멩이들을 원으로 둘러싸고 그 안에 마른 나뭇가지들과 지푸라기를 넣었다. 그리고 작고 둥그런 냄비에 호수에서 물을 떠왔다. 그리고 그것을 임시로 만든 임시 화로에 놀려 두었다.


부싯돌과 단검을 몇 번 튕기자 지푸라기에 불이 붙더니 이내 회색 연기를 내뿜으면서 불꽃이 일렁거렸다. 피오르네는 나뭇가지를 더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근처에 먹을 만한 풀과 열매를 채집했다.


채집한 풀과 열매를 물로 간단하게 헹구어 낸 뒤 냄비에 넣었다. 그리고 가방에서 큰 잎사귀를 꺼냈다. 정확히는 잎사귀에 싸여진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 안에 있는 것을 냄비에 넣고 물이 끓기를 기다렸다.


그 사이 유리스는 그저 가만히 모닥불만 바라봤다. 유리스는 지금껏 수많은 불들을 다루고 봐왔다. 그 중 지금 모닥불이 가장 기분 좋은 불이었다. 식사를 하는 것, 그것도 누군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을 못 했다.


유리스는 피오르네 요리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할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피오르네 행동 하나하나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었다. 피오르네는 유리스의 강한 시선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그저 어린 인간의 호기심이라 여기기로 했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걸쭉한 수프가 완성되었다. 피오르네는 그 수프를 국자로 퍼 컵에 담아 유리스에게 줬다. 유리스는 단숨에 수프를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뜨거웠기 때문에 후후 불면서 조금씩 마셨다.


피오르네는 요리를 하면서 유리스를 지켜봤다. 어리숙한 행동이 위험한 사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그저 어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소년처럼 보였다. 저게 연기라면 정말 악마도 한수 접고 갈 정도다. 그래서 피오르네는 식사만 하고 바로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이 어리숙한 소년에게 충분한 자비를 베풀어줬으리라 생각했다.


피오르네는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소년이 왜 이런 사람들이 살지 않은 곳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말을 꺼내지 않았다. 괜한 대화로 쓸데없이 정을 쌓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중이었지?”


한마디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평소 습관처럼 질문이 튀어나와 버렸다. 실수를 했다. 피오르네는 이 질문만 던지고 대화를 끝내야겠다 다짐했다.


“아스톨리아요.”


“왜?”


다짐을 1초도 되지 않아서 어기고 말았다. 피오르네는 인간이 아니다. 인간만한 호기심이 없다. 하지만 저 대답에 다음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조건반사처럼 왜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다른 곳이었다면 그냥 대화를 끝냈을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인류 최후의 도시를 꺼냈는지 알 수 없었다.


“거긴 왜?”


“할아버지가 그곳에 갖다 주라고 한 게 있어서요.”


피오르네는 기가 찼다. 아스톨리아에 간다는 말이 마치 옆동네 갑니다 라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그곳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알아?”


“한 달이면 갈 수 있지 않아요?”


“하! 한 달! 뭐 날아서 가게!”


피오르네가 갑자기 소리쳤다.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 했다. 그녀는 이렇게 감정적으로 된 것 정말 오래간만이다.


“어··· 안 되나요?”


피오르네는 깊은 한숨부터 나왔다.


“하아아아··· 갈 수 있지. 포스톨리아를 통해 가면.”


“헤헤. 맞아요. 그 도시를 지나가려고.”


“왜, 자살이라도 하려고.”


“······.”


피오르네는 말이 너무 심하게 했다 생각했다. 원래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오늘은 특히 차갑게 유리스를 대했다. 하지만 사과나 위로는 하지 않았다.


“미안해요.”


대신 유리스가 사과를 했다.


“포스톨리아에 뭔가 있는 건가요? 저는 그냥 할아버지한테 아스톨리아에 가라는 말 밖에 못 들어서요. 그래서 지도만 보면 갈 줄 알았어요. 지도 보는 건 자신이 있거든요. 근데 지도에 있어야 될 도시랑 마을이 없더라구요. 하나도요. 피오르네가 그렇게 말한 거 보면 무슨 일이 있었나 보네요.”


유리스가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피오르네는 괜히 미안함이 들었다. 어린애를 상대로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는 거 같았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기로 했다.


“왜 혼자 가지? 할아버지는?”


“죽었어요.”


“마물 때문에?”


유리스는 갸웃거리더니 말했다.


“아니요.”


“그럼?”


“할아버지가 누구나 때가 되면 죽는다고 해서요.”


자연사군. 피오르네는 생각했다. 이런 세상에 자연사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평화로운 세상도 아니고 미쳐버린 세상에 자연사가 과연 축복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둘이 서 산 거야?”


“네.”


“왜 굳이 아스톨리아까지 가는 거지? 그렇게 먼 곳을?”


“할아버지가 아스톨리아까지 가져가라는 게 있어서요.”


“중요한 거야?”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들었어요.”


“가져가야 하는 물건은?”


“어··· 아, 저쪽에 있어요.”


유리스는 자신이 기대었던 나무를 가리켰다. 피오르네는 엘프다. 그래서 밤에도 잘 볼 수 있다. 유리스가 가리킨 곳에 짐이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무언가가 보였다.


“마법지팡이? 네 거야?”


“아, 네.”


“마법사였어?”


“네.”


유리스는 간단한 마법을 구현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지팡이가 없었다.


“마법은 누구한테서 배웠는데?”


“할아버지요.”


“할아버지도 마법사야?”


“네.”


모든 내용이 할아버지로 끝난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이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짧은 대화가 끝났다. 피오르네는 유리스의 상황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이 죽고 홀로 남은 손자가 걱정이 된 할아버지가 손자를 아스톨리아로 보낸 것이리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허점이 너무 많았다. 우선 아스톨리아까지 길이 너무 험난했다. 살아서 아스톨리아까지 도착할 가능성은 0에 수렴했다. 그것도 홀로. 손자가 걱정이 됐다면 죽기 전에 함께 떠났어도 됐다. 마법사는 아스톨리아에서 언제나 환영한다. 지금과 같은 시대라면. 어쩌면 둘이 함께 떠나지 못할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리스라면 몰라도 할아버지라면 분명 세상이 어떤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소년을 아스톨리아까지 보내려고 한 것이다. 왜? 심지어 유리스는 세상물정이 어떤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최소한 설명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남은 추론은 하나다. 아스톨리아까지 가져가라는 물건이 꽤나 중요한 물건일 가능성이다. 손자의 목숨까지 걸 정도로 가치가 말이다. 하지만 그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죽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피오르네는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았다. 유리스에게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까 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유리스에게 세상이 어떤지, 아스톨리아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려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무렴 어떠냐.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볼 사이도 아니니 말이다. 이런저런 사연 다 들어줄 만큼 피오르네는 한가하지도, 연민을 느끼지도 않다. 그래도 오늘 밤은 함께 있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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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3장 (1부 끝) +1 21.10.12 177 1 9쪽
2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2장 21.10.05 169 1 10쪽
2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1장 21.09.28 161 1 9쪽
2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0장 21.09.21 169 2 9쪽
2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9장 21.09.14 172 2 9쪽
1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8장 21.09.07 178 1 8쪽
1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7장 21.08.24 176 2 16쪽
1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6장 21.08.17 177 2 12쪽
1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5장 +1 21.08.10 176 1 8쪽
1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4장 21.08.03 178 1 8쪽
1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3장 21.07.27 182 1 8쪽
1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2장 21.07.20 191 2 10쪽
1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1장 21.07.13 193 3 10쪽
11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0장 21.07.06 195 2 8쪽
10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9장 21.06.29 203 3 9쪽
9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8장 21.06.22 215 3 13쪽
8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7장 21.06.15 223 2 7쪽
7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6장 21.06.08 233 2 8쪽
6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5장 21.06.01 261 4 11쪽
5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21.05.25 277 5 11쪽
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299 5 13쪽
»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1 3 12쪽
1 아스톨리아의 불꽃 - 프롤로그 21.04.27 514 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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