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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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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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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5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5.25 20:00
조회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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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4장

DUMMY

마을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다만, 제대로 된 길이 없었다. 안내자가 없으면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유리스는 과연 이런 곳을 어떻게 찾아가라고 했던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피오르네가 원망스러웠다. 같이 가줘도 되는데 말이다.


어두운 숲에서 갑자기 햇빛이 비쳤다. 많은 빛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손으로 눈을 가릴만 했다. 햇빛에 눈이 익숙해지자 유리스 눈 앞에는 나무 방벽이 보였다. 방벽은 높고 튼튼해 보였다. 유리스가 해치운 마물들은 결코 부수거나 넘을 수 없는 방벽이었다.


마을이 보이자 유리스는 안도감을 느꼈다. 드디어, 마침내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도중 포기하지 않은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편안한 침대와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리스는 그런 기대를 안고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나가시오.”


“네?”


“나가라는 말 못 들었소?”



“저요?”


유리스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렇소. 이 마을에서 나가주셨으면 좋겠소.”


문제가 생겼다. 경비를 보던 마을사람이 유리스의 막아섰다. 막아설 뿐 아니라 창을 겨누며 나가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유리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유리스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그냥 마을에만 들어섰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런 건 전혀 예상하지 못 했다. 편안한 침대는커녕 마을에조차 들어가지 못 할거라고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유리스는 문명인이었다. 바로 마법으로 그 남자를 박살내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했다.


“왜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남성은 당황했다. 그가 예상했던 질문이 아니었다. 보통, 자신이 이 마을에 들어가야 할 이유라든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설득을 하는데 말이다.



“어···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니까.”


“마을 사람이 아니면 마을에 들어갈 수 없나요?”


“에, 그건 아니지만···”


안타깝게도 이 중년의 남성은 말주변이 없는 자였다. 니가 마을사람을 구해준 건 분명 고마운 일이지만 너의 정체를 우리가 확신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래서 경비를 보는 내 입장에서 너를 마을에 들였다가 무슨 큰 일이 생길지 모르니 입장을 허용할 수 없어라는 말을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안돼. 어··· 그러니까, 정체를 알 수 없잖아.”


“아, 아저씨!”


대답한 건 유리스가 아니었다. 리아였다.


“이 분은 마법사님에요. 그리고 저랑 동생들을 구해주신 분이고요. 그런데 마을에서 나가라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리아는 흥분하며 아저씨라 불리는 사람을 몰아세웠다.


“콰광해쪄요.”


리아가 끼어들었다. 남동생도 거들었다.


“어어, 그래. 리아야. 그렇지. 어, 그런데··· 그 나는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잖아··· 그 뭐시냐, 아, 그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을 함부로 마을에 들일 수 없는 거 너도 알잖니.”


“수상한 사람이 아니에요. 마법사님이에요. 그리고 이 분은 그 엘프분 소개도 받았고요.”


“그 엘프도 수상해.”


“네?”


수 년간 마을에 들린 피오르네를 순식간에 정체불명으로 만들어버렸다. 피오르네가 마을에서 환영 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사교성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것도 아니다. 서로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비즈니스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가 깊은 신뢰가 오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상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 또한 아니다. 그냥 안 친한 것뿐.


“아니, 어, 그게 방금 전 말은 실수야. 근데 솔직히 그 엘프여자가 직접 데려온 것도 아니고 어떻게 이 사람 말만 믿고 마을에 들일 수 있어. 그것도 마법사를.”


마을경비의 주장은 잘못된 게 아니다. 흉흉한 세상이다. 마물이 가장 큰 문제지만 사람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마물을 피해 사는 숨어 사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습격해서 사는 게 더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물 다음으로 조심해야 할 것이 사람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그리고 그게 마법사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마을 안에서 난동을 부리면 굉장히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리아와 남성은 계속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아, 잭!”


“아빠!”


리아와 마을경비가 동시에 소리쳤다. 잭이라 불린 남자는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유리스조차 올려다 볼 정도로 컸다. 걷어 올린 소매로 팔뚝이 보였는데 유리스 종아리보다도 두꺼워 보였다. 얼굴은 머리칼과 수염으로 뒤덮여있었다. 리아와 동생들의 머리칼 색은 아빠를 닮았는데 잭 역시 붉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리아 곁에 있던 동생들이 잭이라 불린 사람에게 달려가 안겼다. 잭은 아이들 들을 토닥여줬다. 그리고 시선을 리아에게 돌렸다.


“리아야. 언제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오늘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구나. 아무리 바깥이 안전하다고 해도 그렇지. 절대 무기 없이 나가지 말라고 주의했건만!”


“하··· 하지만···”


“특히, 겨울이 오기 전에 마물들이 더 날뛴다는 건 너도 알고 있잖아. 저분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너뿐만 아니라 네 동생들도 죽을 뻔했어.”


“죄··· 죄송합니다. 으흑···”


“언니야···”


“눈나···”


동생들이 곁에서 리아를 위로 했다. 하지만 리아 혼나서 눈물이 나오려는 게 아니었다. 부끄러웠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부끄러웠다. 그것도 호감이 있는 이성 앞에서 혼났기 때문이다. 잭은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평소에 리아의 행실이 좋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다른 사람도 있었다. 바로 유리스다. 둘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았다면 리아의 엉덩이는 잭의 무지막지한 손바닥의 희생양이 될 것이었다.


잭은 유리스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위압감 있게 느껴졌다. 유리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졌다.


“우선 아이들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잭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했다. 유리스도 엉겁결에 같이 고개를 숙였다.


“저는 잭이라고 합니다. 아 아이들의 애비입니다.”


“아, 저는 유리스입니다.”


그리고 잭은 유리스를 살펴봤다. 독특한 행색이었다. 머리카락은 관리가 안 됐는지 대충 잘라서 더벅머리가 되었다. 피부는 하앴다. 몸도 호리호리 했다. 바깥 일은 하지 않았다는 거다. 어디 부잣집 도련님처럼 보였다. 지금같은 시대에 그런 게 존재한다면 말이다.


유리스의 차림새만 깔끔했으면 잭은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믿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유리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윗옷은 크고 낡았다. 목 부분은 늘어났고 상의 밑단은 허벅지까지 내려왔다. 이 옷의 원래 주인은 결코 이 소년이 아니었으리라. 반대로 바지는 작았다. 밑단이 짧아서 종아리까지 보였다. 망토는 너무 크고 두꺼웠다. 조그만 더 크면 그냥 이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아직 겨울도 아니기에 저런 망토는 입고 다니는 것보다 차라리 짐으로 싸서 가지고 다니는 게 더 편해 보였다.


왼손은 다쳤는지 붕대를 감싸고 있었다. 그 손에 마법사의 상징인 지팡이가 있었다. 지팡이 재료는 알 수 없는 검은 나무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이 갈고리처럼 되어 있었다. 갈고리 끝엔 주먹보다 큰 붉은 보석이 끼어져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마석이라면 성을 사고도 남을 만한 가치를 지녔지만 안타깝게도 유리스나 잭 둘 다 그 가치를 몰랐다. 솔직히 유리스는 돈의 가치조차 모른다.


유리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안 좋은 쪽으로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좀 덜 떨어져 보였다. 아무리 세상이 예전과 다르고 먹고 살기는커녕 생존하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저렇게 입고 다니지는 않는다. 거지도 저렇게 입고 다니진 않을 것이다.


너무도 상반된 모습에 잭은 유리스의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너무 황당한 차림새라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겼다. 왜냐하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이 마을에 왔다면 결코 저렇게 입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복장은 참 할 말이 없었지만 유약해 보이는 외모와 하얀 피부가 어울러져 꽤나 잘 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병약 미소년 같은 외모. 딱, 10대 여자 얘들이 좋아할만한 얼굴이었다. 리아의 경우 마을에 또래 친구들이 한 명도 없다. 저러니 저 소년에게 호감을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다. 그것도 목숨까지 구해준 은인에게.


“마을의 존재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피오르네가 알려줬어요.”


“아펠리어스양 말이군요.”


“어, 피오르네라고 들었는데···”


“같은 사람입니다. 피오르네 아펠리어스.”


“아··· 그녀의 성이 아펠리어스였군요. 그건 못 들었어요.”


“두 분은 친분이 있는 것 아닌가요?”


“어제 처음 만났어요.”


“어제요?”


“네···”


잭이 기가 차서 쳐다보자 유리스가 기가 죽으며 대답했다.


“여기서··· 먹을 걸 얻을 수 있다고 해서요.”


“먹을 걸요?”


마을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유리스는 눈치가 없지만 여기서 더 어떤 말도 꺼내기 어렵다는 기분을 느꼈다. 잭은 고민했다. 유리스는 평가하기엔 너무 이상했다. 딸인 리아와 비슷한 나이처럼 보이는데 마법사이다. 마법사라 똑똑해 보이는 거 같은데 눈치도 없고 생각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당당하게 먹을 것을 요구하는 건지. 그렇다고 도움을 줬으니 뻔뻔하게 대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처럼 보이기도 했다.


너무 상반된 행동에 골치가 아팠다. 그냥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고 싶었다. 피오르네도 분명 지금 자신과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무슨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떠넘기기, 피오르네 이 2가지 내용이 교차하니 잭은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이 여자가 진짜···’


앞서 말했듯이 피오르네는 마을에서 그렇게 환영 받는 존재는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뿐. 피오르네가 원하는 건 음식과 침대를, 마을 사람들은 피오르네의 마법과 능력을.


그리고 피오르네는 지금과 같은 귀찮은 일에 휘말리면 마을에 떠넘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행히 위험한 일들은 전혀 없지만 지금과 같은 귀찮고 하찮은 일들이었다. 분명 이 소년도 같은 이유로 이 마을로 넘긴 것이 분명하다.


“후우··· 대강 내용을 알겠습니다. 이렇게 서서 얘기하기도 그러니 저희 집으로 가시죠.”


“괜찮겠어? 잭?”


마을경비가 말했다.


“아펠리어스양이 소개시켜준 거면 일단 괜찮을 거야. 좋아하지 않은 거랑 신뢰하지 않은 거랑은 다르니까.”


마을경비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그만뒀다. 잭이 그만큼 마을에서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니가 그렇게 말한다면, 알겠어.”


“그리고 촌장님도 우리 집으로 좀 모시고 와줘.”


“응. 바로 모시고 너희 갈게. 그럼 좀 있다 집에 보자.”


그렇게 말하고 마을경비는 마을 안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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