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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톨리아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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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1.04.26 23:55
최근연재일 :
2023.05.19 20:47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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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
추천수 :
87
글자수 :
444,514

작성
21.08.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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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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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6장

DUMMY

첫 날은 언덕에서 밤을 보냈다. 아직 상단이 다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가 질 때가 되어서야 마지막 행상인이 도착했다.


상단의 마차 수는 10대가 넘었고 사람들은 예순 명에 가까이 있었다. 대부분 행상인이었다. 다음으로 많은 건 유리스처럼 브리스톨로 가는 사람들이다. 브리스톨에서 새로운 터전을 잡으려는 것이다. 끝으로 용병, 이렇게 3개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제 드디어 본격적으로 아스톨리아로 간다. 물론 이 상단의 목적지는 브리스톨이지만. 지도로 봤을 때, 브리스톨과 아스톨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끽해야 2~3일 정도 거리였다. 다만, 여기서 브리스톨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린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 달이나 걸리만한 거리도 아니다. 거리도 있다. 인원도 많다. 길도 산길이라 좁고 험하다. 해가 지면 이동하지 않는다. 불을 보면 달려드는 마물 때문에. 이런 조건들이 붙다 보니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이다. 소수의 훈련된 사람이 이동한다면 2주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상단은 일렬로 길게 행진했다. 상단 앞뒤로 용병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마차 지붕에도 감시를 위한 용병이 있었다. 그 외에 용병들은 대개 자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잡담을 나누었다.


용병들도 사람이다. 무한정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정은 한달이나 된다. 그러니 체력 분배를 잘 해야 한다. 마고로도 그걸 잘 알고 있기에 용병들이 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줬다. 마물과 싸워야 할 때 맥아리 없이 나가떨어지는 용병들은 바라지 않는다.


유리스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마법사지만 손님이다. 그래서 걷지 않는다. 보초일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마차를 탈 뿐이다. 즉, 심심하다는 얘기다.


가끔 멀리서 마물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화염구 몇 방 던져주면 알아서 마물들이 도망친다. 한 달 동안 이런 생활을 해야 된다. 유리스는 난생 처음으로 인생이 지루하다는 생각을 들었다. 지루해서 미칠 거 같았다. 그래도 미치진 않았다. 로이 덕분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전달 사항을 얘기하러 왔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변경이 되었으면 어떻게 변경이 되었는지 등을 말이다. 오는 사람은 늘 로이였다. 로이가 자원했는지 아니면 커스가 로이만 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대단한 건 아니다. 그저 간단한 질문이었다.


“내일 지나가는 길이 마물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라, 커스 형님이 괜찮으시다면 같이 보초를 설 수 있겠다고 물어보는데 괜찮으신가요?”


“응. 괜찮아.”


“네. 감사합니다. 형님에게도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아, 로이. 혹시 오늘 저녁 식사가 뭔지 알 수 있어?”


“오늘 저녁 식사라···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알아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야.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그냥 어제 먹었던 게 맛있어서 그래서··· 오늘도 그게 나오는 거 아닐까 해서.”


“아, 어제 먹었던 거요. 그거 맛있었죠. 헤헤.”


로이는 마치 자기가 요리한 거처럼 좋아했다.


“응. 진짜 맛있었어. 여기서 먹은 거 중에서 가장 맛있었지.”


“그 요리 커스 형님이 알고 있는 특별 레시피로 만든 스튜인데, 뼈를 푹 고아 낸 국물로 만든 게 요리의 핵심 포인트죠.”


그러면서 로이는 그 요리의 장점을 신나게 떠들어 됐다. 그 요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다, 어제 마침 날씨가 좋지 않아서 이동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많아서 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 맛있게 먹어서 형님도 속으로 기뻐한다는 등 별 거 아닌 얘긴데 너무 신나게 얘기를 하니 유리스와 리아는 그 얘기에 빠져들었다.


이걸 계기로 로이는 유리스에게 올 때마다 별 것 아닌 얘기들을 들려줬다. 처음에는 가벼운 얘기였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늘 요리가 맛있다는 든지, 그런 시시하고 가벼운 얘기였다. 그러다 나중에 이야기가 점점 장황하게, 그것도 한 번에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로이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물론 로이도 들은 얘기다. 그럼에도 로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얘기하는 재주가 있었다. 유리스와 리아는 그 얘기에 빠져들었다. 둘 뿐 아니라 마차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로이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아, 제가 이 얘기를 한 적이 있나요?”


“뭔데뭔데?”


“커스형님이 예전에 괴물새한테 붙잡혀 갔던 일이요.”


“괴물새? 그 노랗고 눈알이 여러 개 달린 마물 말이야?”


“네. 맞아요. 유리스님도 잘 알고 계시네요.”


“응. 그 괴물새, 날개가 기름 범벅으로 되어 있어서 화염구로 맞추면 아주 잘 타더라구.”


“아······ 그렇군요.”


유리스는 끔찍한 얘기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를 한다. 옆에서 리아가 팔꿈치로 주의를 줬다.


“아, 미안. 쓸데없는 얘기를 해서.”


“아, 아니에요. 암튼, 커스형님이 용병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또 사람들이 로이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관객이 많으면 신나는 게 사람의 기본 심리다. 로이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커스형님이 용병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죠. 그때 제법 규모가 큰 상단을 호위하게 되었는데, 브리스톨로 향하는 상단이었죠.


지금은 그 서식지가 모두 파괴되었지만 당시 브리스톨 근방에는 괴물새 무리가 둥지를 틀며 모여 살고 있었다고 해요.


그날은 마물 습격 직후라 다들 정신이 없고 어수선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갔었죠. 맞아요. 괴물새가 상단을 기습한 거죠.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행상인 한 명이 괴물새와 함께 사라져 버렸죠.


붙잡힌 행상인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먹이를 찾았기에 이제 괴물새의 습격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죠. 그런데··· 아니었어요. 차라리 그 괴물새가 습격했으면 다행인 상황이었죠. 왜냐면 괴물새 무리가 상단을 습격했거든요.


보통 괴물새는 무리지어 공격하는 마물이 아니거든요. 무슨 일인지 그날은 무리로 습격해왔던 거였죠. 그때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고. 상품 보호는 둘째 치고 살아남는 것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죠. 형님도 목숨 걸고 싸웠는데 사실 그때 반쯤 포기했다고 했어요. 살아남는 거를.


지금도 그때만큼 치열하고 목숨을 걸 정도로 싸운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였죠. 그때 형님이 방심한 사이에 괴물새가 형님을 낚아채 날아 올라갔어요."


“이런···”


“휘유···”


여기저기서 탄식 섞인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로이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로이도 그 기새를 몰아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형님은 발버둥을 쳤는데 발모가지 힘이 너무 강해서 어찌할 방법이 없었죠. 게다가 날아가면서 아래를 보는데 이야 진짜 그 높이 정말··· 그 때 극도로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으면 기절할 정도로 높았다고 해요. 운이 좋게 다리에서 풀려난다 해서 그대로 떨어지면 아야하고 끝날 수준이 아니라, 커스에서 박살난 무언가로 될 정도라고 하니까요.


결국 형님은 괴물새 둥지까지 잡혀갔죠. 형님은 거기서 승부를 걸기로 생각했는데···”


“했는데? 했는데 어떻게 됐어?”


“갑자기 다른 괴물새가 습격해왔어요.”


“아니, 왜?”


“아마, 형님을 먹이감을 두고 싸우는 거 같았다고 형님이 말했죠. 어쨌든 중요한 건 형님은 정말 놓칠 수 없는 기회를 잡았던 거죠.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일렀어요.


둥지에 있는 괴물새 새끼들이 형님에게 달려들었으니까요. 새끼라곤 하지만 크기가 사람만했죠. 그나마 공격이 위협적이지 않아서 형님이 검으로 괴물새 새끼의 목을 내려쳤죠. 한 마리가 죽으니 다른 새끼들이 감히 겁나서 덤비지 않았다고 해요.


일단 위기는 넘겼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도망치는 방법이었어요. 둥지에서 도저히 내려갈 길이 보이지 않았죠. 하긴, 괴물새가 걸어서 내려갈 일이 없으니 굳이 내려갈 길은 필요 없었겠죠.


형님이 둥지를 살펴봤어요. 그랬더니 어제 잡혀간 행상인의 시체가 있었다고 하네요. 시체라곤 하지만 뼈와 뼈에 살점이 붙어 있는 조각난 것만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간신히 옷가지로 어제 붙잡힌 행산인이라는 사실만 알았다고 해요.”


리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마 그 장면을 상상했으리라.


“그래도 행상인이 남긴 물건이 있었어요. 대단한 건 아니었죠. 부싯돌이었죠. 왠지 필요할 거 같아서 주웠는데 그 사이에 어미 괴물새가 돌아왔죠. 돌아오니 새끼가 죽어있어 있는 걸 보더니 그 많은 눈깔이 뒤집히면 형님을 공격하기 시작했죠. 형님은 어차피 죽을 거 너죽고나죽자 하는 심정으로 부싯돌로 둥지에 불을 붙였죠.


그랬더니 불이 순식간에 둥지를 감쌌죠. 형님도 그렇게 불이 빨리 붙을 줄은 몰랐다고 하네요. 유리스님 말대로 그 괴물새 날개가 기름 범벅이라 둥지도 아마 기름투성이라 그런 같아요


괴물새 몸에 불이 옮겨 붙었죠. 그러자 놀란 괴물새가 둥지 밖으로 날아가려 했는데 형님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죠. 어차피 이곳에 있으면 불에 타죽으니까 괴물새 품으로 뛰어 들었죠. 괴물새 날개에 불이 붙었지만 아직 몸통은 괜찮았거든요. 그 몸통에 칼을 깊숙히 쳐박아 넣으며 괴물새에게 매달렸죠.


괴물새에 매달린 채 둥지를 보니까 둥지가 불타더니 그 안에 있던 새끼들이 난리가 났었죠. 어떤 새끼는 불에 비명을 지르고 어떤 새끼는 둥지에 뛰어내리다 몸이 박살나고 말이죠. 형님도 이때 자신의 미래는 아마 저 둘 중 하나라는 생각만 했었죠.


괴물새 몸에 점점 불이 번지더니 괴물새도 추락하기 시작했죠. 진짜 그 때 그 느낌은 형님은 두 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을 정도라고 해요. 영혼이 날아가버릴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하니까요. 그런데 진짜 천운이었는지 아니면 그 괴물새가 불을 끄려고 했던 건지 몰라도 호수에 떨어졌죠. 충격은 있었지만 괴물새가 쿠션이 되어서 죽지는 않았죠. 죽을 만큼 아팠지만요.


그래서 간신히 호수에 기어나오자마자 고통과 탈진으로 기절했다고 해요. 형님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차 안이었죠. 다행히 지나가던 다른 행상인이 형님을 구했죠. 그 행상인도 하늘에서 불타는 새가 떨어지니 호기심에 호수에 왔다가 쓰러져 있던 형님을 발견했던 거였죠. 그렇게 형님이 살아났고 용병단으로 돌아가니 사람들이 유령인 줄 알고 기겁했다고 해요.


커스 형님 인생에서 가장 위험하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경험이었죠. 그래도 살아났고 지금까지 용병일을 잘 하고 있죠.”


“우와! 대단해요. 그런 일을 겪었는데 용병일을 계속하다니. 저라면 바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했을 거에요.”


리아가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


“형님은 그저 이 이 일 적성에 맞다고 말하는데 세상에 용병일에 적성이 맞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제 생각이지만 저희 가족이 식구가 많은데 벌이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형님이 계속 이 일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음··· 그럼 로이는 왜 이 일을 하는 거야?”


유리스가 물었다. 적성에 맞는 사람이 없다면 용병일은 하는 사람이 없어야 하기에.


“용병일이 벌이가 괜찮거든요. 목숨을 거는 일이라서요. 그래서 저는 형님이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었으면 해서 하게 되었죠. 그리고 해보니까 그렇게 못할 것 같은 일도 아니고요.”


“그렇구나.”


유리스는 뭔가 크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당시에는 그게 뭔지 몰랐다. 커스나 로이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크게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는 않았다.


“로이~!”


“아, 형님이 부르네요. 그럼 나중에 뵈요.”


그렇게 로이는 갔다. 마차는 다시 적막감과 심심함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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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3장 21.05.18 300 5 13쪽
3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2장 21.05.11 321 5 8쪽
2 아스톨리아의 불꽃 1부 1장 21.05.04 40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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