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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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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2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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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7,732

작성
21.09.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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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글자
12쪽

6. 형주의 위기

DUMMY

성도에서부터 전속력으로 유선을 쫓은 조운의 추격대. 2천기라는 결코 많지 않은 병력을 이끌고 이동하는 것이라 제법 빨랐지만, 그걸 감안해도 믿기지 않는 속도로 상용까지 도달했다.


유선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먹고 자는 시간까지 최대한 줄이며 온 조운이다. 물론 그가 이리 빨리 상용까지 도달한 건 그가 서두른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유선이 가출한 것치고는 자신의 경로를 뻔히 알 수 있도록 여기저기 흔적을 남긴 탓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던 조운이지만 곧 그 이유를 추측해냈다.


‘호위대 군사들 중에 그나마 머리가 제법 돌아가는 이가 있구나. 왕태자 전하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이런 식으로 우리 추격대에 도움을 줘서 빨리 따라잡히도록 하게 만들었구나.’


조운은 그렇게 유선의 흔적을 따라가며 금방 그를 따라잡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생각보다 유선의 속도는 더 빨랐다. 결국 상용까지 왔음에도 유선을 찾지는 못했다.


‘이 정도라면 분명 따라잡았어야 정상인데.... 아무리 왕태자 전하와 그 호위대의 규모가 작다지만 마차로 이동하는 만큼 느릴 수밖에 없는데....’


상용성까지 와서 점점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낀 조운. 4명의 사내가 그의 앞으로 다가오며 그의 상념을 깼다. 상용 쪽을 맡고 있던 유봉과 맹달, 그리고 신탐, 신의 형제들이다.


유봉은 유비의 아들이지만 조운을 상대로 깍듯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어쨌든 유봉은 유비의 친아들도 아니고, 능력으로나 명성으로나 조운과는 비교될 수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군.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곳 상용까지는 어인 일이십니까? 혹시 성도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입니까?”

“왕태자 전하께 상당히 심각한 일이.... 아니오. 아직 무슨 일이 생겼을 리가 없지. 절대 그래서는 아니 되고.... 큰일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이리 왔소.”


조운은 유선에게 큰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려다가 얼른 말을 고쳤다. 그런 조운의 말에 유봉을 비롯한 네 명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왕태자 전하께서 이곳으로 오시지 않았소?”


유선이 여기 오지 않았냐는 질문에 유봉은 크게 놀란 눈치다.


“왕태자 전하께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 그럴 리가요.... 전혀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유봉의 대답에 조운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이미 상용을 지나쳐간 것이 틀림없었다.


“휴우! 한중성도 들리지 않고, 지나쳐가신 것 같더니, 결국 여기도 마찬가지였군.”


조운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우려했던 대로 유선이 이미 형주로 가버린 것 같았다.


결국 조운은 제갈량이 일러준 대로 이곳 상용의 군사를 쓰기로 했다.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소. 나는 기병들과 말들을 잠깐 쉬게 하고 바로 형주로 갈 것이오. 그리고 이 곳 상용의 군사들을 좀 빌리겠소.”


조운의 일방적인 통보에 네 사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시종일관 조운에게 저자세로 나왔던 유봉도 얼굴이 크게 굳어 있었다.


그때 유봉 뒤에서 관망만 하던 맹달이 처음으로 나섰다.


“조운 장군. 아무리 그대가 오호대장군이라 하나 이것은 지나친 월권행위요. 이곳의 책임자는 엄연히 여기 있는 우리들이오. 그런데 어찌 우리가 이끄는 군사들을 그리 사사로이 쓰겠다고 하시오.”


어떻게 보면 기 싸움을 하겠다는 것 같았다. 조운이 그런 기 싸움을 즐길 인물도 아니고, 무엇보다 지금은 한 시가 급했다. 여러 말을 하기보다는 간단히 해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바로 품속에서 유비의 인장을 들이미는 조운.


“이것은 내 사사로운 요구가 아니오. 한중왕 전하의 어명이오.”


유비의 명이라는 것을 확인하니 네 사람은 또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조운이 유비의 인장까지 내밀었으니, 그들도 꼼짝없이 조운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네 사람의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당장이라도 인장 앞에 무릎을 꿇고 어명을 받드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면서 계속 머뭇거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유봉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그냥 기 싸움, 자존심 싸움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유비의 명이라는데도 당장 받들지 않고 이런 식의 반응이라니 뭔가 수상했다.


하지만 조운은 당장 유선을 찾는데 신경이 몰려 있어서 네 사람의 꺼림칙한 반응을 신경 쓰지 못했다.


“정확히 2시진 후, 형주로 출발할 것이오. 그때까지 병력 3만을 준비해 두시오. 그것도 최정예로 준비하시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왕태자 전하의 안위와 관련된 일이오. 그러니 괜한 불만을 가지지 말고 최대한 협조를 하시기 바라오.”

“명 받들겠습니다... 장군....”


약간 강압적인 조운의 통보에 유봉은 네 사람을 대표해서 조운에게 대답을 한다.


조운에게 쉴 자리를 마련해주고 병영으로 길을 떠나는 네 사람.


불만이 가득한 표정 속에 숨길 수 없는 불안감을 내비친 맹달이 조심스레 입을 연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장군.”

“아버지의 어명까지 있는데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장군. 일단은 따르는 수밖에요.”

“하지만 그리하면 우리의 계획이 모두 수포가 되지 않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그간 관 장군의 요청을 무시한 것도 모두 들통이 날 텐데...”

“일부 잘라내는 한이 있더라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발톱은 숨길 필요가 있습니다. 후우! 관우의 요청을 무시한 것은 어떻게 무마시킬 방도가 있을 겁니다. 일단 저들의 요청대로 우리군 3만을 준비토록 하지요.”


유봉의 말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맹달과 신탐 형제.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은 조운이 쉬고 있는 거처를 쏘아보고 있었다.


**


“전하. 저기 길목부터가 형주입니다.”

유선은 드디어 형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고된 여정이었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비하면 그야말로 꽃길이라 볼 수 있었다. 이제부터 피가 튀고 살이 찢기는 지옥도의 시작이리라.


그 때 유선일행의 눈에 한 남자가 들어 왔다. 급하게 산을 타고 올라온 듯 온 몸을 헐떡거리고 있는 사내였다. 그 사내는 유선의 군대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수상한 자다! 저 놈을 잡아 와라.”


장포의 명에 호위대들이 남자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남자는 칼까지 휘두르며 저항을 하려 했으나, 호위대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포박 당한 채로 끌려오는 정체불명의 사내.


“놔라! 이놈들아! 난 급히 할 일이 있단 말이다!”


거칠게 반항하던 그 사내는 결국 무릎을 꿀린 채 유선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사내는 유선을 보자마자 곧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뭐야? 왜 날 보고 그리 놀래? 잠깐! 그러고 보니 이 새끼 어디서 본 적이 있는 놈 같은데?’


유선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 남자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튀어 나왔다.


“와, 왕태자 전하?!”


놀랍게도 상대는 유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유선도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요, 요화 장군....?”


상대는 수상한 자가 아니었다. 그는 촉의 장수인 요화였다. 촉한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한 충신으로서 나름 역사적 의의가 있는 인물이다.


다른 시기도 아닌 지금 219년도, 형주와 상용을 잇는 길목에서 만난 요화. 유선은 요화와의 만남과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금 시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시점인지 판단할 수 있었다.


‘잠깐! 요화가 여기 있다는 말은....! 맥성에서 관우가 마지막으로 상용에 구원을 요청하는데, 그 요청을 전달하러간 전령이 바로 요화였다. 그 말인즉슨, 지금 관우의 상황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라고 봐야겠지. 젠장! 늦을까 봐 한중도, 상용도 들리지 않았는데 결국 늦었단 말인가? 아니다! 포기하지 말자. 아직 최악의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요 장군. 지금 숙부님의 명으로 상용으로 가시는 겁니까?”

“그, 그렇습니다. 전하. 헌데 전하께서 어찌 그걸....?”

“잘 되었습니다. 지금 장군께 긴히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아니. 왕태자인 나의 명으로 하겠습니다.”


평소 자신이 아는 유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현재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요화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전하! 신은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인지, 그리고 전하께서 하시는 말씀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전하께서 왜 여기 계신 것입니까? 그리고 관 장군이 신에게 내린 명에 대해서는 또 어찌 아셨습니까? 그리고 전하께서는....”


정신없이 이것저것 유선에게 묻던 요화도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예전 아두는 대체 어디 갔냐는 질문을 정말 입 밖에 내뱉을 수는 없으니까. 요화가 무엇을 물을 것인지 대충 눈치 깐 유선이지만 아랑곳 않고 재빨리 답했다.


“지금 시간이 없으니 아주 짧게 설명 하겠습니다. 지금 형주에서 일어나는 변고를 예측한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바로 그 변고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아니 그래도 여기 있는 나와 군사들뿐만 아니라 추격... 아니. 후속부대가 지금 상용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어쩌면 상용에서도 이미 출발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니 내가 지금 장군께 내릴 명은 이것입니다. 장군은 속히 상용으로 가서 나를 따라온 후속부대에게 관 숙부가 있는 곳으로 오라 이르시오.”


유선이 나름 설명을 했지만 요화는 역시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전하! 신은 아직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전하는 어쩌시려고 그런 명을 내리십니까?”

“나는 형주로 가서 숙부를 구할 겁니다.”


유선의 답에 요화는 경악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는 곧 언성을 높여 크게 외쳤다.


“전하! 지금 무슨 말도 아니 되는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전하께서 관 장군을 직접 가서 구하시다니요. 아무리 철이 없으셔도 그런.... 절대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차라리 전하께서 상용으로 가시옵소서. 소신께 여기 호위대 일부만 주시면 소신이 가서 관 장군을 구하겠나이다.”


신하임에도 노발대발하며 유선을 질책했다. 말만 존대지 사실상 ‘떽! 어린노무 새끼가 못 하는 말이 없네!’하며 나무란 거나 다름없었다.


‘젠장! 한가하게 여기서 요화에게 내가 달라졌다는 걸 일일이 알려주며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다.’


유선은 허리춤에서 도를 뽑아들며 요화에게 외쳤다. 아기발도가 자신의 몸을 지배했던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말이다.


“지금 무엇 하는가?! 이것은 왕태자로서 그대에게 내리는 명이다! 지금 왕태자의 명을 거부하겠다는 것인가?! 요 장군은 속히 명을 수행하라!”


그 모습에 요화는 어안이 벙벙했다. 갑자기 나온 나이와 전혀 맞지 않는 유선의 위압적인 모습. 물론 유선을 그리 많이 봐온 것은 아니지만, 요화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유선의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장포가 이해한다는 듯 요화에게 슬쩍 말했다.


“요 장군님. 형주의 변고를 알아차리신 분이 바로 왕태자전하십니다. 지금은 이해가 잘 아니 되시겠지만, 일단 전하의 명대로 속히 상용으로 가서 후속부대를 데려 오시지요. 최대한 빨리 오셔야 합니다.”


요화는 정신 나간 표정으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선이 명을 내릴 때는 정말 관우나 장비가 직접 화를 내며 명을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순간 들었다. 그만큼 위압감이 넘치는 추상같은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는 여전히 12살짜리 아두가 있다.


“예.... 명... 받들겠습니다...”


그 괴리감에 요화는 혼이 나간 사람처럼 대답하고는 상용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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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여 +3 21.10.07 2,497 59 12쪽
22 22. 이번에는 믿어보자 +4 21.10.05 2,609 6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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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아끼다 똥 된다 +3 21.10.02 2,623 58 12쪽
19 19. 가자! 강릉으로 +5 21.10.01 2,551 57 11쪽
18 18. 병법은 모르지만 +4 21.09.30 2,570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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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죄는 공으로 씻으라 +5 21.09.28 2,671 5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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