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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6,969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0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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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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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글자
11쪽

21. 도독의 눈물

DUMMY

여몽은 성루 위에서 담웅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희망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럴 수가....! 관우나 조운의 지략이 이토록 좋았던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신예 모사가 있는 것인가?’


여몽은 강릉을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써보았다. 그러나 상대는 마치 그걸 다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파훼해 버렸다. 여몽은 자신이 마치 상대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몽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복기를 해보았다.


‘대체 어찌하여 이리 된 것이지? 반준을 이용하여 공안을 치려던 것이 아니었나? 그럼 반준의 말이 사실이었단 말인가?’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단순히 이번 강릉성 전투만 잘못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관우를 잡기 직전까지 갔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촉군이 먼저 등장하여 계획에 제동이 걸렸지. 그리고 그 이후 조운의 원군까지 나타나면서 완전히 우리 계획이 물거품이 됐고....’


결국 그 정체불명의 촉군이 등장한 이후부터 제대로 풀리는 게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마지막 수 싸움마저 완벽히 저버렸으니 더는 강릉을 지킬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여몽을 보좌하던 주연도 그 사실을 알고 여몽에게 다급하게 청했다.


“도독.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나보고 이 강릉성을 버리라는 뜻이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


주연이 재차 말했지만, 여몽은 미련이 많이 남은 듯했다.


“반준이 했던 말이, 그가 가져온 관우의 서신이 모두 사실이었다니.... 혹시 반준도 아직 남아 있소?”

“주군께서 이미 데려가셨습니다.”

“크윽! 내 실책이오. 내가 주군께 반준을 믿지 말라고 나서지만 않았다면....”

“도독! 왜 지나간 일로 자꾸 자책을 하십니까? 그 당시 반준의 행보를 보면 그 누구라도 의심을 했을 것입니다. 도독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쨌든 지금은 지난 일을 가지고 자책을 하실 때가 아닙니다. 이제 곧 촉군이 성벽을 넘을 것입니다. 그 전에 빨리 강릉을 탈출하셔야 합니다.”


주연은 애타게 여몽을 재촉했다. 하지만 여몽은 결심을 내린 듯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섰다.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탈출? 천만에! 나는 탈출하지 않을 것이오. 주연 장군. 애써 되찾은 강릉을 다시 빼앗기는 이 수모는 결국 내 오만과 오판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오. 형주를 되찾는 것이 주군의 오랜 숙원이라는 것을 그대도 잘 알지 않소. 그런데 내 실수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강릉을 빼앗기고 주군의 숙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니 이 죄는 자결로서 사죄해도 부족하오. 그러니 나는 이곳에서 최후를 맞이함으로서 내 죄를 씻겠소. 그러니 그대 혼자 탈출하시오.”


여몽의 말에 주연은 대경실색했다. 탈출을 위한 시간은 점점 사라지는데 가장 중히 챙겨야 할 인물이 요지부동이다.


“도독! 약한 소리 마십시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도독이 있어야 형주복속을 마치고 이 날의 치욕을 갚을 것 아닙니까? 도독께서 여기서 스스로 죽으신다면 도독을 따르는 이 많은 군사들은 다 어찌합니까? 한 번의 실수보다 끝까지 주군을 보필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불충이라는 것을 진정 모르십니까?”

“나 말고도 대업을 이룰 사람은 많소. 육손도 있고 주연 그대도 있지 않소이까? 강릉에 남은 군사들은 그대가 이끌고 탈출하시오.”


여몽은 이 자리에서 죽을 생각이었다. 주연은 도저히 말로 설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도독.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이제 가려는 것이오? 내 배웅은 해 줄 수가 없.... 컥!”


퍼퍽!!


주연은 조용히 눈을 감은 여몽의 뒤통수를 칼등으로 내리쳤다. 방심하고 있던 여몽은 그대로 기절했다.


주연은 말로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으니 무식한 방법으로라도 여몽을 데리고 갈 생각이다.


“대도독을 뫼셔라! 어떻게든 도독과 함께 이곳을 탈출한다!”


결국 정신을 잃은 여몽을 대신하여 주연은 동오군을 이끌고 강릉성 탈출을 감행했다. 물론 그 과정은 매우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성 사방에서 촉군이 물밀 듯이 쳐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릉성을 포위하여 들어오는 촉군과 탈출하려는 동오군. 필연적으로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여몽이다! 주연도 있다! 저쪽으로 도망친다!”


성벽을 넘은 촉군 몇몇이 강릉성 안으로 들어온 후 여몽과 주연을 발견했다. 당연히 그냥 보내줄 생각은 전혀 없는 촉군이다.


“잡아라! 절대 놓치면 아니 된다!”


성 안 곳곳에서 촉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벽을 넘은 촉군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이대로라면 곧 강릉성 안의 모든 길목을 촉군이 다 차단할 기세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까지 촉의 명장 중에서는 주연과 여몽을 발견한 이들이 없었다.


덕분에 주연은 자신을 가로막는 촉군을 어렵지 않게 물리치고 퇴각로를 확보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주연의 경우다. 나머지 동오군들에게는 사방에서 달려드는 촉군 병사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협이었다.


주연은 남은 군사들을 수습할 정신도 없었다. 여몽을 무사히 데리고 탈출하는 것만 집중해도 모자랐다. 결국 남은 동오군 군사들 대부분을 미끼로 쓴 채 간신히 동문 쪽의 퇴각로를 마련할 수 있었다.


공성전이 사실상 끝났을 때의 동오군 병력은 대략 팔천 기였다. 하지만 어느새 주연의 곁에는 오천여 기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주연은 촉군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서 일부러 군사들의 군복을 벗게 했다.


“모두 군복을 벗고 동오군이라는 표식을 최대한 숨겨라!”


그런데 그것 역시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 같이 쫓아오는 촉군들이 있었다. 그래도 죽을 동 살 동 퇴로를 뚫으니 결국은 뚫렸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동문을 빠져나온 주연은 남은 군사들을 수습하니 이제 남은 병력은 겨우 삼천여 기다.


정신없이 탈출을 하는 소란스러운 상황이라 그런지 여몽은 금방 깨어났다. 정신을 차린 여몽은 주연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그 이상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리 빠져나온 거 다시 들어가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속죄할 기회를 그대가 빼앗았구려.”

“도독.... 지난 일은 잊으시지요. 계속해서 도독께서 남은 군사들이라도 이끄셔야 합니다. 공안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주군께서 계신 오림으로 가시겠습니까?”

“오림으로 가겠소....”


패잔병들과 함께 떠나는 주연과 여몽의 뒷모습이 매우 쓸쓸해 보였다.


**


관우는 강릉성 성루에 올라 감개무량한 눈빛으로 강릉성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조운이 데리고 온 군사들로 다시 강릉을 탈환해야 한다며 큰 소리는 쳤었지만, 관우 스스로도 이리 빨리 강릉을 되찾을 줄은 몰랐다.


‘너무도 빨리, 그리고 너무도 쉽게 수복했지. 이제는 더 이상 선이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상한 일이었다. 조카인 유선에 대해 애틋한 마음과는 별개로, 전장에서 유선은 그냥 짐짝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니. 짐짝이면 버릴 수나 있지, 함부로 버리지도 못하고 애지중지 모셔야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전혀 되지 않는 짐짝, 딱 그 수준이었다. 하지만 관우는 돌이켜보니 바로 그 짐짝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유선이라는 짐짝이 관우에게 들어온 이후로 매 번 손쉽게 승리를 하고 모든 일이 잘 풀려가고만 있었다.


관우는 복잡한 눈으로 유선을 바라보고 있다. 유선은 현재 병사들을 챙기고 있었다. 부상자는 얼마나 되고, 또 병사들의 생각은 어떤지 말이다. 촉군만 챙기는 게 아니었다.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포로를 한 곳에 모으라고 지시를 하는 등, 전장에 관한 살림을 전반적으로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고 봐야했다.


분명 아두 유선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행동이었다.


‘예전의 선이었다면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침상으로 가서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먹을 것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는 유선은, 과거 의용군 오백을 모아 황건에 맞설 때, 의용군 하나하나 손수 챙기던 형님의 모습과도 같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군.’


이제까지는 그저 귀여운 조카였던 유선이 이리도 듬직해 보일 수 없었다.


“아! 거기! 부상자는 여기가 아니라 저기라니까! 아! 거 참 말 더럽게 안 듣네. 평이 형님. 저 좀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전하. 모두들 빨리빨리 움직이지 못하겠는가! 왕태자 전하의 분부시다.”


‘허허! 선이를 보는 눈이 바뀐 것은 나뿐이 아니구나. 이전에는 그리도 선이를 경시했던 평이조차 태도가 저리 바뀌다니. 마치 예전의 형님과 내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관우가 흐뭇한 표정으로 유선을 보고 있는데 유선이 갑자기 병사 하나를 따라 어디론가 이동했다.


‘음? 어디로 가는 것이지? 강릉을 되찾고 아직 완전히 정비한 건 아니라서 아무데나 가면 위험할 텐데.... 제지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관우는 그냥 유선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유선이 안내하던 병사를 따라 도착한 곳은 어느 저택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대체 왜 온 것이지?’


관우가 궁금해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택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하! 숙모님! 여기 계셨군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숙모라고....?’


관우는 유선이 숙모라고 부를 만한 인물이 누구인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곧이어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관우에게 아주 낯익은 목소리였다.


“서, 선이....? 아니. 정말 왕태자 전하십니까?”


‘이 목소리는....?’


곧이어 유선의 목소리와 젊은 남자의 목소리도 들렸다.


“색 형님도 무사하셨군요. 숙모님과 색 형님까지 다 무사하시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왕태자 전하....”


그 젊은 남자의 목소리 역시 관우가 익히 아는 목소리였다.


관우는 순간 멍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저택을 쳐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인.... 색아....”


그렇다. 이 곳 강릉에는 관우의 처와 아들딸이 있었다.


강릉을 탈환한 기쁨에만 빠져 이 곳에 있는 처자식들은 전혀 생각을 하지 못한 관우였다. 하지만 유선은 누구보다 먼저 관우의 처자식들을 찾았던 것이다.


관우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부인....”

“사, 상공!”


생각지도 못한 관우의 등장에 관우의 아내와 관색, 그리고 나머지 처자식들 모두 눈물을 흩뿌렸다. 어쩌면 평생 다시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이리 재회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관우와 부인, 그리고 관우의 아들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그 뒤에서 유선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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