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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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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77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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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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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3쪽

29. 남부의 불청객

DUMMY

무리한 명령을 받고 할 말을 잃은 유봉. 그를 대신해서 맹달이 나섰다.


“전하! 유봉 장군과 소장들은 한 시라도 이곳에 빨리 오기위해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강행군을 이어왔습니다. 이런 소장들에게 너무하신 처사가 아닙니까?”


맹달은 살짝 분노한 기색을 유선에게 그대로 드러냈다.


‘이리 강하게 나가면 저 심약한 놈은 금방 꼬리를 내릴 것이다. 처음부터 이리 나갔어야 했다.’


그런 맹달의 기대와는 달리 유선은 여전히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재차 명을 내렸다.


“너무하다니요? 지금 형님과 그대들이 얼마나 늦게 오신 줄은 자각하고 있습니까? 늦게 오셨으면 그만큼 일을 더 하셔야 될 거 아닙니까? 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 형님께서 데려온 병력 중 25,000은 이곳에 두고 나머지 5,000을 데리고 어서 공안을 지원하러 가세요.”


이번에는 유선의 입에서 좀 더 구체적인 명령이 내려졌다. 그 구체적인 내용에 유봉과 맹달 등은 아까보다 더 크게 놀랐다.


“어,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이들은 모두 상용의 군사들입니다. 이들에게 명을 내릴 수 있는 건 여기 유 장군과 소장의 권한입니다. 설마 관 장군의 원군 요청에 제때 응답을 하지 못한 보복을 여기서 하시려는 겁니까? 관 장군의 명에 응답할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결코 유봉 장군의 의사가 아니었습니다. 상용태수 신탐과 알력다툼이 있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소장도 그들에게 속아 잠깐 거기에 발을 들였습니다. 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어찌 구원군을 보내겠습니까? 그러니 지난 문제는 덮어두고 왕태자로서 넓은 아량을 보여주시지요.”

“형님과 그대들이 늦게 온 것에 대해서 보복하자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그대들이 늦었으니 상황이 그만큼 어려워졌고, 그래서 서두르라고 하는 것입니다.”

“상황이 어렵다니요? 소장이 알기로는....?”

“그대가 알기로는? 신탐과의 알력다툼에 원군도 못 보낼 정도로 정신이 없다고 해놓고서는 이쪽 상황을 잘도 알고 있군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곡을 찌르는 유선의 질문에 맹달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참담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맹달 대신 유봉이 나섰다. 이제 유봉은 굉장히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송구합니다. 전하. 맹 장군의 뜻은 그런 게 아닐 겁니다. 전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맹달은 더 따지고 싶었지만 유봉이 저 자세로 나가니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결국 유선의 명을 모두 받아들인 채 유봉과 맹달이다.


“그럼 한 시가 바쁘니 어서 나가주시지요. 형님. 맹 장군.”


유선의 축객령에 유봉과 맹달이 나갔다. 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는 유선의 눈동자는 싸늘했다.


‘흠! 한바탕 할 각오를 하고 그런 명을 내리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군.’


유선은 유봉으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예전에 느꼈던 반장이나 주연 등이 상용에서 당연히 병력이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던 모습이 지금 이 상황과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는 느낌도 들었다.


‘확실히 이상해. 무엇보다 중간에 조조군이 분명 있었을 텐데, 상용에서 이곳까지 아무런 전투 흔적 없이 올 수가 있다고? 분명 뭔가 있다.’


유선의 마음속에서 유봉에 대한 의심이 점점 커졌다.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유봉에 대한 실마리가 어느 정도 잡혀갔다.


‘그렇군! 모든 퍼즐은 맞춰졌다. 지금까지 유봉이 시간을 질질 끌고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것, 원래 내가 알고 있는 역사와는 달리 유봉과 맹달의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다는 것, 사이가 나쁜 척 했다는 것, 그리고 반장과 주연은 절대 상용에서 오는 군사가 없을 거라고 했다는 것. 유봉이 조조군을 이리 쉽게 뚫고 올 수 있었던 것.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보니 하나로 통하는군. 유봉은 손권과 밀약을 맺었다. 아무래도 양자라서 왕태자가 되지 못하고 변방에서 떠도는 신세가 되니 외세의 힘을 빌리기로 작정한 것이지. 원래 역사에서는 손권과의 모종의 밀약이 틀어졌기에 결국 유비에게 죽으면서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고....’


숨겨진 유봉의 진실에 대해서 깨닫게 되는 유선. 이제 그의 기억에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던 좋은 형님이었던 유봉은 없다.


‘유봉 입장에서 결국 내가 형주로 갔다는 소식은 절호의 기회였을 터, 손권에게 정보를 주면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셈이니까....’


유봉의 검은 의도를 알아차린 유선. 그는 사실을 깨닫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왜냐하면 최근 손권에게 반준이 떨어져 나옴으로서 적절히 이용할 만한 첩자가 없어 고민이었는데, 그게 다시 해결이 된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축객령을 받고 나간 유봉 역시 유선이 있는 거처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 왕태자의 명을 순순히 따르겠다고 한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젠장. 아두 따위에게 이 무슨 망신이란 말인가.”

“참으소서. 대계가 코앞입니다. 그런데 어찌 유선의 명을 들으신 겁니까?”

“훗! 맹 장군. 거기서 내가 난동을 부린다면 유선이 죽는다 하더라도 나에게 좋은 여론이 생길 리가 없지 않소? 맹 장군도 명심하시오. 나는 아버지의 인정 속에 떳떳하게 왕태자 자리에 오르길 원하오. 그리고 손권의 병력은 오림이 다가 아니오. 얼핏 보면 강릉도 뺏기고, 공안까지 뺏긴다고 하더라도 형주 4군이 있소. 그 쪽에서 병력이 올라온다면 적어도 혼전상황까진 갈 것이오. 유선을 제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지요.”

“흐흐! 역시 유봉님은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이제 저 아두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형주 무릉의 이도현.


형주에서도 남쪽에 위치한 이곳은 최근 전쟁의 풍파를 제대로 맞았다. 원래는 유비의 땅이었던 이곳은 여몽이 강릉을 차지하면서부터 그 주인이 바뀌게 됐다. 무릉이 강릉 이남 지역인 만큼 강릉을 차지한 동오군의 영향력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여몽이 강릉을 점령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육손이 형주 이남 지역을 순회하면서 완전히 손권 휘하의 땅이 되고 말았다.


사실 오나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비의 땅을 뺏은 것도 아니었다. 원래 이곳 형주는 오나라에서 유비에게 빌려준 땅이었으니, 사실상 대여해준 땅을 다시 돌려받은 것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후! 이제야 좀 살만하군. 이 정도면 민생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거 같구나.”

“고생하셨습니다. 현령님. 냉수 한잔 드시죠.”


지역 시찰을 돌면서 이도현 백성들을 안정시킨 이도현의 현령 개구. 그는 사실 원래부터 이 곳 이도현의 현령은 아니었다.


개구가 원래 이곳에 사는 사람은 맞았지만 현령은 따로 있었다. 그가 현령이 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동오군의 침략이었다.


동오군이 쳐들어와 강릉을 점령하는 날 개구는 이를 자신의 출세 기회로 삼았다. 그리하여 동오군에 빌붙은 그는 동오군이 이곳을 점령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현령이 될 수 있었다.


이도현의 토박이들은 그런 개구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았지만, 강력한 동오군을 뒷배로 삼고 있는 그에게 반기를 들 수 없었다. 이제 막 현령이 된 개구도 무작정 권력만 앞세우지는 않았다.


원래 지지기반이 약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현재 형주 남부를 정리하고 있는 동오군의 대장인 육손의 방침이 민생을 최대한 돌보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령이 된 직후에 백성들이 보내는 눈초리는 좋지 않았지만, 그 이후의 행보 덕분에 그냥저냥 인정을 받으며 현령으로 안착했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개구는 오나라 체제 하에서 이곳 모두에게 인정받는 현령이 될 터였다.


물론 유비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는 했다. 탈환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땅이기에 항상 주의가 필요했고, 이곳 이도현은 익주에서 마음만 먹으면 산을 타고 언제든 넘어올 수 있는 지역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위험할 수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동오군의 군사들이 항상 일정 이상 주둔하고 있었다. 그만큼 개구는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아무튼 자네도 고생했네. 그러니 오늘 밤 만큼은 간만에 달밤을 안주삼아 술이나 한잔허세.”

“좋습니다. 현령님.”


개구는 별 생각 없이 치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치소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난데없는 한기가 온 몸에 도는 걸 느꼈다.


‘뭐지? 무슨 한기가....? 방금 마신 냉수 탓이려나...? 그런데 왜 군사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지?’


항상 치소를 지키는 군사들이 있었는데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개구는 그때까지도 별 생각이 없었다.


아무 의심 없이 치소 안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목에 날카로운 쇠붙이의 감촉이 느껴졌다. 개구는 크게 헛바람을 들이키며 외쳤다.


“흐어억!! 누, 누구냐?!”


개구의 목에 날카로운 쇠붙이를 붙인 사내는 낮게 으르렁 거리며 개구를 위협했다.


“닥치거라. 이놈아. 지금부터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해라. 묻는 말 외에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다가는 당장 네 놈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으흐어억! 아, 알겠습니다.”


그때 바로 뒤따라 들어온 관리가 이 광경을 보고 소리쳤다.


“네놈은 누구냐?! 감히 이 분이 누구신줄 알고...! 크억!”


관리의 외침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화살 하나가 날아와 그의 목을 관통한 것이었다.


개구는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봤다. 거기에는 한 무리의 군사들이 있었고, 그들의 발밑에는 이곳 치소를 지키는 동오군 군사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개구는 처음에 단순히 자신을 암살하기 위해 암살자를 보낸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군대를 보낸 거라면 단순히 그런 것은 아니리라.


개구에게 쇠붙이를 들이댄 사내는 당장 그를 죽일 마음은 없는지 말을 이었다.


“꼭 이리 좋은 말로 하면 못 알아 쳐듣는 놈들이 있지. 어이! 현령. 너는 그런 한심한 놈은 아니길 바란다.”

“아, 아, 아닙니다! 아니고 말고요! 제가 눈치가 어찌 빠른데 그런 한심한 놈들과 같은 짓을 하겠습니까? 솔직히 그런 멍청한 새끼는 죽어도 그냥 자연사 아닙니까?”

“크흐흐! 내 말이 그 말이다. 이제 말이 좀 통하는 놈을 찾은 것 같군. 좋아. 다시 말하겠다. 우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라.”


처음 개구에게 날붙이를 들이댔던 험상궂은 외모의 사내 대신 곱상한 외모의 사내가 나왔다. 그리고 그 사내는 개구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우락부락한 사내와는 달리 곱상한 사내는 별로 위협도 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곱상한 사내의 질문이 묘했던지 개구는 자기도 모르게 홀린 듯 순순히 모든 것을 불었다.


“예... 그러니까 저는 육손 장군의 명으로 이곳의 현령이 되어.... 아마 지금쯤 강릉 이남 지역은 모두 동오에 복속이 되었을 겁니다.”


미남자는 질문을 다했는지 우락부락한 사내에게 신호를 주었다.


“흐흐! 좋군. 이제 들을 건 다 들었다. 여봐라! 이 놈을 옥에 가둬라.”


우락부락한 사내의 명에 대경하는 개구.


“흐억! 사, 살려주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흐흐흐! 옥에 가둔다고 했지 언제 죽인다고 했더냐?”


개구를 옥으로 보낸 우락부락한 사내는 미남자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군사! 이제 들을 것도 들었으니 어서 가시지요.”


미남자는 희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장군. 그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너무 서두르면 될 일도 아니 되는 법입니다. 오늘은 밤이 너무 늦었으니, 이곳에서 보내고 내일 새벽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쩝! 알겠소이다. 군사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서로를 군사, 그리고 장군이라고 지칭하는 둘. 그리고 그 둘과 함께 있는 무장한 자들을 봐도 확실히 일반적인 도적이나 건달패거리로는 보이지 않았다.


잠을 청하기 위해 침소에 들려던 미남자는 방 안으로 들어가기 전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장군성... 저 별이 크게 흔들리고 있구나. 조만간 큰 인물 하나가 세상을 뜨겠군.”


하지만 말을 마친 사내의 입가엔 미소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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