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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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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72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09.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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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글자
12쪽

15. 계급이 깡패다

DUMMY

유선의 선택은 결국 양홍 신물이다.


‘오오오!! 이 기분은....?!’


아기발도나 퉁두란 신물을 썼을 때와는 다른 형태로 기분이 남달라졌다.


처음에는 양홍이란 인물에 대해 무시했지만, 역시 원래 유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삼국지에서 이름이라도 한 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범인(凡人)이 아니다. 하물며 나름 원술의 지모를 담당했던 양홍은 오죽하겠는가.


갑자기 머리가 상쾌해지면서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눈에 잘 들어왔다. 적 진영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무슨 뜻인지, 앞으로 전황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머릿속에 떠올랐다.


마치 준우가 처음 스타크래프트를 접했을 때와 나중에 지겨울 정도로 많이 했을 때의 차이인 것 같았다. 처음 할 때는 상대가 무슨 유닛을 얼마나 보낸다고 해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고 그냥 눈뜨고 당했지만, 어느 실력이 붙었을 때는 지금 타이밍에 날아오는 셔틀 하나만 보고도 그것이 치명적인 견제공격인지 아니면 단순 페이크인지 판단할 정도로 보는 눈이 달라졌으니까.


‘흐음.... 일반적으로는 총 지휘관은 보통 후방에서 전장을 전체적으로 지켜보면서 판세를 읽고 거기에 맞춰 지휘를 할 뿐이다. 총 지휘관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 관우 같이 호전적인 지휘관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할 정도로 위기라는 뜻이지. 하지만 한당은 관우처럼 지나치게 호전적이지도 않고, 아직 동오군이 끝장 날 정도로 위기에 몰린 것도 아니다. 그 말인즉슨, 지금 한당의 움직임은 자신이 미끼가 되어 다른 무언가를 노리기 위한 계략이다.’


방금 전까지는 복잡한 전장을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몰랐던 유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이 미끼를 통해 계략을 쓰려 한다는 게 눈에 쏙쏙 들어왔다.


‘지금 전방에 나와 관우와 조운의 눈을 교란시키는 한당과 주변 군사들은 미끼다. 그렇다면 적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다른 곳이 있다는 건데....’


유선의 눈이 다시 전장 곳곳으로 핑핑 돌아갔다. 매의 눈으로 적 진영을 노려보던 유선은 적 후방에서 은밀히 돌아가는 일련의 군사들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향하는 목적지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었다.


‘저들이 향하는 곳은....? 그렇군! 우리 쪽이었구나! 관우가 이끄는 중군, 조운이 이끄는 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이곳을 노리겠다는 속셈이렷다?’


전방에서 한당에 시선이 팔려 있는 관우와 조운은 그걸 까맣게 모르는 눈치였다.


유선은 적의 움직임과 아군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대로라면 우리 좌군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군이 반드시 패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중군과 우군의 기세가 대단하니까. 하지만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우리가 패할 수도 있다. 반드시 대비를 해야 한다.’


적군의 의도를 파악한 유선, 그와 동시에 대응책 역시 바로 떠올랐다. 확실히 모사로서 삼국지에 이름을 새긴 양홍의 능력은 범상치 않다.


“전군! 전진을 멈춰라. 그리고 무기를 바꿔라! 선두에 선 병사들은 창 대신 방패를 들고, 그 후방에 자리한 병사들은 창 대신 활을 들어라. 적의 갑작스런 공격에 대비할 것이다!”


유선의 갑작스런 명에 좌군의 군사들은 어리둥절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곳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자는 유선인 만큼 그의 명령을 듣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말 전쟁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12살짜리 어린아이의 명을 들어야할지 알 수 없는 그들이었다.


그때 장포가 큰 소리로 주위를 돌아보며 외쳤다.


“지금 뭣들 하느냐?! 왕태자 전하께서 명을 내리셨다! 감히 전하의 명에 항명을 하는 것이냐?!”


무시무시한 얼굴로 외치는 장포의 서슬에 군사들은 유선의 명대로 부랴부랴 무기를 교체했다.


한편 유선에게서 잠시 시선을 떼고 군사를 지휘하는 데만 신경 쓰던 관평은 휘하 군사들이 갑자기 전진을 멈추고 무기를 바꾸니 크게 놀랐다.


“다들 무엇 하는가? 왜 멈추는 것이냐? 왜 방패를 드느냐는 말이다.”

“그, 그것이.... 왕태자 전하께서 명을 내리셔서....”

“뭣이?!”


군사들을 다그치려던 관평은 곧 인상을 굳히고 유선을 노려봤다. 그리고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지금 무얼 하시는 것입니까? 전하.”

“형님. 지금 상황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유선의 대답에 관평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여기까지 와서도 그 전쟁놀음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인가?’


“지금 이게 단순한 전쟁놀이 같이 보이십니까? 여기 있는 3만의 군사들은 모두 목숨을 걸고 적군과 싸우고 있습니다. 왕태자 전하의 전쟁놀이에 덧없이 목숨을 잃어야 할 이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관평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그래도 유선을 대할 때 왕태자에 대한 예우는 철저하게 갖췄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놓고 유선을 비꼬면서 날 선 태도를 보였다. 그만큼 유선에게 화가 난 관평이었다.


“형님. 저는 지금 전쟁놀이를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군사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것도 아닙니다. 적군의 진영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우리가 가장 약한 곳인 걸 적들이 알고 기습을 해올 것입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비하기 위해 그런 명을 내린 것입니다.”


‘아두! 네놈이 뭘 안다고! 틀림없이 눈앞에서 창칼이 왔다 갔다 하니 무서워서 그런 것이겠지.’


관평의 생각은 당연했다. 어린나이임은 둘째 치더라도 유선은 생애 단 한 번도 총명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늘 철없는 모습만 보여줬었는데 어찌 그를 믿을 수 있을까.


“적군의 변화를 보셨다고요? 왕태자 전하께서 무얼 볼 줄 아신다고 그런 판단을 마음대로 내리십니까? 적어도 전투에 관해서는 전하보다 소장이 훨씬 잘 압니다. 그런데 소장의 눈에는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병법에 대해 아십니까? 전투 경험은 있으십니까? 지금은 아버님과 조 장군을 도와 적을 향해 진격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방금 전하의 명은 승기를 잡은 우리 군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은 결정이었습니다!”


관평의 눈에 적군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최전방에서 바로 앞만 보니 적군 뒤쪽의 은밀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관평은 유선이 그저 겁을 먹고 변명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저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며 방해를 서슴지 않는 유선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처음 보는 관평의 모습에 장포가 오히려 더 놀라 눈치를 살폈다.


“형님... 진정하십시오.”

“너도 정신 차려라! 전하께서 올바른 길로 가시도록 옆에서 충언을 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부추기다니!”


이제는 장포에게 성질을 내는 관평이다.


유선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무래도 관평은 자신을 단단히 불신하는 듯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그렇다면 이대로는 안 되겠군.’


유선은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낮지만 강한 어조로 관평에게 일렀다.


“관평 장군! 지금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나는 왕태자다! 일개 장수가 감히 왕태자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것인가? 그대가 아무리 공신인 관우 장군의 아들이라 할지라도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불충이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유선의 위엄 있는 음성이었다. 전혀 뜻밖의 모습에 관평은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왕. 왕태자가 이런 면모가 있었던가...?’


“관평 장군! 다시 묻겠다! 그대는 계속해서 왕태자인 내 명을 거역할 것인가?!”


생전 처음 보는 유선의 모습에 당황한 관평은 순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군사들이 자신과 유선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관평은 이를 악물었다. 결국 유선은 왕태자였고, 자신은 일개 장수였다. 군사들이 누구의 명을 들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크윽! 명.... 받들겠습니다....”


결국 관평은 유선의 명을 듣고 군사들이 무기를 바꿔 드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유선의 명을 따르는 것일 뿐, 그에 대한 악감정은 최고조로 오른 관평이다.


관평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군사들을 이끌었다. 그래도 군사들을 지휘할 때는 개인적인 감정을 내려놓고 유선의 명령 하에서 최선을 다했다.


“어서 무기를 바꿔 들어라! 거기! 아직도 바꾸지 않고 무얼 꾸물대는가?!”


좌군의 군사들은 어느새 모두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덕분에 좌군 앞에 있던 동오군 군사들은 정비할 여유를 얻고 중군 쪽의 동오군에 힘을 보태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중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관평은 그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탄식을 터뜨리고, 다시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유선을 노려보았다.


‘하아! 저 어리석은 놈 하나 때문에 아군의 승기가 이리 넘어가는구나.’


그때 동오군 군사들의 무리가 갑자기 갈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로 뒤에 숨어있던 군사들이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그들 역시 동오군이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강한 기세로 튀어나왔다.


“와아아아아!”


서성을 필두로 한 기습부대였다. 관평은 그 모습을 보며 크게 놀랐다. 정말 유선의 말대로 기습부대가 나타난 것이었다.


‘저, 정말 유선의 말대로 기습부대가 있었단 말인가....?!’


관평은 만약 대비 없이 그대로 갔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좌군의 2할 이상의 군사들이 크게 상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금은 유선의 명에 의해 철저히 방어태세를 갖춘 덕분에 큰 피해 없이 동오군 별동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한편 동오군 별동대를 이끄는 서성 역시 크게 놀랐다. 상대는 마치 기습을 해올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철저하게 방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막힌 것인가? 젠장!’


하지만 이미 빼든 칼이다. 서성은 좌절하지 않고 계획대로 기습을 감행했다. 관우나 조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성이 떨어지는 관평을 경시하는 마음도 있었다.


다시 격돌하는 동오군과 촉군. 선두에는 관평과 서성이 맞붙었다. 두 장수는 서로 한 치의 물러남 없이 팽팽한 싸움을 이어갔다.


그 때문에 군사들의 지휘에는 공백이 생긴 상황. 유선은 직접 군사들을 이끌며 관평의 공백을 메웠다.


“요화 장군! 궁병을 준비하시오.”

“예! 전하!”


미리 창 대신 활시위를 당기고 있던 요화는 유선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화살을 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활을 든 촉군 궁병들이 일제히 하늘 위에 활을 수놓기 시작했다.


이에 서성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진퇴양난이었다. 앞쪽의 기습부대는 방패에 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뒤쪽 열 역시 화살을 맞고 추풍낙엽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중군의 관우마저 좌군의 변고를 눈치 채고 달려왔다.


한당에서 잠깐 시선을 빼앗겼지만, 그의 오랜 전투경험으로 인해 늦지 않게 상황을 파악한 덕분이었다. 그래도 유선이 제때 방어태세를 갖추지 못했다면 제법 피해를 입었을 좌군이다.


관우는 좌군이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며 놀라고는 청룡언월도를 크게 휘두르며 좌군의 전투에 가세했다.


“서성! 이 쥐새끼 같은 놈아! 비열하게 기습을 하느냐?!”


관우까지 달려오자 서성은 여범의 작전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당장 눈앞의 관평을 상대로도 전혀 우위를 챙기지 못하고 있으니,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오히려 기습부대만 전멸할 판이었다.


“크윽! 아니 되겠다! 퇴각한다!”


결국 서성은 남은 군사들이라도 건지기 위해 줄행랑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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