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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6,880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12 18:50
조회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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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2쪽

27. 손권의 수난

DUMMY

강릉 쪽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하는 대부분의 병사들과는 달리 오림의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장수들과 모사들은 생각보다 얼굴이 평안해 보였다. 강릉으로 간 여몽의 동오군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사로잡은 유선을 어떻게 활용하면 촉과의 협상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갖은 상상을 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흐흐흐! 그냥 유선의 신변을 빌미로 관우에게 투항을 하라고 할까요?”

“어쩌면 관우가 아니라 유비가 직접 협상하러 올 지도 모르지요. 하하.”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소리에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밖에서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군사들이 훈련을 하는 걸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이 자리에 여러 신하들과 함께 있던 서성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소장이 알기로는 지금 이 시간에 훈련은 따로 없습니다.”

“그렇소? 서성 장군. 그럼 대체 이 시끄러운 소리는 대체 뭐란 말이오?”

“소장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서성은 밖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소리의 진위를 알아보려 나갈 채비를 갖추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고함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고, 정확히 뭐라고 떠드는 것인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렸기 때문이다.


“불이야!!”

“오림성 내의 온 창고가 불타고 있다!”


동오의 신하들도 불이라는 소리를 알아듣고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눈으로 직접 소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오림성 곳곳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뛰어다니며 혼란에 빠져있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갑자기 왜 이런 화재가 한두 군데도 아니고, 이리 곳곳에서 일어날 수가 있단 말입니까?”


모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가운데, 우번 혼자만이 이 혼란의 원인을 추측해낼 수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설마?! 서 장군! 여기 오림의 군사들 중 원래 촉군이었다가 항복한 이들이 있는가?”


서성도 우번의 질문이 가진 뜻을 이해했다.


“예. 우번님. 심지어 그들이 다수입니다. 우번님께서는 설마 그들이 이런 짓을 벌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내 추측이 맞을 걸세. 이건 한 두 사람이 만든 불길이 아냐. 그들 말고는 누가 있겠나? 더군다나 우리 군사 중 다수라니.... 대체 어떤 멍청한 놈이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말인가?”


우번의 질문에 서성은 땀을 삐죽 흘리고는 간신히 답했다.


“그것이.... 주군께서 내리신 특별 지시였습니다. 아무래도 항복한 이들이 과거의 주인을 만나게 되면 싸우기를 주저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은 그냥 이곳 오림의 수비병으로 두기로 하셨습니다.”

“그, 그런가?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결정이기도 하군. 하지만 운이 좋지 않아 이 같은 결과를 낳았군.... 아무튼 큰일일세. 적들이 다수라면 단순히 혼란만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야. 그럼 과거 촉군 중에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자가 누구인가?”

“과거 촉군 중에 장수직에 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당연히 그런 위치에 있는 전향자들은 모두 병사로 강등을 시키지도 않고, 전부 다른 곳으로 보냈습니다. 그래서 병사들 말고는 없을 겁니다.”

“뭣이? 이상하군.... 그들이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결국 병사들이 아닌가? 구심점이 없으면 이리 행동을 못할 텐데.... 그들이 불을 지른 것이 아닌가...? 잠깐 구심점?!”


우번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구심점이 될 만 한 인물 하나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설마 반준이....?!”


우번은 손권과 함께 처음부터 반준에게 신뢰를 보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리되고 보니 그 외에는 의심되는 인물이 없었다.


“큰일이다! 만약 반준이 처음부터 이중간자였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 강릉으로 간 여 도독과 군사들은....? 아니다!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구나.”


우번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을 먼저 챙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인물은 당연하게도 동오의 주인인 손권이다.


“서성 장군! 그대는 지금 즉시 동오에서 데려온 순수 동오군들을 소집하여 주군께 오게.”


그리하여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남은 동오군을 수습한 우번은 바로 손권에게로 갔다.


우번이 갔을 때는 손권 역시 이 소란을 확인한 상태였다.


“우번. 이게 무슨 일이오? 왜 곳곳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오?”

“주군. 잘 들으십시오. 아무래도 반준 그놈이 이중첩자 노릇을 한 것 같습니다. 이 소란 역시 그놈이 예전 촉군들을 결집시켜 반란을 주도한 것 같습니다.”

“뭣이?! 이런 괘씸한 반준! 내 그놈을 그리 믿었건만.... 아니 되겠다! 내 검을 가져오라. 내 속히 그들을 벌하겠다.”

“주군! 지금 그들을 어찌 벌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잊으셨습니까? 주군께서 그들을 다수로 하여 이곳 오림성의 수비군으로 구성을 하셨지 않습니까? 지금은 일단 여기를 피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번의 외침에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도망칠 준비를 하는 손권이다.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서성이 남은 동오군을 전부 모아서 데리고 왔다.


“주군. 육구로 피하소서.”


그들이 택한 행선지는 육구였다. 이곳을 버리고 육구로 도망친다는 것은 사실상 형주에 마련한 동오의 기반을 다 버리겠다는 뜻과 일맥상통했다. 게다가 강릉으로 간 여몽과 다수의 군사들 역시 버리고 가는 셈이 아닌가.


손권으로서는 애써 얻은 이곳과 강릉으로 간 군대를 버리고 원점보다 더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생각에 피눈물이 났다. 그래도 지금은 일단 이리 줄행랑을 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줄행랑 역시 쉽지 않았다.


손권과 그 호위 군사들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었다. 바로 반준이다.


“허허!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십니까? 주.군.”


손권 앞에서 완벽하게 변절한 것처럼 보였던 반준. 그랬던 그가 지금은 대놓고 손권을 조롱하고 있었다.


손권은 그런 반준을 보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반준! 네놈이 나를 이리 배신하느냐?! 나는 네게 진심으로 대했거늘!”

“하하! 이 반승명. 단 한 번도 한중왕 전하께 두 마음을 품은 적 없습니다. 뭣들 하느냐?”


반준의 외침에 동오군 복장을 한 이들이 손권과 호위대를 둘러쌌다. 분명 같은 복장이었지만, 반준을 따르는 이들은 동오군이 아니다.


손권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그 숫자가 대략 만 오천 명은 되어보였다. 반면 현재 손권의 호위대는 기껏해야 오천 정도다. 무려 세 배나 되는 차이였다.


아무리 적들에게는 그럴 듯한 장수가 없고, 손권의 호위대는 서성을 비롯한 장수가 있다지만 극복할 수가 없는 차이다. 게다가 지금 상황은 수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서성은 어떻게든 퇴로를 만들기 위해 만 오천이나 되는 적군들 사이로 돌진해 들어갔다. 확실히 서성은 달랐다. 일반 병사들 위주인 반란군들 사이로 들어가 창을 휘두르니 순식간에 서넛이 쓰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병사들 중 뛰어난 용력을 지난 자들 열댓 명 정도가 나와서 그를 묶으니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서성이 그리 묶였으니 나머지 동오군 군사들이야 말 할 필요가 없다. 나머지 군사들은 압도적인 병력 차이에 두려움에 떨며 벌써부터 전의를 상실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손권은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하늘을 보며 자조 섞인 한탄을 내뱉었다.


“하아! 여몽이 옳았다. 대도독이 그리 반준을 믿지 말라고 했건만, 내 어찌 그 말을 무시했단 말이던가.... 이대로 저승에 가면 그의 얼굴을 어찌 볼꼬....”


이제 조금만 있으면 손권의 호위대도 전멸하고 손권도 그대로 사로잡히기 직전이다. 하지만 하늘은 아직 손권이 죽을 때가 아니라고 여기는 듯하다.


갑자기 오림성 밖에서 크나큰 함성 소리가 들렸다. 그들은 곧 성문을 부수고 물밀 듯 성안으로 몰려왔다.


“와아아아아!!”

“주군! 괜찮으십니까?”


손권은 다 죽었다고 생각한 마당에 나타난 뜻밖의 구원자를 감동 어린 눈길로 바라보며 외쳤다.


“백언! 자네인가?”


오림성에 나타난 군대는 바로 육손이 이끄는 군대였다. 육손은 원래 형주 남쪽을 정리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래서 사실 이곳 오림에 당분간은 올 일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손권의 위기 상황에 때맞춰 딱 도착한 육손이다.


“백언. 어찌 알고 이리 왔는가?”

“오늘 아침에 꿈자리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이리 급하게 왔는데, 늦지 않아 참으로 다행입니다.”


육손이 데리고 온 군사들은 무려 2만. 반란군보다 많으니 이제 상황이 역전이 됐다.


육손 덕분에 손권은 구사일생을 한 셈이고, 반준과 반란군은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하지만 반란군들은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손권을 노렸다. 자신들은 이미 한 번 관우를 배신했는데, 이대로 빈손으로 관우에게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반 군사님. 싸웁시다. 우리는 죽을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반준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반준이 유선에게 받은 지시 중 하나는 가능한 한 많은 전향군사들을 최대한 무사히 데리고 오라는 것이었다. 물론 손권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있다면 무리를 해볼 만도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요원한 일이 돼버렸다.


“퇴각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왕태자 전하와 관 장군은 뵙고 죽어야 할 거 아니냐.”

“크윽! 알겠습니다.”


반준의 말에 반란군들은 아쉬움을 머금고 오림성에서 퇴각했다.


“저놈들이 도망을...?! 일부는 저들을 추격하라! 나머지 군사들은 주군의 호위에 만전을 기한다.”


육손의 추격 명령이 떨어졌지만, 그 수가 많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오주인 손권의 목숨이 노려진 직후라서 손권의 곁에 호위 병력을 충분히 갖추어야했다.


따라서 반란군에 대한 추격은 생각보다 큰 효과는 없을 터였다. 반준도 그걸 알고는 무작정 정신없이 퇴각하기 보다는 최대한 군사들을 수습하며 안정적으로 퇴각했다.


그 결과 만 오천에 달하는 반란군 군사들은 병력에 큰 손실 없이 강릉으로 퇴각할 수 있었다.


육손의 군대를 따돌린 이후에도 반준과 반란군은 전방을 철저히 경계하며 강릉성으로 나아갔다. 혹시나 여몽의 패잔병들과 마주칠 수 있으니 경계하는 것이었다.


반란군은 한참을 쉬지 않고 행군한 끝에 강릉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반란군은 강릉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속이 무거웠다.


아무래도 한번 배신을 한 자신들이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해도 환영을 받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강릉성의 촉군 군사들은 반란군들을 보자마자 적대감을 표했다.


“이놈들! 또 무얼 하려고 여기 온 것이냐?!”


강릉성 성벽 위의 촉군들은 대놓고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반란군들은 역시 촉군이 자신들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줄 알고 절망에 빠졌다.


그때 성루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모두 공격 중지! 저들은 관 장군의 군사들이다. 전하께 알려라.”


사실 강릉성의 촉군이 반란군을 공격하려 했던 것은 그들이 배신자라서 아니다. 반란군 군사들은 아직 동오군의 군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직전에 왔던 여몽의 군대가 다시 온 것으로 오해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유선이 일전에 일부러 강릉에 배치해둔 오씨 등의 병사들이 옛 동료를 알아보고 공격을 저지시켰다.


반준과 옛 촉군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유선은 몸소 성 밖으로 나왔다. 다른 이도 아닌 이번 계략의 일등공신인 반준이 왔으니 직접 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전하! 어찌 몸소 나오십니까?”

“하하! 다른 이도 아닌 반군사라면 제가 직접 와야지요. 그리고 원래 숙부님의 군사들이었던 이들도 직접 보고 싶고요.”


치하를 받은 반준은 물론 박대를 당할 것이라 여겼던 옛 촉군, 아니. 지금은 같은 촉군인 이들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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