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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96,974
추천수 :
2,167
글자수 :
197,732

작성
21.10.0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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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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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24. 설마? 아니겠죠?

DUMMY

유선은 강릉성의 성루에서 우두커니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리 저편에서는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바로 손권의 동오군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손권은 유선이 뿌린 미끼를 덥석 물었다. 어찌 보면 손권이 완벽하게 유선의 함정에 빠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선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지력이 남다른 정욱의 힘을 빌려 이 같은 계책을 세웠고, 손권이 거기에 걸려들었다는 것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꽤나 지난 만큼 더 이상 정욱의 지모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즉, 정욱으로 큰 그림은 그렸지만 그 이후 작은 세세한 부분의 그림은 유선 자신이 직접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할 수 있어! 그간 양홍과 정욱의 신물을 쓴 덕에 나도 꽤나 많이 성장했잖아?’


유선은 그 점이 크게 부담이 되었지만, 속으로 각오를 다잡으며 약해진 마음을 추슬렀다.


확실히 학습 효과는 대단했다. 이전의 유선, 준우였다면 그저 계략이 통했거니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끊임없이 확인을 하고 대책을 세우며 세부적인 부분까지 완벽하게 만들고 있었다.


“척후병들에게는 보고가 왔느냐?”

“예. 전하. 척후들의 보고로는 저기 저 앞에 있는 군사들이 현재 동오군의 주력입니다. 후방에 남은 군사들은 각 성을 수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병력만 있을 뿐 추가 증원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렇군. 지금 지금 눈앞에 있는 동오군의 병력은 정확히 어느 정도 되느냐?”

“총 3만의 병력입니다. 오주인 손권은 오림에 남아있고, 도독인 여몽이 대장이 되어 직접 왔습니다.”


‘흐음! 3만이나? 아무래도 후방에 남아있던 병력을 더 끌어 모은 것 같군. 그런데 조금 예상외긴 해. 지금 이 상황에서도 무려 3만이나 병력을 확보하다니... 아주 영혼까지 끌어 모았나보군.’


동오군의 병력이 3만이라면 정욱으로 예측했던 병력보다도 조금 더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주 상식 밖의 범위는 아니었기에 큰 동요는 하지 않는 유선이다.


유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들의 보고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오군으로 보이는 거대한 먼지폭풍이 곧 강릉성 바로 앞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먼지폭풍으로 보이는 게 아니라 적군 하나하나까지 정확히 보일 정도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부하들의 보고 그대로 여몽이 있었다.


강릉성 코앞에 도착한 동오군이 드디어 멈췄다. 선두의 여몽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촉군과 동오군은 강릉성에서 이리 마주쳤다.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이제는 촉군이 강릉을 지켜야하고, 동오군이 뺏으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부적인 상황은 많이 달랐다. 일전에는 수비 측인 동오군이 압도적으로 병력이 적었던 반면 지금의 수비 측인 촉군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 강릉성 안에는 무려 22,000에 달하는 군사들이 숨어있었다. 물론 동오군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고, 촉군은 그 사실을 숨기고 있는 입장이다.


‘쯧쯧! 안 봐도 네놈들이 무슨 생각하는지 뻔하지. 곧 나와 함께 이 강릉을 접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겠지? 그럼 이 전쟁 역시 사실상 끝난 것이라 생각할 테고....’


유선은 눈앞의 동오군을 보니 오히려 긴장감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더 차올랐다. 아무래도 자신의 계책대로 되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안심이 되었다.


유선은 그 자신감에 몸을 맡기며 성루 앞으로 나아갔다. 강릉성 밑에 있는 동오군의 시야에도 보일 수 있도록.


옆에서 호위 군사들이 말리는 듯 했지만, 그들을 제지하고 거리낌 없이 나아갔다. 자신의 목이 가치가 있는 것도 살아있을 때 일이지, 시체가 되어 버린다면 저들도 아무런 득이 없을 것이다. 즉 화살을 맞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앞으로 나설 수 있었다.


여몽의 눈에도 유선의 모습이 들어왔다. 현재 강릉성의 성루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화려한 복장의 어린아이. 촉의 왕태자인 유선밖에 없다.


사실 촉의 왕태자라는 신분은 여몽 입장에서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럼에도 여몽은 유선에게 예의를 갖추었다.


여몽은 앞으로 나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모았다. 실로 절도가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공손함이 느껴지는 태도였다. 물론 겉모습과는 달리 속마음은 예우를 갖추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 여몽의 모습은 어차피 네놈은 곧 우리 포로가 될 테니, 지금 당장은 너희들의 장단에 맞춰주겠다는 여유였다.


“동오의 대도독인 이 여몽이 촉의 왕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이에 유선도 여유라면 지지 않겠다는 듯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여몽의 말을 받았다.


“어서 오시오. 동오의 여 도독. 사실 나는 일전에 도독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시겠지요. 비록 우리가 현재 적으로서 서로를 대하고 있으나, 어찌 되었든 전하는 폐하께서 임명하신 제후국의 왕태자입니다. 항복을 하심이 어떠하십니까? 동오의 대도독인 제 목을 걸고 최고의 예우를 약속하겠습니다.”


유선으로서는 한껏 여유를 부려봤지만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인데다가 성벽 아래에서 지켜보는 만큼 여몽에게 크게 와 닫지는 않는 것 같았다.


여몽은 현재 유선이 잔뜩 겁에 질려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그리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일단 현재 유선은 고작 12살짜리 어린아이다. 게다가 믿었던 관우와 조운도 없고 주위의 군사들도 소수에 불과할 터였다. 그러니 어찌 겁을 먹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몽은 그리 생각하고 유선을 살살 꼬셔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 이어지는 유선의 말에 표정을 굳혔다.


“하하! 그럴 수는 없소. 우리 작은 숙부께서 항상 하시던 말이 남자는 지든 이기든 물러서면 아니 된다고 하셨소. 그런데 내 어찌 싸우지도 않고 항복을 하겠소.”


유선의 대답에 여몽은 살짝 이를 갈았다. 어쩌면 전투도 없이 쉽게 유선의 신병과 강릉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렇군요. 전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 제 원망은 마시길 바랍니다.”

“하하하! 내가 도독을 원망할 일은 없을 것 같소. 오히려 날 원망하지는 마시오.”


여몽은 황당한 표정으로 유선을 봤다. 그는 지금 유선이 철이 없어 이리 자신감을 내비친다고 여겼다.


‘저건 또 무슨 태도지? 설마 이걸 동네 왈패들의 싸움 정도로 보는 것인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 처했는지 알지도 못하는 철부지로 보이는구나. 하긴 유비의 아들인 유선은 같은 나이 대와 비교해도 어리석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 것 같군.’


여몽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며 바로 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촉의 대부분 병력은 공안에 있다! 이곳 강릉의 병력은 저기 성벽 위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다. 속히 강릉을 함락하고 공안을 도우러 갈 것이다! 전군! 강릉성을 향해 돌격!”


여몽의 명에 따라 3만에 달하는 동오군이 일제히 강릉성으로 다가왔다. 그때까지 성벽 위의 촉군은 성벽에 가까이 있는 군사들이 간간히 화살만 날릴 뿐이다.


그래서 여몽을 비롯한 동오군은 강릉의 촉군 병력이 반준의 말대로 적을 것이라 확신했다.


어렵지 않게 강릉성 성벽 밑에 도달한 동오군. 많은 군사들이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고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던져 성벽 위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때 성벽 위에서 엄청난 함성 소리가 들렸다.


“와아아아아아!!”


분명 성벽 바로 가까이 붙어있는 군사들만으로 절대 낼 수 없는 함성소리였다.


“이게 무슨?!”


동오군이 놀랄 틈도 없었다. 어느새 성벽 쪽의 촉군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사다리를 치워버리거나 밑으로 돌, 화살, 뜨거운 물 등을 퍼부었다. 게다가 성벽 위 뒤쪽으로도 무수한 화살들이 날아왔다.


성벽 위쪽에서의 반격은 거의 염두에 두지 않고 올라갈 생각만 하던 동오군은 한차례 크게 피해를 입었다.


“으아악!”

“사람 살려!”


여몽은 그제야 강릉성에 촉군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럴 수가! 강릉성에 어찌 이 정도의 병력이....?! 설마 반준이....?!”


설마설마 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성벽에서의 피해는 시작에 불과했다. 어느새 강릉성의 성문이 열리고 촉군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선두에는 장포와 주창이 있었다.


관우와 조운만큼은 아니지만 장포와 주창도 혼란스러운 동오군 사이에서 맹활약을 했다. 동오군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어느새 강릉성 성벽 근처에서 제법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에도 촉군은 계속 튀어나왔다. 그 수는 얼핏 보기에 현재 여기 있는 동오군의 병력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하하 여몽! 우리 전하께 그리 혼쭐이 나고도 다시 덤빌 용기가 생기더냐?”


여몽은 이를 악물고 군사들을 물렸다.


그래도 여몽은 여몽. 가만히 군사를 물리면서 상황을 보니 확실히 병력은 동오군이 우위라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관우와 조운이 이곳에 없는 것도 사실 같았다.


침착하게 판단을 내린 여몽은 바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주태 장군. 관우와 조운은 확실히 없는 것 같네. 그대가 나서서 이 상황을 정리해주게.”

“예. 도독.”


그리하여 주태가 앞으로 나서며 다가오는 촉군에 맞섰다.


“에잇! 비켜라! 이 쓸모없는 놈들아! 이제부터는 내가 상대하겠다.”


주태는 순식간에 다가오는 촉군을 쓰러뜨리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촉군의 비장군 몇 몇이 호기롭게 달려들지만 모두 일합도 못 버티고 쓰러졌다.


유선도 이걸 보며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흠! 누구지? 얼마 전에는 못 보던 놈인데...? 그나저나 내뿜는 포스가 장난이 아닌데?’


주태의 정체가 궁금한 유선. 하지만 주태가 스스로 이름을 밝히며 유선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크하핫! 네놈들이 무슨 간교한 수를 쓴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이 주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관우와 조운은 어디에 숨어 있느냐?”


‘뭐? 주태? 하긴 주태라면 저 미친 활약이 이해가 가는군.’


주태가 관우와 조운까지 들먹이며 촉군을 도발했다. 보다 못한 주창이 직접 나섰다.


“우리 군에 관 장군과 조 장군 말고는 사람이 없는 줄 아느냐?! 이 주창이 네놈을 상대하겠다.”


하지만 주창은 주태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어찌 어찌 주태의 공격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간신히 막아내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장포까지 가세하여 주태에게 합공을 가했다.


장포와 주창이 합공을 했지만, 그럼에도 주태에게 밀렸다. 마치 얼마 전 조운과 한당, 장흠의 전투를 보는 것 같았다.


이제 전장의 분위기는 완벽히 동오군 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병력도 더 우위인데다가 장수전에서도 밀렸다.


그때 강릉성의 성문이 다시 열렸다.


‘우웃! 역시 전하께서 추가 병력을 지원해주시나? 응? 잠깐! 지금 성벽 위의 군사를 제외하고는 더 추가할 병력이 없을 텐데?’


장포는 열리는 성문을 보고 안도하다가 곧 의아해했다. 장포가 알기로는 더 이상 강릉성 내에서는 증원할 병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문이 완전히 열렸을 때, 장포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릉성 성문을 열고 나온 이는 단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한 명의 얼굴을 본 장포와 주창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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