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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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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32

작성
21.10.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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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20. 아끼다 똥 된다

DUMMY

유선은 강릉성 성루 위를 노려보면서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를 따져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과연 성공했을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강릉성 성벽 위는 생각보다 많은 군사들이 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젠장! 결국 실패를 한 것인가?’


그런 불안감은 유선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유선의 곁에 있는 장포 역시 불안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왕태자 전하. 강릉의 동오군 병력이 과연 공안으로 많이 빠져나간 게 맞을까요? 소장이 보기에는 여전히 많아 보입니다만....”


장포뿐만 아니라 관평, 요화 등도 말은 꺼내지 않았지만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재 촉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강릉 탈환이었다. 만약 유선의 계략이 먹혀서 현재 동오군 다수가 공안으로 가지 않았다면 그 중요한 목표는 당분간 달성하기 힘들 터였다.


결국 유선의 계략이 통했든 안 통했든 이곳 강릉에서 한바탕 전투를 치러야했다. 고민하던 유선은 결국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간 아끼고 아꼈던 신물 하나를 쓰기 위함이었다.


‘죽이 되 든 밥이 되 든 어쨌든 이곳에서 싸워야 한다는 건데.... 어쩌면 내가 관우를 구한 이후로 벌어지는 가장 큰 전투이자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할 수 있다. 훗날을 대비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패배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 아끼다 똥이 될 거 과감하게 쓰자. 계책이 들어맞든 안 들어맞든 정욱의 지모는 필수다.’


유선이 지금 쓰려는 신물은 바로 정욱이었다.


유선이 정욱 신물을 쓰자 양홍 때와 비슷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그 정도가 양홍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우와!! 이 느낌은 마치 머릿속에 막혀 있던 혈이 모두 뚫리는 느낌이랄까...?’


전두엽 대뇌피질에서의 뉴런 활동이 갑자기 몇 배로 빨라지면서 유선의 사고력, 창의성, 판단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유선은 시야가 크게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실제로 유선의 눈이 더 좋아진 건 아니었다. 대신 이전에는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됐다.


‘보자....! 성루 중간에 있는 저 자가 바로 여몽이다. 여몽 주위와 성벽 위쪽으로는 군사들이 빼곡히 차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적 병력이 많은지 알 수 없다. 여기서 보이는 시야만으로는 성벽 위에 대략 오천 정도의 군사만 있다면 충분히 빼곡히 채울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적들의 병력이 정말 많다면 굳이 저런 식으로 군사들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 아니. 그 전에 수성을 하는 것보다 미리 나와서 요격을 했겠지. 그러니 현재 동오군의 병력은 그리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확실히 정욱은 대단했다. 제한적인 정보만 가지고도 순식간에 동오군의 현 상황을 추측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추측이었다. 정욱의 능력을 가진 유선은 강릉성 성루 쪽을 더 유심히 살펴보다가 자신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꿀만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됐다! 계책은 성공이다!’


유선이 그리 생각한 이유는 바로 현재 여몽의 곁에 손권이 없기 때문이었다.


동오군을 이끄는 총지휘관은 원래 여몽이 맞았다. 하지만 그건 손권이 없을 때 얘기지, 만약 손권이 있다면 그곳의 최고 지휘관은 당연히 손권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여몽 밖에 없다는 건 결국 유선의 계책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유선의 계책에 의해 지금 당장 이곳 강릉을 지키는 동오군 병력은 소수에 불과했고,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따르는 곳에 군주를 그대로 둘 수는 없으니 손권은 미리 빠져나갔으리라.


‘아마 우리가 오는 것을 보자마자 내뺏겠지. 병력이 없으니까.... 잘됐군. 손권을 호위하느라 안 그래도 없는 군사들을 호위병사로 또 차출하느라 지금 강릉을 지키는 병력은 더 적어졌겠군. 그렇다면 많아봐야 현재 강릉성에 있는 동오군은 1만. 적게 잡으면 지금 성벽 위에 보이는 군사 오천이 다렷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유선은 잠깐 다른 생각도 해보았다. 역시 정욱이 되니 여러 가지 방면으로 머리가 핑핑 돌아가고 있다.


‘잠깐! 손권이 빠져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그를 잡을 수도.... 만약 잡기만 한다면 동오를 단번에 차지할 수도 있는 좋은 기회인데....’


유선은 추격대를 보내볼까 생각해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어차피 손권이 빠져나간 지는 꽤나 되었을 거다. 게다가 잡을 수 있을지 전혀 가늠도 안 되는 상황에서 굳이 병력을 나눠서 강릉 공략을 어렵게 만들 수는 없지.’


결론을 내린 유선은 관우에게 갔다.


“숙부님. 아무래도 제 계책이 제대로 통한 것 같습니다.”

“으음.... 내 생각도 그러하구나. 선이 네가 아주 큰 역할을 하는구나.”

“칭찬은 아직 이르십니다. 숙부님. 아직 강릉을 탈환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강릉을 다시 탈환하면 그때 숙부님께 칭찬을 기쁘게 듣겠습니다.”

“허허허! 알겠다.”


관우는 강릉성 앞으로 당당하게 나아갔다. 그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성루를 향해 외쳤다.


“내 성을 되돌려 받으러 왔다!! 멋대로 내 성을 빼앗아간 여몽은 어서 성을 버리고 물러가라! 그렇지 않으면 내 언월도가 네놈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온 강릉성을 울릴 정도로 강한 힘이 담긴 관우의 목소리에 성벽 위의 동오군들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반면 여몽은 그런 관우가 전혀 겁이 나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서 있었다. 하지만 여몽도 속으로는 침음을 흘리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크게 한방 먹은 셈이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순순히 물러설 수는 없는 여몽이다. 속마음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고는 관우에게 답을 했다.


“흥! 뒤를 살피지 않고 앞만 보다가 나라를 망친 네놈은 이 강릉성, 나아가 형주를 다스릴 자격이 없다. 그러니 원래 네 것이 아니다. 돌아가라.”


여몽의 조롱에 관우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이놈이! 정녕 죽고 싶구나! 내 오늘 반드시 네놈의 목을 베겠다.”


머리끝까지 화가 나 얼굴이 붉어진, 아니. 원래 붉은 얼굴의 관우가 당장이라도 언월도를 휘두르며 달려 나갈 기세였다.


“숙부님! 진정하시지요. 적의 뻔한 도발입니다. 말려들면 아니 됩니다.”


유선이 겨우 그런 관우를 달랬고, 양군은 곧 본격적인 공성전에 돌입했다.


공성전에서의 촉군 선봉은 주창이 맡았다.


“모두 사다리를 대고 성벽을 오르라!”


주창의 명에 의해 촉군 군사들이 일제히 성벽으로 다가갔다. 동오군에서도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만 보고는 있지 않았다. 궁수들이 일제히 나와서 화살을 쏘아댔다. 그 수가 제법 많아 보이긴 했다.


“허억! 전하! 저기 적 궁병들을 보십시오. 그 수가 결코 적어보이지는 않습니다.”


그간 유선을 따라다니며 제법 많은 전투경험을 쌓았던 장포. 그러나 그도 공성전은 거의 처음 하는 경험이었다. 그런 만큼 아직 공성전에서의 전황을 볼 줄 아는 눈은 부족했다.


“형님. 성벽에 보이는 적들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사실 저 병력들이 성벽에서 일렬로 쭉 늘어져 있으니 많아 보이는 것이지 실제로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성벽 바로 앞에 보이는 적군의 뒤로 화살이 날아오는 게 보이십니까?”

“음! 뒤쪽으로는 날아오는 화살이 없군요.”

“그것 보세요. 저들이 지금 일선에만 병력이 배치되어 있고, 그 후방인 2선, 3선으로는 군사가 없습니다. 즉, 눈에 보이는 저들만 뚫으면 강릉성은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깁니다.”

“아하! 그렇군요. 전하. 그런데 전하께서는 어찌 그런 것을 다 볼 줄 아십니까?”

“이게 다 공부의 힘이지요. 머리는 두었다 뭐합니까? 형님도 공부 좀 하십시오.”

“에잉! 전하. 소장은 그래도 역시 책 읽는 것보다는 역시 단련이....”


미소를 지으며 유선과 장포를 지켜보던 관평도 슬쩍 끼어들었다.


“포야. 전하의 말씀이 백 번 옳아 보이는 구나. 내가 보기에도 너는 글공부가 필요하다. 장군이 되려면 무예만 단련한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앗! 형님까지 왜 그러십니까?”


계속해서 공성전이 이어지고 있다. 주창이 지휘하는 선봉대는 끊임없이 성벽에 사다리를 대며 성벽을 오르려고 했고, 성벽 위의 동오군은 사다리를 치우고 화살과 돌멩이, 뜨거운 기름 등을 퍼부으며 올라오는 촉군을 막으려 했다.


유선의 말대로 일선에 보이는 동오군이 전부였지만 의외로 공성이 쉽지는 않았다. 그만큼 강릉성의 성벽이 높았다. 그리고 군사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는 여몽의 통솔도 뛰어났다.


“으음! 생각보다 쉽지 않군.”


공성이 지지부진한 것을 확인한 유선은 바로 대책을 세웠다. 이 역시 정욱의 머리에서 나온 판단이다.


“숙부님. 아무래도 이대로 가면 우리 군사들의 피해가 커지고 그만큼 공성이 더뎌질 겁니다. 지금 이곳만 공략할 게 아니라 우리 병력이 더 많은 것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럼 어찌하는 것이 좋겠느냐?”

“군사들을 최대한 넓게 퍼트려서 성벽을 오르도록 하는 게 좋겠습니다.”


관우가 생각해봐도 일리 있는 의견이었다. 관우는 곧장 유선의 조언대로 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군사들은 최대한 넓게 퍼져서 공성을 진행하라! 자룡! 내가 이곳을 맡을 테니 그대가 퍼뜨린 군사들을 맡아주게.”

“예. 장군.”


조운이 직접 군사들을 몰고 강릉성 주위를 둘러쌌다.


현재 강릉성 안의 동오군은 관우와 대치하고 있는 쪽으로 대부분의 병력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만큼 동오군의 병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촉군이 이곳만 공략하는 게 아니라 다른 쪽의 성벽을 공략한다면 금방 성벽 위를 장악할 수 있으리라.


경험이 많은 여몽도 촉군의 움직임을 보며 그 의도를 눈치 챘다.


“이런! 아니 된다. 담웅. 그대가 별동대를 이끌고 나가 적의 포위망을 뚫게.”


촉군이 넓게 퍼진 포위망을 펼치게 되면 그만큼 상대적으로 병력이 따로 놀게 된다. 여몽은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역시 여몽도 뛰어난 지휘관인 만큼 유선의 수에 다시 카운터를 치는 셈이다.


곧 강릉성의 남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담웅이 이끄는 동오군 별동대가 튀어나왔다. 그들은 얇아진 촉군의 포위망을 향해 돌진했다.


선두의 담웅은 성문이 열리자마자 큰 도를 마치 붓 휘두르듯 가볍게 휘두르며 촉의 병사들을 쓰러뜨렸다.


순간 위태로워 보이는 촉군. 하지만 유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훗! 제법 그럴 듯한 카운터 어택을 생각해냈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유선도 정욱의 머리에서 나온 이 전략에 이런 약점이 있다는 걸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 동오군이 촉군의 약점을 공략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고, 결정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장수의 퀄리티가 촉군에 비해 좋지 않았다.


‘마침 또 나온 놈이 담웅이군. 흐흐! 담웅이 아마 장포한테 죽었지?’


“형님께서 나서실 차례입니다.”

“하핫!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선의 부름에 응답한 장포가 창을 휘두르며 담웅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유선에게 받은 구박을 담웅에게 다 풀겠다는 기세였다.


“어이! 거기까지!”


장포와 담웅이 서로 어우러졌다.


장수끼리의 일기토가 벌어지고 뒤질세라 군사들끼리도 서로 얽혔다. 동오의 병사들은 호기롭게 나섰지만 촉군과의 전투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닌 장수의 부재였다. 현재 강릉성에는 병사들을 지휘 할 장수가 부족했다. 대부분의 장수들이 공안으로 갔고 남은 일부는 손권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별동대를 이끌어야 할 담웅이 장포에게 발이 묶여 있으니 관평이 지휘하는 촉군에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던가. 안 그래도 어려운 동오군에 그야말로 날벼락이 쳤다. 장포가 누군가의 머리를 들고 크게 외쳤기 때문이다.


“적장 담웅을 내가 쓰러트렸다!”


장포가 결국 담웅을 쓰러뜨렸다. 별동대 대장이 쓰러졌으니 방법이 없었다. 자칫 성문을 열었다가는 그대로 성이 무너질 수도 있기에 여몽은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성문을 굳게 닫고 있어야 했다. 결국 남겨진 별동대 군사들은 전멸을 면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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