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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무술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유선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무적무술
작품등록일 :
2019.10.22 17:18
최근연재일 :
2021.10.22 19: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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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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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32

작성
21.10.2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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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1쪽

35. 대국적으로 보다

DUMMY

이제는 주인이 바뀌어버린 오림성.


그곳의 분위기는 몹시 분주했다. 특히 성 내부에 있는 태수 치소에는 여러 인물들이 갑론을박을 벌이는 각축장이 되어 있었다.


왕태자인 유선을 필두로 제갈량, 마량, 장비, 조운 등 촉의 핵심인물들이 대거 모여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모두 촉과 유비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 힘을 합쳐 오림성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그런 만큼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해야 정상이었지만, 뜻밖에도 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며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촉한의 기둥이자 충신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리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일까.


그들 중 가장 목소리가 큰 장비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주위를 돌아보며 외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아니 되는 소리요?! 제갈 군사! 다시 말해보시오! 화평? 화아펴영?! 얼어 죽을 화평은 무슨 화평? 저 배신자 놈들 때문에 운장 형님께서 죽을 뻔 하셨소. 그런 놈들과 지금 화평을 하자는 거요? 하나하나 찢어 죽여도 모자랄 판에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요? 평소 제갈 군사의 말이라면 웬만하면 다 따르겠지만 지금은 절대 군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소!”


장비의 말에 따르면 제갈량은 이쯤해서 손권의 동오와 화평을 하자고 말을 꺼낸 것 같았다. 그리고 마량 등은 그런 제갈량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장비는 당연하게도 결사반대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같은 오호대장군인 조운도 장비와 뜻을 같이 하며 화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했다. 물론 목소리와 그 내용은 장비와 달리 매우 차분하다.


“나도 장 장군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오. 지금껏 우리군은 계속 승승장구를 해왔소. 가장 최근의 전투인 이곳 오림성 전투 역시 압도적인 대승을 거두었지 않소? 이제 조금만 더 박차를 가하면 아예 동오의 손권을 잡을 수도.... 아니. 잡는 건 아니더라도 그를 완전히 몰아붙일 수 있는 이 좋은 기회를 왜 제 발로 차 버린단 말이오?”


그에 마량은 땀을 흘리며 장비와 조운의 눈치를 보면서도 꿋꿋하게 반론을 펼쳤다.


“물론 관 장군의 복수도 중요하고, 지금의 승기를 놓치기에는 아쉽다는 조 장군의 말씀도 맞습니다. 허나 지금은 손권의 동오만 상대해야 할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마량의 말이 뜻하는 것은 당연히 조조였다. 그들의 우려대로 현재 조조는 계속 촉과 동오의 전쟁을 관망 중이다. 하지만 이미 조조와 손권이 물밑으로 손을 잡은 만큼 언제라도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니. 설사 조조와 손권의 밀약이 따로 없더라도 조조가 참전할 가능성이 컸다. 조조 입장에서도 유비가 동오를 차지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조조까지 이 전쟁에 참전을 하게 된다면 전황의 향방은 다시 바뀔 터였다.


제갈량과 마량 등이 우려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제갈량은 지금 당장 이 전쟁만을 생각하지 않고 전체적인 판도를 보고 있다.


마량이 장비, 조운 등과 어렵게 논쟁을 이어가니 제갈량이 직접 나섰다.


“우리 조금 더 냉정하게 봅시다. 실상 본질적인 우리의 주적은 사실 손권이라기 보다 조조입니다. 그는 손권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강력한 적입니다. 단순히 세력의 크기만 봐도 비교가 아니 되지요. 그런 조조가 나선다면 지금처럼 계속 승승장구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갈량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조운도 입을 다물었다. 반면 장비는 계속해서 제갈량의 말에 반박을 하려 했다.


“하지만 제갈 군사....!”

“후훗. 장 장군. 일단 흥분을 가라앉히시지요. 어차피 이에 대한 결정은 우리가 내릴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제갈량의 말에 장비는 의아한 듯 돌아보았다. 자신들 외에 그 중요한 결정을 누가 내린단 말인가?


“아! 군사! 그럼 대체 누가 이에 대한 결정을....?”


장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 한 사람에게 머물고 있는 것을 보았다. 바로 유선이었다.


그제야 장비는 헛기침을 하며 뜻을 굽혔다. 장비 역시 이 사안에 대한 결정권자가 유선이라고 인정한 모습이다. 이전의 유선이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유비가 없는 이상 왕태자인 유선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고 보니 왕태자 전하께서 계셨구먼.... 내 큰 실수를 할 뻔했소. 왕태자 전하께서 결정을 내려주시지요.”


그렇게 모든 결정권이 유선에게 돌아간 상황. 유선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생각에 잠겼다.


제갈량의 뜻대로 동오와 화친을 할지 아니면, 장비의 뜻대로 전쟁을 이어나갈지 고민을 하는 것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걸까.... 사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갈량의 말을 들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대로 잡은 승기를 놓치기는 너무 아쉬운데....’


고민을 거듭하던 유선은 결론을 내렸다. 여태껏 신물을 쓰면서 전장을 보는 눈은 엄청나게 키웠다. 하지만 전체적인 정세를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 키우지 못했다. 그렇다고 원래 가지고 있던 역사적 지식을 활용할 수도 없었다. 이미 역사는 엄청나게 틀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선은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정세적인 판단은 제갈량이 옳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냥 제갈량의 말을 듣고 그대로 결정하는 것과 내 나름의 판단을 내리면서 제갈량의 말을 듣는 것과는 천지차이다. 앞으로 그걸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앞으로 정세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유선은 과감하게 신물을 쓰기로 했다.


‘아깝긴 하지만 지금까지 신물을 얻는 추세로 볼 때 충분히 좋은 신물을 더 획득할 수 있을 거다. 바로 곽가를 쓴다.’


그것도 곽가를 쓰는 유선이다.


다시 한 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정욱을 쓸 때와 비슷했지만, 그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정욱을 쓸 때는 뭔가 국지적인 부분들이 자세히 보였다면, 지금 곽가는 그런 느낌보다는 머릿속에 전체적인 정세에 대한 그림들이 차곡차곡 그려졌다.


그러면서 삼국지를 이루고자하는 제갈량의 큰 그림들이 한 번에 들어왔다. 물론 유선도 역사를 알기에 제갈량의 천하삼분정책을 지식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곽가가 되니 정확히 제갈량이 무슨 의도로 그런 정책을 쫓았는지 명확히 이해하게 됐다.


곽가가 되어 결론을 내린 유선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다들 어부지리라는 말을 아실 것입니다. 새는 조개를 먹기 위해 부리로 조개를 쪼았습니다. 하지만 조개도 죽지 않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껍질을 닫고 버텼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새도 조개도 결국 지나가던 어부에게 잡히고 맙니다. 새와 조개는 먹이를 얻기 위해, 혹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웠지만 둘 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어부에게만 좋은 일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새입니다. 손권은 조개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여기서 손권과 더 싸워봤자 결국은 조조 좋은 일만 시켜주는 꼴이란 말입니다. 물론 다음 전투만으로 손권을 완전히 잡을 수 있다면, 그의 세력을 완전히 멸망으로 이끌 수 있다면 나도 주저 없이 칼을 뽑아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형주 전투에서 승리하였다고 해도 그들의 힘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그들은 아직도 장강 이남에 막대한 세력이 있습니다. 손권의 세력을 완전히 우리가 장악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몇 개나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장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손권과 계속 싸우자고 주장하시는 분들께 묻겠습니다. 궁지에 몰린 손권이 무슨 선택을 하겠습니까? 내가 손권이었다면 주저 없이 조조와 굴욕적인 외교를 해서라도 어떻게든 우리 군의 위협에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겁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뒷일을 생각할 여유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장비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지 원통하다는 듯이 탁자를 주먹으로 쾅쾅 쳤다.


“나도, 나도 알고 있소. 왕태자 전하. 하지만 저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 않습니까? 이대로 그냥 물러서야 한다니 억울해서 못살겠소.”

“숙부님. 숙부님의 그 마음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저 역시 같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싸우면 결국은 조조만 좋게 만들어주는 꼴입니다. 손권 못지않게 조조 역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적이 아닙니까? 그렇다고 그냥 화평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동맹을 먼저 깬 것도 저들이요, 먼저 공격을 한 것도 저들이니 피해보상 명목으로 최대한 이득을 얻어낼 것입니다.”


제갈량은 흥미롭다는 듯 유선을 쳐다봤다. 그는 유선이 자신의 의견을 지지해준 것보다 유선의 변화에 더 관심이 가는 모양이다.


“거기까지 생각을 하셨습니까?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을 받아야 되겠습니까?”

“일단 손권의 땅을 좀 받아야겠습니다. 장사와 예장, 강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 3군 정도라면 이번 전쟁에 대한 배상으로는 충분할 정도의 막대한 이득이긴 합니다. 허나 손권이 그리 쉽게 땅을 내주겠습니까?”

“물론 절대 쉽게 내주지 않겠지요.”


유선은 곽가가 되어 생각한 바를 털어놓았다. 이에 듣고 있던 다른 이들은 물론 제갈량도 살짝 놀란 눈빛으로 유선을 돌아봤다.


“말씀하신 그것은... 아무리 왕태자 전하라도 권한이 없는 일입니다. 한중왕 전하. 아니, 황제 폐하의 윤허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고리타분하게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따질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익주가 얼마나 폐쇄적인 곳인데 언제 거기까지 가서 아버지께 허락을 받습니까? 모든 것은 제 책임 하에 먼저 협상을 한 후 보고를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유비의 윤허도 받지 않고 외교적인 일을 그냥 진행하려는 유선이다. 상식적이라면 당연히 유선을 말려야 했다. 하지만 제갈량은 미소를 띤 채 유선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 미소는 분명 흐뭇한 미소였다.


회의가 끝나고 오림성에서 육구를 향해 사자(使者)가 떠났다. 그리고 며칠 후 동오의 배가 다시 장강을 넘어왔다. 무려 손권이 직접 탄 배다.


유선의 휴전 요구를 손권이 받아들인 것이었다. 손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더 이상 전쟁을 지속해봐야 더 불리해지는 건 동오 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피가 터지게 싸웠던 양 진영이기에 서로를 철저하게 경계하고 있었고, 동원된 호위 병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긴장을 하며 서로 노려보고는 있었지만, 칼부림 같은 일은 절대 나지 않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려던 이들이 한 장소에 나란히 있게 됐다.


“하하! 어서 오십시오. 촉한의 왕태자 유선입니다.”

“크흠! 양주자사 손권입니다.”


싱글 거리는 유선과 다르게 손권의 얼굴은 겨우 화를 참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옆을 육손과 제갈근 등이 보좌를 하고 있었다.


양 진영의 인물들은 장강 강변의 야외에 설치된 거대한 탁자를 중심으로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이제 협상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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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 기선제압 +3 21.09.24 2,763 5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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