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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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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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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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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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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DUMMY

아리엘은 그대로 바닥에 뻗어 기절한 카데스 곁을 지키는 중이다. 언제 불길이 이쪽으로 덮칠지 몰라 그를 흔들어 깨워보려 애를 썼다.


“카데스, 그만 일어나봐. 여기는 다 끝났다고. 우리도 빨리 움직여야 해. 응?”


그녀의 노력에도 카데스는 전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모할 정도로 역혼을 많이 쓴 탓에 정신을 차리기엔 분명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유롭게 역혼의 기운을 방패에 담아 쓰는 건 카데스의 정신력으로 한참 부족했고, 오늘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횟수의 사용은 어쩌면 죽지 않은 게 천운일지도 몰랐다. 그만큼 강력한 기술이긴 해도 위험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수도를 떠나기 전, 카데스는 서지터와 훈련을 하며 한 가지 경고 아닌 경고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절대 무리하게 역혼을 쓰지 말 것. 익숙해지더라도 하루에 다섯 번 이상 쓰지 말 것. 하지만 오늘 카데스는 감당하기 벅찬 베레온과 블카르를 상대하며 열 손가락으로 세지 못할 만큼 역혼을 사용했다.


“히잉, 이러다 다른 강한 놈이 나타나면 어쩌지? 저기! 스토로펠님. 나쁜 놈이 나타나면 도와주실 거죠?”


아리엘이 허공에다 중얼거렸으나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블카르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낸 스토로펠은 갑자기 강한 힘을 썼다며 피곤하다고 사라져버렸다. 물론 적 중에서 능력자인 누군가가 나타나더라도 아리엘 혼자 싸울 수는 있었지만 기절한 카데스를 두고 싸우기엔 아리엘에겐 큰 부담이었다.


“너무해. 사라졌어.”


쪼그려 앉은 아리엘은 의아한 생각이 가득했다. 어째서 상급 정령 진을 소환하지 못하는 아리엘에게 같은 급의 정령인 스토로펠이 나타났는지 말이다.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은 자유로운 정령 중 하나다. 정령왕 실피드의 간섭받지 않는 스토로펠은 정령사와 계약하거나 하진 않는다.


분노의 정령 퓨리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마음에 든 자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정령들이 종종 있긴 해도 상급 정령인 스토로펠이 누군가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절대 흔치 않다.


“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나도 헤더랑 별반 차이가 없었네.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폭풍의 정령 스토로펠이라니······.”


아리엘은 신기하기도 했지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그녀가 망연자실한 자세로 앉아있는 사이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엘!”


에인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한스와 콜리나가 어느새 둘이 있는 곳에 날아왔다. 아리엘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콜리나가 소리쳤고,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곧장 그녀를 껴안았다.


“다행이야. 무사했어.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거야? 괜찮은 거지?”


“콜록, 콜리나. 숨 막혀요. 난 다친 곳이 없는데 카데스가······.”


흥분한 콜리나가 너무 꽉 껴안은 탓에 아리엘의 숨이 막혔다. 숨이 막히던 아리엘을 놓아준 콜리나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카데스의 상태를 살피며 울상을 지었다.


“어떻게 된 거야? 숨은 쉬는데 왜 이래?”


지난 습격 당시 자신을 구해낸 카데스였다. 누구보다 카데스의 상태가 많이 걱정된 그녀였다. 콜리나는 카데스의 몸 상태를 걱정하는 사이 아리엘도 만신창이가 된 한스를 바라보며 걱정을 한 보따리 늘어놓았다.


“한스, 괜찮아? 많이 다친 것 같아.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다친 거야? 파시비엔도 없는데 어떡하지?”


자신보다 한동안 포로로 잡혔던 아리엘을 먼저 걱정하며 한스가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하, 여기저기 아프긴 한데 버틸 만해. 내가 너무 방심했나 봐. 아리엘은 다친 곳 없지? 카데스는 그린펠트 때처럼 무리하게 역혼을 쓴 모양이네.”


“응, 난 괜찮아. 카데스가 안 깨어나서 걱정이지만.”


“너무 무리하게 역혼을 써서 기절한 걸 거야. 기다리면 깨어날 거야.”


아리엘과 콜리나와는 달리 카데스의 상태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 한스였다. 이미 그린펠트에서 똑같은 상태의 그를 본 경험이 있었고, 기운 없는 모습이긴 했어도 틀림없이 깨어났으니 말이다. 역혼을 쓰기엔 아직 정신력이 부족해도 살아남으려는 의지만큼은 서지터 못지않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보다 여기도 전투가 벌어졌다고 들었는데 벌써 끝난 거야? 어떻게 됐어? 적들은?”


아리엘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베레온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카데스 엄청 대단해. 강한 상대였는데 결국 카데스가 이겼어.”


죽은 베레온을 보며 콜리나가 말을 꺼냈다.


“저놈은 우릴 습격했을 때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던 자야. 순식간에 당할 정도로 빠르고 강한 놈이었는데······.”


콜리나는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소름이 돋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시체가 된 상태지만.


“적은 둘이 아니었어? 한 놈은 달아난 거야?”


콜리나의 질문에 아리엘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


“말하자면 복잡해. 어떤 정령이 나타나서 갑자기 도와줬어. 다른 놈은 그 정령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렸어.”


아리엘의 대답에 한스가 깜짝 놀랐다.


“어떤 정령이? 설마 퓨리가 나타나거나 그런 건 아니지?”


“에이, 설마.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그리고 우리가 무사히 재회한 기쁨도 나중으로 미루자. 아직 이 싸움 끝난 건 아니니까.”


“얘들아!”


파시비엔을 만난 후 쉬지 않고 달려온 레일라의 반가운 외침이었다. 그녀가 도착하자마자 무사한 아리엘을 향해 달려들어 콜리나처럼 그녀를 거칠게 껴안았다.


“하아,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 다친 곳은 없는 거지?”


“콜록콜록. 숨 막혀. 레일라.”


“어디 봐.”


거칠게 껴안았던 팔을 풀며 레일라는 아리엘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볼을 잡아당겼다. 포로 생활하며 엉망진창이 되어있긴 해도 크게 다친 곳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곱던 피부가 다 망가졌네. 찰랑이던 머릿결도 엉망이고.”


“으으으. 아파. 레일라. 그보다 카데스가 걱정이야. 깨어날 생각을 안 해.”


“얘는 왜 이래? 다친 곳도 없어 보이는데 죽은 거야?”


끔찍한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레일라를 보며 한스가 정색했다.


“그런 무시무시한 말 하지 마. 괜찮아. 곧 깨어날 거야. 그보다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레일라 쪽 얘기 좀 해줄래?”


레일라는 대답 대신 뒤늦게 한스의 꼴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 맞았어? 누구야? 어떤 놈이야?”


“말도 안 되게 강한 놈. 내 마법이 쓸모없어질 정도로 강하더라. 그런 자가 세상 밖으로 나와 우리 적과 손을 잡게 되면 진짜 큰일이야.”


“알았어. 내가 뒤지게 패줄게. 어쨌든 여기로 오기 전에 파시비엔 만났어. 아이들이랑 포로들 데리고 먼저 빠져나갔을 거야. 그리고 나랑 같이 온 프레시아란 애는 곧장 여기서 가장 강한 놈 처리하러 갔고.”


“파시비엔도 무사하니 다행이네. 콜리나랑 나는 계획대로 저택이랑 가장 위험한 드래곤 풀을 재배하는 밭을 박살 내놨어. 아마 프레시아가 처리하러 간 상대가 우리가 마주친 자일 거야. 지금은 아마 우리 편이라고 했던 피츠라는 남자랑 싸우고 있을 거고.”


간략히 각자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자 넷은 똑같은 고민에 빠졌다. 파시비엔은 사람들을 데리고 먼저 무사히 빠져나갔고, 비록 카데스가 기절한 상태에다 한스도 다쳤지만 다섯이 모두 모여있었다. 계획대로 일을 끝마쳤으니 이대로 탈출해도 무방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다 보니 누가 먼저 선뜻 여기를 벗어나자고 말을 하지 않았다.


다친 어깨를 부여잡고 있던 한스가 눈치를 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


“우리 이제 어떻게 할까? 아리엘, 혹시 강한 능력의 우리 적이 몇인지 들은 거 있어?”


아리엘이 프레시아에게 들은 기억을 더듬으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으음, 첫째 부인의 자식은 모두 8남매라고 들었던 것 같아. 그들 중 장남이란 자가 여기 책임자라고 그랬어. 아마 그자가 가장 강할 거야. 그리고 둘은 좀 아까 우리가 처리했고······.”


레일라가 숫자 둘을 더 보태주었다.


“밖에서 프레시아란 애랑 내가 둘 처리했어.”


“장남이란 놈을 프레시아가 처리해도 그럼 아직 셋이나 더 남았다는 얘기네?”


서지터가 지금 여기 있었더라면 나머지도 자신이 처리하겠다며 길길이 날뛰었겠지만, 아직도 셋이 살아있다는 말이 모두에게 자그마한 불안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만큼 강한 상대이다 보니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 말이다.


곰곰이 생각에 잠긴 레일라가 입을 떼 말했다.


“우리 이렇게 하자. 카데스가 언제 깨어날지 모르니 일단 너희가 데리고 나가서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레일라는 어쩌려고?”


“나는 남은 적을 찾아 처리할게. 알지? 나한테는 마법 단검이 있다는 거.”


“혼자서? 위험해.”


아리엘이 레일라의 옷깃을 꼭 잡아 말리려 했다. 행여나 남은 적 셋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1대3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내가 같이 갈게.”


“괜찮아. 아리엘도 지금껏 포로로 잡혀서 고생했잖아. 꼴이 말이 아니야. 카데스 데리고 먼저 나가. 혹시라도 나가는 길에 적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그땐 아리엘이랑 콜리나한테 맡길게. 한스나 카데스는 상태가 영 아니네.”


“그럼 레일라는 어디로 가려고? 여기저기 온통 불바다야. 곧 여기 다 타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프레시아가 향한 곳으로 가봐야 할 것 같아. 한스조차 맥없이 당했다면 그 애 혼자서 벅찰 수도 있어.”


입구 밖에서 프레시아가 싸우는 모습을 본 레일라였지만 아직 어린 그녀가 과연 에인트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무래도 레일라는 후환이 생길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싶었던 모양이다.


“레일라 혼자서 못 보내겠어. 나도, 나도 같이 가.”


힘겹게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한스였다. 크게 다치긴 했지만, 레일라 혼자 보내기 마음에 걸렸다.


“그 몸으로? 아서라. 초상 치르고 싶지 않거든?”


“나도 승부욕이란 게 있어. 조금 전엔 허무하게 당하긴 했지만 이대로 탈출하면 발 뻗고 제대로 잠도 못 잘 거 같아. 그자한테 되갚아줄 거야.”


평소의 한스라면 이런 행동과 발언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그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이곳에 없는 서지터의 빈자리를 어떻게 해서든 채우고 싶었고, 자기 손으로 능력자를 한 명도 처리하지 못한 것이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그 몸으로는 무리야. 같이 돌아가 있어.”


“난 아직 시작도 안 했거든?”


급기야 한스가 먼저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옆구리가 고통스러웠다. 기어이 고집을 부리는 그를 보며 레일라가 뒤에서 소리쳤다.


“말싸움할 시간 없다고!”


“나 정말 오늘을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했어. 이대로는 그냥 못 돌아가. 그리고 레일라 혼자 보내는 건 더더욱 못 하겠고.”


한스의 말에 레일라가 감동했다.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레일라가 툴툴거렸다.


“치잇! 그 몸으로는 무리라니까.”


“싸울 수 있어.”


“못 말려. 그럼 아리엘! 콜리나! 카데스 챙겨서 먼저 빠져나가. 나가는 길은 아리엘이 알아서 갈 수 있지?”


“응! 정령한테 물어보면서 갈게.”


파시비엔을 제외하고 한곳에 모인 일행은 다시 두 무리로 나뉘어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남아있을 적과 이곳에서 누구보다 강한 에인트를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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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9 24.01.04 12 1 13쪽
24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8 24.01.03 9 1 13쪽
24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7 24.01.02 17 1 12쪽
24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6 23.12.29 18 1 13쪽
24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5 23.12.28 13 1 13쪽
»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23.12.27 13 1 12쪽
24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3 23.12.26 13 1 14쪽
24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2 23.12.22 22 1 13쪽
24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23.12.21 13 1 12쪽
24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0 23.12.20 15 1 14쪽
24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9 23.12.19 16 1 12쪽
23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23.12.18 14 1 12쪽
23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23.12.15 17 1 12쪽
23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6 23.12.14 19 1 13쪽
23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5 23.12.13 14 1 13쪽
23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4 23.12.12 14 1 12쪽
23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3 23.12.11 15 1 15쪽
23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2 23.12.08 17 1 15쪽
23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1 23.12.07 13 1 12쪽
23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0 23.12.06 16 1 12쪽
23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23.12.05 17 1 12쪽
22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8 23.12.04 14 1 12쪽
22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7 23.12.01 21 1 13쪽
22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6 23.11.30 16 1 15쪽
22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5 23.11.2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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