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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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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연재수 :
2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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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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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DUMMY

날이 갠 후 셋을 찾기 위해 이틀째도 수색은 계속되었다. 계획대로 한스와 부상에서 회복한 콜리나는 플라이 주문과 인비지빌러티 주문으로 공중에서 넓은 범위를 수색하기 시작했지만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반면 레일라는 홀로 지상에서 전투를 벌이다 납치된 지점을 중심으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단서를 찾으려 애를 썼다. 혼자서 너무 위험하다는 한스의 고집에 공중에서 수색하던 두 사람은 교대로 레일라 근처를 맴돌며 위험 요소가 없는지 살피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수색에 열중하던 세 사람은 점심도 먹을 겸 안전한 곳에서 미리 만나기로 약속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한스는 인비지빌러티 주문을 풀고 공중에서 가볍게 땅으로 착지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 플라이 주문을 써보는 것도 오래간만이네. 거기다 인비지빌러티 주문까지 같이 쓰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한스는 나무 그늘에 앉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휴식을 취했다.


“후우우. 좀 이상해.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인비지빌러티 주문이 깨질 것 같단 말이야. 뭔가 플라이 주문도 평소랑 다르게 내 뜻대로 날기에도 조금 버겁기도 하고.”


- 털썩.


“나도 마찬가지야.”


“깜짝아!”


한스가 쉬던 옆자리로 콜리나가 털썩 앉으며 말하자 한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놀란 눈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콜리나는 한스 옆에 앉으며 인비지빌러티 주문을 풀지 않았으니 한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 만도 했다.


“놀랐잖아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는 법이 어디 있어요.”


- 스윽.


뒤늦게 콜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스의 눈에 들어온 콜리나의 얼굴을 하얗게 질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기야 이제 막 회복되자마자 콜리나에겐 익숙하지 않은 마법 주문들을 오랜 시간 쓰니 힘에 벅찰 수밖에 없어 보였다. 자신조차도 꽤 힘이 드는 상황이니 말이다.


“특이한 건 좀 찾았어?”


“전혀요.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어제랑 마찬가지네요. 콜리나는요?”


“나도 마찬가지야. 험한 곳을 살피면 살필수록 사람이 살 법한 곳이나 흔적조차 없어.”


한스는 다시 자리에 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우. 하루라도 빨리 흔적을 찾아야 할 텐데. 콜리나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엊그제까지 환자였잖아요.”


“안 돼. 카데스가 어떻게 해서던 날 살리려 했는데 그에 대해 보답은 해야지. 더군다나 이번에도 동료들을 잃고 싶지 않아. 한 번이면 족하다고.”


한스는 무리하는 콜리나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이미 루노바에서 자기 혼자만 살고 동료들이 모두 죽은 아픈 경험이 있는 그녀다. 이번에도 셋은 꼼짝없이 잡혀가고 자신만 살아 돌아온 것이 가슴 깊숙이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있다 쳐도 한스 네가 특히 플라이 주문이 버겁다니 의외네.”


“그러게요. 빨리 셋을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에 그런 거······. 어? 잠깐만요!”


“왜?”


“방금까지도 그냥 오랜 시간 두 가지 주문을 쓴 상태에 조바심이 나서 그런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콜리나도 그랬다면서요.”


“으응, 나도 어제부터 줄곧 인비지빌러티 주문이 깨져버릴 것만 같았어. 플라이 주문도 방향 잡기가 평소와는 다르게 쉽지 않았고. 근데 나야 한스 너만큼 실력이 대단하지도 않고 플라이나 인비지빌러티 주문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지.”


“마법사 두 사람이 동시에 그런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가?”


콜리나는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빤히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건 딱히 없었고 그냥 우연일 뿐이라 느껴질 뿐이었다.


“한 가지 번뜩하고 스쳐 지나간 생각이 있어요. 그냥 전설이긴 해도 아주 옛날에 크리그마 산에 드래곤이 살았다고 하잖아요.”


“응. 그랬지.”


“어······. 으음······. 뭐라고 설명해야 이해가 쉽지? 그러니까 저는 이미 한 번 겪어본 적이 있거든요.”


“뭘?”


“드래곤의 영역에서 마법을 쓴 경험이요. 콜리나도 알죠? 지터 녀석이 맨날 마나의 파동이나 흐름에 관해 떠들던 거요.”


“그걸 모를 수가 있니? 근래에는 검혼인지 역혼인지 쓴다고 그 난리를 쳤는데.”


“그 녀석 말에 의하면 드래곤의 영역에서는 마나의 파동이나 흐름이 완전히 바뀐다고 했어요. 쉽게 말해 어떤 마법이 있다 쳐요. 그럼 일반적인 마나의 상태가 드래곤의 영역에 들어가면 파동과 흐름이 그곳에 사는 드래곤에게 맞춰지는 거죠. 실제로 트리스미스에서 저뿐만 아니라 마법사 대다수도 마법을 거의 쓰지 못했어요.”


콜리나는 한스의 두서없는 설명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는지 그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네 말은 여기에 드래곤이 살았다는 건 그냥 전설이 아니고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하는 말이겠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은 여전히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고?”


“그렇죠. 옛날에 드래곤이 이곳의 둥지를 버리고 떠났어도 잔상처럼 계속 마나의 파동이나 흐름에 영향을 주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둘 다 마법을 쓰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거고요. 드래곤은 아마 아주 오래전에 떠났으니 우리가 여기서 마법은 쓸 수 있어도 아주 미세하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요?”


“네 말도 일리가 있긴 하네. 그런데 그게 세 사람을 찾는 데 무슨 도움이 돼. 오히려 우리한테는 불리하기만 한 거잖아.”


한스의 얼굴은 콜리나와 다르게 화색이 돌았다. 이런 생각은 보통 서지터의 몫이었으나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는 점이 내심 자랑스럽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도움이 될 거 같은데요?”


“어떻게?”


“아무리 공중에서 뒤져도 적의 본거지가 나오지 않는다면 눈으로는 찾기 힘든 곳에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제 주인 없는 드래곤의 둥지라든지.”


“뭐?”


“드래곤의 둥지요! 분명 꽤 넓은 공간일 텐데 그곳이 아지트로 쓰기에 딱 알맞지 않겠어요?”


“그래, 먼 과거에 크리그마 산에서 드래곤이 살았다고 치자. 그럼 둥지에 온갖 보물이 잔뜩 있을 거란 말이야. 드래곤은 반짝이는 금은보화를 좋아하니까. 그런 장소라면 지금까지 둥지의 위치나 존재 여부 정도는 알려지지 않을까 싶은데?”


“소설책이요! 크리그마의 드래곤이라는 소설책!”


“소설책? 그게 어쨌는데?”


흥분한 한스의 말에 반응을 보인 건 어느새 조용히 둘의 곁으로 다가온 레일라의 몫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한스의 말을 되물었다.


“소설책이랑 무슨 상관이야?”


“그게 그러니까 아주 오래된 소설책이야. 말이 소설이지만 실제로 그 당시 모험가들이 드래곤의 둥지를 찾기 위해 떠난 모험을 다룬 내용이거든.”


레일라에겐 드래곤의 둥지보다 둥지 안에 있는 보물에 관심을 더 보였다.


“모험가들이 보물을 다 들고 튄 거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내 얘기 잘 들어봐. 실제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 내용에는 둥지 비슷한 곳을 찾긴 했다고 했어. 아쉽게도 보물 같은 건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었고 드래곤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지.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입구가 무너졌다고 쓰여있어.”


“오래전에 무너진 입구를 무슨 수로 찾아?”


“수도에서 아르티안 선배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어. 정말 크리그마 산에 드래곤이 살았더라면 일반적으로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입구 말고 거대한 드래곤이 다닐 법한 입구는 존재할 수도 있잖아.”


한스의 생각을 읽은 콜리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크리그마 산의 최정상 말하는 거지? 한때 분화구였을 지도 모르는 곳.”


“맞아요.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적이 그곳에서 드나들 수도 있다는. 중요한 건 우린 아직 크리그마 산의 최정상까지는 수색하지 않았고요.”


레일라는 한스가 읽었던 크리그마의 드래곤이란 소설책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콜리나는 어린 시절 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능성은 충분하겠네. 아니면 무너진 입구 말고 다른 입구를 찾았을 수도 있고.”


“그 입구가 존재한다 해도 찾는 건 너무 어려워요. 하지만 최정상에 드래곤이 날아다닐 법한 곳은 나랑 콜리나가 당장에라도 확인할 수 있잖아요.”


흥분한 한스는 당장에라도 플라이 주문을 쓰고 날아오를 기세였다. 그런 그를 진정시킨 건 지상에서 수색에 열중하던 레일라였다.


“알았으니까 일단 밥부터 먹자. 배가 등가죽에 들러붙겠어.”


레일라는 서둘러 챙겨온 도시락을 꺼내면서도 지상에서 수색하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어제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조금 안쪽 지점을 훑어봤는데 별 건 없어. 파시비엔이 던져져서 박살이 난 나무 상태를 보면 걔는 꽤 크게 다쳤을 거야. 그럼 카데스나 아리엘은 잡혀가는 와중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길 법한데 그런 흔적조차 없네? 완전히 무력화시켜버렸을 거야. 기절시켰든지 아니면 꽁꽁 묶었든지 말이야.”


“그만큼 철저하게 흔적을 감췄으니 그동안 우리가 아무것도 찾지 못한 거겠지. 직접 두 눈으로 놈들을 봤지만, 솔직히 믿기 힘들 정도야. 너무 강해.”


“어떻게 해서든지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 애들을 탈출시켜야죠. 그리고 재정비해서 제대로 쓸어버려야지.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려?”


레일라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샌드위치를 거칠게 씹었다. 콜리나는 입맛이 없는지 헤더가 싸준 과일만 깨작거리며 먹을 뿐이었다. 그러다 조금 전 한스가 흥분해서 말하던 크리그마의 드래곤이란 소설책에 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소설 말이야. 어릴 때 읽은 기억은 대충 나는데 정말 진짜 모험가들 이야기야?”


빨리 배를 채우고 자기 생각을 확인하고 싶은 한스는 급하게 샌드위치를 먹다 목이 멨다.


“커헙! 쿨럭. 커걱.”


“어휴, 천천히 먹어라. 누가 안 잡아가.”


레일라가 물주머니를 건네주자 서둘러 물을 마신 후 살았다는 표정으로 한스가 콜리나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휴우우. 살았다. 사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긴 한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알 수는 없죠. 저도 처음 들은 이야기인데 저번에 아르티안 선배님한테 들은 말로는 소설이 나온 비슷한 시기에 실제 대마법사 페이먼스와 마이론홀드 초대 국왕인 카이론 대제가 모험가 시절 크리그마 산을 찾은 적이 있대요.”


“정말?”


“네, 페트레빈 가문의 광팬이니 그런 것까지 알고 계신 게 신기하더라고요. 어떤 사람들은 사실 소설의 주인공이 두 사람이었다고 여기기도 한 대요.”


“내 기억으로는 소설에는 마법사는 등장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실제 마법사가 많던 시절도 아니고.”


“그냥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헛소문 같은 거겠죠. 만약 정말로 대마법사 페이먼스가 이곳을 찾아왔다면 뭐라도 찾았겠죠? 지금 우리가 절실하게 바라는 드래곤 둥지의 입구라든지, 남겨둔 보물이라든지요.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딱히 찾은 게 없는 것 같더라고요.”


“다른 이유일 수도 있지. 아예 여긴 드래곤이 살았던 곳이 아닐 수도 있잖아? 소설은 마치 그냥 평범한 보통 동굴 같은 곳을 발견하고 드래곤 둥지라고 부풀렸을 가능성도 있지.”


콜리나의 부정적인 의견에 한스가 금세 시무룩해졌다. 크리그마 산 최정상의 커다란 입구라면 크로프트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단지 드래곤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설일 뿐일 수도 있다는 쪽으로 생각이 쏠리자 방금까지 흥분해서 떠들던 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가능성은 충분히······.”


그런 한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레일라가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직접 네 눈으로 확인하고 와. 그럼 의구심도 말끔하게 해결되겠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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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9 24.01.04 12 1 13쪽
24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8 24.01.03 9 1 13쪽
24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7 24.01.02 17 1 12쪽
24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6 23.12.29 18 1 13쪽
24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5 23.12.28 13 1 13쪽
24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23.12.27 13 1 12쪽
24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3 23.12.26 13 1 14쪽
24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2 23.12.22 22 1 13쪽
24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23.12.21 13 1 12쪽
24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0 23.12.20 15 1 14쪽
24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9 23.12.19 17 1 12쪽
23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23.12.18 14 1 12쪽
23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23.12.15 17 1 12쪽
23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6 23.12.14 19 1 13쪽
23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5 23.12.13 14 1 13쪽
23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4 23.12.12 14 1 12쪽
23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3 23.12.11 15 1 15쪽
23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2 23.12.08 17 1 15쪽
23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1 23.12.07 13 1 12쪽
23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0 23.12.06 16 1 12쪽
»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23.12.05 18 1 12쪽
22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8 23.12.04 14 1 12쪽
22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7 23.12.01 21 1 13쪽
22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6 23.11.30 16 1 15쪽
22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5 23.11.2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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