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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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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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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5,958

작성
23.1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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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DUMMY

- 콰항! 콰과광!


“어? 한스님과 콜리나님이 분명합니다. 기습을 시작한 모양이지 말입니다.”


굉음이 들리자 감옥 안에 갇혀있던 파시비엔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허리가 부러진 척하며 환자 행세를 하던 파시비엔은 손발이 자유로웠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리 피츠에게 전달받은 단검으로 묶여 있는 아리엘과 카데스를 풀어 주었다.


“후아아! 갑갑해 죽는 줄 알았어.”


묶여 있던 몸이 자유를 되찾긴 했지만, 여전히 밧줄이 느슨하게 칭칭 감고 있던 아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만세를 부르며 기지개를 켰다. 기습 공격을 알리는 굉음과 아리엘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던 감옥 경비병 둘이 다가와 말을 더듬거리면서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이야!”


“주, 죽인다! 가만, 가만히 있어!”


- 퍼헉! 퍽!


“후우, 이제 시작해볼까?”


피츠가 경비병 등 뒤에서 공격해 간단하게 둘을 기절시켰다.


- 절그럭. 절그럭.


녹이 슨 열쇠로 감옥 문을 열자 밧줄을 모두 푼 세 사람이 감옥 밖으로 나섰다. 포로의 몸임에도 여유로운 셋을 보자 피츠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다 열쇠 꾸러미를 파시비엔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저쪽 감옥에 있는 자들을 풀어 줘. 잔뜩 겁에 질려 혼란스러워 보이니 잘 달래보라고.”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 말입니다. 제가 또 말발 하나는 죽이는 성직자입니다.”


“감옥 밖으로 나가면 여기저기 온통 불길이라 움직이기 쉽지 않을 거야. 너희 동료가 해놓은 짓이니 너무 억울해하지는 말고.”


“역시 한스님이지 말입니다.”


“어쨌든 수다쟁이 넌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을 데리고 오른쪽으로 움직여. 가다 보면 나무 판자집 여러 채가 보일 거야. 빨리 움직이는 게 좋아. 그곳도 곧 불길에 휩싸일 테니까.”


“그럼 그곳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출구로 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출구는 애들이 알려줄 거야.”


꽁꽁 묶여 있던 아리엘은 몸이 굳었는지 계속 스트레칭을 하며 피츠에게 질문을 던졌다.


“으그극! 카데스랑 난 널 따라가면 되는 거야?”


“그래.”


“우리 무기나 장비는 어디 있지?”


카데스의 물음에 피츠가 턱으로 감옥 한쪽을 가리켰다.


“다 챙겨오긴 했지만 방어구를 입을 시간 따위는 없어. 무기만 챙겨라.”


“그러지.”


아리엘이야 가볍게 가죽 갑옷을 주로 입는 편이고 파시비엔을 사람들을 챙겨 탈출해야 하는 임무라 방어구를 굳이 입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카데스는 언제나 하프 플레이트 아머를 챙겨입는 터라 걱정이 된 아리엘이 카데스를 바라보았다.


“카데스, 괜찮겠어? 갑옷 없으면 어떡하려고.”


“괜찮아. 방어구는 방패만 있어도 충분해.”


“헤에, 역시 듬직해. 파시비엔도 몸조심하고!”


벌써 몸을 돌려 맞은편 감옥 쪽으로 걸음을 옮긴 파시비엔을 향해 아리엘이 소리쳤다.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 파시비엔은 신이 났는지 경망스러운 뜀걸음으로 달려가며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피츠는 얕은 동굴 감옥을 빠져나가며 입을 열었다.


“우리도 시작하지. 미리 말해뒀듯이 우리 임무는 너희 마법사가 아버지의 거처와 드래곤 풀이 자라는 곳을 박살 내기 편하도록 에인트 큰형을 밖으로 끌어낼 거야. 이곳으로 올 때 얼핏 보니까 마법사가 각개격파 할 수 있게 제대로 손을 쓴 거 같아.”


계획대로 흘러가는 와중에 피츠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유일하게 에인트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고, 그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제발 모습을 드러내라. 내 손으로 숨통을 끊어줄 테니까.’


프레시아가 이 모든 걸 끝내고 싶어 했다면 피츠는 오로지 에인트에게 복수하는 것만 꿈꿔왔다. 비록 이길 가능성은 적지만 죽기를 각오하고 상대할 작정이다.


“와아, 온통 불바다야.”


감옥 밖으로 나선 아리엘은 입이 벌어졌다. 이들이 감옥을 탈출하기 전, 분화구를 통해 케넬론 패밀리의 본거지로 들어온 한스는 목표 지점에 강력한 파이어볼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보간의 자식들이 밖으로 나오자 한스는 지금껏 연구했던 파이어월 주문을 사용했다.


일반적인 파이어월은 긴 장막 같은 불의 벽을 만들어 움직임을 차단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조금 전 한스가 쓴 파이어월은 보간의 자식들이 모여있던 곳에 날려 불의 벽이 사방으로 퍼지게 해 그들을 뭉쳐있지 못하게 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의 파이어월을 처음 사용했다는 점과 한때 드래곤 주거지의 중심이다 보니 적절한 컨트롤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그런 이유로 불길이 점점 번져가며 아리엘의 눈엔 불바다가 되는 광경을 목격 중이다.


“마치 불의 정령인 살라만더가 나타나 날뛰는 기분이야.”


불의 정령을 다루지 못하는 아리엘에겐 낯선 풍경이었다. 모든 걸 불태우려는 듯 주위를 집어삼키는 불길에 잠시 넋을 잃다가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피츠! 이 개자식아!”


“쳇! 방해하는 인간이 없었으면 했는데 하필······.”


세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절벽 앞에서 기습했을 당시 아리엘에게 선제공격을 날렸던 베레온이었다.


“포로로 잡혀 있을 놈들을 탈출시켜 함께 있는 걸 보니 지금 이 상황은 네가 꾸민 짓이냐?”


“형, 물어봐서 뭐 해? 뻔할 뻔 자지.”


“블카르 녀석까지······.”


서로를 마주한 상황에서 각자 무기를 뽑아 들고 언제라도 싸울 준비를 취했다. 숫자로는 3 대 2로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가 베레온이다. 거기다 베레온의 껌딱지처럼 항상 붙어 다니는 블카르 또한 힘에 있어선 피츠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베레온과 블카르의 실력을 잘 알고 있는 피츠는 둘에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잘 들어. 베레온 저 인간은 너희도 상대해봤으니 잘 알 거야. 에인트 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긴 해도 힘과 속도.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야. 거기다 블카르 또한 카데스 네가 상대했던 메델과 막상막하의 힘을 가지고 있다. 체격은 마르고 호리호리해도 만만하게 봐선 절대 안 돼.”


카데스가 방패를 들어 올린 채 베레온과 블카르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단 한 순간도 방심한 적 없다.”


“메델을 날려버렸던 신기한 능력이라도 발휘해 보라고.”


“후우우.”


카데스는 숨을 고르며 지그시 눈을 감아 역혼의 감각을 느끼려 애를 썼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며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을 느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


‘확실히 익숙해지는 느낌이야. 방패도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하는 것 같고.’


카데스의 상태를 살피던 피츠는 확신의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언제라도 튀어 나갈 수 있게 몸을 잔뜩 웅크리며 말했다.


“베레온은 내가 상대하지. 꼬맹이 넌 전투 상황을 지켜보며 불리해 보이는 쪽을 도와.”


“이익! 꼬맹이 아니거든!”


“아리엘, 저 녀석은 내가 맡을게.”


- 파핫!


카데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츠가 먼저 베레온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방진 자식이! 네 실력으로는 아직 내 발끝에도 못 미친단 말이다!”


잔뜩 화가 난 베레온 또한 피츠의 움직임을 보며 죽일듯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슈리엘! 도와줘! 토네이드 윈드(Tornado Wind)!”


- 화르르륵!


아리엘의 외침에 주변에서 일렁이던 한스의 파이어월이 마치 불사조를 연상케 하듯 독수리의 형태로 변해 베리온을 향해 덮쳐갔다. 그녀는 애당초 피츠의 말처럼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납치되기 직전 베레온에게 호되게 당했다 보니 철저하게 복수하겠단 일념뿐이었다.


슈리엘은 베레온 주변을 감싸 회오리 형태로 점차 바뀌어 갔다. 갑작스러운 아리엘의 공격에 피츠는 얼굴을 돌리며 소리쳤다.


“방해하지 마!”


“방해는 너나 하지 말라고. 흥!”


- 화르륵! 타핫!


순간의 틈을 놓치지 않고 베레온이 회오리 불길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꽤 강한 불길에 머리카락이 그을려 타들어 갔고 옷에도 불이 붙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피츠를 향해 몸을 날렸다.


- 파가강!


“크흑!”


단 한 번의 격돌에 피츠가 뒤로 밀려버렸다. 진심을 다해 공격하는 베레온은 피츠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빨랐다. 베레온은 빠르게 피츠를 몰아붙이는 와중에도 허리춤에 있던 토마호크를 아리엘을 향해 집어 던졌다.


- 휘리익!


아리엘이 눈을 한 번 끔뻑거린 순간 토마호크는 얼굴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만큼 토마호크의 위력은 강력했고, 피하기엔 한 박자 늦었다는 걸 깨달은 아리엘은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으며 다시 주문을 외웠다.


“스로우 스톰(Throw Storm)!”


아리엘의 외침과 동시에 토마호크는 마치 부메랑이라도 된 듯 그 자리에서 궤도가 바뀌며 다시 베레온을 향해 날아갔다. 스로우 스톰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던진 투척 무기에 바람의 정령 마법을 걸어 위력을 높이는 주문이다. 하지만 하급 정령 실프가 아닌 중급 정령인 슈리엘을 소환한 상태에서는 타인의 투척 무기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삼은 아리엘이었다.


“후아! 십년감수했네.”


- 푸훅!


“크흡! 젠장!”


계속해서 피츠를 몰아붙이던 베레온의 허벅지에 토마호크가 깊숙이 박혀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은 베레온은 텀블링으로 재빨리 피츠와의 거리를 벌렸다.


“저 망할 년이!”


“후우, 후우. 한쪽 다리가 성치 않으니 이제 좀 엇비슷해졌으려나? 야! 꼬맹이! 제법인데?”


“꼬맹이 아니라고! 망할 년은 더더욱 아니라고! 못생긴 오크야!”


발끈한 아리엘을 무시한 채 역전된 상황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싶던 피츠가 이번에는 반대로 베레온을 공격해 들어갔다.


- 파캉! 카강!


피츠가 몰아붙이는 형세가 되자 아리엘은 고개를 돌려 카데스의 상황을 살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베레온과 함께 나타난 블카르란 호리호리한 적이 흙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이었다.


- 철퍼덕!


“이 자식이! 메델 누나처럼 내가 당할 줄 알고? 흐아압!”


블카르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덩치와 비슷한 양손도끼를 거칠게 휘두르며 카데스에게 달려들었다. 위압적인 모습임에도 카데스는 언제나처럼 침착한 얼굴로 방패를 고쳐잡아 가볍게 휘둘렀다.


- 쩌엉! 촤르르르.


“크윽! 벌레만도 못한 자식이!”


“후우우. 벌레한테 박살 나는 너는 그럼 뭐지? 폐기물쯤 되려나?”


카데스는 여유롭게 도발했고, 다시 한번 날아간 블카르는 바닥에 허우적거리며 제풀에 분을 못 이겨 괴성을 질러댔다.


“으아아악! 망할! 망할 벌레 새끼! 죽여버릴 거야!”


여유로운 척 상대를 도발하긴 했지만, 카데스의 체력 또한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포로로 잡혀 있는 동안 식사량도 부실했고, 갑작스럽게 역혼을 사용하다 보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 주룩.


코에서 무언가 흐르는 걸 느낀 카데스가 손등으로 코를 쓱 닦자 코피가 잔뜩 묻어나왔다.


‘역시 아직은 무리인가. 상대를 제압하기에 완벽할지 몰라도 확실히 육체적인 부담이 너무 커. 몇 번 더 쓰면 저번처럼 기절해 버릴지도 몰라.’


전투 중에 기절하는 것만큼은 원치 않았다. 차라리 깔끔하게 적에게 당해 죽는 게 동료들에게 짐을 덜 지우는 거라 여긴 카데스는 확실하게 마무리할 한 방이 필요했다.


‘저런 괴물 같은 놈을 상대하기엔 결정타를 먹일 방법이 필요해. 압도적인 힘의 차이야. 지터, 인마! 너라면 어떡할래? 응? 너라면 정답을 알고 있겠지?’


이곳에 없는 친구의 조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 상황, 같은 날 서지터는 이멜다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마이론홀드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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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40 24.01.05 27 1 14쪽
25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9 24.01.04 12 1 13쪽
24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8 24.01.03 9 1 13쪽
24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7 24.01.02 17 1 12쪽
24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6 23.12.29 19 1 13쪽
24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5 23.12.28 13 1 13쪽
24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23.12.27 13 1 12쪽
24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3 23.12.26 14 1 14쪽
24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2 23.12.22 23 1 13쪽
24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23.12.21 13 1 12쪽
24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0 23.12.20 16 1 14쪽
24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9 23.12.19 17 1 12쪽
»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23.12.18 15 1 12쪽
23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23.12.15 17 1 12쪽
23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6 23.12.14 19 1 13쪽
23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5 23.12.13 15 1 13쪽
23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4 23.12.12 14 1 12쪽
23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3 23.12.11 15 1 15쪽
23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2 23.12.08 17 1 15쪽
23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1 23.12.07 13 1 12쪽
23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0 23.12.06 16 1 12쪽
23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23.12.05 18 1 12쪽
22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8 23.12.04 14 1 12쪽
22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7 23.12.01 21 1 13쪽
22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6 23.11.30 16 1 15쪽
22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5 23.11.2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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