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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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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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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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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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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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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DUMMY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게 흘러갔다. 결전에 앞서 셋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보충했고, 각자 머릿속으로 나름의 시뮬레이션을 그리며 강한 적을 어떻게 상대할지 계획을 세웠다. 특히 한스는 어떤 마법이 효율적일지 고민이 많았다. 마구잡이로 날뛰자니 납치된 무고한 사람이 마음에 걸려 함부로 마법을 쓰기도 쉽지 않았다. 그랬기에 더욱 신중을 기해 메모라이즈 할 마법을 고르고 또 골랐다.


“좋아. 스승님이 만드신 증폭석도 생겼고 안 해본 걸 해볼 좋은 기회야.”


한스가 결의를 다지던 그때, 납치된 세 사람 역시 내일 자정에 시작될 기습을 전해 듣고 체력을 비축했다. 전투에서 제외될 파시비엔은 아쉬운 듯 울상을 지었다.


“신성마법을 못 쓰더라도 저도 싸울 수 있지 말입니다. 카데스님도 예전에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제 실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다고 말입니다.”


“알아. 그래도 파시비엔이 해줘야 할 역할이 가장 커. 강제로 잡혀 온 사람들부터 어린애들까지 있어. 그들을 무사히 탈출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그래도······.”


“우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밖에 있는 애들한테 계획도 잘 전달됐고, 볼수록 프레시아라는 저 여자아이 대단한 거 같아.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게 느껴질 정도니까.”


“맞아. 우리 지터가 없는 자리를 쟤가 대신해 주는 느낌? 오래 안 건 아니지만 나조차도 든든할 정도야.”


여전히 꽁꽁 묶인 아리엘이 발가락을 꼬물거리면서 프레시아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낯선 자의 경계가 심한 아리엘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프레시아의 친화력이나 성격이 좋다는 걸 의미했다.


“축대 보수도 끝났으니 내일은 불려 나갈 일은 없을 거야. 푹 쉬자. 밖에 있는 녀석들도 지금쯤 쉬면서 내일을 대비하고 있겠지.”


카데스는 친구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피곤한 몸을 딱딱한 바닥에 뉘었다. 밖에 있는 셋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해 있지만 카데스는 누구보다 자신들의 역할이 중요하단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음날 자정, 약속된 때가 다가왔다. 레일라는 미리 전해 들은 죽은 고목 쪽에서 대기했고, 한스와 콜리나는 크리그마 산 정상 분화구 쪽에서 만발의 준비를 했다. 잔뜩 긴장한 한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후우우, 허무하네요. 분화구 쪽에 한 번만 발을 내디뎠어도 바로 알아차렸을 텐데. 아무래도 일루젼(Illusion) 주문이겠죠? 엄청나네요.”


“그러게. 이 정도 넓은 범위에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오랜 시간 주문이 유지될 정도면 여기 주인이었던 드래곤이 해놓은 일루젼 주문이겠지. 한스 네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무리는 아니야.”


“아니에요. 가설이 맞는 것 같아 너무 신이 나 제가 너무 방심했던 거 같아요.”


콜리나는 계속 자책하는 한스가 신경 쓰였는지 재빨리 주제를 돌렸다.


“좋게 생각하자. 결과적으로 여기가 뚫려있단 걸 알게 됐잖아. 그 애한테 전달받은 계획을 복기해볼까? 이 안으로 들어가면 나는 왼편의 주거지 쪽으로 가서 공격할 거야.”


“전 해골로 장식된 곳 근처 큰 건물 먼저 불태우고 주변 밭을 초토화로 만들어 놓을게요. 그리고 빠른 몸놀림을 보이는 자들이 그 건물에서 나오면 찢어놓는 게 제 역할이에요.”


프레시아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케넬론 패밀리의 첫째 부인 자식들 대다수가 그들의 아버지인 보간과 같은 건물에 머무르고 있다. 그 점을 이용한다면 한스의 능력으로 한 곳에 뭉치지 못하게 해놓을 수 있다. 계획에서 최우선으로 성공해야 하는 게 한스의 역할이었다. 그래야 각개격파가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이제 곧 신호가 올 거야. 준비하자.”


“후우우. 네!”


한스는 손깍지를 끼고 흔들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이 없는 한스다. 상대가 상대인만큼 한치의 방심도 용납할 수 없었다.


- 휘익! 휘이익!


“어? 신호다.”


“정말 저 아래에서 던졌네. 쟤네 진짜 질린다.”


주먹 크기의 돌멩이 두 개가 일루젼 주문으로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는 분화구를 뚫고 솟구쳐 올라왔다. 공격 신호가 필수라고 여겨진 레일라가 마법사 둘에게 신호를 보내달라고 프레시아에게 요구했고, 눈에 띄지 않는 방법으로 알려줄 길이 딱히 없자 이런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 알려준 것이다.


프레시아 정도 되니 분화구 안쪽 지상에서 이 높은 곳까지 단숨에 돌멩이를 던질 수 있었다. 이런 어마어마한 힘에 콜리나는 다시 한번 혀를 내두르며 헤이스트(Haste) 주문을 외웠고, 한스는 임프루브 인비지빌러티(Improved Invisibility)를 사용해 모습을 완벽하게 지웠다.


둘이 굳이 다른 주문을 외운 이유는 단 한 가지다. 현재 콜리나의 실력으로는 일반적인 인비지빌러티 주문만 쓸 수 있었다. 그랬기에 몸을 감춘 채 곧바로 공격적인 주문을 외운다면 인비지빌러티 주문은 바로 깨져 버리니 의미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


반면 콜리나보다 실력이 한 수 위인 한스는 일반적인 인비지빌러티보다 향상된 주문으로 몸을 감춘 채로도 얼마든지 공격적인 주문을 쓸 수 있다. 처음엔 콜리나는 그냥 몸을 드러낸 채 플라이 주문만 쓰려고 했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이 싸우는 것보다 헤이스트 주문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게 덜 위험할 거라며 한스가 제안했다.


“자! 그럼 가볼까?”


“조심해요. 콜리나.”


“알았어. 최대한 높이 뜬 채로 정신 사납게 움직여줄게.”


“가요.”


둘은 플라이 주문을 쓴 후 곧바로 분화구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

- 콰항! 콰과광!


케넬론 패밀리의 본거지 입구도 모른 채 죽은 고목 틈에 숨어 있던 레일라에게 굉음이 들려왔다. 그녀 역시 프레시아의 능력을 보았으니 비슷한 능력을 갖춘 적들 때문에 잔뜩 긴장해 있었다. 손에 난 땀을 가죽바지에 쓱쓱 닦으며 중얼거렸다.


“벌써 시작된 모양이네. 나도 그럼 준비를 해볼까?”


마법 단검 암살자의 까마귀를 뽑아 든 레일라는 평소처럼 손끝을 따는 대신 손바닥으로 단검을 쥐고 가볍게 쓰윽 긋자 날카로운 검날에 피가 흥건히 묻어나왔다.


“꼴통 자식 피가 효과는 좋은데 아쉬운 대로 이렇게라도 해야지.”


레일라는 파우치에서 깨끗한 붕대 하나를 꺼내 왼손을 감았다. 얼추 붕대를 다 감을 즈음 근처 풀숲에서 부스럭거리며 프레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언니! 있어요? 나와봐요. 이제 들어가야 해.”


- 부스럭.


“왜 자꾸 언니래?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임시 동맹을 맺는 거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언니라고 그만 부르라고.”


“난 친해지고 싶은데요?”


“됐고, 안쪽 상황이나 말해.”


“마법사들의 공격이 시작됐어요. 진짜 엄청나요. 단숨에 엉망으로 만들어 놨으니까. 게다가 대부분 다 찢어놨으니까 빨리 가서 언니 상대를 알려줄게요.”


“잡혀있는 내 친구들은?”


“우리 편인 피츠 오빠가 마법 공격과 동시에 탈출시켜서 함께 움직이고 있어요. 언니, 나 따라올 수 있죠?”


- 파핫!


눈웃음을 짓던 프레시아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근처 나무의 잔가지들이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레일라의 눈으로는 도무지 따라갈 수 없던 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을 나침반 삼아 레일라도 프레시아를 따라붙으려 애를 썼다.


- 타앗!


‘망할, 까마귀에 피를 잔뜩 묻혀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어. 정말 괴물이네.’


레일라는 어떻게 해서든 따라가려 해보았지만, 바위들이 많은 곳까지 다다르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수가 예닐곱 정도 되는 비쩍 마른 남자들이 신음을 내며 바닥에 나뒹구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이미 프레시아가 입구 근처에서 경비를 서던 노예들을 간단히 제압한 후였다.


레일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프레시아를 찾자 족히 4미터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바위 뒤에서 프레시아의 머리가 불쑥 튀어나왔다.


“여기요! 여기! 올라올 수 있죠?”


“저게······! 무시하면 죽는다?”


속도에서 뒤처진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레일라는 인상을 팍 쓰며 가볍게 바위 위로 뛰어올랐다.


“안내나 똑바로 해.”


“와! 언니 진짜 빠르다. 진심으로 속도를 내는 날 단숨에 따라잡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이렇게 수다 떨 시간 있니?”


“괜찮아요. 내가 언니 상대로 점찍은 프레카 언니는 힘만 세고 느린 오르비스 오빠랑 같이 이쪽으로 올 거예요. 원래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이 입구 쪽으로 올 건데 엄청난 마법으로 그 둘을 이쪽으로 오게끔 유도했어요. 베레온 오빠가 왔더라면 피해 갈 생각이었는데 우리한테는 행운이죠.”


“그래서 입구가 어딘데.”


프레시아는 검지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머리 위의 넝쿨. 이런 식으로 입구를 위장해 놓았으니 여기까지 오더라도 찾기란 분명 쉬워 보이지 않았다. 레일라는 고개를 들어 올려 자기 허벅지 두께만 한 넝쿨을 보며 중얼거렸다.


“위장해 놓은 건가?”


“맞아요. 넝쿨 뒤로 문이 있죠. 곧 두 사람이 저기로 나올 테니까 준비해요.”


- 스릉. 스르릉.


프레시아가 등 뒤에 있는 검을 뽑아 들자 레일라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어······!”


“왜요?”


“검 두 자루를 쓰는 거야?”


“그런데요?”


“기가 차네.”


레일라는 더 길게 말을 잇지 않았다. 서지터처럼 듀얼 일드 방식의 검술. 지난 산호섬에서 해적들과 전투를 치르던 당시 카데스가 상대한 적이 서지터처럼 두 자루의 검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다른 장소에 있던 레일라는 그를 보지 못했고, 현재 프레시아를 보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한편 프레시아는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 만큼 긴장했으면서도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지금껏 피츠 외엔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프레시아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생각에 피가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아래에서 적을 맞닥뜨리면 전술상 우리가 더 불리할 텐데.”


“입구 너머에서 싸우게 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요. 누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각개격파를 해야 해요. 그래야 기습의 의미가 있죠. 그렇다고 입구 통로에서 싸우기에도 무리죠. 언니는 빠른 몸놀림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통로에서는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탁 트인 곳에서 싸우려고요.”


분명 누가 이쪽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프레시아는 프레카와 오르비스가 입구로 오는 걸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 잠깐 사이 빠르게 머리를 굴려 레일라의 장점을 극대화할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영리한 건지, 무모한 건지 꼭 누굴 보는 거 같네.”


“그 천재지만 등신 같은 친구요?”


“등신 아니거든?”


“헤헤, 미안해요.”


레일라가 서지터를 옹호하는 건 절대 아니다. 까더라도 남이 아닌 내가 까야 하는 그런 마음일 뿐이다.


“거기다 힘만 세고 무식한 오르비스 오빠가 통로에서 난리를 치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통로가 무너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입구 밖으로 장소를 정한 거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마요.”


“알았다고.”


- 끄그극.


넝쿨이 움직이며 덧대어놓은 나무 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작은 크기의 문일 것이라 생각했던 레일라의 예상이 처참하게 빗나갔다. 가로세로 2미터는 넘어 보이는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커다란 문을 꽉 채울만한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 꿀꺽.


거대한 덩치에 레일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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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9 24.01.04 12 1 13쪽
24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8 24.01.03 9 1 13쪽
24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7 24.01.02 17 1 12쪽
24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6 23.12.29 19 1 13쪽
24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5 23.12.28 13 1 13쪽
24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23.12.27 13 1 12쪽
24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3 23.12.26 1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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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23.12.21 14 1 12쪽
24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0 23.12.20 16 1 14쪽
24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9 23.12.19 17 1 12쪽
23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23.12.18 15 1 12쪽
»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23.12.15 18 1 12쪽
23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6 23.12.14 19 1 13쪽
23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5 23.12.13 15 1 13쪽
23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4 23.12.12 14 1 12쪽
23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3 23.12.11 15 1 15쪽
23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2 23.12.08 17 1 15쪽
23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1 23.12.07 13 1 12쪽
23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0 23.12.06 16 1 12쪽
23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23.12.05 18 1 12쪽
22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8 23.12.04 15 1 12쪽
22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7 23.12.01 22 1 13쪽
22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6 23.11.30 16 1 15쪽
22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5 23.11.2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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