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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님의 서재입니다.

잊혀진 자의 이야기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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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9일생
작품등록일 :
2023.01.06 17:04
최근연재일 :
2024.01.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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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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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DUMMY

“후욱. 후욱.”


한스는 땅에서 50여 미터 정도 높이에 있었다. 튀어나온 바위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손으로 종유석처럼 생긴 기다란 돌을 잡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무리 연구한 뒤에 처음 써 본 파이어 월이지만 너무 컨트롤이 안 돼. 드래곤이 살았던 중심부라 다르긴 다른 건가?”


처음 파이어 월을 쓰며 기괴한 저택에서 몰려나온 보간의 자식들을 뿔뿔이 흩어놓는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적당한 높이와 거리의 파이어 월이 마치 살아 꿈틀거리는 듯 사방을 불길로 뒤덮기 시작했다.


“제발 불길에 잡혔던 애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되는데······.”


사방으로 번져나가는 불길을 보며 한스는 걱정이 앞섰다. 불길을 잡아보려 정신을 집중해 보았으나 한스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그 결과 지금 순식간에 지쳐 숨을 고르는 중이다. 후에 한스가 쓴 파이어 월로 인해 판잣집에 갇혀 죽은 아이들이 생겼다는 말에 본의 아니게 죄책감까지 든 그였다.


어린 세 아이가 희생된 지 꿈에도 모르던 한스는 계속해서 다음 행동을 취하기 위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저기다! 저쪽에 있는 게 드래곤풀인지 뭔지 하는 끔찍한 풀인 것 같아.”


이미 보간의 자식들이 머물던 거처는 한스와 콜리나의 마법으로 초토화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저택의 한쪽에서 한 사내가 물통을 나르는 사람들을 윽박지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집이 아닌 곳으로 물통을 나르는 거라면 지켜야 할 가치가 더 큰 게 있는 거겠지.”


여전히 임프루브 인비지빌러티(Improved Invisibility)로 모습을 감춘 한스가 한쪽 발로 버티던 바위를 밀며 가볍게 뛰어올랐다.


- 후우웅.


“으아악!”


플라이 주문이 해제될 시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하지만 한스는 중력의 법칙에 따라 그대로 땅에 내리꽂힐 위기였다.


“흐익! 말도 안 돼!”


한스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마법 계열이 변화 계열이다. 그중에서도 플라이 주문만큼은 어떤 고위 마법사보다도 능수능란하게 쓴다. 팔라고스 전쟁에서 마법학회 마법사들의 전투 방식이 플라이 주문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어야 했고, 자연스럽게 플라이 주문의 지속시간부터 공중에서의 움직임 또한 엄청난 발전을 이룬 한스였다. 하지만 플라이 주문을 외운 지 채 20분도 지나지 않았다.


‘평소라면 한 시간은 훌쩍 넘게 지속되어야 하는데! 이러다 임프루브 인비지빌러티도 언제 깨질지도 몰라.’


일단 급한 대로 땅에 떨어져 낙사를 피하고자 플라이 주문을 다시 외웠다.


“플라이!”


“쥐새끼군!”


하필 한스가 떨어지던 곳 가까이에 조금 전 보았던 한 사내가 있었다. 그의 눈에 한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로 위치를 파악하고 재빨리 단검을 한스 쪽으로 던졌다.


- 쉬이익!


주문을 외운 한스는 몸을 틀어 단검을 피한 후 유영하듯 부드럽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소리만 듣고 바로 내 위치를 알아챘어. 하마터면 저 단검에 당했을 거야.’


한스의 등골이 오싹했다. 조금 전 단검을 던진 자가 걸음을 옮기며 주변을 꼼꼼하게 살폈다.


- 저벅저벅.


“마법사인가?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나오는 게 어때?”


숨소리마저 죽이고 한스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2미터는 되어 보일 법한 큰 키에, 균형 잡힌 탄탄한 근육질의 몸. 겉으로 보기만 해도 강하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까 우르르 몰려나왔을 땐 못 봤던 자야. 눈빛만으로도 공기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야.’


상대를 정확히 봤다. 한스의 아래에 있는 자가 다름 아닌 보간의 장남 에인트 케넬론이었다.


‘어쩌면 기회일지도 몰라. 잔뜩 경계하고 있긴 해도 위치상 내가 유리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한스였기에 과감하게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지팡이를 아래로 휘두르며 에인트의 정수리를 향해 라이트닝 볼트를 내리꽂았다.


- 빠지지직!


“찾았다. 쥐새끼.”


- 탓!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번개보다 더 빠른 에인트였다.


- 부웅!


“어?”


한스는 어안이 벙벙했다. 거리는 제법 있긴 했어도 상대가 라이트닝 볼트를 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더군다나 자신의 눈앞에 방금까지도 땅에 있던 자가 거꾸로 공중에 떠 있었다.


“이쯤인가?”


- 뻐어억!


“크억!”


에인트는 거꾸로 공중에 뜬 채 보이지도 않는 한스를 킥 한 방으로 날려버렸다. 지팡이로 막을 틈도 없었다. 그대로 어깨를 가격당한 한스는 땅으로 내리꽂혔다.


- 퍼거걱! 퍽! 촤르르르!


땅에 꽂히며 한스는 충격에 몇 번을 튕겨 나갔다. 고통이 삽시간에 몰려왔고 눈앞이 깜깜해졌지만 어떻게 해서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이게 뭐야. 감으로만 안 보이는 나를 날려버린 거야?’


“쿨럭. 쿨럭.”


임푸르브 인비지빌러티 주문은 이미 깨졌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피를 토하는 한스 쪽으로 벌써 땅으로 착지한 에인트가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옷차림을 보니 이 난리가 난 이유는 너겠군. 여긴 쉽사리 못 찾을 텐데 어떻게 들어왔지? 내통자라도 있는 건가?”


한스는 대답 대신 일어나 보려 다리에 힘을 줘 보았지만, 곧바로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내통자를 말하면 고통 없이 빠르게 죽여주마. 저기서 불을 끄는 버러지만도 못한 놈들 중 하나인가? 아니면 내 동생들 중 누군가?”


“쿨럭! 후우, 후우.”


숨을 고른 한스는 근처 어딘가에 있을 콜리나를 향해 소리쳤다.


“콜리나! 저기 있는 밭부터 날려버려요!”


- 퍼헝! 콰과광!


콜리나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후 아직 마무리가 덜 된 한스 쪽으로 날아오다 그의 외침에 곧바로 드래곤 풀을 재배 중인 밭을 향해 파이어볼을 날렸다.


“이 쓰레기 같은 자식이······!”


마법사가 한 명이 더 있으리라고 에인트로써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거처가 불타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도 드래곤 풀을 먼저 구하려던 행동도 수포가 되었다. 기괴한 저택 안에는 에인트 자신의 세 자식까지 있었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자식보다 드래곤 풀이 우선이었다.


한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목숨보다 드래곤 풀을 먼저 불태워 후환을 없애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목숨을 걸고 콜리나에게 소리친 것이다.


그의 행동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에인트는 양손검을 뽑아 싸늘하게 말을 꺼냈다.


“죽어라.”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에 한스는 여전히 주저앉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

한스의 목이 날아갈 위기가 생기기 얼마 전, 가장 먼저 케넬론 패밀리와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는 3 대 2라는 수적 우세에도 베레온과 블카르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있었다. 역혼을 쓰기 부담스러웠던 카데스는 아리엘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블카르를 막아내고 있었고, 피츠는 다리에 상처를 입은 베레온을 상대로 일진일퇴의 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배신자 자식. 다리의 상처만 아니었어도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새끼가.”


“후우, 후우. 형, 핑계 한번 요란해. 그 정도 실력이면 애당초 다치지 말아야 정상이 아닌가?”


“닥쳐!”


제법 지친 피츠와 베레온은 대치한 채 대화를 나누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 알려줄까?”


“네깟놈 주둥이에서 뭘 들어도 달라질 사실은 없어. 여기서 다 죽는다.”


“들어보라고. 곧 프레시아가 입구 쪽에서 여기로 올 거야. 그 전에 나와 저 녀석들을 쓰러뜨리는 게 좋을걸?”


“풉! 푸하하하! 프레시아? 으하하핫!”


피츠의 입에서 프레시아가 언급되자 베레온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젖혔다. 그가 알고 있는 한 프레시아의 실력은 겨우 크리사보다 조금 나은 정도니까 말이다.


“비웃어도 이해해. 형은 직접 걔 실력을 본 적이 없잖아. 옛날에 리엔을 데리고 달아났던 프레시아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게 나였던 건 기억해?”


“무슨 개소리냐.”


“둘을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내 목이 날아갈 뻔했어. 내 짐작이 맞는다면 그 애 실력은 에인트 형 그 이상, 유일하게 아버지와 맞먹는 수준일 거야.”


“허!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지만 형은 프레시아를 볼 수 없을 거야. 걔가 도착하기 전에 형은 죽을 거니까.”


피츠는 토마호크에 다친 다리를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평소라면 가볍게 높이 뛰어올랐을 테지만 지금 상태의 베레온에겐 다소 위험한 행동이라 그대로 피츠의 공격을 받아쳤다.


- 카가강!


“멍청한 놈! 역시 넌 수가 다 읽힌다고!


아직 성한 왼쪽 다리를 이용해 몸을 슬쩍 틀어 반격을 가했다. 피츠 역시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앞으로 구르며 베레온의 공격을 피해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공방을 펼쳐진다면 지속해서 피를 흘리는 베레온을 이길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피츠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초조함의 원인은 보간의 장남 에인트. 빨리 그에게 달려가 숨통을 끊어놓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식이면 끝이 안나. 결단을 내려야 해.’


그리고 그때 아리엘의 외침이 들려왔다.


”카데스!“


과도한 힘을 사용한 탓에 결국 카데스는 현기증을 느끼며 무릎을 꿇었고, 빈틈을 노린 블카르가 양손 도끼를 높이 치켜들어 카데스를 향해 휘둘렀다.


”윈드 커터!“


- 파바바밧!


날카로운 무형의 칼날이 블카르의 팔다리 곳곳에 상처를 입혔다.


”망할 꼬맹이 년이!“


블카르는 방향을 틀어 아리엘에게 향했다. 화가 잔뜩 난 터라 상처의 아픔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무방비 상태에 놓인 아리엘의 앞을 카데스가 막아서며 다시 한번 역혼의 힘을 빌렸다.


- 터허엉! 철퍼덕!


”으아악! 이 개자식! 죽여버릴 거야!“


뜻대로 되지 않고 또 한 번 날아가 버린 블카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잠시 여유가 생긴 카데스는 힘든 와중에도 아리엘에게 웃으며 말했다.


”후우우, 고마워. 아리엘. 덕분에 살았어.“


”카데스, 무리하지 마.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다고.“


”괜찮아. 배고파서 그래.“


실제 배가 고픈 것도 사실이다.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로 저녁을 먹은 후 야식을 먹어도 모자랄 시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싸우고 있으니 배가 고파지는 건 당연했다.


”어이, 피츠!“


피츠는 베레온의 공격을 여러 차례 막으며 대답할 여유조차 없었지만, 간신히 한마디 내뱉었다.


”뭔데!“


”지금 여기 총책임자인지, 큰형인지 잡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나? 마음은 딴 곳에 있는데 제대로 싸울 수나 있겠어?“


냉정한 카데스답게 피츠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칫!“


”저놈은 내가 상대할 테니 먼저 가라.“


피츠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크게 다친 흔적은 없었으나 카데스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블카르도 아닌 베레온을 상대하겠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반면 카데스는 조금 전 무릎을 꿇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 순간이었지만 잠깐 기절했다 깨어났다. 그때 머릿속에 장난스러운 말투의 서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이 나와 상성이 안 맞으면 바꾸라고? 정말 너답네.’


카데스는 그제야 깨달았다. 압도적인 힘으로 덤비는 적이라면 자신보다 빠르고 다양한 공격이 가능한 아리엘이 맡는 게 맞았다. 역혼을 쓰고 있긴 해도 계속해서 막기만 하다 보면 피해가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의 다치고 지친 베레온이라면 해볼 만했다. 서지터와 비슷한 스타일이었으니까. 벅찬 상대임은 분명하긴 해도 얼마 전 역혼을 연습하며 서지터와 대련을 펼치던 때가 떠올랐다. 몇 번이나 더 역혼을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서지터를 압도하던 카데스였다.


‘죽기를 각오하고 막아줄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피드백과 충고, 오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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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9 24.01.04 12 1 13쪽
24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8 24.01.03 9 1 13쪽
24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7 24.01.02 17 1 12쪽
24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6 23.12.29 19 1 13쪽
24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5 23.12.28 13 1 13쪽
24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4 23.12.27 13 1 12쪽
24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3 23.12.26 14 1 14쪽
24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2 23.12.22 23 1 13쪽
»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1 23.12.21 14 1 12쪽
24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30 23.12.20 16 1 14쪽
24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9 23.12.19 17 1 12쪽
23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8 23.12.18 15 1 12쪽
23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7 23.12.15 17 1 12쪽
23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6 23.12.14 19 1 13쪽
23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5 23.12.13 15 1 13쪽
235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4 23.12.12 14 1 12쪽
234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3 23.12.11 15 1 15쪽
233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2 23.12.08 17 1 15쪽
232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1 23.12.07 13 1 12쪽
231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20 23.12.06 16 1 12쪽
230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9 23.12.05 18 1 12쪽
229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8 23.12.04 15 1 12쪽
228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7 23.12.01 21 1 13쪽
227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6 23.11.30 16 1 15쪽
226 9화 생사의 경계에 선 자들 - 15 23.11.29 1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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