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21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1.05 21:30
조회
17,650
추천
8
글자
12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二)

DUMMY

도영은 빗줄기 속에서 흙탕물을 쓸며 기어갔다.

차디찬 기운이 그의 몸을 야금야금 잠식해 갔다. 한기가 골수에 미치기 전에 몸을 덥혀줄 열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갈 곳이 많지가 않았다.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겨우 팔만이 자유로웠다. 그 때문에 사람들 근처만이 안전했다. 아무리 가깝다 하더라도 숲속은 그에게 굉장히 위험했다. 짐승들의 날카로운 송곳니와 발톱을 상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에서는 상한 음식일지언정 배를 채울 수가 있었다.

그는 주루가 밀접한 곳을 향해 기었다.

객잔이 즐비한 곳과 함께 그가 자주 찾는 곳이었다.

도영은 안타까움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던 소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기었다. 그는 동정어린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한데 그녀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도영은 머리를 저었다. 그러면 혹시나 머릿속에서 사라질까 싶어서였다.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더욱 또렷해졌다. 희고 고운 얼굴에 새까만 눈, 그리고 붉은 입술.

도영은 문득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그건 수컷의 본능이었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었다. 자신을 구해주고 도와준 소녀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도영은 기어가던 것을 멈추었다.

순간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눈에 힘을 주고 설가장의 그녀를 떠올렸다. 참혹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

뜨거운 불길이 가슴속에서 치솟았다. 그 자신까지 불태워버릴 지독한 불길이었다. 도영은 기꺼운 마음으로 그 불길을 받아들였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급박한 말발굽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두!

도영은 상체를 틀어 돌아봤다.

빗줄기를 뚫고 건장한 한 필의 말이 질주해오고 있었다. 말위에 누군가가 바짝 엎드려있는 게 보였지만, 빗줄기가 시야를 가려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도영은 문득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길 한복판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말발굽에 밟혀 죽을 터였다. 그는 몸을 틀며 정신없이 기었다.

하지만 말발굽소리는 금방 지척에까지 다다랐다.

도영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한데 어느 순간 말발굽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도영은 문득 움직임을 멈추었다. 말의 투레질소리가 그의 뒤통수에 닿고 있었다.

“팔을 내밀어라!”

굵은 사내의 음성.

“······!‘

분명 들은 적이 있다. 기억을 더듬었다.

도영이 흠칫 고개를 들었다. 누구인지 알아낸 것이다. 도영은 상체를 돌리고 말위의 사내를 올려다봤다.

도영에게 팔을 내밀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그는 다름 아닌 풍기였다. 도영은 그의 내밀어진 팔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아차렸다.

도영은 주저 없이 팔을 내밀었다.

이윽고 쏟아지는 빗줄기 속을 말이 질주했다.


풍기는 그동안 천리표국에 숨어 있었다.

국주인 방가정이 그를 숨겨주었다.

그와 방가정은 도영을 구할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켜보는 눈이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소리 소문 없이 지워버리기에는 그자의 무공이 강했다.

한데 오늘 기회가 생겼다.

도영을 지켜보던 놈이 웬 소녀에게 잔뜩 두들겨 맞아 기절한 것이다.

정말 절호의 기회였다.

풍기가 도영을 낚아채간 후 산동표국의 표사들이 질펀한 땅에 도영이 지나간 흔적을 만들었다. 깨어난 놈이 정신을 차리고 도영을 찾아 헤맬 시간을 얻은 것이다. 더욱이 장대비마저 쏟아져 추격대의 출발이 조금은 늦어질 터였다.

풍기는 도영을 안은 채 말고삐를 단단히 움켜잡았다.

두 사람의 목숨이 거기에 달려 있었다.

두두두두!

말은 장대비를 뚫고 빠르게 질주했다.


풍기는 미리 준비된 경로로 말을 몰았다.

이곳은 제검문의 눈이 곳곳에 미치는 그들의 대지였다. 계속 말을 몰았다가는 말이 지쳐 쓰러지기도 전에 잡히고 만다. 풍기와 방가정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북쪽을 탁하게 흐르고 있는 황하(黃河)를 건너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문제는 배를 타는 위치였다. 저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배를 타야했다.

풍기는 서북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한식경 정도 말을 달리던 그는 말을 멈추더니 말에서 내렸다. 다리 한쪽이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렵했다.

그는 도영을 내린 다음 등에 업었다.

도영은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풍기는 말에서 두 개의 막대를 꺼내더니 말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말은 순식간에 빗속으로 질주해 사라졌다.

풍기는 눈앞의 꽤 험악해 보이는 야산으로 향했다.

양쪽 겨드랑이에 두 개의 막대를 받친 상태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도영을 업고 있음에도 민첩하게 움직였다.

“황화를 건넌 다음 감숙으로 갈 것이다. 그곳엘 가야 제검문의 눈을 벗어날 수 있다.”

도영이 궁금해 한다고 여긴 걸까 풍기는 계속 설명했다.

“각성의 패자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작은 일에는 긴밀한 협조를 하는 법이다. 우리는 그들의 눈까지 피해야 한다. 그래야 살았다고 할 수 있다.”

탈출한다.

살기 위해 도망치는 것이다.

도영은 문득 묻고 싶었다.

‘복수는요?’

혀가 잘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몸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도영은 덜렁거리는 팔로 어깨를 두들겼다.

풍기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도영의 눈이 불타고 있었다.

‘이 녀석··· 복수를 꿈꾸고 있더냐?’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도 복수를 원하지만, 이런 몸으로 무얼 한단 말인가.

희망이 꺾인 자는 오래 버티기 힘든 법이다. 풍기는 그걸 잘 알았다. 하니 도영의 희망을 꺾을 수가 없었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선은 사는데 집중하도록 하자. 알았느냐?”

도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풍기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온기였다.

그러다 흠칫 얼굴을 떼어냈다.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추슬러야 했다.

‘절대 약해지지 않아!’

그는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두 사람이 산속으로 모습을 감춘 지 한식경 쯤 지나자 한 떼의 무리가 빗속을 질주해왔다.

그들은 두 다리로 달리고 있었지만, 건장한 말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일각 쯤 지나자 지나쳐갔던 이들이 되돌아왔다.

“여기군요. 이곳에서 내렸습니다.”

“확실한가?”

“여기서부터 말이 가벼워졌습니다. 확실합니다.”

“찾아라.”

오른쪽 눈썹 끝에 커다란 사마귀가 나 있는 장한이 일갈하자 모두들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의 반각도 지나기 전에 찾아냈다.


풍기는 빗속을 뚫고 망설임 없이 산속을 관통했다.

알고 있는 길을 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미리 길을 확인해 둔 모양이다.

집채만큼 커다란 바위를 돌아가자 위쪽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풍기는 막대 두 개를 등 뒤로 돌려 도영을 묶은 누런 천 사이로 끼워 넣은 다음 밧줄을 움켜쥐고는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 발로 땅을 박차 허공으로 몸을 띄운 다음 밧줄 위쪽을 신속하게 잡아채는 모습이 이 또한 미리 연습해 둔 것이 분명했다.

풍기는 도영을 업은 채 무척 가파른 암벽 위로 올라섰다.

위에 올라서니 또 다른 밧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엔 내려가야 했다. 거의 십장에 가까운 단애를 밧줄 하나에 의지해 내려가야만 했다. 아래쪽에 작은 배 한척이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다.

풍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쐐-액!

대기를 관통하는 파공성에 풍기는 흠칫 놀라 그 자리에 넙죽 엎드렸다. 반사적인 행동이 목숨을 살렸다.

한 대의 묵빛 화살이 그가 서 있던 공간을 꿰뚫고 지나간 것이다.

풍기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너무 빠르다.’

숱하게 계산해본 여러 경우 중의 하나였지만, 여기에서 뒷덜미를 잡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무리 빨라도 자신들이 배를 탄 이후에야 발각될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생각을 비웃고 있었다.

풍기는 고개를 돌려 도영을 쳐다봤다.

“괜찮으냐?”

끄덕끄덕!

“상황이 급해졌구나. 위험을 무릅써야 하니 다칠 수도 있다. 단단히 각오 하거라.”

도영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풍기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 팔을 뻗었다. 그리고 자신이 이용한 밧줄을 끊었다.

이로써 촌각의 여유는 얻은 셈이다.

하나 활이 문제였다.

풍기는 팔을 뻗어 타고 내려갈 예정이었던 밧줄을 잡아 끌어올렸다. 밧줄이 다 올라오자 이번엔 도영의 옷을 잘라냈다. 그런 다음 두 개의 막대에 친친 감았다.

준비가 되자 그는 심호흡했다.

그리고 도영의 옷이 감겨있는 막대를 한쪽으로 던졌다.

쐐-액!

생각대로 화살이 날아왔다.

바로 그 순간 그는 밧줄을 움켜쥔 채 벌떡 일어나 절벽 아래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공여치는 미간을 찌푸렸다.

놈의 간단한 속임수에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로 벗어날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었다.

“달아날 수 있을 것 같더냐?”

놈은 배를 탈 것이 분명했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생각지 못한 어리석은 짓이었다.

놈은 저 거친 탁류속의 물고기 밥이 될 신세를 면할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줄 것이다.

앞서 쫓아간 수하들을 내버려두고는 한쪽으로 몸을 날렸다.

빗줄기를 뚫고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성난 맹수처럼 보였다.

잠시 후 공여치는 작은 암벽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멀리 조각배가 거친 탁류를 따라서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시위를 매겼다.

묵뢰궁(墨雷弓)이 그의 별호였다. 활도 살도 별호처럼 새까만 묵빛이었다.

살을 재워 조각배를 겨냥한 그의 입 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퉁!

시위를 놓자 묵빛 철시가 날카로운 파공성을 터트리며 빛살처럼 날아갔다.

철시는 정확히 배의 머리 부분에 틀어박혔다.

놈이 화들짝 놀라 넙죽 엎드리는 게 보였다.

“후후후! 그런다고 살 수 있을 것 같더냐?”

이번 건 경고에 불과 했다.

빗나간 게 아니었다. 힘을 줄이고 뱃머리를 노렸다.

배에 타고 있을 두 사람의 목숨은 그의 손바닥 안에 있었다. 그는 그것을 즐겼다.

천천히 철시를 매긴 그는 배의 중간어림을 겨냥했다. 그리고 더욱 진한 조소를 머금으며 시위를 놓았다.

쐐-액!

맹렬한 파공성이 터져 나왔다.

철시는 배에 박히지 않았다. 배를 관통해 버렸다.

허공을 휘젓는 놈의 팔이 보였다.

그에 만족의 미소를 머금은 공여치는 또 다시 한 대의 철시를 날렸다.

쐐-액!

그리고 또 다시 철시를 날렸다.

공여치는 모두 열한 대의 철시를 날렸다. 철시에 관통된 배는 벌집이 되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배가 가라앉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짐승 놈을 붙잡은 채 허우적거리는 광경이 보였다.

공여치는 다시 한 대의 철시를 날렸다.

철시가 두 놈들을 한꺼번에 꿰뚫었다.

놈의 허우적거림이 멈추어졌다.

공여치는 그들이 급류에 휘말리는 것을 지켜보다 등을 돌렸다.

소악귀는 죽은 것이다.



-------------------------------------------------


참혹한 삶이네요.

끝내 화살까지...크흐흑!


주인공이니까. 살려야죠.

천년 묵은 수룡의 내단을 낼름 삼켜 환골탈태해서 몸을 정상으로 돌리고 겸사겸사 천년내공까지... 거기에 수룡의 동굴속에 잠자고 있는 절세무공을 익혀 무적의 고수가 되어...씨이! 다 죽었어!를 외쳐 볼까요?

쓰읍! 내단은..... 좀 약한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륜마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四)--출삭했습니다 +48 08.11.12 19,645 9 7쪽
16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三) +35 08.11.11 17,841 4 9쪽
1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二) +41 08.11.10 17,584 9 9쪽
1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一) +17 08.11.09 17,778 4 8쪽
1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三) +16 08.11.08 17,271 5 14쪽
1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二) +26 08.11.07 17,188 5 9쪽
11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一) +24 08.11.06 17,809 6 8쪽
»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二) +36 08.11.05 17,651 8 12쪽
9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一) +32 08.11.04 18,045 6 11쪽
8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三) +32 08.11.03 18,736 7 8쪽
7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二) +33 08.11.02 19,529 6 8쪽
6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一) +17 08.11.01 21,600 5 8쪽
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四) +15 08.10.31 22,049 6 7쪽
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8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4 6 10쪽
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17 08.10.29 33,669 8 8쪽
1 전륜마도(轉輪魔道) 서장. +21 08.10.29 33,865 6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