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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23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0.30 20:30
조회
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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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7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DUMMY

“음······.”

표충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흙먼지 속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이 괴괴한 침묵 속에 도사리고 있었다. 함부로 움직였다간 그의 전신이 수십 조각으로 난도질 될 것만 같았다.

설가장의 무인들도 갑작스런 상황에 입을 열지 못했고, 멀찍이서 지켜보던 사람들도 흙먼지가 걷히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이윽고 장내의 흙먼지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표충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 눈을 크게 깜박해 보았다.

분명 본적이 있는 얼굴이다. 산동표국의 정문에서 본 문지기의 얼굴이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저 자가 내 검을 막았단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혹여 잘못 본 것일까?

그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친구는 산동표국의 하가가 아닌가?”

“맞구먼. 저기 도영이 놈의 아비로구먼.”

표충은 자신이 잘못 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주위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말인가? 그도 아니면 그가 정체를 숨긴 고수였단 말인가?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표충이 입을 열었다.

“너는 산동표국의······.”

“입 다물어라!”

순간 표충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하진청의 싸늘한 한마디에 자신의 혀가 굳어버리고, 가슴이 서늘해진 것이다.

하진청은 표충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아들인 도영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도영이 부축하고 있는 낭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낭인 역시 그런 하진청을 놀란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들 말없이 지켜봤다. 모두들 하진청의 존재감에 압도당해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을 깨트린 것은 낭인이었다.

“대주님!”

하진청이 눈살을 찌푸렸다.

“풍기! 그 꼴이 뭐냐?”

“옘병!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것 밖에 할 말이 없소?”

“아, 아버지!”

도영의 말에 풍기가 두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도영과 하진청을 번갈아 봤다.

“아들이었소?”

어이없어 하는 풍기의 물음에 하진청이 낯을 찡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하! 하하하!”

풍기가 난데없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자 하진청은 찡그러진 얼굴을 더욱 찡그렸다.

도영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나 싶어 두 사람을 멀뚱한 시선으로 번갈아볼 뿐이었다.

풍기가 웃음을 뚝 그쳤다. 그리고는 대들듯 소리쳤다.

“어찌 이리 가르쳤소? 어찌하여 반쪽자리를 만들어 놓았소? 잘못 가르쳤소. 잘못 가르쳤단 말이오.”

그러더니 도영을 돌아보고는 크게 호통을 쳤다.

“반쪽자리가 어딜 함부로 끼어드는 게냐? 앙! 네놈 때문에 숙부와 조카가 한날한시에 손잡고 뒈질 뻔하지 않았느냐! 이 망할 놈아!”

그에 도영은 두 눈만을 깜박일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하진청의 물음에 풍기가 사나운 눈으로 설도진을 노려보았다.

“보면 모르겠소? 불구인 뜨내기가 나타나자 저 개자식이 건든 거죠. 이 망할 놈은 정의감에 끼어든 것이구요.”

풍기의 말에 하진청이 설도진을 돌아봤다.

바로 그때 설도진이 피칠을 한 얼굴로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뭐야? 감히 표국의 문지기 따위의 자식 놈이 날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단 말이냐? 죽여라! 뭣들 하느냐? 죽여 버리라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단 말이냐?”

악에 바친 설도진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움직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에 설도진이 더욱 날뛰었다.

“이 새끼들! 지금 내말을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바로 그때 몹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너는 도진이가 아니냐?”

사람들이 돌아보니 이두마차의 창문으로 뚱뚱해 보이는 중년인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마차 뒤쪽엔 삼십여 명의 무인들이 있었다.

그에 설도진이 반색하며 외쳤다.

“아버지!”

뚱뚱한 중년인은 설가장의 장주 설만부였다.

마차의 문이 열렸다. 설만부가 내렸고, 뒤이어 큰 키에 약간 말라 보이는 중년의 검수가 내렸다.

표충은 중년의 검수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혈전검(血電劍)!’

중년의 검수는 혈전검 안당이었다. 산동성내에서 십대고수에 들어가는 이가 바로 그였다.

핏빛 뇌전이 작렬하면 누구도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어떻게 된 일이냐? 그리고 이들은 누구냐?”

설만부의 질문에 표충이 하진청을 바라봤다.

그에 하진청이 먼저 말했다.

“당신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해야 할 거요.”

하진청의 말에 표충은 어찌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찰나에 불과했다. 하진청이 강해보이긴 하지만, 설마하니 혈전검보다 강할 리는 만무했기 때문이다.

그때 설만부가 하진청을 돌아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말이냐?”

“저 사람이 알려줄 거요.”

설만부가 표충을 돌아봤다. 그때 설도진이 도영을 손가락질하며 끼어들었다.

“제가 설명할게요. 저 녀석과 제가 손속을 겨루게 되었는데 저 낭인 놈이 끼어들더니 나중에는 저놈 부친이란 작자까지 끼어들지 뭡니까. 저길 보십시오. 본장의 무인들이 당했습니다. 죽은 사람도 있단 말입니다. 아버지, 이놈들을 그냥 두어서는 안 됩니다.”

설도진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다. 상황을 자신에 맞게끔 왜곡했지만, 설만부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다.

설만부가 표충을 돌아봤다.

“소장주님의 말씀대로입니다.”

표충의 말에 설만부는 분노했다. 하진청을 돌아봤다. 하지만 하진청은 그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하진청은 표충을 바라보고 있었다.

“혀를 잘못 놀리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아시오?”

고저 없이 낮은 음색으로 변했다.

표충은 왠지 모를 오한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진청이 다시 물었다.

“풍기! 너는 알고 있겠지?”

풍기는 비웃는 얼굴로 표충을 바라봤다.

그의 비열한 행동을 비웃었고, 어리석은 거짓을 비웃었다.

“죽음입니다. 때로는 몰살이라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순간 듣고만 있던 혈전검 안당에게서 서릿발처럼 차가운 기운이 휘몰아쳤다.

“지금 그 말은 나를 상대할 수 있다고 들리는데 맞느냐?”

그는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하진청의 태도 때문이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냉큼 꿇리지 않고.”

설만부가 더 볼 것 없다는 듯이 버럭 소릴 질렀다.

그러자 안당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안당이 나서자 설만부는 설가장의 무사들에게 물러설 것을 지시했다.

안당이 하진청을 노려보며 말했다.

“나서라!”

음성에 살기가 넘실거렸다.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핏빛 뇌전이 작렬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하진청은 안당을 돌아보지 않았다.

이번엔 설도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피가 흐르고 사람이 죽었다. 진실은 왜곡될 수 있지만, 한 가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넌 그게 무엇인지 아느냐?”

묻는 하진청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설도진은 차가운 물속에 빠진 것 같은 착각에 몸을 흠칫 떨었다.

하진청이 다시 말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너는 내가 움직이기 전에 진실을 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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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三) +16 08.11.08 17,27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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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一) +24 08.11.06 17,809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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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二) +33 08.11.02 19,529 6 8쪽
6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一) +17 08.11.01 21,600 5 8쪽
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四) +15 08.10.31 22,049 6 7쪽
»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9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4 6 10쪽
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17 08.10.29 33,669 8 8쪽
1 전륜마도(轉輪魔道) 서장. +21 08.10.29 33,865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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