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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20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0.29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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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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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DUMMY

귀수검 표충은 어이가 없었다.

설가장의 무인 세 명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칼밥을 먹는 무인이기에 자신 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되면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 그건 표충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상대가 아직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어린놈과 출신조차 알 수 없는 뜨내기 낭인 한 명 뿐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낭인은 한쪽 다리가 무릎 아래로 싹둑 잘려나간 불구였다.

“소장주님을 모셔라!”

표충의 싸늘한 목소리에 설가장의 무인 두 명이 한쪽에서 악독한 눈빛을 하고 있는 소년에게로 급히 뛰어갔다.

설가장의 소장주인 설도진이었다.

“놔라! 필요 없다. 저 두 놈을 당장 죽여 버려라!”

자신을 부축하는 것을 뿌리치며 설도진이 소리쳤다.

설도진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게 분명했다.

표충은 물어보지 않아도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목도를 들고는 낭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어린놈이 틀림없을 터였다.

어린놈은 우습지도 않게 목도로 자신들을 겨누고 있었다. 게다가 낭인 놈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설가장의 무인들을 쓰러트리고도 말이다.

분노가 치밀었다. 살기가 고개를 쳐들었다.

‘피를 본 게 얼마나 되었지?’

갈지 않은 칼은 녹이 스는 법.

하나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함부로 죽일 수는 없었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표충은 걸음을 옮겼다.

신음을 흘리고 있는 설가장 무인을 향해서였다.

가슴과 허벅지가 길게 베어져 있었다. 하나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표충이 옅게 신음하는 무인을 안아들겠다는 듯이 자세를 취했다. 그의 오른 손이 무인의 머리 아래쪽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순간 무인의 입에서 가래 끓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끄르륵!”

“엇! 정신 차려라.”

표충이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며 무인을 흔들었다. 하나 무인은 뻣뻣하게 굳어갈 뿐이었다.

표충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를 터트렸다.

“이, 이놈들! 감히 설가장의 무인을 죽이다니, 네놈들을 살려두지 않겠다.”

그에 낭인의 얼굴이 흠칫 굳었다.

분명 죽을 정도의 상처가 아니었다. 피를 제법 흘리기는 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모질 정도로 질겨서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낭인은 경험상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죽어버렸다.

‘저자가?’

무언가 술수를 부린 게 틀림없었다.

자신들을 죽이는 것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터. 너무나 간악한 자였다. 아무래도 흉험한 일을 면키 힘들어 보였다.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소년을 돌아봤다.

심지가 굳건해 보였다.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얼굴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마저 엿보인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놈이다.

‘정의감이 강하면 단명하기 십상인데······. 쯧쯧!’

살릴 수 있다면 살리고 싶었다.

낭인은 고개를 돌려 살기를 드러내고 있는 표충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는 상관없으니 나하고 결판을 내는 것이 어떻소?”

“웃기지마라! 뭐가 상관없어. 이게 안 보여? 저 개자식도 죽여 버려!”

설도진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바락바락 악을 썼다.

그에 목도를 든 소년, 하도영이 맞서 소리쳤다.

“개자식아, 덜 맞았구나. 네가 사내라면 응당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 나서라. 내가 상대해 주마!”

한 걸음 나선 도영이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하자 설도진이 흠칫 놀라 물러났다.

그에 표충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언뜻 스쳐갔다. 하나 잘났건 못났건 그는 자신의 상전이 될 사람이었다.

표충이 나섰다.

“어린놈이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네놈은 사과 받는 것으로 끝내려 했더니 안 되겠다. 팔 하나를 잘라내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겠다.”

“흥! 나 하도영은 두렵지 않다.”

“이, 이놈이. 뭣들 하느냐? 저놈의 주둥아리를 뭉개버리지 않고.”

표충의 일갈에 다섯 명의 무인들이 도영에게로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표충이 낭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열다섯 명의 무인들이 넓게 벌리며 낭인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도영에게로 달려든 다섯 명의 무인들은 검을 뽑지 않았다.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 검집 째로 상대했다.

상대는 목도를 들고 있는 어린놈이질 않은가.

쉬-익!

파공성을 터트리며 검집이 짓쳐들자 도영은 침착하게 한 걸음을 내디디며 목도를 움직였다.

딱!

목도와 검집이 부딪친 순간 도영이 땅의 흙먼지를 일으키며 신형을 빙글 휘돌았다.

그러자 도영의 신형이 검집을 내밀은 무인의 코앞으로 이동해 있었다.

“조심해!”

동료의 고함이 채 울리기도 전에 사내가 다급하게 움직였다. 하나 도영의 목도가 그의 옆구리를 두들긴 후였다.

퍽!

둔중한 격타음.

사내는 일시 간 숨이 탁 막힌 듯 고통스런 얼굴로 황급히 물러났다. 바로 그 순간 네 개의 검집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도영의 목도가 쉴 새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도는 빨랐고, 힘이 있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흐트러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절도가 있었다.

다섯 명의 무인들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접전을 벌이는 모습은 열일곱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계는 금방 드러났다.

기본은 잘 되어 있었지만, 초식다운 초식을 익히지 않은 상태인지라 변화무쌍한 움직임에 점차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도영이 그렇게 위험해져 가는 순간 낭인은 열다섯 명의 무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귀수검 표충을 상대해야 했다.

과연 귀수검이라는 별호답게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공간을 수십 가닥으로 얇게 저미며 짓쳐오는 검을 일시에 쳐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 놀랍게도 낭인은 잘 상대하고 있었다.

낭인은 한 자루의 박도로 상대했는데, 꾀죄죄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박도를 휘두르는 기세가 무척 위맹했다.

수십 개로 분열하듯 환영을 일으키며 일시에 짓쳐드는 표충의 검을 거력을 앞세운 낭인의 일도가 참하듯 단숨에 갈라버리기 일쑤였다.

표충은 낭인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았다.

만약 그가 온전한 몸이었다면 자신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중요한 건 지금은 아니라는 거지.’

표충은 낭인의 주위를 빠르게 휘돌며 섬전 같은 일검을 뻗어냈다.

변화된 수법에 낭인이 당황했다.

한쪽 다리만으로는 표충의 빠른 신형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채앵! 채챙!

검과 도가 부딪칠 때마다 낭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퍼억!

둔중한 격타음과 함께 도영이 한쪽으로 나뒹굴었다. 결국 가슴을 강타당한 것이다.

낭인의 얼굴 위로 낭패감이 떠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상대하기 벅차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도영이 당한 것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개자식! 죽어라!”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설도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땅에 떨어져 있던 검을 집어 들고는 이제 막 몸을 일으키고 있는 도영에게로 달려들었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설도진의 검이 금방이라도 도영을 갈라버릴 것만 같았다. 그에 낭인이 두 눈을 부릅뜨고는 크게 기세를 일으켰다.

“물러나라!”

그의 박도가 공간을 광포하게 유린하자 표충이 눈을 빛내며 슬쩍 길을 열었다.

그에 낭인이 한쪽 다리만으로 도영과 설도진의 사이로 신형을 날렸다.

그 순간 표충이 악독한 표정을 했다. 그리고 수중의 검을 사납게 회오리치듯 흩뿌렸다.

촤촤촤촤!

그의 검세가 사나운 풍랑처럼 일시에 쏟아졌다. 낭인의 몸이 처참하게 난자될 것만 같았다. 설도진의 일검에 도영 역시 죽임을 당할 것 같았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 순간 낭인이 신형을 돌렸다. 그리고는 해일처럼 밀려드는 표충의 검세를 향해 일도를 휘둘렀다.

까앙!

귀청을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낭인의 신형이 더욱 빠르게 튕겨졌다. 한데 공교롭게도 설도진을 향해서 똑바로 날아갔다.

퍽!

낭인의 하나뿐인 다리가 설도진을 걷어찼다. 그 충격에 설도진은 삼장을 나가떨어졌고, 낭인은 도영 곁으로 나뒹굴었다.

도영이 쓰러진 낭인을 힘겹게 부축했다.

“으드득! 지독한 놈!”

표충이 이를 갈았다.

그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낭인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래야 부딪친 충격에 그의 신형이 튕겨질 것이니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다. 죽어라!”

표충이 붉은 핏물을 토해내는 낭인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삼장을 나가떨어진 설도진이 벌떡 일어나더니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죽여버리겠다!”

온통 피범벅인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모습이 악귀가 따로 없었다.

낭인은 히죽 웃었다.

자신을 부축하는 도영을 밀쳐냈다. 그만이라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나 도영이 악착같이 버텼다.

낭인은 차라리 눈을 감아버렸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이 이런 개 같은 죽음을 당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게 싫었기에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낭인과 도영에게로 이리의 그것처럼 독랄한 표충의 검세가 일시에 들이닥쳤다.

그때였다.

따-앙!

낭인의 수급을 베어가던 표충의 검신이 무수한 잔떨림을 일으키며 한쪽으로 튕겨났다.

“큭!”

표충의 입에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대경한 표충이 재빨리 한 걸음 물러나며 주위를 경계한 순간 일진광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흙먼지가 장내를 집어삼켰다.

뒤늦게 달려들던 설도진은 갑작스런 흙먼지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는 얼굴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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