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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25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1.04 21:25
조회
18,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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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一)

DUMMY

봄이 왔다.

새싹은 단단한 흙덩이를 밀어내며 고개를 내밀었다. 긴 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와 한껏 기지개를 폈다.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석 달을 숨죽였던 몸을 활짝 일으킬 때였다.

객잔의 창가에도 따사로운 햇빛이 닿았다.

장대한 체구를 가진 중년인과 무척 귀엽게 생긴 소녀가 그 창가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설가장의 주인과 가깝다고 하던데요?”

“인석아! 그게 다 능력이 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

“설 장주 치마폭에 잡혀 사는 건지 어찌 알아요?”

“마인을 처단하고 슬픔에 잠겨있던 설 소저를 설가장의 장주로 앉힌 게 그라고 소문이 파다한데, 네 녀석은 무슨 소문을 듣고 다니는 게냐?”

“앉혔으면 됐지, 뻔질나게 드나드니까 그렇죠.”

“됐다. 지금 당장 혼인하라는 것도 아니고 민심이 어떤지 알아보자는 거 아니더냐. 그리고 그 녀석이 널 마다할 수도 있는 일이니······.”

팽대웅은 의도적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그러자 소녀가 약이 바짝 올라 소리쳤다.

“감히 이 팽가영을 마다한다고요? 흥! 보는 눈이 없는 그런 작자를 누가 거들 떠 보기나 한대요!”

팽대웅은 조카인 팽가영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네 언니라면 모를까. 누가 너처럼 콧대만 높은 계집한테 관심이나 두겠느냐?”

혼인은 팽가영이 아니라 언니인 팽하연의 일이었다.

그제야 자신을 놀린 것임을 알아챈 팽가영이 토라져서는 고개를 홱 돌렸다.

‘씨이, 내가 무슨 콧대가 높다고··· 사실 콧대가 높아도 되잖아!’

팽가영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한쪽에 모여 웅성대는 사람들. 돌연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불쌍해라!”

난데없는 팽가영의 말에 팽대웅이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 틈으로 벌레처럼 기고 있는 외눈의 소년이 보였다.

팽대웅은 작년에 일어났던 사건이 떠올랐다.

“소악귀로구나!”

“소악귀요?”

“설가장의 혈겁을 일으킨 그 마인의 자식이니라.”

“아!”

팽가영은 그제야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했다.

산동표국에 숨어 있던 마인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은 무척 유명하여 그녀 역시 들어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마인이었을까?’

팽가영은 당시에 의혹을 품었었다.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마인이었다면 산동표국을 내버려두었을 리가 없지.’

표국을 운영하려던 설가장이었으니 산동표국을 내버려둘 이유가 없었다. 산동표국의 국주가 풍신방(風神幇)의 방주인 풍도(風刀)와 가까운 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진짜 마인이라면 산동성 뿐만이 아니라 인접한 각성의 문파들까지 대거 움직일 수 있었을 테니까.

‘마인이 아닐지도 몰라. 아니, 아닐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자꾸만 측은지심이 일었다.

사람들이 땅바닥을 기어가고 있는 외눈의 소년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침을 뱉었다. 어떤 이들은 돌멩이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마인의 자식······. 그래도 너무 불쌍해요.”

가여워하는 팽가영에게 팽대웅이 정색하며 말했다.

“말조심 하거라. 십 년 전 전륜마가(轉輪魔家)와의 싸움에서 얼마나 많은 무인들이 희생되었는지 아느냐? 그들의 유족들이 들었다면 네 혀를 뽑으려고 달려들 것이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것이 암흑대전이라 불리는 전륜마가와의 전쟁이다.

마의 조종이라 불리는 전륜마가를 무너뜨리느라 정사연합의 무인들이 거의 일천에 가까운 숫자가 희생되었다고 했다.

“알았어요.”

팽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마지못해 끄덕이는 것이 분명했다.

알면서도 팽대웅은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도 소악귀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은 지나쳐 보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이고 말일이지······. 쯧쯧쯧!’

못마땅하지만 그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다.

그때 누군가가 소악귀 앞에 만두 하나를 던졌다.

팽대웅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두는 소악귀와 털이 누런 잡견의 중간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만두가 떨어지자 소악귀와 잡견이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팔꿈치만으로 땅바닥을 기어야하는 소악귀가 네 발로 뛰는 잡견보다 빠를 순 없었다.

만두는 곧 잡견의 차지가 되었다.

한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잡견이 만두를 꿀꺽 삼킨 순간 소악귀 바로 앞으로 또 하나의 만두가 떨어진 것이다.

그에 소악귀와 잡견이 팽팽하게 대치했다.

소악귀는 만두를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인 순간 잡견이 목덜미를 노릴 것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콧등에 주름을 잡아가며 으르렁거리는 것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하나 만두의 유혹이 강한 듯 소악귀는 물러서지 않았다.

잡견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한 발짝 다가왔다. 그 모습을 오가던 사람들이 재미난 구경 보듯 지켜봤다.

소악귀는 오른쪽 팔꿈치를 땅에서 슬쩍 떼어냈다. 아무래도 팔을 휘둘러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덩치가 제법 커다란 잡견을 상대하기엔 팔뚝이 너무 가늘었다.

손이라도 쓸 수 있다면 모를까, 허리조차 쓸 수 없는 몸으로 팔뚝을 휘둘러 상대하려는 것은 잡견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다.

잡견이 어느 순간 땅을 박찼다.

놈은 소악귀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간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누런 송곳니가 번뜩였다.

소악귀가 팔을 휘둘렀다. 하지만 역시나 공허한 몸부림일 뿐이었다. 빗나가고 만 것이다.

잡견이 주둥이를 한껏 벌렸다. 그 순간,

퍼억!

난데없이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잡견이 털썩 나가떨어졌다.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곧바로 어떻게 된 연유인지 알아차렸다.

땅바닥에 사기로 만들어진 찻잔이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 틈에 소악귀는 고개를 숙여 눈앞의 만두를 덥석 물었다.

웅성거리던 사람들이 객잔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가장 앞쪽에 있던 덩치 큰 사내가 또다시 날아온 찻잔에 맞아 쓰러지자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그제야 만두를 다 먹은 소악귀가 고개를 들어 객잔을 바라봤다. 덩치 큰 중년인과 귀엽게 생긴 소녀가 보였다. 그들이 손을 쓴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한참을 쳐다봤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한쪽으로 기어서 사라져갔다.


* * *


쏴아아!

겨우내 소진되었던 생기를 북돋아주는 비였다.

초목들은 푸석거리는 흙먼지를 씻어내 가을을 향해 달려갈 준비를 했다.

비는 생명의 원천이다.

비가 내려야 새로운 생명들이 싹을 틔운다. 그래서 비는 세상에 내려진 축복이다.

하나 모두에게 달가운 건 아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해 처마 밑으로 몸을 웅크린 이가 있었다.

도영은 잔뜩 뒤틀린 모습으로 처마 밑에 바짝 붙어 있었다. 하지만 빗물은 수직으로만 떨어지는 게 아니었다. 그의 몸은 흠뻑 젖었고,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흙탕물을 튀겨 그에게로 끼얹었다.

도영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지금 자신에게는 흙탕물을 피할 힘조차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복수를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었다.

독을 구해 저들이 마시는 우물에 풀어놓고 싶어도, 독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설사 구한다 하더라도 우물까지 접근할 방도가 없었다.

더 중요한 것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몸속을 파고드는 한기에 으스스 떨던 도영이 어느 순간 흠칫했다. 눈앞에 한 쌍의 분홍 가죽신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분홍 가죽신이 나타나자 그의 몸을 두들기던 빗방울이 사라졌다.

도영은 상체를 억지로 비틀고 고개를 돌려 분홍신의 주인을 확인했다.

두 눈이 커다란 무척 귀여워 보이는 소녀가 기름종이로 만들어진 고급 우산을 들고 있었다. 분명 낮에 보았던 소녀였다.

소녀의 눈에는 동정이 가득했다. 상처 입은 작은 새를 품에 꼭 안아줄 자비였다.

소녀는 말없이 작은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두터운 장포를 덮어주었다.

도영은 눈앞의 보따리를 바라봤다. 냄새로 보아 분명 만두였다. 그는 덜렁거리는 손을 본능적으로 뻗었다.

그때였다.

“짐승에겐 동정할 필요가 없지요.”

탁하게 갈라진 음성. 구레나룻이 무성한 건장한 체구의 장한이었다.

순간 도영이 흠칫 떨었다.

뻗었던 손을 순식간에 감추었다.

구레나룻 사내에게 얼마나 혹독하게 당했는지 능히 짐작이 되었다.

소녀가 장한을 돌아봤다.

“누구세요?”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도영을 노려봤다.

사내의 시선을 느꼈는지 도영이 멈칫멈칫했다. 그러다 꾸물꾸물 몸을 돌리더니 흙탕물이 흐르고 있는 땅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혹독한 세상 밖으로 내쳐진 가엾은 존재였다.

굵은 장대비가 도영의 전신을 두들겼다.

순간 소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도영의 애처로운 모습이 그녀의 마음을 격동시켰다.

한데 그녀는 자비심만 가득한 게 아닌 모양이다.

소녀가 구레나룻 장한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순간 파르르 떨리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제자릴 잡았다. 그리고 미풍에 살랑 거리는 나비처럼 그녀의 신형이 둥실 떠올랐다.

“······!”

구레나룻 장한이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장한의 눈이 함지박 만하게 커졌다.

그는 작고 예쁜 분홍 가죽신을 보았다.

퍼억!

장한은 이 장을 떠올라 흙탕물 속으로 나뒹굴었다.

소녀는 그러고도 분이 안 풀리는지 빗속으로 뛰어들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건장한 체구의 장한을 한손으로 번쩍 들어올렸다.

“너 죽었어!”

퍽퍽퍽!

소녀의 작은 주먹이 쉴 새 없이 틀어박혔다.



----------------------------------------------


후!

잔인하지요?

제가 이런 걸 좋아합니다. 영화도 고어물을 꽤 좋아 하거든요.

그렇다고 성격이상자는 아닙니다. 음...그럴지도....(츠릅! 다 죽었어!! 우헤헤헤! ㅡㅡ")


주인공이 잔인하게 당하기에 고개돌릴 독자분들이 많을 줄 압니다.

근데요, 넘 쓰고 싶었던 글입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그나마 나름대로 최대한 감정이 이입되지 않도록 썼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니 다행인 것 같습니다.


판은 벌려졌고, 후딱 몸 건사해서 복수를 해야겠지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2

  • 작성자
    Lv.18 dyren
    작성일
    08.12.25 17:37
    No. 31

    건필하세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그램린
    작성일
    12.04.16 15:15
    No. 32

    정의니 머니 전 별로 구별 하지 않지만
    일반인은 행위로 판단 할건데
    사지 자르고 개처럼 살게 한게 정의 일순 없겟지요
    메너리즘에 빠지 신듯
    많은 분이 추천 하시던데 ...
    글 솜씨는 좋으실줄 모르지만
    천과지의 구분은 없으신듯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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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三) +35 08.11.11 17,842 4 9쪽
1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二) +41 08.11.10 17,584 9 9쪽
1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五章 마(魔)가 뭔 줄 아느냐? (一) +17 08.11.09 17,778 4 8쪽
1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三) +16 08.11.08 17,272 5 14쪽
1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二) +26 08.11.07 17,188 5 9쪽
11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一) +24 08.11.06 17,809 6 8쪽
10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二) +36 08.11.05 17,651 8 12쪽
»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三章 절대 약해지지 않아 (一) +32 08.11.04 18,046 6 11쪽
8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三) +32 08.11.03 18,736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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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四) +15 08.10.31 22,049 6 7쪽
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9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4 6 10쪽
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17 08.10.29 33,669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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