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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27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1.0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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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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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8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一)

DUMMY

두 눈에 옅은 푸른 기운이 맴돌고 있는 스무 살 가량의 청년.

청안백소(靑眼白笑) 한혁.

그것이 청년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한혁은 무료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에 가지런하게 정련되어 있는 십여 구의 시신들. 비릿한 혈향은 아직도 코끝을 자극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한 자군.”

한혁의 나른한 음성에 귀가 뾰족하고 턱이 세모꼴인 중년인이 공손히 대답했다.

“혈전이 수십 개였답니다. 극성으로 펼친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당했단 말인가?”

“예.”

혈전검 안당은 산동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였다.

물론 과거의 기준이다.

지금이라면 다를 것이다. 자신 역시 혈전검을 능히 상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극성으로 펼친 혈전검을 완벽하게 무릎 꿇릴 자신은 없었다. 물론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설 장주는?”

“죽었습니다.”

“설도진은?”

“죽었습니다.”

“아주 끝장을 내버렸군.”

“설 공자가 낭인 놈을 놀렸다고 합니다. 거기에 놈의 아들이 끼어들었고, 그렇게 시작된 싸움에 이제껏 무공을 감추고 살던 놈이 일거에 쓸어버렸습니다.”

“시작이야 어찌 됐든 결과가 중요하지.”

중년인이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결과가 중요했다. 힘이 있는 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결과 말이다.

한혁은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에 중년인이 서둘러 말했다.

“설 소저가 살아있습니다.”

“설수연?”

“그렇습니다.”

“안내해라. 그녀에게로 가겠다.”

설가장이 피에 잠겼다. 그리고 그 피가 채 마르기도 전에 제검문(帝劍門)의 무인들이 들이닥쳐 설가장을 점거했다.

혈전검 안당은 제검문 호법이었던 것이다.


* * *


한혁은 방문을 열었다. 순간 비릿한 피 냄새가 풍겨왔다.

‘뭐지?’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여인의 규방과는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혁은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그 원인을 알았다.

옅은 음영이 가득한 방안에 누군가가 괴괴하게 앉아있었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작은 인영, 그 인영 앞에 놓인 서탁 위에 피범벅인 한 자루의 칼이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그리고 작은 인영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었다.

작은 인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핏기 없이 새하얀 얼굴, 분명 설수연이었다.

한혁은 일전에 그녀를 우연히 본적이 있기에 알아볼 수 있었다.

설수연은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눈물자국, 그리고 붉게 충혈 된 눈.

한혁은 그녀의 충혈 된 눈 깊숙이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는 지독한 불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복수라는 건가?’

한혁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단박에 알아보았다. 그녀는 잔인하면서도 혹독한 피의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한혁은 성큼 들어갔다.

“한혁이오.”

꿈틀한다. 처음으로 반응을 보인다.

낯선 남자가 방문을 열어젖힐 때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던 그녀가 단지 이름을 밝혔을 뿐인데, 반응을 보였다.

그뿐이 아니다. 입을 열기까지 했다.

“잡을 수 있나요?”

자신의 이름 정도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래도 생면부지나 마찬가지다. 한데도 방문 이유를 묻지 않는다. 흉수를 잡을 수 있는 지를 먼저 물었다.

그녀는 거래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의 처지와 설가장의 앞날을 내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반 시진이지 싶다. 일이 벌어지고 자신이 이곳으로 달려온 시간이. 한데 그 사이에 감정을 정리하고 복수와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냉철하군.’

한혁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충분히.”

궁금했다. 그녀가 거래의 대가로 내놓을 것이 무엇인지.

한혁은 눈으로 물었고, 설수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르륵!

그녀가 옷을 벗었다.

빙어처럼 매끈한 나신이 드러나자 한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수연이 그런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설가장을 드릴게요.”

복수에 모든 것을 걸었다. 잔인한 복수를 위해 자신마저 내던졌다.

한혁은 더 이상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무료하던 삶이 그녀로 인해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혁은 뒷짐을 졌다.

무언의 응낙이다.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설수연은 붉은 피가 범벅인 손을 내밀어 한혁의 옷을 벗겼다. 한혁은 그녀가 자신의 옷을 모두 벗길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옅은 음영 속에 비릿한 혈향이 가득했다.

그 한 가운데에 두 젊은 남녀가 알몸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설수연은 한혁을 껴안았다.

붉은 입술이 그의 가슴에 닿았다.

그녀의 손에 묻은 피가 그의 몸을 붉게 물들였고, 다시 그녀의 몸을 물들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혁 역시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설수연이 자신의 몸을 유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두 사람은 비릿한 혈향을 맡으며 서서히 달아올랐다. 그리고 곧 격정으로 치달았다.


* * *


제검문의 철궁단(鐵弓團)이 움직였다.

제검문의 요청에 쇄검문(碎劍門)과 냉가보(冷家堡)를 위시하여 철응방(鐵鷹幇), 철인가(鐵刃家) 그리고 염혼곡(炎魂谷)까지 무인들을 대거 동원했다.

무려 사백이었다.

마인(魔人)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사백이라는 숫자가 움직인 것이다.

그랬다. 제검문에서는 하진청을 마인으로 공표했다.

거기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했다.

감히 제검문에 반할 간 큰 용자는 적어도 산동성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하진청이 설가장의 무인들을 도륙할 때 보여준 광기와 시신조차 남기지 않은 잔혹무비한 손속은 분명 마인의 그것이었다.


* * *


강하기만 하면 더 강한 자에게 당한다.

강한데다 지독하기까지 하면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차가워져라.

지독해져라.

누구보다 냉혹해져라.

칼을 뽑았으면 더 이상 말은 필요 없다.


하진청이 도영에게 한 말이다.

그게 그의 유언이 되었다.

수십 자루의 병장기를 몸 곳곳에 꽂은 채 살아날 수는 없을 테니까.


* * *


도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차디찬 한기가 등을 얼리고 있었다.

‘아버지!’

그는 부친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처참했다. 너무도 처참하여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부친을 마인이라 했다. 그럴 지도 모른다.

부친은 죽기 전까지 이백이 넘는 숫자를 도륙했다. 피를 탐하는 악귀처럼 잔인하게 죽였다.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목을 자르고 몸통을 분리했다. 뜨거운 핏물을 흠뻑 뒤집어쓰고도 미친 듯이 광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의 광기가 다한 순간 차가운 칼날에 난도질 되었다. 보기에도 섬뜩할 정도로 수많은 병장기들이 온몸을 꿰뚫었다. 그렇게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부친은 죽었다.

적들을 그렇게 만들었던 것처럼 부친 또한 참혹하게 죽은 것이다.

“우욱!”

구토가 치밀었다.

비릿한 피 냄새가 속을 울렁거리게 만들었고, 부친의 참혹한 죽음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결국 답답한 속을 게워냈다.

“우웩! 욱!”

한참을 게워야했다.

쓴물이 나오고 노란 액체까지 나왔다.

팔다리가 묶여있는 탓인지 아니면 탈진한 때문인지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도영은 자신이 토해놓은 토사물의 냄새를 맡으며 혼절했다.

아득해져가는 머릿속에 부친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오르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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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륜마도(轉輪魔道) 第四章 너는 왜 웃고 있냐? (一) +24 08.11.06 17,810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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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三) +32 08.11.03 18,736 7 8쪽
7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二) +33 08.11.02 19,529 6 8쪽
»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一) +17 08.11.01 21,601 5 8쪽
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四) +15 08.10.31 22,049 6 7쪽
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9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4 6 10쪽
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17 08.10.29 33,669 8 8쪽
1 전륜마도(轉輪魔道) 서장. +21 08.10.29 33,865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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