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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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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516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0.29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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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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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8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DUMMY

하진청은 산동표국의 문지기다.

벌써 십사 년째 해온 일이다.

그가 처음 산동표국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 표사들 내에서 제법 말들이 많았다.

국주가 그를 대표두로 임명하려고 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진청 본인이 그것을 극구 사양하고 그냥 문지기로 써달라고 했다는 말이 함께 나돌았다.

그 때문에 모이기만 하면 이야기의 진위를 놓고 갑론을박하곤 했던 것이다.

하나 시간이 흐르자 하나 둘 잊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일 년이 지나자 모두들 하진청을 편하게 대했다. 거기엔 웃는 얼굴로 먼저 다가온 하진청의 허물없는 처신이 크게 작용했다.

하진청은 세 살 박이 아들 도영과 함께 정착했다.

하도영은 무럭무럭 자랐고, 열네 살이 되자 그때부터 근심 덩어리가 되었다.

도영이 무인들의 삶을 지나치게 동경한 것이다. 게다가 그 또래 아이들이 으레 그러하듯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의감에 심취해 있었다.

강하지 않은 정의감은 스스로를 다치게 할 뿐이라는 것을 하진청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불의는 어디에나 있었고, 지나친 정의감은 상황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법이다.

시간이 흘러 열일곱이 되었지만 도영은 변하지 않았다. 치열한 현실을 겪어보지 못한 탓이다. 그렇다고 일부러 내몰 수도 없었고, 왕성한 혈기로 사고나 치지 않을지 하루하루가 불안할 뿐이었다.


하진청은 오늘도 변함없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벌써 한 시진이 지났는지 어느덧 해가 머리꼭대기에 걸려있었지만, 아들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자신의 모든 것을 가르쳐주자니 아들이 피에 절은 삶을 살 것이 뻔했고, 문인으로 키우자니 아들의 성정으로 보아 애초에 글러먹었다.

“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아, 그러다 곽 표두께서 보시면 경을 칠걸세.”

함께 근무를 서고 있던 양충이 표국 안쪽을 슬쩍 살피며 나무라자 하진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곽당한 표두는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부터 하진청을 몹시 싫어하던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그러지 말라고 쓴 소리 한 번 하면 그만인 일에도 그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몰아붙이기 일쑤였다.

“또 도영이 녀석을 생각한 겐가?”

양충이 주위를 살피며 슬쩍 물어왔다.

그에 하진청 역시 주위를 살펴가며 대답했다.

“걱정일세. 어제는 유 표두님께 찾아가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졸랐던 모양일세.”

“아, 그 이야긴 나도 들었네. 도영이 녀석의 기초가 상당하다고, 유 표두님께서 칭찬하셨다더군. 듣자하니 한 수 가르침을 내렸단 말도 있더구만. 도대체 어떻게 가르친 건가?”

“뭘 어떻게 가르쳐? 다들 알만한 것을 알려줬을 뿐인데, 그 녀석이 죽어라 수련해서 그 모양이지.”

하진청의 말에 양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무공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더군.”

말투가 이상하다.

직접 본 것처럼 말한다.

“응? 설마 자네도 무얼 가르친 겐가?”

“아, 이런··· 자네한테 말하지 않기로 약조했는데, 거참. 얼추 두어 달은 된 것 같네. 내게 뭐 가르칠 만한 것이 있겠는가. 그저 얕은 수 하나 알려줬을 뿐이네. 험, 험험!”

하진청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어쩐지 요 근래 조용하다 싶었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괘씸한 녀석!’

내심 투덜거려 보지만, 한편으론 흐뭇했다.

무언가에 열의가 있다는 것은 좋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공을 일편이나마 얻어 배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걱정이 더 컸다.

아들이 얻어 배운 것들은 제대로 된 무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게 되면 제 몸 건사는커녕 일합을 버티기도 힘들 터였다.

아들에게 일편이나마 가르쳐준 이들이 들었다면 대노하여 혀를 뽑겠다고 달려들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삼단공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자꾸만 밀려드는 유혹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이다.

자신이 익힌 무공은 피의 무공. 자신이 그러하듯 피의 광기에 잠식당할 우려가 컸다. 그동안 광기를 걷어내고자 무던히도 애를 썼다. 하나 지금도 사단공으로 넘어가면 버티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이러할진대 아들 도영은 더 심할 터였다.

그래서 기본기만 가르쳐 주었는데, 아들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악착같이 무공을 익혀가고 있었다.

“휴우!”

생각할수록 답답한 한숨만 나왔다.

그때 오가는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함께 급박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응? 저들은 설가장의 무인들이 아닌가? 무슨 일이 있나, 왜 저리 급히 몰려가지?”

하진청이 바라보니 과연 양충의 말대로 설가장의 무인들 이십여 명이 마치 칼부림이라도 벌이려는 것처럼 잔뜩 굳은 얼굴로 몰려가고 있었다.

하진청은 그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다. 고개가 절로 갸웃해졌다.

설가장의 무인들이 제법 서슬 푸른 기세를 흘렸지만, 그 정도에 동요할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월에 약해진 건가?”

“응? 그게 무슨 말인가?”

“아, 아닐세. 그냥 딴 생각하느라.”

“사람하고는, 그나저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게 아니었으면 좋을 텐데. 귀수검(鬼手劍)은 꽤나 악독한 자라고 들었거든.”

양충이 멀어져 가는 설가장 무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표국 안쪽에서 건장한 사내 두 명이 나왔다.

교대할 시간이 된 것이다.

“하 형은 내원으로 가보게. 국주께서 찾으시네.”

“알았네.”


* * *


“아, 어서 오게.”

표국주 방가정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에 하진청이 허리를 공손히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사람하고는, 둘만 있을 때는 편히 하라니까. 그러는가.”

“방만해지면 무례를 범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뭐 어떤가. 자네라면 그럴 수도 있지.”

“국주님!”

하진청이 정색을 하자 방가정이 머쓱한 표정을 했다.

“아, 미안······ 그건 그렇고.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가? 도영이 녀석 장래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서 말인데 이참에 표사들의 무공교두가 되어 봄이 어떤가? 그리고 자네도 알다시피 내 아들놈은 무공에 자질이 없질 않은가. 다행히 머리는 떨어지지 않으니 도영이 녀석과 묶어 놓으면 후일 둘이서 표국을 잘 이끌어갈 것 같은데 말일세.”

분명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소국주인 방도렴이 비록 무공에 자질은 없지만, 머리는 꽤나 영민했다. 하니 아들을 잘 가르쳐 놓으면 방가정의 말대로 찰떡궁합일 수도 있어보였다.

그렇게 된다면 최소한 악귀 같은 삶을 살지는 않을 터였다.

문제는 자신의 무공이 완전치 않아 아직 가르쳐 줄 수가 없다는 것이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고심해 본다면 무언가 해결방안이 있을 것 같았다.

“무공교두가 되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하나 아들놈에 대한 부분은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주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마웠다. 하진청은 진정 고마워하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밖에서 바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양충입니다, 국주님!”

꽤나 다급한 음성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 형 집에 사단이 난 것 같습니다. 설가장 무인들이 떼거리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진청이 문을 벌컥 열었다.

“방금 설가장이라고 했는가?”

그에 양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채 가 아들놈이 급히 뛰어왔네. 도영이가 낭인을 조롱하던 설가장의 소장주와 부딪쳤는데, 설가장 무인들 몇이 쓰러진······. 엇!”

양충이 말을 하던 중 경악성을 흘렸다.

난데없이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더니 하진청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에 양충이 부릅뜬 눈으로 방가정을 돌아봤다.

“국, 국주님! 방금······.”

“되었네. 그것보다 자네는 모든 표사들을 불러 모으게. 하 교두의 집으로 가봐야겠네.”

“하 교두?”

“뭐 하는 건가?”

중얼 거리던 양충이 방가정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뛰어갔다.

방가정이 무거운 얼굴을 했다.

“별 일 없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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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四) +15 08.10.31 22,049 6 7쪽
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8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3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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