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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검림(刀山劍林)

전륜마도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도검
작품등록일 :
2008.11.12 21:49
최근연재일 :
2008.11.12 21:49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56,519
추천수 :
107
글자수 :
63,034

작성
08.11.02 21:51
조회
19,528
추천
6
글자
8쪽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二)

DUMMY

힘이 없다.

물먹은 솜처럼 손가락하나 까딱일 수가 없다.

윙윙대는 이명(耳鳴)이 멈추지 않고 머릿속을 울렸다.

그때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이마를 갈랐다.

고통이 느껴진다. 예리한 무언가로 베어낸 듯 뜨거운 고통이 전해졌다.

힘이 없다. 그러지 말라고 소리칠 기운마저 없다.

뜨거운 핏물이 얼굴을 적시는 게 느껴졌다.

“소악귀면 소악귀답게 얼굴에 피칠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여인?’

분명 여인의 음성이다.

누굴까? 애써 눈을 떠보지만, 세상이 온통 붉게만 보일뿐이다.

“마인의 자식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혀를 뽑아라!”

잔인한 음성이다.

그런데 누구의 혀를 뽑으라는 걸까?

차가운 손이 입을 강제로 벌렸다.

가슴이 철렁 주저앉았다.

내 혀를? 내 혀를 자른단 말인가?

왜? 왜 나를?

저 여자가 누구이기에 내 혀를 자른단 말이냐?

고개를 젓고 입을 다물어보지만, 꿈적도 않는다. 단단하게 붙잡혔다.

“으어어어!”

소리쳐 보지만, 두려움에 떠는 짐승의 울부짖음일 뿐이다.

차가운 집게에 혀가 무기력하게 끌려 나갔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이 마구 요동쳤다.

그때 차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혓바닥에 대어졌다. 심장이 멈췄다. 순간 지독한 고통이 전신을 관통했다.

“으아아! 컥, 컥컥!”

심장이 터질 듯 발작했다.

뜨거운 핏물이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누군가 강제로 머리를 비틀자 결국 입 밖으로 울컥 쏟아졌다.

머릿속이 뱅뱅 돌았다. 세상이 도는지 내가 도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지러웠다. 그러다 갑자기 암흑이 찾아왔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죽은 것인가?

차라리 그랬으면, 전신에서 밀려오는 고통이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

문득 혀가 잘렸다는 것이 상기되었다.

“으으으!”

가슴속의 무언가가 쿵하고 떨어졌다.

분명 혀를 움직였는데, 입 안에서 전해오는 감촉이 전혀 없다.

“마인의 자식도 피는 붉구나.”

‘그 여자다.’

도대체 누구이기에 날······.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하나 버둥거릴 뿐 움직여지지 않는다.

“날 보고 싶은가 보군. 보게 해 주어라.”

여자의 말에 거친 사내의 손이 상체를 우악스럽게 일으켰다.

여인이 보였다.

하얀 얼굴, 피처럼 붉은 입술. 흑요석처럼 어둡게 반짝이는 눈동자. 아름다운 여인이다. 그러나 누구인지 모른다. 자신과 관련 없는 여인이다.

한데 여인의 눈길이 표독스럽다.

“난 설가장의 여식이다.”

눈이 부릅떠졌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그러는지 이제야 알았다.

복수다. 그녀의 부친과 오빠가 죽은 것에 대한 복수다.

‘그렇다면?’

부친은 그녀가 죽인 것이다. 그녀가 무인들을 보내 부친을 죽인 것이 틀림없다.

이해된다. 나라도 그리했을 테니까.

잘잘못을 따질 것도 없다. 그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죽음은 죽음을 부른다고 한다. 피의 빚은 피로써만 갚을 수 있다고 한다. 그녀가 받아낸 혈채처럼 내게도 혈채가 생겼다. 그녀가 부친을 죽였질 않은가. 하나 그럴 생각이 들지 않는다. 부친의 광기, 그 광기에 난도질 된 사람들······.

죽음이 눈앞에 있음이 느껴진다.

체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절대 고수가 되어 강호를 종횡하고 싶었는데······.’

모든 게 허물어졌다.

“벌써 포기한단 말이냐? 흥!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노와 원한이 절절이 느껴지는 외침이다.

“짐승은 네 다리로 걷는다. 다리의 힘줄을 잘라라. 놈은 짐승처럼 입으로 먹어야 한다. 손목의 힘줄을 잘라라.”

서슬 푸른 외침에 두려움이 번졌다. 걷잡을 수가 없다.

“으아! 으어어어!”

차라리 그냥 죽여 달라고 외쳐보지만, 짐승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시리도록 차가운 칼이 양 발목을 베었고, 양 손목을 베었다.

“으아! 끄아아!

소리치고 소리쳐보지만,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차라리 혼절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누군가가 목을 만지고 머리를 만지자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온몸이 학질이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렸고, 너무나 붉어 보이는 피가 차가운 바닥을 뜨겁게 적셨다.

한 마리 벌레가 되어 사방으로 꿈틀거렸다.

“살려놔라!”

그 말을 끝으로 설수연은 밖으로 나갔다.


* * *


설수연은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새하얀 얼굴에 핏물이 묻어있어, 스산한 분위기였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흐릿한 음영 속에 그가 있었다.

청안백소 한혁. 바로 그였다.

설수연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곧장 다가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을 찾아 세게 빨았다. 색에 주린 요녀처럼 그를 미친 듯이 탐했다.

한혁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와는 늘 광기에 물든 교접을 벌였다. 피를 보고 오면 더욱 심했다. 그 광기가 마음에 들었다. 그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으니까.

옷을 벗기고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터질 듯한 살덩이가 자극적이었다.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다. 신음인지 교성인지 모를 소리를 낸다. 그 소리가 심장을 날뛰게 만들었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전신을 집어 삼켰다.

“크크큭!”

욕정을 토하며 매끈한 두 다리 사이로 밀착해 들어갔다. 그리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광기에 물든 열락이 실내를 뜨겁게 달구었다.


“죽이지 않을 생각인가?”

“죽일 수 없어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게 만들어 놓을 거예요. 손가락질 하고 침 뱉는 사람들을 볼 수 있도록 눈도 그대로 둘 거예요.”

소름 끼치도록 잔인하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마음에 든다.

한혁은 설수연의 젖가슴을 부드럽게 쓸었다.

“산동표국은 당분간 그대로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럴 줄 알았어요.”

하긴 모를 수가 없겠지. 산동표국 뒤에 풍신방(風神幇)이 있음을 천하가 다 아는 바에야.

‘풍신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어찌 할 수 없다는 건가?’

화가 치밀었다. 하나 제검문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도리가 없었다.

‘아직은 아니지만······.’

한혁은 설수연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녀가 딸려왔다.

진한 살내음이 풍겨왔다. 설수연은 다른 여인들과는 달리 향낭을 지니지 않았다. 때문에 이렇게 가까이에서는 그녀만의 살내음을 맡을 수 있었다.

콧속을 파고들어 피를 달구는 내음이었다.

한혁의 입가에 끈적거리는 미소가 맺혔다.

“넌 완전히 요물이 되었구나.”

“그래서 싫은가요?”

“아니, 그래서 더 좋아.”

한혁은 하얗게 웃으며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녀의 가느다란 팔이 한혁을 휘감았다.


* * *


복수에 불타고 있는 이는 비단 설수연만이 아니었다.

“네놈 아비한테 내 부친께서 돌아가셨다.”

송충이 눈썹의 사내가 날카로운 비수를 허벅지 깊숙이 박아 죽 그어 내렸다.

“내 형이 죽었다.”

반대쪽 허벅지가 불로 지진 듯 뜨거웠다.

“내 친구의 혈채다.”

옆구리가 한 움큼 뜯겨져 나갔다.

“마인은 씨를 말려야 해!”

낭심이 밟혔다.

숨이 막히는 극통이 전신을 휘몰아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 정도로 지독했다.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정신을 차릴 만하면 찾아왔고, 고통이 끊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지옥인 모양이다.

죽어서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진 게 틀림없었다.

아니라면··· 아니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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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二章 잡을 수 있나요? (一) +17 08.11.01 21,60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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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三) +22 08.10.30 22,128 7 7쪽
3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二) +19 08.10.29 24,133 6 10쪽
2 전륜마도(轉輪魔道) 第一章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一) +17 08.10.29 33,669 8 8쪽
1 전륜마도(轉輪魔道) 서장. +21 08.10.29 33,865 6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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