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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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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175

작성
24.01.2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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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8화

DUMMY

내 말에 아린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만 껌뻑거렸다.

하지만 결국 나와 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그렇게 맞장구쳤다.


“그, 그렇지? 내가 뭘 했더라?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8 네가 2, 이게 계산 맞는 거 아냐?”

“으응⋯! 그게 맞을 것 같아!”


우리 둘의 꽁트를 보고 있던 소은 누나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결정은 난 것 같네. 둘 다 괜찮은 거지?”

““네.””

“좋아,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당당한 방법은 아니라 당연히 여명길드의 반발도 심할 거야. 하지만 그쪽은 내가 커버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그럼 어디 말이나 한 번 맞춰볼까?”


우린 보스전에서의 일을 재구성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맞춘다고 해도 내가 8을 가져가는 건 정도가 너무 지나쳤고 우리는 최종적으로 6대4 정도로 비율을 조정하기로 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요원을 불렀다.


“이야기는 잘 나누셨나요?”

“네, 그런데 수정을 요청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음? 어느 부분인가요?”


이번엔 내가 직접 요원에게 말했고 소은 누나는 옆에서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잠자코 있었다.


“보스전에서의 윤아린 헌터와 저의 기여도 부분 말인데요, 8대2가 아니라 6대4로 하고 싶습니다.”


내 요청에 요원은 잠시 텀을 두고 물었다.


“윤아린 헌터님도 동의하시는 부분인가요?”

“네, 동의합니다.”

“흐음~.”


우리의 예상치 못한 요구에 요원은 조금 귀찮게 됐다는 듯 턱을 매만졌다.


“이해 당사자인 두 분의 의견이 그렇다면 반영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여명길드도 간접 관계자이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권한이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두 분께서 다시 여명길드 측과 조율을 하셔야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아린 헌터님이 6, 박준호 헌터님이 4로⋯.”

“아니요, 반대에요.”

“⋯예?”

“제가 6이고 윤아린 헌터가 4입니다.”


내 말에 요원은 의도를 대충 알겠다는 듯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


“이야~ 쉽지 않겠네요.”


나는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을 꺼내지 않고 그저 그의 웃음에 웃음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




“어땠어? 맛 괜찮지?”

“제가 먹어본 밥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소은 누나는 우리를 영화 속 재벌들이 들락날락할 것 같은 그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 데려가 점심을 먹이고 소은길드로 데리고 왔다.

소은길드는 여명길드 같은 고층 빌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S급 길드 중 하나인 만큼 현대적인 곡선형 디자인의 10층짜리 빌딩을 사옥으로 두고 있었다.


“마스터,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마스터, 안녕하세요!”

“응~ 안녕~.”


우리가 길드에 들어서자 사장님을 향한 직원과 헌터의 인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그들의 자세가 좀 이상했다.

1층은 계단식 카페 같은 인테리어였는데 직원들은 계단이나 1인용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편하게 앉아 옆에 커피를 한 잔씩 놓고 노트북과 태블릿으로 일하고 있었다.

와우, 완전 MZ한데.


“길드 분위기가 엄청 자유롭네요?”

“응? 아~ 그런 편이야. 중요한 건 업무능력과 효율이지 딱딱한 사무실 책상에 앉혀놓는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니까.”


경영방침에서 소은 누나의 성격이 묻어나왔다.


“자, 편히들 앉아.”


소은 누나는 우리를 길드 내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

숲속의 오두막 같은 단아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마법사의 사무실은 어떤 느낌일까 막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두루마리가 날아다니는 그런 걸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평범⋯.


- 딱!


누나가 소파에 앉으며 손가락을 튕기자 레코드 플레이어가 재생되며 주전자와 찻잔이 날아와 알아서 차를 따랐다.

아니네, 마법사 사무실 맞네.


“그럼 이야기 좀 들어볼까? 차가 왜 터졌다고? 아린이한테 있었던 일은 나도 헌터관리국에 합동 수사 요청을 받아서 잘 알고 있지만 군대는 아무래도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자체적인 조사가 끝날 때까지 외부로 어떤 정보도 흘리지 않으려고 하더라고.”


소은 누나의 말에 나는 둘째 날 밤 총성이 울리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나는 조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래서 예비군들 집에 가는 거 호위까지 하고 저도 집에 가려고 주차장에 왔는데 차가 뒤집혀서 불타고 있더라고요.”

“흐음⋯ 잘 들었어. 너희 모두에게 쉽지 않은 하루였겠구나.”


그 말에 나와 아린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희들에게 알려줄 게 하나 있어. 너희를 공격한 각성자들에 대한 건데⋯ 각성자가 아니야.”

““네?””

“헌터관리국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신상을 파악해봤는데 전부 평범한 사람들이었어. 각성자도 아닐뿐더러 거주지, 나이, 직업, 성별, 종교, 뭐 하나 공통점이라곤 없는 그야말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


아니, 분명히 힘이나 움직임도 그렇고 소총을 맞고 버티는 맷집 같은 게 절대 일반인이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일반적인 각성자들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았어요. 뭐랄까⋯ 마력이 좀 끈적거린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아린이는 차이를 느꼈는지 그렇게 말했고 소은 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야, 무슨 방법으로 일반인을 각성자로 만든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짓을 벌인 목적도 모르겠고. 보통 이런 테러를 벌이고 나면 자기 목적이나 요구사항을 공표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잖아? S급 던전 때문에 지쳐서 휴가 좀 다녀오려고 했는데 다시 할 일이 산더미네.”


소은 누나는 피곤하다는 듯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잡았던 그 남자가 ‘우리가’ 라고 했어요, 또 그 남자가 죽을 때의 느낌도 자결이라기보단 누군가에 의해 머릿속 무언가가 폭발한 느낌이었고요, 분명 조직이 있을 거예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싹 잡아 족쳐야지.”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 범인⋯ 꼭 잡고 싶어요, 이유가 어쨌든 간에 이런 일을 벌인 건 용서할 수 없어요.”

“아린이가 도와준다면 그만큼 든든한 아군이 없지.”

“그럼 뭐부터⋯!”

“하지만.”


소은 누나는 넘치는 의욕으로 바로 수사에 착수하려는 아린이를 말리듯이 말했다.


“지금은 아린이 너의 힘을 먼저 키울 때야.”


누나의 말에 아린이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 언니를 돕기엔 아직 약한가요?”

“아니, 강하지, 충분히 강하지.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사회적인 힘을 말하는 거야. 아린이 넌 네 강함에 비해 그걸 뒷받침해줄 게 아무것도 없어.”

“사회적 힘⋯이요?”


아린이는 사회적인 힘이라는 게 뭔지 더더욱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누나의 말에 크게 동감했다.


“네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고도로 조직화 되고 체계화된 현대사회에서 혼자 살아남기는 어려울 거야. 예를 들면⋯ 아린이 너 법에 대해 잘 아니?”

“법이요? 하나도 모르는데요?”

“그럼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넌 좋은 의도로 행동한 일이지만 알고 보니 그게 불법적인 일이라 네가 범죄자가 되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기, 기분 되게 나쁠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법을 부정하고 네 마음대로 굴 거야? 그럼 이 나라 전체가 네 적이 될 텐데?”

“아, 아니요, 그러면 안 되죠⋯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있을까요?”

“그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면 네가 이번 사건의 조사에 참여하는 것, 그거 자칫하면 불법이 될 수 있어.”

“네?! 지, 진짜요?!”


소은 누나의 말에 아린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응. 이번 사건의 전적인 수사권은 정부와 헌터관리국이 가지고 있고 나는 그 두 기관에서 수사권을 양도 받았지만 넌 받지 않았으니까.”


하긴, 수색하고 심문하고 체포하는 등의 일은 경찰이나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이지 그걸 개인이 마음대로 하면 당연히 불법일 것이다.


“이, 이럴 수가⋯.”

“그러니까 나처럼 그런 권한을 받기 위해서 사회적인 힘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야. 아무리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해도 그게 불법이라면 그땐 네가 악당이 되는 거라고?”

“그, 그럼 제가 언니처럼 되려면 뭘 하면 될까요?”

“방법은 많아, 하지만 내가 제일 추천하는 건 역시 길드를 설립해 키우는 거야.”

“길드⋯.”


아린이는 소은 누나의 말을 곱씹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그때, 누군가 사무실을 노크하더니 살며시 얼굴만 내밀고 말했다.


“마스터, 손님분들과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곧 대통령실에서 열리는 비상 회의에 참석하셔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나요? 네, 알겠습니다.”


시간을 확인한 소은 누나는 미안한 표정으로 이 자리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일이 있어서 오늘 만남은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할 것 같네. 나중에 다시 이야기 나누자. 혹시 뭔가 알아낸 게 있으면 연락할게.”

“네, 오늘 감사했어요.”

“아~ 맞다, 혹시 여명길드에서 연락오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나중에 문서로 보낸다고 해, 알았지? 아! 그리고 미안한데 집에는 택시 타고 갈래? 내가 데려다준다는 게 이야기 듣다가 깜빡해버렸어!”

“네, 바쁘실 텐데 신경 쓰지 마세요.”


소은 누나는 여전히 가만히 앉아 있었지만 사무실 여기저기에서 각종 문서가 바쁘게 날아다니며 정리돼 서류 가방에 정리돼 들어가기 시작했다.

준비할 자료가 꽤 있는데 우리랑 떠드느라 준비를 하나도 안 해 놓은 모양이다.

나와 아린이는 옷까지 정장으로 갈아입으며 대통령실에 갈 준비를 하는 누나를 뒤로하고 소은길드를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


택시 안에서 아린이는 창밖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아린이는 뭔가 생각에 잠기면 항상 저런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나한테 말을 걸 때가 됐는데.


“왜.”

“어? 부, 부르려고 한 거 어떻게 알았어?”

“그냥 그럴 타이밍인 것 같아서.”

“너 이제 날 되게 잘 아는구나?”


아린이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그래서 무슨 말 하려고 했는데?”

“별건 아니고 나 역시 길드 세우려고.”

“잘 생각했어, 나도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 S급 길드니까 엄청 잘 나갈 거야.”


마스터 혼자 S급이라고 S급 길드가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망할 걱정은 없겠지.


“그런데 길드를 세우려면 뭐부터 해야 해?”

“그런 건 나도 모르는데⋯.”

“어려워?”

“어려운지 쉬운지도 몰라. 그냥 아예 모르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될 거야.”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이 도와준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길드 설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서포트 해주는 그런 업체도 분명 있을 테니 초창기엔 그런 곳에 의뢰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 맞아! 일단 해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우리 둘이라면 할 수 있어!”

“응?”

“응?”


아린이의 말에 나는 의아해했고 그런 내 반응에 아린이도 의아해했다.


“네 길드에⋯ 나도 가입하는 거야?”

“그럼⋯ 안 들어올 생각이었어?”


딱 잘라 안 들어갈 생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S급 던전 정산금을 보고 은퇴하는 옵션도 고려하고 있었다.

젊고 몸뚱이 멀쩡한데 내 기준에서 평생 놀고 먹을 돈이 생겼으니 이제 뭘 더 하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 스으윽.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본 아린이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나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어깨가 무거웠다.

심리적으로 무거운 게 아니라 아린이가 내 어깨를 꽉 쥐고 있어서 물리적으로 무거웠다.


“들어⋯ 올 거지?”

“네⋯.”


당장이라도 어깨뼈가 부서질 것 같은 그 압박감에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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