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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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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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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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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976

작성
24.03.12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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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00화

DUMMY

“누, 누구세요?”


아침에 길드로 출근한 하은이 내 모습을 보곤 입구에 멈춰 서선 그렇게 물었다.


“뭘 놀라, 아카데미에서도 봤잖아.”

“그, 그랬던가? 그땐 관심이 없어서⋯.”


하은이 보고 놀란 건 아침부터 정장을 입고 앉아있는 내 모습이었다.


“어디 선이라도 보러 가는 거야?”

“너 나이가 몇인데 선이라는 말을 쓰냐?”

“아저씨 나이에 맞춰서 단어 선정 한 건데?”

“너랑 나랑 다섯 살 차이라고.”

“그럼 나 중학생일 때 이미 성인이었다는 거 아니야? 와~ 개늙었어~.”


나이 이야기가 나오자 형은 슬그머니 몸을 웅크려 구석에 짜졌다.

나는 그런 형을 놓치지 않고 강제로 대화에 끌어들였다.


“이야~ 그렇게 따지면 형은 하은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성인이었네? 곧 나이 30인 게 크긴 크구나.”

“아닌데? 유럽에선 떡국 못 먹어서 아직 23살인데?”

“그럼 나보다 어린 게 왜 반말이야?” “만으로 스물셋이라 동갑이다, 이 새끼야.”


오늘도 아침부터 영양가라곤 없는 헛소리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니, 야! 너 머리 만져본 적 없어? 왜 이렇게 어설프냐?”

“아, 손에 침 좀 바르지 말라고! 멀쩡히 왁스가 있는데 왜 자꾸 침으로 하려는 거야?!”

“이게 천연 왁스고 젤이야, 인마.”


나는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고 머리까지 만져 정장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갖췄다.

스마트폰을 보고 아무리 따라 하려고 해도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머리가 나왔는데 형이 몇 번 슥슥 넘겨주니 바로 세련된 직장인 같은 헤어스타일이 나왔다.


“그런데 오늘 어디 가는데 그렇게 차려입은 거야?”


드물게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본 아린이가 물었다.


“아, 오늘은 헌터 말고 비지니스맨스러운 일 좀 해보려고.”

“비지니스맨?”


그렇게 때 빼고 광을 낸 내가 먼저 찾은 곳은 해인 거래소였다.

저번엔 아린이 이름으로 예약을 해야 받아줬는데 이제 A급 길드 소속이라 그런지 이젠 내 이름을 대도 바로 예약을 받아주었다.


“어서오십시오, 다시 찾아주셔서 영광입니다.”


해인에 도착하자 전에 봤던 이은주 감정사가 다시 나를 맞이했다.

이 큰 거래소에 감정사가 그녀 한 명일 리는 없고 아마 내 전담 감정사로 그녀가 배정된 것 같았다.

저번에 해인을 찾았을 때 그녀의 안목과 서비스가 매우 만족스러웠기에 나로서도 싫지 않았다.


“그럼 아이템을 확인해보겠습니다.”


내가 이번에 해인 거래소를 찾은 이유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서였다.

이은주 감정사는 내가 가져온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에 손을 올리고 감정을 시작했다.

아이템을 감정하는데 한참 걸렸던 하은과 달리 현역 전문가인 이은주 감정사는 감정은 순식간에 마쳤지만 뭔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감정평을 이야기하기 전 잠시 뜸을 들였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녀는 태블릿을 조작해 무언가를 확인했다.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매입을 거부할 수도 있어 조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꺼낸 이야기는 의외의 이야기였다.


“지금 즉시 해당 아이템의 구매를 희망하는 고객이 계십니다. 박준호 헌터님께서 동의하신다면 즉시 거래 절차를 진행해드리겠습니다.”


이은주 감정사는 자세한 사안은 서면으로 느긋이 확인할 수 있도록 거래 조건이 적힌 태블릿 화면을 내 쪽으로 내려놓으며 감정평을 함께 이야기했다.


“해당 아이템은 등급과 성능, 기능 및 무기의 종류와 형태 등을 고려했을 때 크게 효용성이 있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희귀성과 상징성, 그리고 예술성을 고려하면 약 20억 원 정도가 적정한 매입가격이라 사료 됩니다.”


20억.

하은이 감정한 가격을 토대로 예상하고 있던 가격과 딱 맞아떨어졌다.

그나저나 얘 아이템 감정 되게 잘했네.


“하지만 악마의 아이템이라면 뭐든지 감정가의 두 배로 매입하겠다고 요청하신 고객이 있어 연결해드릴까 합니다.”

“네?”


놀란 내가 되묻자 이은주 감정사는 한 번 읽어보라는 듯 태블릿을 향해 공손히 손짓했고 그에 나는 태블릿을 슥 읽어보았다.

이은주 감정사의 말대로 악마형 몬스터의 아이템이라면 종류와 성능을 불문하고 전부 감정가의 두 배로 무한 매입하겠다는 그런 고객이 있었다.

그는 심지어 구매자와 판매자가 반반 지불하는 것이 통상적인 거래중계 수수료도 모두 자신이 지불하겠다고 했다.


“연결해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걸 안 할 이유가 어딨을까?

나는 즉시 거래에 응했다.

상상치도 못한 횡재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럼 아이템은 잠시 저희가 맡아두겠습니다. 임시계약서를 작성해주시면 구매 희망 고객님께서 응하셨을 경우 거래소에 다시 들르실 필요 없이 즉시 거래가 성사되는데 작성하시겠습니까? 만일 거래 거절 시 계약서는 즉시 파기하오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나는 그대로 임시계약서를 작성하고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까지 해인 거래소에 맡겼다.


“그런데 이 분은 왜 이런 아이템을 감정가의 두 배씩이나 주고 사려고 하시는 건가요?”


계약서를 작성하며 나는 이은주 감정사에게 질문했다.

구매 희망자의 이름을 보아하니 외국인인 것 같았다.

뭐, 해인 거래소가 중계하는 거래이니 사기 같은 걸 당할 걱정은 당연히 없지만 그냥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궁금했다.

악마의 무기를 쓰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특이한 타입의 헌터인가?


“단순 취미로 악마의 아이템을 수집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 취미로 수집.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무한 이유였지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세상엔 어떻게 낭비하면 재밌을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돈이 썩어 넘치는 부자가 널리고 널렸으니 이해하려 해봤자 소용없다.


“그럼 경과에 따라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 더 필요하신 것 있으십니까?”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를 처리했으니 이제 딱히 용건은 없다.

하지만 시간을 확인해보니 다음 일정까지 여유가 좀 있어 이곳에서 아이템이나 구경하기로 했다.

괜히 카페에 죽치고 앉아 유X브나 볼 바에는 아이템에 대한 정보나 안목을 키우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혹시 거래소 내 아이템을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아, 저 혼자 볼게요.”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이은주 감정사는 당연하다는 듯 나를 안내하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뭘 살 생각도 없는데 괜히 옆에 붙여놓고 시중을 들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예술가처럼 혼자 조용히 나만의 안목으로 감상해보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럼 전 물러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시거나 문의 사항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호출하여 주십시오.”


이은주 감정사는 두 번 말할 필요 없이 깔끔히 내 요구대로 물러나 주었고 그렇게 혼자 남은 나는 자유롭게 해인 거래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온갖 아이템을 구경했다.

확실히 해인 거래소엔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을 정도로 재밌고 유용한 효과를 가진 아이템이 꽤 많았다.

이래서 부자들이 쓰지도 않을 아이템을 잔뜩 쇼핑하는 건가.

그렇게 되면 쓸데없이 아이템 가격만 높아지니 헌터 입장에선 그러지 말아줬으면 한다만⋯.


“어이.”

“네⋯ 네?!”


그렇게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등 뒤에 들려온 소리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키가 꽤 작은 청년이었다.


“너 맨날 윤아린이랑 붙어 다니던 그 남자 맞지?”

“네, 맞는데 누구신지⋯?”


그는 다짜고짜 반말로 그렇게 물었다.

말투에서부터 광인의 냄새를 맡은 나는 가능한 그의 신경을 긁지 않게 공손히 대답했다.

미친개는 때려죽일 거 아니면 피하는 게 현명하다.


“하! 날 모른다고? 시비 거는 거냐?”


누구냐는 내 순수한 물음을 그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왔다.


‘내가 널 왜 알아야 하는데⋯.’


나는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다시 한번 자세히 그를 살펴보았다.

160이나 조금 넘는 것 같은 작은 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 어⋯ 음⋯ 어? 아!


“멍청하긴, 이제야 알아본 거냐?”


그가 누군지 알아본 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그는 코웃음을 치며 나를 비웃었다.

그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 6명의 S급 헌터 중 한 명인 신재현 헌터였다.

하나, 하나가 최정예 헌터급의 전투력을 갖춘 그림자 병사를 한 번에 수백, 수천이나 다룰 수 있는 괜히 S급이 아닌 엄청난 스킬을 가진 헌터였다.


우와, 그나저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진짜 작다.

내 키가 180cm가 넘어서 더 작게 느껴지는 것도 있겠지만 160cm 언저리인 그의 키는 정말 작았다.

거의 하은이랑 비슷한 정도인데?


“⋯난 누가 날 그런 식으로 내려다보는 걸 정말 싫어해.”

“죄송합니다.”


어이쿠, S급 헌터님은 눈치도 S급이셔.

속으론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일단은 S급 헌터님이시니 나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 정중히 사과했다.


“그나저나 윤아린은 어디 있지?”


신재현 헌터는 뜬금없이 아린이를 찾았다.

근데 얘는 존댓말이라는 걸 못 배웠나, 왜 남의 이름을 막 부르지.


아, 하긴, 아린이와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 이 셋이 S급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훌륭한 인품과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까먹고 살았는데 헌터 중엔 성격이 꼬이고 뒤틀린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더군다나 그런 헌터의 정점인 S급이라니, 자기 이외엔 모두 버러지로 본다고 해도 딱히 놀랄 것도 없었다.


“마스터는 레이드 진행 중이십니다.”

“뭐? 지금 윤아린이 들어갈 만한 레이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슨 레이드?”

“예, 뭐⋯ 그냥 C급 레이드⋯.”

“하! S급이 C급 레이드를 다닌다고? S급 망신 다 시키는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나는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빨리 꺼지기만을 바랐다.


“그나저나 넌 뭐지?” “예?”

“넌 뭐냐고. 뭔데 윤아린이랑 같이 다니지?”

“그냥 길드 소속 헌터입니다만⋯.”

“윤아린이 너 같은 걸 길드에 받아줬다고?”


신재현 정도면 그냥 눈으로 슥 보기만 해도 내가 얼마나 비실비실 한지 짐작할 수 있을 테니 내 행색을 위아래로 훑으며 의문을 표했다.

아마 그의 그림자 병사 중 가장 약한 병사 하나를 꺼내도 나보단 강할 것이다.


“뭐, 단순 헌터는 아니고 길드 공동 설립자라고나 할까⋯.”

“쯧, 뭐야. 부모 잘 만나 헌터놀이나 하는 놈이었나.”

“???”


우리 부모님이야 나도 잘 만났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 뒤로 왜 헌터 놀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놈들한테까지 투자받다니, 윤아린⋯ 생각한 것과 달리 경박한 여자였군.”


신재현이 혼자 무슨 말을 씨부리는 건지 열심히 그의 의도를 추측하던 나는 이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했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집이 엄청 잘 사는 금수저고 나는 헌터놀이를 하기 위해, 아린이는 길드 설립 비용을 위해 나 같은 나부랭이 각성자를 길드에 받아줘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아냈다, 뭐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제로 금수저 자제 중 일종의 레저 스포츠같은 느낌으로 고등급 길드에 돈을 투자해 가입해 헌터들의 호위를 받으며 레이드를 즐기는 사례가 흔히 있으니 그도 그런 경우를 의심하고 있나 보다.


“아니요, 저는⋯!”

“관심 없으니까 닥쳐.”


나를 그런 그냥 철부지 금수저로 오해하는 건 상관없지만 경박한 여자라니.

그 표현이 상당히 거슬렸던 나는 오해를 풀려고 했지만 신재현은 이제 내게 관심 없다는 듯 휙 돌아서 사라졌다.


⋯뭐야, 저 새끼?

짜증 나게 또 어디서 저런 놈이 튀어나온 건지.

S급만 아니었으면 꿀밤 한 대 먹이고 싶네.


“⋯⋯에휴.”


뭐, 됐다, 괜히 기분 상하면 나만 손해지.

나는 해인 거래소에서 신재현을 만난 것보단 뜻밖에 무라고스의 데스 사이드를 20억이나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었던 것에 포커스를 맞춰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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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3 24.03.08 1,661 31 14쪽
98 97화 +3 24.03.07 1,629 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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