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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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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0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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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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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7화

DUMMY

“헌터관리국은 이미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정확히 뭐가,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도 말씀은 못 하시면서 자꾸 권한 탓만 하시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가 없네요. 경찰, 검찰도 권한이 제한적임은 동일하고 이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법치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런 제한이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게 있으면 그게 왕국이지 뭡니까? 하다못해 왕들도 어느 정도 법의 제약은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준비해 왔습니다.”


- 텅!


의원의 말에 국장 대리인이 발밑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를 꺼내 올려놓았다.


“저희 헌터관리국이 발의, 수정, 삭제 해주시길 요청하는 법안들이며 적합한 사유도 모두 적혀있습니다. 한 번 읽어볼까요?”

“아, 아니요⋯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누기 적합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네요.”


의원은 그냥 읽기만 해도 몇 주는 걸릴 것 같은 서류 더미의 압박에 눌려 한발 뒤로 뺐다.


“저희가 준비한 자료를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헌터관리국은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런 게 그게 어째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요구하는 것이 됩니까? 만약 지금도 어디에선가 테러리스트들이 추가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 저희 헌터관리국이 현행법을 준수하는 이상 그것을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이미 한발 늦었지만 제발 지금이라도 고치고 막읍시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헌터관리국은 지금도 업무를 수행할 충분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업무를 방치하겠다고 하시면 그 업무를 정부가 가져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허.”


의원이 말은 그런 식으로 나오면 헌터관리국이 가진 업무와 권한을 박탈하겠다는 꽤나 강도 높은 협박을 한 셈인데 국장 대리인은 우습다는 듯 헛웃음 쳤다.


“정부가 헌터관리국의 업무를 대신 하겠다고요? 무슨 방법으로 하겠다는 말씀이시죠? 대책은 있습니까? 아니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모르겠고 일단 업무와 권한을 받아 간 뒤 생각해볼 생각이신가요?”

“군에서 담당하면 충분합니다. 군은 특수전사령부 제20특전여단 등 이미 각성자를 통제해본 실전 경험도 풍부한 전문가입니다.”

“군이요? 군이라면 이미 참패하지 않았습니까? 군의 무력으로는 각성자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게 이미 증명된 셈 아닙니까?”

“이번에 공격받은 부대는 예비군 훈련 부대였습니다. 제대로 된 전투 부대도 아닐뿐더러 무기도, 병력도 전투를 대비하지 않은 부대였기에 피해가 심했을 뿐이고 또한 그럼에도 적의 공격을 방어해냈습니다, 물론 전투 부대가 도착하자마자 적은 순식간에 진압되었고요. 군은 각성자를 제압할 무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니죠, 아니죠, 아니죠.”


국장 대리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의원의 말을 부정했다.

그리고 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가 이 정도 선에서 그칠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 훌륭한 두 헌터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전투 부대가 도착해 적을 진압했다고요? 전투 보고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투 부대가 도착하기 전 전투는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적군 사망자 87명 중 총상에 의한 사망자는 단 13명. 그럼 나머지 74명은 대체 누가 사살했을까요?”


국장 대리인은 말하기도 입 아프다는 듯 입술을 빼쭉 내밀며 양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번화가 쪽은 어떻고요? 사망한 테러리스트 45명 중 45명을 윤아린 헌터님 혼자 사살하셨습니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고 군은 뭐, 출동조차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러는 사이 단 한 명의 헌터가 이미 현장을 제압하고 통제한 겁니다. 한 번 당시의 증언을 들어볼까요?”


국장 대리인은 나와 아린이에게 그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런 경우와 자리가 처음이라 어색하고 뻘쭘하기만 했지만 하라고 자리까지 깔아줬는데 뭐 어쩌겠는가, 나와 아린이는 각자의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이상한 게 있네요, 박준호 증인께선 그날 왜 그 자리에 있었죠?”


이야기를 끝마치고 나니 의원 한 명이 나를 향해 질문했다.

그런데 질문 내용이 좀 이상했다.

그날 그 자리에 왜 있었냐니, 나라에서 부르니까 갔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예비군 훈련 때문에 갔습니다.”

“윤아린 증인은요?”

“저는⋯ 그냥 놀러 갔는데요?”

“그러니까 한날한시에 그것도 같은 길드 소속의 두 분이 하필이면 우연히 그 장소에 딱 있었다는 말씀이네요?”

“네⋯.”

“거기다 박준호 증인의 최근 몇 개월간의 행적을 살펴보면⋯ 마포구 A급 던전 브레이크 위기, 설악산 헌터 유인 살해 사건, 얼마 전 S급 던전에 이번 테러 공격까지. 굵직굵직한 사건에는 죄다 현장에 계셨네요?”

“어⋯네.”


어? 이렇게 하나하나 나열하고 보니까 진짜 이상하게 들리는데?


“국장 대리인님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이죠?”

“사건과 박준호 증인과의 연관성 말입니다. 어떻게 평생 한 번 연관되기도 힘든 일이 한 사람에게 고작 몇 달 만에 줄줄이 일어날 수가 있을까요? 이게 그냥 우연이라고요?”

“그게 확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장 대리인의 말에 의원의 입꼬리가 걸려들었다는 듯 살짝 올라갔다.


“확률이요?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헌터관리국은 이렇게나 이상한 행적을 가지고 있는 박준호 증인을 제대로 수사해 본 적은 있나요?”

“⋯없습니다만.”

“그러니까 지금 수사기관이 수사도 하지 않고 그냥 확률적으로 그럴 수도 있다고 치고 넘어갔다는 거네요?”

“저희가 쌍팔년도 안기부도 아니고 증거나 혐의도 없는 사람을 막 잡아다 죄를 만들 순 없지 않습니까?”

“언제 죄를 만들라고 했습니까? 이 정도로 국가의 안보가 걸린 큼직한 사건에 한 사람이 자꾸 연루되면 수사기관으로서 정말 우연인지 아닌지 검토는 해봤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검토해보겠습니다.”

“또한 박준호 증인의 등급 측정도 이상하다고 보이는데요. 보고서에 적힌 바에 의하면 군부대를 공격한 테러범들의 신체 능력으로 보아 D급 수준의 각성자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F급인 박준호 증인이 테러범을 70명이나 사살할 수가 있었던 겁니까? 각성인구조사과장님, 각성자의 등급 측정. 똑바로 하고 있는 것 맞습니까?”

“예? 아⋯ 예, 그⋯ 검토해보겠습니다.”

“검토는 여기 오기 전에 진작에 하셨어야지 헌터관리국 소속도 아닌 제가 말한다고 갑자기 검토를 하시겠다고? 흠⋯ 박준호 증인이 과연 증인으로서 신뢰성이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드네요, 더불어 헌터관리국이 뭘 똑바로 하긴 하는 건지에 대한 의구심도 같이요.”


갑자기 의원과 국장 대리인이 나를 두고 맞서기 시작했고 의원의 말에 청문회에 참석한 몇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거기다 윤아린 증인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헌터관리국은 윤아린 증인의 행동에 대해 대응할 의사가 없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시죠?”


의원에 말에 저게 뭔 소린가, 나와 아린이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윤아린 증인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수십 명의 민간인을 사살했습니다. 헌터관리국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실 겁니까?”


의원의 말에 아린이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소은 누나가 만들어주었던 예상 질문 리스트에 적혀있던 것 중 가장 납득할 수 없는 질문 중 하나인데 그게 진짜 화두로 떠올랐다.


“상을 받아도 마땅한 영웅적인 행동에 어떤 대응을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윤아린 헌터님의 활약으로 수많은 시민이 생명을 건졌습니다. 거기에 저희가 어떤 대응을 해야 합니까?”


국장 대리인이 발끈해 언성을 높이자 의원은 뭘 그렇게 열을 내냐는 듯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떤 대응을 하라고 한 건 아닙니다, 그냥 이런 상황에서 헌터관리국이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 질문한 겁니다. 아무 가이드라인이 없나 보군요. 그럼 앞으로도 아무 권한이 없는 각성자가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사살해도 관여하지 않으실 겁니까?”

“그건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요, 논란의 소지가 있는 행동이라면 당연히⋯!”

“그러니까 헌터관리국은 각성자의 민간인 사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 없이 그냥 그때그때 자기들 해석하기 나름으로 판단한다는 거네요? 이거 완전 인민재판 아닙니까? 이런 식이면 나중엔 각성자가 민간인을 그냥 살해하고 이유는 나중에 적당히 갖다 붙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건⋯!”

“그리고 이번 일에서 논란의 소지가 왜 없습니까? 윤아린 헌터가 사살한 사람이 정말 전부 테러리스트 맞습니까? 무고한 희생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 확실합니까? 증인 말씀해주시죠.”


의원은 그런 말을 하며 의원 측에서 부른 증인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어머니와 남매로 보이는 두 남녀가 어떤 중년 남성의 영정사진을 들고 청문회장에 나와 있었다.


“저희 아버지는 윤아린 헌터에게 살해되셨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각성자도 아니었을 뿐더러 테러 같은 짓을 저지를 분도 아닙니다. 대체 왜 저희 아버지를 살해하셨지 윤아린 헌터님께 해명을 요구합니다⋯!”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소년이 울먹이며 증오스러운 눈으로 아린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두 자녀의 아버지인 안정한 씨는 아직까지 테러에 가담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윤아린 헌터에 의해 시신을 온전히 수습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참혹하게 살해되었죠. 만일 안정한 씨가 무고한 시민이라면, 윤아린 헌터가 아무 잘못도 없는 민간인을 살해한 것이라면 헌터관리국은 그때도 침묵할 것입니까?”


의원과 유족의 압박에 아린이는 살짝 넋이 나간 듯 멍 해있었다.

그때의 일을 회상하고 있는 듯 했다.


“윤아린 증인도 한번 말씀해보십시오, 안정한 씨가 테러범이 확실합니까?!”


의원의 말에 아린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의원과 주변 사람들이 놀라 흠칫했고 여기저기에 서 있던 경비원들이 허리춤의 권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을 아린이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없겠지만 아린이는 침착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그날 제가 죽인 사람을 모두 기억합니다.”


그렇게 말한 아린이는 안정한 씨의 유가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돌아가신 여러분의 아버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가족을 잃은 건 유감입니다,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왜 죽였냐고요! 사과하세요!”


아린이의 말에 소년, 소녀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오열했고 둘의 어머니가 소리쳤다.

하지만 아린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또박또박 말했다.


“아니요, 사과는 할 수 없습니다. 전 똑똑히 봤고 또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은, 안정한 씨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고 그렇기에 제 손에 죽었습니다. 전 피해자 또한 기억하고 있습니다. 안정한 씨는 거동이 불편해 제대로 도망도 치지 못하는 할아버지 한 분과 자신의 아이가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길을 막아서던 젊은 여성분을 살해했습니다. 아직도 평생을 함께한 남편을, 엄마를 잃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아요.”


아린이는 그때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씩씩거리는 소리를 냈다.


“제가 사과할 사람이 있다면 제가 지키지 못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인 안정한 씨에겐 미안하지도 않고 사과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번 일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고 만일 문제가 있다면 벌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전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똑같은 행동을 할 겁니다.”


- 짝, 짝, 짝짝짝짝짝!


아린이의 말이 끝나자 국장 대리인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몇몇의 헌터관리국 측 사람들이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상당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수위 높은 발언에 나는 아린이의 입을 틀어막고 싶을 정도였지만 청문회가 끝나고 보니 이게 웬걸, 대중은 아린이의 발언에 열광하고 있었고 아린이의 인기는 역대급으로 치솟아 있었다.


듣기만 해도 열불이 나는 중범죄에 내려지는 솜방망이 처벌, 군인보다 훨씬 더 인권을 보장받는 범죄자의 처우에 지쳐있던 대한민국 사회에서 테러리스트를 극형으로 심판한 아린이는 어느새 살아있는 정의 구현의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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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화 +1 24.02.21 2,010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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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7화 +1 24.02.08 2,626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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