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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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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7,871

작성
24.02.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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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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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3쪽

89화

DUMMY

“어, 어떻게 됐어?”

“너 일 못 물어왔으면 오늘 집에 들어올 생각하지 마라.”


헌터관리국에 갔던 내가 길드로 돌아오자마자 형과 아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결과를 물었다.

나는 그런 둘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던전 갈 준비 안 하고 뭐 해?”

“됐어?! 된 거야?!”

“그래, 이 정도는 해야 내 동생이지.”


길드에 마법사가 없다는 이유로 긴급 A급 던전을 놓칠 뻔했지만 그 자리에서 즉시 하은을 길드에 가입시킨 결과 우리 길드는 A급 던전을 배정받는 데 성공했다.

요원은 살다살다 갑자기 마법사가 추가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어이없어했다.


“그런데 꼭 좋아하기만 할 상황은 아니야. 던전 브레이크까지 이틀 조금 넘게밖에 안 남았대.”

“그럼 오늘 아니면 내일까지는 공략을 마쳐야겠네? 그건 좀 보통 일 아닌데?”

“그럼 그냥 지금 갔다 올까?”


아린이는 어디 뭐, 은행 문 닫기 전에 다녀오자는 듯 태평하게 말했다.

얼굴을 보니 농담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지, 지금은 조금 그렇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걸로 하자. 수거 업체도 새로 알아봐야 하거든.”


A급 던전인만큼 그 급에 맞는 대형업체를 구할 필요가 있었다.


“자, 잠깐만. 진짜 A급 던전에 가는 거야? 내일? 나도?”


소파에 앉아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하은은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에 당황해 허둥지둥거리며 물었다.


“응, 가야지. 애초에 그러려고 길드에 들어온 거잖아. 던전도 딱 A급이고.”

“아, 아니!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A급 던전은 좀⋯! 나, 나 던전 들어가 보는 거 처음인데?!”

“괜찮아, A급은 나도 처음이야.”

“아저씨는 처음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맨날 끌려 들어갔지 내 의지로 A급 던전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 그럼 던전에 들어가는 헌터는 몇 명인데?”

“여기 있는 넷.”

“⋯끝?”

“끝.”


A급 던전은 보통 20명 정도의 공격대를 이뤄 공략하는 게 상식인데 파티 인원조차 안 되는 넷이서 A급 던전을 공략하러 간다는 말에 하은은 대체 이 길드 뭐 하는 길드인가, 하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봤다.


“뭐, 싫으면 관둬. 아무리 못해도 10억은 떨어질 텐데.”

“자, 잠깐만! 십억⋯? 레이드 한 번에 많이 벌 수 있다고?!”

“다른 길드는 레이드에 참가하는 인원이 많으니까 그만큼 파이를 나눠야 하잖아, 또 기여도에 따라 배분을 다르게 하기도 하고. 근데 우린 그런 거 없이 그냥 인원수대로 엔빵하고 세금 빼고는 딱히 길드 차원에서 떼가는 것도 없으니까.”


물론 우리 길드가 그런 파격적인 정산금을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린이의 존재 덕분이었다.

원래 같으면 A급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3명의 A급 헌터와 10명 이상의 B, C급 헌터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우린 뭐⋯ 어떤 괴물이 혼자 다 잡아 족치니까⋯.


“하, 할래⋯!”

“응? 뭐라고?”

“나, 나도 참가한다고!”


하은은 어차피 자기가 반드시 참가해야만 하는 레이드인 줄도 모르고 이 기회를 놓칠까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하루 종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던 애가 갑자기 10억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눈에 보이는 게 없겠지.


“좋아, 그럼 전원 참가하는 걸로. 한번 해보자고.”


그렇게 의견을 모은 우린 곧장 던전을 대비했다.

나는 이곳저곳에 전화해 일정을 맞춰줄 수 있는 수거 업체를 찾아 비용 협상에 나섰고 형과 아린이는 무기와 장비를 꺼내 확실하게 손질했다.


“아이고~ 근데 A급 던전이면 헌터관리국에 세금 엄청 뜯기겠네.”


가만히 무기를 손질하고 있으니 또 입이 근질거렸는지 형이 뜬금없이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도 그거 좀 나을걸, 감세 혜택 받을 수 있어서.”

“응? 무슨 감세 혜택?”

“아, 형한테 말 안 했구나. 헌터관리국에서 수사 협력 제안이 왔었거든.”


나는 형에게 오주한 요원과 거래한 내용을 말 해줬고 형은 가만히 이야기를 듣더니 다시 화살촉을 날카롭게 갈며 말했다.


“잠깐 여행 갔다 온 사이에 A급 마법사 영입에 헌터관리국이랑 협업해서 3년짜리 감세 혜택을 받아냈다라⋯ 너 생각보다 일 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주도해서 끌어낸 건 하나도 없고 그냥 이리저리 휘둘리다 보니 알아서 굴러들어온 것뿐이지만 굴러들어온 거 안 걷어차고 받아먹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인 거겠지.


“자, 그럼 준비는 대충 끝난 것 같으니까 잘 자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내일 봅시다.”


저녁 9시, 수거 업체를 선정해 일정과 비용 협의까지 마친 나는 이쯤에서 슬슬 집으로 돌아가 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더 할 것도 없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다고 딱히 생산적이지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어떻게 가?”

“아, 그러고 보니 너는⋯ 그냥 택시비 줄 테니까 택시 타고 가라.”


하은을 다시 아카데미까지 데려다주기 귀찮았던 나는 그렇게 말했다.


“내일 몇 시까지 오면 되는데?”

“준비해서 던전까지 가는 시간도 있으니까 한 새벽 4시? 던전이 좀 멀어.”

“새, 새벽 4시? 그럼 2시에는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발해야겠네⋯.”


우리는 집이 가까워 상관없지만 아카데미까지 거리가 있는 하은에겐 꽤 숨 막히는 일정이 될 것 같았다.


“어?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갈래?”


근처에 호텔을 잡아주려고 해도 미성년자 혼자는 좀 곤란할 거고.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린이가 먼저 그런 제안을 꺼냈다.


“네?! 그, 그래도 되나요?”

“응! 어차피 남는 방이랑 이불은 많으니까!”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다행히 하은도 그게 싫지 않은지 수락했다.


“⋯근데 너 잠자리 좀 따지는 편이니? 침대가 아니면 못 잔다거나.”

“아니, 딱히 그런 건 없는데, 왜?”

“그⋯ 너무 기대는 하지 말라고.”

“?”


표정을 보아하니 하은은 S급 헌터의 집에 초대받았다는 생각에 엄청 들떠 있는 것 같아 나는 미리 바람을 좀 빼놨다.

기대가 덜해야⋯ 실망도 덜한 법이니까.




***




“야.”

“왜.”

“나 화살 좀.”

“아직 던전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다음 날 아침, 현장에 도착해 던전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형이 갑자기 그렇게 말했다.


“A급 던전이니까 전투도 많이 일어날 거고 만에 하나 나 혼자 낙오될 수도 있잖아, 화살 최대한 아껴두려고.”

“음⋯ 알았어.”


화살 만들어 준다고 뭐가 닳는 것도 아니고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 나는 순순히 형에게 화살을 만들어주었다.

평소 화살통을 반 정도만 채워 레이드에 다니던 형은 오늘은 꽉 채운 화살통을 세 통이나 가지고 있었다.


“좋아, 다들 준비됐지?”

“난 준비 됐어!”

“나도~.”


무기와 갑옷을 점검한 아린이와 형은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우리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은에게로 향했다.


“⋯⋯저, 저도 준비됐어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하은은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자 뒤늦게 대답했다.


“좋아, 그럼 시작해보자.”

“내가 먼저 들어가서 주변 정리 좀 해둘게.”

“어, 마스터~ 같이 가~.”


아린이는 언제나처럼 몬스터의 매복과 기습에 대처하러 먼저 던전에 진입했고 형도 그 뒤를 따라 던전에 들어갔다.


“⋯⋯⋯⋯.”

“⋯⋯⋯⋯.”


나는 얌전히 밖에서 하은과 함께 15초 정도를 기다렸다.

이 정도면 입구 주변은 싹 쓸었겠지.


“들어가자.”

“어⋯ 으응⋯.”

“⋯⋯⋯.”


하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발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던전 자체를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데 A급 던전이기까지 하니 어지간히 겁이 나나 보다.


“그렇게 무서워하지 마, 들어가 보면 은근 별거 아니야.”

“지, 진짜⋯?”

“⋯⋯아니. 생각해보니까 그건 아니야.”


제단 위에서 활활 불에 타고 상처 하나 입힐 수 없는 그라고스와 24시간 내내 싸우고, 옛 기억을 되돌아보니 절대 별거 아니진 않았다.

실제로 까딱하면 골로 가는 곳이니 거짓말은 못 하겠다.


“하, 하지만 뭐든지 상대적인 거잖아. 난 F급이니까 그렇게 느낀 거고 너한텐 또 다를 수 있지!”

“아, 아저씨, F급이었어?! 어쩐지 느껴지는 마력이 미약하더라니⋯! F급이 A급 던전에 들어가서 뭐 어떡하려고 그래?!”

“내, 내가 말 안 했었나? 아무튼 들어가면 뭐라도 하게 된다니까! 자, 다들 기다리고 있겠다.”


나는 완전히 얼어붙은 하은의 등을 밀어 던전에 밀어 넣었다.

하은은 두려움에 던전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첫 헌터로서의 활동에, 10억짜리 활동에 이끌려 점점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근데 우리 오늘 저녁에 회식하냐?”

“회식? 하지 뭐, 너 먹고 싶은 거 있어?”

“어, 어?! 뭐, 뭐라고?!”


옆에서 걷던 형이 갑자기 그렇게 물었다.

그래서 나는 내 옆에서 걷던 하은에게 질문을 넘겼다.

아직도 잔뜩 긴장을 풀지 못해 내 말을 듣지 못한 하은은 화들짝 놀라며 다시 물었다.


“저녁에 회식할 건데 먹고 싶은 거 있냐고.”

“나, 나는 아무거나⋯ 아니, 그보다 지금 그런 이야기 해도 돼?”


우린 던전 안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 예상대로 특별히 바쁘진 않았다.


- 촤악! 촤아악! 까앙! 드드드득!


앞쪽에서 공사장에서나 들릴 것 같은 굉음이 연속해서 들려왔다.

아린이가 몬스터를 조지는 소리였다.

나는 던전에 들어온 지 30분이 지나도록 아직 몬스터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괜찮으니까 너도 긴장 좀 풀어, 아까운 마력 괜히 낭비하지 말고.”


하은은 나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방으로 마력을 퍼트려 주변을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병적인 불안도 금물임은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마력을 써대다가는 정작 진짜로 전투를 벌여야 할 때 지쳐 쓰러질 판이었다.


“후우! 나 물 좀!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어?”


순간 앞쪽이 잠잠해졌다 싶더니 아린이가 물을 마시러 잠시 뒤로 돌아왔다.


“그냥 저녁에 회식하려는데 뭐 먹을까 하는 이야기, 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갈비 먹자, 갈비!”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다 돌아온 아린이는 회식 메뉴 선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은은 길드 마스터가 앞에서 뼈 빠지게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잡담이나 하고있는 우리의 태도에 아린이가 한 소리 할 줄 알았지만 오히려 우리보다 더 태평하게 행동하니 다시 한번 이 길드 대체 뭐 하는 길드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응?”


그렇게 아무 일 없이 부드럽게 던전 공략을 진행하던 중 갑자기 막다른 길이 나왔다.

우린 잠시 멈춰서 주변을 살폈지만 딱히 다른 길이 보이진 않았다.

뭐지? 진짜 막다른 길일 리는 없을 텐데?


“저, 저기! 여, 여기 뭔가 있어요!”


그렇게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무언가를 발견한 하은이 우리를 불렀다.


“으~음?”

“흠~.”


아린이와 형은 하은이 가리킨 부분을 자세히 살폈지만 뭐가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누,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이 벽에 마법이 걸려 있어요. 아마 텔레포트 마법 같아요!”


오~ 그렇단 말이지?

이래서 마법사가 필요하구나.

우리 모두 마법 앞에서는 눈뜬장님 수준이었다.


“나도 대충 그런 식일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하은이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나름 헌터로 잔뼈가 굵은 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은을 칭찬했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럼 어떻게 하면 다음 공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야?”

“내 손을 잡으면 마법을 작동시킬게. 그럼 다 같이 이동될 거야.”


하은의 말에 우린 서로 손을 맞잡았고 하은이 벽에 마력을 불어넣자 벽의 틈 사이로 푸른 빛이 새어 나오며 마법이 작동됐고 순간 시야가 번쩍였다.


“으음⋯.”


빛 번짐이 사라지고 시야가 돌아오자 나는 전과 전혀 다른 공간에 서 있었다.


“⋯⋯야.”

“⋯⋯으응?”

“너⋯ 마법 제대로 쓴 거 맞아?”

“뭐, 뭐야, 뭐야?! 분명 제, 제대로 썼는데⋯!”

“근데⋯ 근데 왜 이래?”

“나, 나도 잘⋯.”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당혹감에 빠진 나는 계속 주위를 둘러보며 하은에게 물었지만 하은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는 듯 나와 마찬가지로 주위를 휙휙 둘러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형과 아린이는 어딜 갔는지 공간이 바뀐 던전엔 나와 하은이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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