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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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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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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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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2.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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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90화

DUMMY

던전 한복판에 단둘이 똑 떨어진 나와 하은은 되돌아갈 방법도 찾아보고 주변을 탐색해 보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의 흔적이나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야⋯ 넌 진짜 재수도 없다. 어떻게 던전에 뚝 떨어져도 형이나 아린이가 아니라 하필 F급인 나랑 같이 떨어지냐.”

“아아아아~! 안 들려~!”


하은은 인정하기 싫은 현실에 귀를 막고 내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와, 저거 초등학생 때 하던 건데.


“그렇게 큰소리 내면 몬스터가 찾아온다?”

“흡!”

“그렇다고 숨까지 참을 필요는 없고⋯. 그나저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너 싸울 수 있지?”

“고, 공격 마법이라면 당연히 쓸 줄 아는데⋯.”

“다른 마법은?”

“어지간한 마법은 다 쓸 줄 알아.”


오~ 그렇단 말이지.

경험이 없을 뿐이지 역시 실력 자체는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그럼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단 앞으로 나가보자. 그럼 뭐라도 있겠지.”

“여, 여기가 안전한 것 같은데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

“기다리고 있으면 형이나 아린이가 데리러 올 수도 있지만 그 둘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길이 다 연결되어 있으리란 보장도 없으니까 우리도 뭐라도 해야지. 그리고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배라도 고프기 시작하면 진짜 위험해져.”


각성자도 결국은 사람이라 허기와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면 전투력이 급격히 하락한다.

약간의 물과 식량을 챙겨오긴 했지만 기껏해야 이틀 정도나 버틸 수 있는 양이다.

이 던전이 얼마나 깊은 던전인지도 알 수 없고 던전 안에서 우물 파고 농사짓고 살 수는 없으니 식량과 물이 떨어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했다.


“으으⋯ 알았어⋯.”


던전에 갇혀 굶주림과 목마름에 죽어가긴 싫었는지 하은은 마지못해 발걸음을 옮겼다.


“딱히 할 것도 없는데 우리 싸우기 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좀 가져보자, 너 어떤 마법 제일 잘 써?”

“특별히 잘 쓰는 마법은 딱히 없는데?”

“두루두루 다 잘 쓴다는 거야, 다 못 쓴다는 거야?”

“⋯당연히 전자지.”

“그럼 공격 마법은 어떤 마법 위주로 쓰는데?”

“그건 상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제일 범용적으로 쓰는 건 그냥 마력 폭발.”


응? 마력 폭발?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


“뭐 번개나 불같은 건 안 써??”

“그렇게 속성을 부여하면 그 자체로 적에게 피해를 주기 쉬운 형태가 되긴 하지만 마력을 한번 가공해야 하는 만큼 소모되는 마력 대비 위력이 떨어져.”

“그럼 왜 다들 변환해서 공격하는 건데?”

“마력 폭발은 일으키기 까다로우니까. 하지만 단순 소모 마력 대비 위력만 보면 이것만큼 효율적인 공격법이 없어.”

“마법의 세계는 심오하구나.”

“그럼 이제 아저씨 차례.”

“응?”

“아저씨는 전투 스타일이 어떻게 되는데? 애초에 F급이라며. F급이 A급 던전에서 싸울 수 있겠어?”

“나는 뭐⋯.”


하은의 질문에 메이스를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난 몽둥이로 뚜까 패는 거 말곤 뭐 없지?, 아, 그리고 몸이 튼튼하고 불이랑 얼음을 뿜을 줄 알아.”

“그러고 보니 아까 입구에서 준혁 오빠한테 얼음 화살을 만들어 줬지⋯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당연히 마법은 아닐 테고?”

“그냥 아이템 효과, 너도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내가 형태만 알고 있으면 만들 수 있거든.”

“⋯근데 그런 능력이 A급 던전 몬스터한테 통해?”

“나도 몰라, A급 처음이라니까? 이제부터 해봐야지.”


마침 앞쪽에서 세 마리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몬스터는 여러 무기를 쥔 텅 빈 갑옷들이었다.

갑옷의 안쪽에는 밖으로 연기처럼 새어 나오는 새파란 마력 덩어리만이 들어있었다.


- 철걱, 철그럭⋯.


눈이 없는데 어떻게 본 건지, 우리를 본 몬스터가 행동을 개시했다.

A급 던전의 몬스터라 그런지 무기를 쥐고 있는 자세나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 조여오는 포위망에서 상당한 고단수의 냄새가 풍겼다.

몬스터 하나하나를 잘 훈련된 기사라고 여기고 싸움에 임해야 할 것 같았다.


“히익⋯! 리빙 아머?!”

“뭐야, 너 무슨 몬스터인지 알아?”

“아, 아카데미에 몬스터학 수업도 있으니까⋯.”

“그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도 알겠네?”

“으응⋯ 갑옷 안쪽의 마력의 핵을 깨면 돼.”


오호~ 이래서 학력 따지는 건가.

확실히 배운 사람은 다르네.


“그럼 내가 앞에서 몬스터를 막을 테니까 네가 뒤에서 공격하는 식으로 한 번 싸워보자.”

“내,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조준 잘못해서 나만 맞추지 마.”


나는 리빙 아머에게 천천히 걸어가며 이것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전략을 구상해봤다.

온몸에 철갑을 두르고 있는데 그 속에 있는 마력 핵을 어떻게 깨지.

하나하나 무식하게 갑옷을 깨부수기엔 너무 힘들 것 같은데.


- 철그럭⋯ 푸욱!


“어?”


- 푹! 촤아악!


괜히 몬스터를 공격하려고 하기보다는 최대한 어그로만 끌며 A급 마법사인 하은이 A급 마법사다운 강력한 화력으로 몬스터를 날려버려 주기를 바라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리빙 아머 한 마리가 움직이나 싶더니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나를 베고 지나갔고 공격이 적중하며 내가 휘청이자 뒤에 있던 다른 리빙 아머 두 마리도 곧장 그에 호응해 내 몸을 베고 지나갔다.

몬스터가 아니라 무슨 각성자와 싸우는 느낌이 났다.


“아, 아저씨!!!”

“응?”

“어?”

“왜?”

“아, 아니, 아저씨 방금⋯ 베이지 않았어?”

“응. 베였지.”


나는 칼에 베여 찢어진 옷을 보여주며 말했다.

휴, 로브는 따로 묶어서 보관해두길 잘했지, 하마터면 찢어질 뻔했네.


“뭐, 뭐야? 근데 왜 멀쩡해?”

“내가 말했잖아, 몸 튼튼하다고.”

“피 다 났는데?”

“아예 안 다치는 식으로 튼튼한 게 아니라 다치자마자 재생되는 식으로 튼튼해.”

“뭐, 뭐야 그게?”

“야, 야 또 온다. 빨리 뭐 좀 해봐, 나 또 베이기 싫어, 아프단 말이야!”

“아, 으응⋯!”


우리가 이야기하는 사이, 리빙 아머가 다시 나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자세를 잡았다.


- 철그럭⋯ 카앙!


처음엔 예상보다 너무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에 당황해 당했지만 이제 대충 감 잡았다.

나는 만년빙으로 갑옷과 방패를 만들어 리빙 아머의 공격을 막아냈다.

만년빙 자체가 워낙 무식하게 단단해 잡졸의 공격엔 별 타격이 없었다.

망치나 도끼도 아니고 만년빙을 검 같은 무기로 베려면 박시후급의 소드마스터는 와야지.


- 슈우우욱!


내가 몬스터의 공격을 받아내는 동안 하은은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마력의 덩어리 세 개를 만들어 리빙 아머를 향해 날렸다.

아니, 마력 회복 안 되는 건 알겠지만 저건 마력 너무 아끼는 거 아닌가?

저 쪼매난 걸로 뭘 하겠⋯.


- 콰아아아앙!


뭘 할 수 있구나.

하은이 날린 작은 마력 덩어리는 리빙 아머의 갑옷 틈새 사이로 쏙 들어가더니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고 그 폭압을 버티지 못한 리빙 아머의 갑옷은 거의 파츠별로 분해돼 사방팔방으로 흩뿌려졌다.


- 툭, 투둑, 투두둑.


“와우.”


나는 시원하게 터져나간 리빙 아머의 갑옷이 후두둑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이, 이게 마력 폭발이구나? 너 이렇게 강하면서 왜 그렇게 죽는 소리 낸 거야?”

“실제 몬스터한테 써본 건 처음이라 이 정도 위력일 줄은⋯ 생각보다 더 쓸만하네.”


하은은 자기가 해놓고 자기도 놀랐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을 깜빡거렸다.


- 까앙! 깡!


“준비됐어! 뒤로 빠져!”


앞으로 나가면 나갈수록 몬스터의 수는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가 조금 늘어나는 것이 큰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앞에서 몬스터의 공격을 온몸으로 맞으며 버티던 나는 하은의 신호에 과감하게 뒤로 물러섰고.


- 콰아아아앙!


하은이 마력 폭발로 뭉쳐있던 리빙 아머를 시원하게 한 방에 날려버렸다.

숫자에 맞춰 작은 마력 덩어리를 만들기도 귀찮았는지 이번엔 커다란 마력 덩어리 하나를 폭발시켰다.


- 콰직!


“우왁!”


그 폭발력이 어찌나 대단한지 한참 뒤로 빠진 내게까지 폭압이 닿아 방패가 깨져나갔다.


“미, 미안! 괜찮아?!”

“어, 괜찮아. 직격으로 맞추지만 마.”


지금 보니 방패를 들고 있던 손의 손가락이 몇 개 날아가 있었다.

이만큼 떨어졌는데도 방패를 뚫고 손가락까지 터트리는 위력이라니, 마법사의 화력이 진짜 대단하긴 대단하다.


“어때, 첫 전투 소감은?”

“으음⋯ 새, 생각보다 별거 없을지도?”

“그렇다니까.”


하은은 이제야 자신의 힘이, 자신의 마법이 얼마나 강력한지 슬슬 감을 잡아가는 듯했다.


“저기, 그런데⋯ 아저씨는 마스터님이랑 어떻게 만났어?”

“응?”

“아저씨도 F급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강하고 잘 싸우긴 하지만 어떻게 F급 헌터가 S급 헌터의 길드에서 일하고 있는 건가 궁금해서 또⋯ 되게 친해 보이기도 하고, 원래 알던 사이였어?”

“너 여유를 좀 찾았구나? 먼저 그런 이야기까지 꺼내고.”

“조, 조금 괜찮아졌어.”


불과 몇십 분 전만 해도 겁에 질려 벌벌 떨며 호들갑을 떨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부끄러웠는지 하은은 얼굴을 붉혔다.


“쓰읍~ 근데 그 이야기를 하려면 하루 날 잡고 해야 해서. 뭐, 마침 저녁에 회식이니까 그때 알려줄게. 워낙 사적인 이야기도 많아서 본인 없는 곳에서 이야기하기엔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그리고 일단은⋯.”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계속 외길로 이어지던 던전에서 갑자기 넓은 광장이 튀어나왔다.

음~ S급 던전 때 이런 광장 나오면 꼭 뭐가 하나씩 시작되던데~.


“전투부터 준비해. 이번엔 좀 다를 거야. 몬스터 나오면 공격보다는 안전하게 방어하면서 상황을 좀 살펴보자. 뭐 방어력 증가나 실드 같은 마법 있지?”

“어,어⋯! 있어!”


나는 만년빙을 최대한 두텁게 둘러 몸을 보호하고 먼저 광장 가운데로 나섰다.

흠⋯ 뭐 없는데⋯.


“저, 저기 아저씨, 저 끝 쪽 벽에 또 텔레포트 마법 걸려있는데 한 번 작동해 볼까?”

“아, 그래, 한 번 해보자.”


이대로 그냥 끝인가?

하은은 내 손을 잡고 텔레포트 마법을 발동시켰고 아까와 같이 벽이 푸르게 빛났다.

하지만 이번엔 바로 텔레포트가 되지 않았다.

대신⋯.


- 쿠르르르르⋯!


광장이 진동하며 천장에서 돌무더기가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지금까지 봤던 리빙 아머와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갑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가 20미터 정도는 되는 거인이나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갑옷이었다.


- 콰아아아아!


갑옷은 한참 잠들어 있었는지 툭, 바닥에 떨어졌지만 곧 그 안에서 강렬한 마력이 일더니 여기저기 묻혀있던 나머지 갑옷의 부품이 날아들어 합체하기 시작했다.


“하, 하은아! 마력 폭발! 최대 출력으로!”

“여, 여기서 최대 출력으로 터트리면 우리도 휘말릴 텐데?!”

“그럼 우리가 휘말리지 않는 선에서 최대 출력으로!”

“아, 알았어!”


등장하거나 변신할 땐 공격하지 않는 게 예의긴 하지만 그래도 생사가 달린 상황에 그런 예의까지 지켜줄 정도의 양반은 못 됐다.

하은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크기의 강력한 마력을 모아 아직 합체 중인 갑옷을 향해 마력을 날렸다.


“으아악!”

“꺄악!”


축구장만큼 넓은 광장이긴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자 귀가 터질 것 같은 폭음이 일었다.

재빨리 만년빙으로 우리 둘을 둘러싸 소리와 폭압을 막긴 했지만 이미 고막에 상당한 충격이 갔는지 한동안 삐~ 하는 이명만 들렸다.

하은이 나를 향해 뭐라고 말을 하는데 전혀 들리지 않았고 하은도 내가 하는 말이 들리지 않는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했다.


“⋯⋯찮아? 괜찮아?!”

“아, 이제 들린다. 응, 난 괜찮아.”


역시 등급이 깡패인가.

하은은 나보다 빨리 청력을 회복했고 서로의 무사를 확인한 나는 빙벽을 거두어 상황을 살폈다.

던전 안에는 아직도 폭발의 후폭풍으로 인한 진동이 잔잔하게 일고 있었고 각종 파편과 먼지가 뿌옇게 일어있었다.


“아⋯ 아아⋯!”

“⋯우리 고생 좀 하겠다, 야.”


그리고 그 먼지 안에서 완전히 합쳐져 커다란 전투망치를 들고 무시무시한 마력을 내뿜고 있는 거대 리빙 아머도 멀쩡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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