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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5.31 07:20
연재수 :
1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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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1,175

작성
24.02.1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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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82화

DUMMY

“그럼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봐요!”


수업이 끝나고 종례까지 마친 아린이는 학생들을 향해 인사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아쉽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선생님~ 수업 조금 더 하면 안 돼요?”

“방과 후 수업해요, 방과 후~.”


학생의 입에서 먼저 수업을 더 하자는 말이 나오다니, 오늘의 가르침이 상당히 재밌고 유익했나 보다.

학생들의 요청에 아린이는 슬쩍 나를 돌아봤다.

나는 어차피 끝나고 일정도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음대로 훈련장을 사용해도 되나요?”

“저희 반은 훈련장 사용 최우선권 있어서 신청만 하면 무조건 쓸 수 있어요!”


아카데미의 자랑이 될 심화반 학생들이기에 그런 특권도 있는 건가.

다른 학생들은 차별감과 소외감을 느끼겠지만 아카데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편으론 이해도 갔다.


“그럼 내가 신청하고 올 테니까 먼저 훈련장에 가 있어.”

“아, 그래 줄래?”


어차피 할 것도 없는 나는 자진해서 할 일을 만들었다.

그렇게 아린이는 학생들을 인솔해 먼저 훈련장으로 향했고 나는 교무실에 있는 담임 선생님을 찾았다.


“네?! 바, 방과 후 수업까지 봐주신다구요?!”

“네, 그래서 훈련장 좀 더 쓰고 싶어서 신청하러 왔어요.”

“아, 물론이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아무 조건 없이 추가 수업을 진행해준다는 말에 아주 화색을 표했다.

S급 헌터들은 다들 바쁜 양반들이라 수업 끝나면 돌아가기 바쁘지 우리처럼 방과 후까지 봐준 헌터는 없었던 모양이다.


“캬⋯ 학교가 진짜 좋긴 좋다.”


교무실을 나와 훈련장으로 향하던 나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방과 후의 아카데미는 하나의 도시이자 번화가라고 해도 될 만큼 활기가 넘쳤다.

아카데미를 설립해 유능한 헌터를 길러내는 게 아무리 국가 예산이 대량으로 투입되는 주요 국가사업 중 하나라고 해도 이런 대규모 시설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 짓기는 어려웠기에 아카데미는 이름만 서울이지 사실상 경기 외곽에 위치해 있었는데 그렇기에 도심으로 나가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어지간한 편의, 여가 시설이 캠퍼스 내에 갖춰져 있었다.

하교시간이 되자 수많은 학생들이 쏟아져나와 캠퍼스를 누비며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뭐 할래? 노래방 가실? 아님 피방?”

“영화 예약해놨잖아.”

“아, 맞다. 그럼 그거 보고 노래방?”


노래방이랑 피시방은 내가 근무하던 군부대에도 있긴 했는데 여긴 한술 더 떠서 영화관까지 있나 보다.

보니까 교직원과 학생은 할인도 받을 수 있는 것 같던데 나도 아린이랑 한 번 가볼까?


“⋯⋯응?”


그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저 한쪽에 사복을 입은 작은 소녀 한 명이 짜증 난다는 듯 입술을 씰룩거리며 바닥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키로 봐서는 중등부 정도로 보였다.

나는 소녀가 뭘 보고 그렇게 짜증 내는 건지 곁을 지나치며 슬쩍 구경해 봤는데 그녀는 길가에 파인 배수로 안을 보며 안절부절 하고 못하고 있었다.

배수로 안에는 그곳과 어울리지 않는 하얀 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뭐 떨어트렸어요?”

“⋯! 어, 아⋯ 네⋯.”

“봉투 꺼내면 되는 거죠?”


저거 하나 꺼내주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는 소녀의 옆으로 다가가 참견했다.

내가 말을 걸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더니 어정쩡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읏챠.”


- 텅!


배수로 덮개를 잡고 힘을 주자 서로 꽉 맞물려있던 덮개 2, 3개가 들썩이며 동시에 뽑혔다.

나는 힘으로 쉽게 뽑을 수 있었지만 확실히 작은 소녀가 뽑아 올리기엔 어려울 것 같았다.


“자, 여기 있어요.”

“가, 감사합니다.”


나는 소녀에게 봉투를 건네주었고 소녀는 쑥스러운 건지 뭔지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급히 어디론가 향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보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여기 헌터아카데미인데?

아무리 작고 어린 소녀라도 나보다 강하면 강하지 겨우 배수로 덮개 하나 못 들어 올릴 정도로 약하진 않을 텐데⋯ 그냥 더러워서 만지기 싫었을 뿐인가?


‘⋯⋯⋯⋯아!’


그 순간 머릿속을 번쩍하고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재빨리 배수로를 원래대로 돌려놓고 급히 소녀의 뒤를 따라가 그녀를 붙잡았다.


“저, 저기 학생!”

“네, 네⋯?”

“이하은 학생 맞죠?”


째려보는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와 단발머리.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디서 봤나 계속 생각했는데 다름 아닌 출석부였다.

이 소녀는 오늘 결석했던 고등부 3학년 1반의 이하은 학생이었다.


“⋯당신 누구야.”


내가 이름을 부르자 이하은 학생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나를 경계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 초청돼서 수업하러 온 S급 헌터⋯.”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당신이 S급이라고?”

“⋯의 보조입니다.”

“뭐야, 난 또.”


그녀는 그럼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아, 잠깐 이야기 좀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아요?”

“이야기? 무슨 이야기?”

“⋯근데 너 아까부터 왜 반말이니?”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뭐지, 이 태도는?

잘못한 것 하나 없는데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게 억울했다.


“왜, 반말하면 안 돼?”

“아니,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럼 나도 말 깐다?”


뭐 선생과 학생이라고 해봤자 진짜 선생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고작 5살 차이니까.


“그, 그래서 할 이야기가 뭔데?”


그녀는 한번 싸워보자는 식으로 일부러 시비조로 이야기했지만 내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자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인지 당황스러워하더니 팔짱을 끼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별 건 아니고 수업에 왜 안 나오나 해서. 안 나온 지 좀 된 것 같던데?”

“남이사, 수업을 나오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그녀의 말대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고 겨우 5일짜리 초청 교사의, 그것도 그냥 덤으로 끌려온 보조교사 주제에 선생님 놀이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순했다.

그야⋯ 궁금하니까⋯.


이름 이하은, 19세.

각성등급은 A급, 심지어 마법사.

그녀의 학생기록부를 본 나는 뭘 더 할 필요도 없이 태어난 것만으로도 상위 0.1%의 삶이 보장된 학생이 대체 무슨 불만이 있어야 수업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삐뚤어질 수 있는 건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나랑 상관은 없지만 부러워서, 잠재력이 대단하던데.”

“잠재력은 무슨⋯ 아저씨가 뭘 안다고.”

“우리나라에 A급 마법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건 알아.”

“⋯됐어, 나한테 신경 쓰지 마.”

“그래, 신경은 안 쓸게. 그런데 내일 수업은 나와라? 와서 S급 헌터 얼굴이나 구경하다 가.”

“안돼, 바빠.”

“뭐하는데 바빠?”


학생이 학교 나오는 것 이외에 바쁠 게 뭐가 있다고?


“알바 가야 해.”


???

알바 뭔 알바?

아, 혹시 곧 길드에 가입해야 하니 일종의 인턴이나 직장체험 같은 느낌으로 레이드에 다니고 있는 건가?


“어느 길드에서 일하는데?”

“길드? 무슨 소리야? 식당에서 서빙 알바 하는데?”

“???”


A급 마법사가 무슨 생각으로 식당에서 서빙 알바를?


“아니, 어⋯ 그⋯ 네 취미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 왜?”

“알바를 돈 벌려고 하지 뭐하러 하겠어?”

“아니, 그러니까 왜 식당에서 알바를 하냐고?”


돈을 벌고 싶으면 아무리 학생이라고 해도 마법과 관련된 간단한 업무만 해도 서빙 알바 연봉을 벌 텐데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꼬르르르륵!


길가에 서서 A급 마법사가 식당 서빙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이유를 물어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은의 배가 울부짖었다.


“⋯⋯⋯⋯.”

“⋯⋯⋯⋯.”


모른 척하려고 해도 소리가 적당히 커야 모른 척을 해주지 나와 눈이 마주친 하은은 어색하게 배를 만지며 애써 당당히 말했다.


“그, 그걸 맨입으로 물어봐?”

“⋯뭐 먹고 싶은데.”


그래도 타이밍이 좋았던 덕에 어찌저찌 이야기를 들어볼 자리를 마련하는 덴 성공한 듯했다.




***




“와, 너 처음 보는 사람한테 잘도 이런 곳을 오자고 한다.”


하은이 원하는 가게에 도착한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왔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길래 어디 동네 중국집에나 데려가면 되겠거니 했는데 그녀가 말하는 짜장면은 호텔 중식당의 한우 채끝이 들어간 최고급 짜장면이었다.

딱 짜장면 한 그릇씩만 먹이기 좀 그래서 탕수육도 곁들였더니 그것만으로도 거의 20만 원이 나왔는데 내가 먼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본 거라 거절하기도 뭐 했다.


“아저씨 어차피 S급 헌터님 동료면 이 정도는 매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자일 거 아냐?”


응, 얼마 전까지는 그랬지.

그 S급 헌터님이 초호화 쇼핑을 해버리는 바람에 지금은 빚쟁이가 됐지만.


“그나저나 너 아저씨라고 하지 좀 마. 그래봤자 너랑 나랑 5살밖에 차이 안 나니까.”

“그럼 뭐 오빠라고 불러주기라도 바라는 거야?”

“그냥 선생님이라고 하던가.”

“몰라, 이미 입에 붙었어.”

“그래요⋯ 네 마음대로 하세요.”


나는 가만히 턱을 괴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고 곧 음식이 나오자 하은은 배가 많이 고팠는지 아주 그릇에 코를 박고 짜장면을 먹었다.

내 눈치를 보며 탕수육도 허겁지겁 두 개, 세 개씩 집어 먹길래 아예 너 다 먹으라는 의미로 접시를 하은 쪽으로 밀자 거의 마시듯 음식을 꿀떡꿀떡 삼키던 그녀는 이제야 음식을 좀 씹기 시작했다.


“자, 그래서 배에 기름칠하셨으면 이제 말 좀 해보시죠. 왜 수업에 안 나오고 알바를 하는 건지.”


나는 디저트로 나온 커피를 마시며 그녀에게 다시 사정을 물었다.

우리 둘만 있는 룸이라 조용히 대화하기도 좋은 분위기였다.


“⋯⋯그⋯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 된다? 아무한테도?”

“그래, 나만 알고 있을게. 난 어차피 다음 주면 아카데미에서 사라질 사람이니까.”


내 약속에도 하은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이렇게 비싼 걸 얻어먹고도 그냥 넘어가긴 양심에 찔렸는지 결국 입을 열었다.


“그게 실은⋯ 나 마력 회복이 안 돼.”

“마력 회복이 안 된다고?”


내 되물음에 하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 회복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마력을 쓰면 회복이 전혀 안 돼.”

“⋯내가 마법사가 아니라 잘은 모르겠는데 이제 마법을 못 쓴다는 이야기야?”

“아니, 아직은 마력이 남아있어서 쓸 수 있어. 하지만 이대로면⋯ 얼마 안 가 바닥날 거야.”

“얼마나 남았는데?”

“마력을 사용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막 쓰면 이제 1년 정도⋯.”

“마, 마력을 막 써도 1년 동안은 쓸 수 있다고? 지금까지 쓴 마력도 있을 거 아니야? 너 대체 마력이 얼마나 많은 거야?”

“나도 처음엔 좋아했어, 완전히 선택받은 인간인 줄 알았지. 딱 그 마력이 내가 평생 쓸 수 있는 마력의 전부인 걸 알기 전까지는.”


하은은 이 문제로 하루 이틀 속을 썩인 게 아닌 듯 저 나이대의 아이가 낼 수 없는 소울이 담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일단 그건 알겠는데 그게 수업을 안 나오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쓸모없이 괜히 마력을 쓰고 싶지 않으니까. 실습한다고 괜히 마력을 쓰는 것도 아까워.”

“그럼 알바는 왜 하는데?”

“아카데미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할 때 돈을 벌어두고 싶어서.”

“그럼 마법이랑 관련된 일을 하면 되는 거 아니야? 헌터 같은 거 말이야.”

“이미 하려고 해봤지, 하지만 길드에선 전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오라는 대답만 들었어.”

“음⋯ 하긴, 그렇다고 네가 B급 이하 길드에서 일하기엔 마력이 아까울 거고.”


또 A, S급 길드 입장에선 아카데미도 졸업도 하지 않은 미성년자를 정식으로 채용하긴 까다로울 테고.


“그런데 그래도 알바보단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마력을 회복할 방법을 찾아본다던가⋯.”

“이미 온갖 방법을 다 시도해 봤지만 효과가 있는 건 하나도 없었어, 괜히 마력만 낭비하게 돼서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려고.”

“마법사가 마법을 못 쓰게 되면 어떡하려고 그래?”

“이대로 마력을 아끼면서 졸업까지 버티다가 바로 길드 들어가서 1년 동안 한탕 크게 땡기고 남은 인생은 그냥 즐기면서 살 거야.”

“너 혹시 아까 배수로 못 들고 있던 게 마력 쓰기 아까워서 그런 거니?”

“⋯맞아, 가만히만 있어도 계속 마력이 줄줄 새는데다 한 번 방출이라도 했다 하면 한동안 소모량이 더 크게 늘어나거든. 한 번이라도 더 마법을 쓰려면 최대한 아껴야 해.”


하은의 말을 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할 뿐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엄청난 양의 마력을 지닌 마법사로 각성했지만 마력이 회복이 되지 않아 마법사로서, 헌터로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니.

이런 신의 장난질 같은 일이 또 있을까.


“⋯저기, 그래서 말인데.”

“응?”

“아저씨, 윤아린 헌터님의 동료라고 했지?”

“응, 그렇지.”

“그럼 말이야⋯ 나 길드에 넣어주면 안 돼? 마, 마력이 회복되지 않을 뿐이지 실력만은 보증할게! 가만히만 있어도 마력이 소모되는 게 너무 아까워! 1년 동안 아무 의미 없이 소모할 마력이면 던전에 한두 번은 더 들어갈 수 있을 텐데 그럼 그게 대체 돈이 얼마야!”


하은은 제발 부탁한다는 듯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부탁했다.

나한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은 것도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나보다.


“응, 싫어.”


하지만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아, 왜!”

“너 미성년자잖아. 일단 부모님과 상담부터 하고⋯.”

“⋯없어.”

“응?”

“없다고, 부모님! 고아라고!”

“어⋯ 어⋯?”


와, 얘 진짜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그, 그렇다고 해도 미성년자를 받아주기는 좀⋯ 더군다나 아카데미 졸업도 하지 않았고⋯.”

“윤아린 헌터님도 미성년자일 때부터 헌터로 활동했잖아, 나는 왜 안 되는데?!”

“아니, 뭐⋯ 그, 그건 그렇긴 한데⋯.”

“아~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아니, 길드원 새로 뽑는 게 나 혼자 알았다고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럼 말이라도 해줄 수 있잖아! 미성년자라고 헌터로 고용하는 거 불법도 아니야! 나 이미 헌터 면허도 있어! 아카데미 졸업만 안 했다 뿐이지 어엿한 헌터라고!”

“시, 싫다고 말했어! 일어나, 아카데미에 데려다줄⋯!”


- 철그렁!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마법의 사슬이 나타나 내 발목을 붙들었다.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어찌나 견고한지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소개해준다고 할 때까지 안 풀어 줄 거야! 빨리 소개해준다고 말해!”

“야, 너 이⋯! 마력 아껴야 한다는 거 구라지! 배수로 하나 못 들어 올리던 게 겨우 이런 데에 마력을 태워?”

“나한테는 일생일대의 순간이니까!”


물과 차를 많이 마셔서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참인데 하필 이런 마법을⋯!


“아, 알았어! 말은 해줄 테니까 그럼 내일 수업이나 나와! 우리 마스터는 이미 널 수업에도 제대로 참가하지 않는 불성실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으니까 그 인식부터 스스로 고쳐놔 보라고!”


- 파앗!


“고마워! 진짜 고마워!”


내가 마지못해 하은의 제안을 수락하자 사슬이 사라졌고 하은은 밝게 웃으며 연신 감사를 전했다.

와, 나 미치겠네.

괜히 남의 일에 참견해 가지고⋯.


‘⋯⋯응? 아닌가?’


귀찮은 일에 휘말렸다는 생각에 골이 아파오던 참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 귀찮은 일인가? 오히려 개이득아닌가? 싶었다.

고용하려면 아주 팔도강산을 다 뒤져도 삼대가 덕을 쌓지 않으면 고용할 수 없는 A급 마법사가 혼자 알아서 길드에 굴러들어왔다.

마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곤 해도 어차피 앞으로 1년간은 제대로 된 마법사 구실을 할 수 있다고 하니 엄청난 전력 상승인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나는 이제 하은을 어떻게 떼어놓을까가 아닌 어떻게 우리 길드의 부실함을 숨기고 영입시킬지 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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