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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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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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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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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101화

DUMMY

해인 거래소에서 나온 나는 다음 약속 장소인 호텔로 향했다.


“아, 형님!”

“오~! 동생!”


약속 시간보다 조금 더 빨리 도착했는데 벌써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석혁 형님에게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하자 형님도 반갑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하하! 이게 얼마 만이야!”


나는 형님과 재회의 포옹을 나눴다.


“어떻게 지냈나! 모습을 보아하니 꽤 잘 지낸 것 같은데?”

“이래저래 정신없긴 했지만 잘 지냈습니다.”

“하는 일은 잘 되고?”

“네, 저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부모님 건강하시고!”

“병원비 걱정 없이 삽니다.”

“으하하하! 그럼 됐네!”


형님은 내가 기억하는 쾌활하고 호탕한 모습 그대로였다.


“형님은 어떻게 지냈습니까?”

“나야 뭐, 똑같지! 벌여놓은 사업이 워낙 많아서 헌터인데 레이드보다 다른 걸로 더 바빠!”

“진짜 정신없으시겠네요.”

“생각 없이 던전에서 주먹질이나 할 때가 더 행복한 것 같다니까!”


이 작은 길드를 유지하려고만 해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여러 자회사까지 딸린 거대 길드를 경영하는 건 얼마나 더 힘이 들까.

예전엔 마냥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 라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은 형님의 고통에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아! 저기 마침 왔군!”


단 1분의 어김도 없이 정확한 시간에 만나기로 한 또 다른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3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국내 최고의 연금술 길드인 엘릭시르 길드의 강국선 길드 마스터였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간만에 형님을 만나기 위함도 있었지만 형님의 소개로 강국선 길드 마스터를 만나기 위함이기도 했다.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오는군!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이쪽은 실버나이츠 길드의 박준호 헌터! 준호 동생, 이쪽은 엘릭시르 길드의 강국선 마스터야!”


형님은 어색할 틈이 없도록 바로 서로를 소개해 인사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엘릭시르 길드의 강국선입니다.”

“반갑습니다, 실버나이츠 길드의 박준호입니다.”


강국선 마스터는 숙달된 자세로 공손히 명함을 꺼내 건네주었다.

이런, 맞다 명함⋯!

이런 데서 부족함이 드러났다.

초면의 비지니스맨 둘이 만나면 제일 처음으로 할 일은 단연 명함교환이다.

하지만 평생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아직 명함 자체가 없었다.


“뭐, 형식적인 인사는 재미없으니 이만하고 식사나 하러 가지! 여기 주방장이 솜씨가 좋아!”


형님은 호텔 레스토랑인데 무슨 동네 맛집 데려가듯 앞장서 안으로 향했고 우린 예약된 룸에 앉아 요리가 나오기 전까지 웰컴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전번엔 물약을 내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소중히 잘 사용했습니다.”


나는 우선 강국선 마스터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A급 던전에서 형이 2병이나 마신 한 병에 5000만 원씩 하는 그 물약을 구매한 곳이 바로 엘릭시르 길드였다.

만약 엘릭시르의 물약이 아니었다면 혼자 남은 형이 부상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패배했다면⋯ 나는 이 자리에서 지금처럼 웃고 있지 못했겠지.


“아닙니다. 공짜로 내어드린 것도 아니고 정가 다 받고 판매했을 뿐인걸요.”


강국선 마스터는 손사래를 치며 그렇게 말했지만 몇 배는 웃돈을 줘야 겨우 구할 수 있는 엘릭시르의 고급 물약을 정가로 대기 기간도 없이 구할 수 있던 것 자체가 엄청난 특혜였다.


“자자! 서로 너무 예의 차리려 하지 말고 편하게 들자고!”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형님은 최대한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며 먼저 포크를 들었다.




***




밥 먹는데 일 얘기하면 체한다는 형님의 뜻에 따라 식사 중엔 그냥 평소 사는 이야기나 취미 생활 같은 평범한 잡담이 이어졌다.

S급 헌터니 국내 최고의 연금술사니 해도 결국 사람 사는 건 비슷비슷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요트 한 대 샀다고 하지 않았나?”

“맞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타다 왔는데 좋더라고요.”

“크~ 또 남자라면 바다로 나가는 꿈이 있지. 나도 나중에 시간 나면 한 번 알아봐야겠군, 가격은 얼마 정도 하던가?”

“아~ 그게 마X즈 사러 갔다가 롤X로이스 사온다고 처음엔 10억 내로 그냥 바다 나가서 일광욕이나 할 수 있는 모델로 사려고 했는데 그 돈이면~ 그 돈이면~ 하다 보니 결국엔 200억짜리로 했습니다. 평생 탄다는 생각으로 큰마음 먹고 질렀습니다.”

“으하하하! 맞아, 맞아, 꼭 그렇게 되지!”


물론 일상의 스케일이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먹으며 다시 업무적인 이야기를 개시했다.

지금부터가 본론이었다.


“흠~ 그러니까 매일매일 10병 분량의 최하급 물약이 생성되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 아이템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예, 물약의 등급과 물량은 아이템을 사용하기에 따라 상이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오늘 강국선 마스터를 만난 것은 물약 판매 건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문의해본 결과 일반적인 길드가 물약을 판매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래도 약물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규제와 조건이 빡빡했다.


그렇다고 생성되는 물약을 끝도 없이 보관만 하거나 그냥 하수구에 버릴 수도 없고 물약 생성기 아이템 자체를 팔아넘기자니 사용자가 내가 아니라면 하은의 말대로 개쓰레기같은 효율 때문에 천 원 한 장 받기 어려운 계륵 같은 물건이라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연금술 길드에 위탁 판매를 요청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금술 길드는 내가 물약을 만들어 가져다만 주면 바로 판매할 수 있는 법적 지위와 루트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 샘플을 볼 수 있을까요?”

“예! 여기 있습니다!”


나는 예쁘게 포장해온 물약을 강국선 마스터에게 건넸다.

물약병을 연 그는 먼저 조심스럽게 냄새를 확인해 보더니 물약에 살며시 담근 손가락에서 빛을 발했다.

마법으로 성분이든 성능이든 무언가를 확인해 보는 듯했다.


“흐음.”


그렇게 물약 확인을 마친 그는 먼저 물을 입에 머금어 방금까지 먹은 음식의 맛을 입 안에서 최대한 지운 뒤 시원하게 물약을 원샷하고는 마치 소믈리에처럼 한참 입을 우물거리며 물약의 맛을 자세히 확인했다.


“⋯그, 그게 아무리 치료 목적이라고는 해도 결국은 사람이 마시는 물건이다 보니 맛이나 향도 가격 책정에 큰 영향을 끼치거든요.”

“그런 거군요⋯.”


그런 강국선 마스터의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자 내 시선을 의식한 그가 괜히 변명했다.

그러고 보니 형은 엘릭시르 길드의 물약을 와인 같다고 했었지.


“아무튼 확인해 보니 이 정도면 저희 길드에서 판매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회복 효과도 확실히 있고 맛과 향도⋯ 좋지는 않지만 특별히 비위를 상하게 하는 그런 건 없으니까요.”

“괘, 괜찮겠습니까?!”

“예, 앞으로 실버나이츠 길드에서 생산되는 모든 물약은 저희 길드가 위탁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물약을 판매할 루트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허리 숙여 그에게 감사했다.


“그렇게 감사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도 남는 장사니까요.”

“하지만⋯ 물량이 워낙 소량이라⋯.”


뭐, 수백억대의 대규모 계약도 아니고 고작 매월 몇천만 원짜리, 엘릭시르 길드의 규모를 보면 푼돈이라는 표현조차 과분한 그런 납품 계약을 위해 길드 마스터가 직접 납셨다.

지인 찬스로 석혁 형님이 자리를 마련해 줬으니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던 거지 원래 같으면 엘릭시르 길드의 대리급 영업사원조차 만날 수 없을 일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뇌물 드리고 있는 겁니다.”

“예?”


강국선 마스터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갑자기 뇌물이라니?


“실버나이츠 길드의 마스터가 윤아린 헌터님이니 추후 대형 길드로 성장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렇게 되면 물약뿐 아니라 수많은 연금술 제품이 필요하게 되시겠죠. 그럼 그때 저희 엘릭시르 길드를 기억해주십사 하는 마음입니다.”


아, 그런 의미였나.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완전히 윈윈하는 거래였다.


“그럼 물약 가격은 병당 15만 원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우린 만난 김에 아예 물약의 가격까지 책정했다.

아무리 최하급 물약이라고 해도 개당 15만 원은 굉장히 적은 금액이지만 공급물량은 적은데 엘릭시르 길드의 고급 인력과 물류망을 거쳐 판매되어야 하니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곤 해도 내가 성실히 물약 생성기를 돌리면 하루에 대략 10병, 한 달이면 300병이니까 무자본으로 매달 4500만 원에 가까운 고정수익이 발생하는 셈이니 엄청난 이득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형님. 혹시 신재현 헌터님 아시나요?”

“응? S급 신재현 헌터 말이야?”


일 얘기는 이쯤하고 그냥 웃고 떠들며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아까 일이 생각나 혹시 형님이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 이야기를 꺼내 봤다.


“네. S급 신재현 헌터님이요.”

“한국에 S급은 6명뿐이니 서로서로 대충은 알고 지내지. 그런데 신재현 헌터는 갑자기 왜?”

“그게 형님 만나러 오기 전에 일이 있어서 잠시 해인 거래소에 들렀는데 거기서 만났었거든요.”

“아~ 그래? 인사는 했나?”

“네, 인사를 하긴 했는데⋯.”

“했는데?”

“뭔가⋯ 좀 분위기가 이상해서⋯.”

“하하하! 그 친구가 사교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 아린이나 소은이 같은 성격을 생각했다면 당황 좀 했을 거야!”

“네, 확실히 그런 느낌이긴 했는데⋯ 뭐랄까, 사교성이 없는 걸 넘어서 꼭 아린이한테 적대감을 가지고 있듯이 굴어서 좀 찜찜해서요.”

“응? 적대감? 그럴 리가? 애초에 아린이는 최근까지 외부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잖아? 접점이 아예 없을 텐데?”

“그래서 더 의문이에요. 그런데 꼭 만나면 싸우기라도 할 듯이 아린이를 찾더라고요.”

“흐음~ 잘 모르겠군, 내 기억상으로 딱히 나쁜 친구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내 첫인상과 형님이 말하는 인생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뭐지? 강약약강으로 사람 봐가면서 처신 다르게 하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이번에도 약해서 당했다는 건가.

또 강해져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제대로 받았다.


“오늘 재밌었네! 별일 없더라도 그냥 심심하면 연락하라고!”

“예, 들어가세요!”


형님과 강국선 마스터와의 만남을 마무리한 나는 집으로 향했다.

딱히 전화가 오지 않는 걸 보니 아린아와 하은이도 내가 만들어놓은 밥을 잘 데워 먹은 모양이다.

⋯아니면 전화도 못 할 만큼 거 하게 사고를 쳤거나.


잘 먹은 게 맞나, 설거지는 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운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그것은 산발을 한 여자의 형체였다.


“흐익!”


- 끼이이이익!!!


깜짝 놀란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웠다.

뭐야, 이거.

이게 그 유명한 자유로 귀신 뭐 그런 건가?

근데 여긴 자유로가 아닌데?

나는 차에서 내려 대체 차 앞으로 뛰어든 게 누군지 자세히 확인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악!”


그게 누군지 확인한 나는 귀신을 본 것 보다 더 기겁해 소리를 질렀다.

내 차 앞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김서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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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8화 +3 24.03.08 1,661 31 14쪽
98 97화 +3 24.03.07 1,629 31 14쪽
97 96화 +5 24.03.06 1,625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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