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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4 07:20
연재수 :
1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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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7,871

작성
24.01.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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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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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67화

DUMMY

아린이와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은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심심하다고 전화할 양반은 아니기에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헌⋯ 누⋯ 헌⋯ 누나.”


헌터님이라고 해야 하나 누나라고 해야 하나,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누나 동생 하자고 했던 게 꿈인지 현실인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왜 그렇게 말을 절어? 뭐 죄지었어?”

“아, 아니요, 혀가 꼬여서.”

“그래? 그럼⋯ 뭐⋯ 별일 없지?”


별일이야 있지만 누나도 이미 소식을 다 전해 듣고 전화를 걸었을 테니 다른 의미로 별일 없냐고 물어본 거겠지.


“네, 괜찮아요.”

“아린이랑 같이 있어?”

“네, 옆에 있어요.”

“다행이다, 전화를 안 받아서 무슨 일 있나 했네.”


누나의 말에 나는 침대맡에 놓인 아린이의 스마트폰 화면을 툭툭 건드려보았다.

일부러 안 받은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배터리가 닳아 꺼졌나 보다.


“깜빡하고 충전을 안 했나 봐요. 바꿔드릴까요?”

“응, 그런데 좀 있다, 둘 다 내일 시간 괜찮아?”

“내일이요? 아린아 너 내일 뭐 없지?”

“응, 뭐 없지?”

“네, 괜찮아요.”

“그럼 같이 헌터관리국 갈래?”

“헌터관리국이요? 거긴 왜요?”

“S급 던전 정산 끝났다고 해서 가보려고. 아마 따로 연락이 가긴 할 텐데 너희가 확인하기엔 서류나 절차 같은 게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같이 봐줄까 하고.”

“어우, 그럼 좋죠.”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차 타고 올 거지?”

“아뇨, 택시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응? 왜, 차 정비 맡겼어?”

“터졌어요.”

“뭐?”


밑도 끝도 없이 차가 터졌다는 말에 누나는 어이없으면서도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갑자기 차가 왜 터져, 무슨 짓을 했길래?”

“그게⋯ 예비군 훈련 다녀왔는데 제가 훈련 간 부대도 아린이랑 똑같은 각성자들한테 공격받았거든요.”


그 얘기에 소은 누나의 웃음이 뚝 그쳤다.


“어⋯ 음⋯ 내일 할 이야기가 많겠네.”

“그럴 것 같죠?”

“그럼 일단 내일 아침에 볼일 보고 11시쯤에 너희 집 앞으로 데리러 갈게.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같이 움직이자.”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그래, 그럼 내일 봐~.”

“네,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자 아린이가 나를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왜?”

“나는?”

“응?”

“나 왜 안 바꿔줘?”


아, 까먹었다.

귀도 밝지, 통화 내용을 다 듣고 있었나 보다.

이대로 넘어가면 서운해할 것 같아서 다시 전화를 걸려는 찰나, 마침 누나도 아린이와 통화하는 걸 깜빡했다는 걸 인지했는지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




“⋯와우.”


소은 누나의 연락을 받고 집 밖으로 나간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누나는 머리에 선글라스를 걸치고 긴팔 셔츠에 짧은 면바지를 입은 캐주얼한 복장으로 차량의 보닛에 살짝 걸터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걸터앉아 있는 그 차가, 가히 부의 상징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영국의 최고급 세단, 롤X로이스 팬텀이었다.

그 거대함, 웅장함, 고급스러움.

실물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고 감탄만 나왔다.


“왔어?”


그리고 차도 차대로 멋있지만 차를 대하는 누나의 태도도 꽤 멋있었다.

저게 내 차였으면 아주 모시고 살았을 것 같은데 누나는 그래봤자 자동차에 불과하다는 듯 보닛을 텅 치며 가볍게 일어나 인사했다.

자유분방하고 호쾌한 그야말로 영앤리치라는 느낌이었다.


“우와, 멋있다~.”

“이 차 뭔지 알아?”

“아니, 모르지만 멋져!”


역시 이 정도로 수준이 높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뭔가 느껴지나 보다.

이 차의 브랜드나 가격 같은 걸 전혀 모르는 아린이도 소은 누나의 차를 보며 감탄했다.


“전시품 아니니까 타. 가자.”

““넵!””


살다 살다 내가 이런 차를 타보게 될 줄이야, 나와 아린이는 신나서 차에 탑승했다.


“오오오⋯.”


자동차가 출발함과 동시에 또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 커다란 차가 움직이는데 내 차보다 엔진음이 작게 들렸고 차가 아니라 요트를 타고 둥둥 떠가는 듯한 승차감이 느껴졌다.

차 안에서는 뭔지 모를 좋은 향기도 났다.


“향 좋지?”


내가 냄새를 맡는 게 느껴졌는지 누나가 먼저 말했다.


“네, 이거 무슨 향이에요?”

“음~ 아직 이름은 안 붙였는데.”


누나의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 이거 누나가 개발한 향이에요?”

“응, 취미로 조향하거든.”

“취미 수준에서 만들어낸 향이 아닌 것 같은데요?”


차에서 나는 향은 살면서 맡아본 그 어떤 냄새보다도 향기로웠다.

사람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디퓨저로 만들어서 좀 줄까?”

“무조건 받겠습니다.”


이 향을 집에서도 계속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언니! 언니 차는 얼마 정도 해요?!”


그때 뒤에서 차량 내부의 여기저기를 만지고 살펴보던 아린이가 대뜸 그렇게 물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묻기도 대답하기도 껄끄러운 질문일 수 있지만 아린이기에 가능한 질문이었다.


“그건 왜?”

“저도 마침 차를 살까 고민하는 중이었는데 산다면 이런 차를 사고 싶어요!”

“아린이 면허는 있니?”

“면허요? 없어요!”

“그, 그럼 첫차로 이건 좀 과하지 않을까? 돈이야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겠지만⋯ 아닌가? 뭔가 아린이는 운전 배우면 초보운전 시절 없이 바로 잘할 것 같기도 하고. 난 고생 좀 했거든.”


운전도 결국 운동신경의 영역이니 인간을 초월한 운동신경을 가진 아린이라면 뭔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드리프트를 갈길 것도 같았다.

궁금한데 나중에 면허따고나면 운전 한번 시켜 봐야겠다.




***




헌터관리국에 도착하니 내부가 굉장히 어수선함이 느껴졌다.

어제 그런 사건이 있었으니 당연히 어수선하겠지.

S급 던전 정리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런 대형이벤트가 터지는 건지, 헌터관리국 요원도 참 극한직업이다.


“오셨습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두 S급 헌터와 헌터관리국에 방문하니 나 혼자 덜렁덜렁 다닐 때와는 대우가 달랐다.

오주한 요원 같은 피로에 절은 현장 요원이 아닌 얼굴이 하얗고 반짝반짝 빛나는 잘생기고 말끔한 요원이 마중 나와 우리를 귀빈실 같은 좋은 개인 사무실로 안내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차와 다과가 준비되었고 보기 좋게 정리된 서류가 고급스러운 가죽 서류철에 엮여 나왔다.


“천천히 검토해보시고 문제가 있거나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봐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받았으니 나는 서류를 확인해보았다.

역시 대체 뭐라는 건지 모를 어려운 세법과 회계용어와 온갖 숫자가 어지럽게 적혀 있었다.

이런 건 소은 누나가 알아서 봐주겠거니 하고 나는 제일 뒤로 넘겨 그래서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금18,755,023,500(금일백팔십칠억오천오백만이만삼천오백원)


‘허어어어억.’


일십백천만⋯억, 십억, 백억⋯!

187억 5500만 원.

정산금을 확인한 나는 숨이 다 넘어갈 지경이었다.


내 앞으로 정산된 금액은 세금이니 뭐니 이것저것을 다 떼고도 자그마치 187억이나 됐다.

이게 정녕 실화란 말인가?

복권에 당첨돼도 끽해야 20에서 40억 언저리인데.

이게 내 돈이라니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정신이 우주 공간 저 너머로 아득히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헉.’


그런데 소은 누나 말로는 우리 둘의 정산금을 합치면 1000억 정도 될 거라고 했는데 내게 187억밖에 안 되면 대체 아린이는 얼마인 거지?

컨닝 하듯 몰래 아린이의 서류를 훔쳐보니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675억.

아린이의 서류에는 이것저것 다 떼고 최종적으로 675억이 적혀 있었다.


“둘 다 얼만지 확인했어? 만족스러워?”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건 대충 봤으니 이제 너희 것 좀 봐줄게. 서류 줘볼래?”


소은 누나의 말에 우린 순순히 서류를 넘겼고 소은 누나는 한 장 한 장 천천히 서류를 넘기며 검토했다.


“⋯⋯저 요원님?”

“예, 뭔가 문제라도?”


서류를 확인한 소은 누나가 요원을 부르자 요원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뇨, 그건 아닌데 잠시 저희끼리 대화를 나눠도 될까요?”

“아, 물론입니다. 대화가 끝나면 호출해주십시오.”


요원은 두말하지 않고 곧장 자리를 비켜주었고 그가 나간 뒤 소은 누나는 잠시 더 서류를 확인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린아.”

“네?”

“⋯⋯⋯⋯.”


소은 누나는 기껏 아린이의 이름까지 불러놓고도 말을 할지 말지 고민하는 듯 계속 우리 둘의 눈치를 보며 뜸을 들이더니 약간 지르는 식으로 물었다.


“너 준호 믿을 수 있니?”


누나의 질문에 나와 아린이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아린이는 별 고민 없이 대답했다.


“네, 믿을 수 있어요!”

“준호도, 아린이 배신할 생각 없고?”


소은 누나의 말에 나는 조금 고민했다.

배신할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배신했다가 잡히면 제 심장이 뛰는 걸 제 눈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요?”


만약 배신하면 내가 당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꼴이 뭘지 상상이나 해봤다.

아유, 무서워.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그럼 쪼~금 비열하고 뻔뻔한⋯ 까놓고 말하면 사기에 가까운 방법이긴 한데, 이 방법을 쓰면 몇백억 정도 더 챙길 수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비열하고 뻔뻔한 방법이라는 말에 아린이는 싫은 기색을 보였다.


“네, 들어볼래요.”


하지만 나는 즉답했다.

조금 비열하고 뻔뻔해지는 걸로 몇백억을 더 챙길 수 있다고?

당장 들어봐야지.


“먼저 정산금 산정 과정에는 큰 문제는 없어, 이대로 오케이 해도 괜찮아. 세금 부분도⋯ 나 같은 경우는 법인이나 재투자 같은 방법으로 감면받고 비용 처리하고 어쩌고 해서 줄이지만 너희는 준비해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건들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고. 아, 참고로 불법적인 탈세할 정도로 몰염치한 인간은 아니다? 아낄 뿐이지 낼 건 다 내.”


무슨 말인지는 하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백억을 더 벌게 해준다는 말에 닥치고 들었다.


“그런데 너희가 유의미하게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이 아린이 길드 분배금이야. 보이지?”


소은 누나가 가리키는 부분을 읽어보니 확실히 길드 분배금이라는 명목으로 수백억의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게 아린이가 S급 던전에 참여했을 땐 여명길드 소속이었으니 계약한 비율대로 여명길드와 수익을 분배하는 건데 지금 금액이 엄청 크잖아?”

“네, 그렇죠.”

“그럼 만약 너희 둘의 정산금을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

“길드에 내야 할 분배금이⋯ 적어지겠죠?”


그 간단한 대답에 소은 누나는 바로 그거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류를 보면 헌터관리국은 보스전에서의 기여도를 아린이 8 준호를 2로 잡아놨어. 하지만 이건 헌터관리국이 임의로 지정한 비율이야. S급인 아린이가 당연히 훨씬 많은 기여를 했을 거라고 판단한 거지. 그런데 보스전에 참여하건 너희 둘뿐이고 그 안에서 있었던 일은 너희 둘밖에 모르잖아? 그러니까 이건 너희 둘이 의견을 조율해서 비율을 바꿀 수 있는 부분이거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소은 누나는 이제 선택은 우리 둘에게 달렸다는 듯 서류를 덮으며 내려놓았고 나는 아린이와 눈을 똑바로 맞추고 말했다.


“야, 윤아린.”

“응?”

“너 보스전에서 한 거 아무것도 없잖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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