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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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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6.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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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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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9,976

작성
24.03.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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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1쪽

95화

DUMMY

“어, 나 지금 막 도착했어. 시작할까?”

“던전은 많이 들어가 봤지만 이런 건 처음이라 뭔가 두근두근거려⋯!”

“나도 준비됐어.”


마지막으로 현장에 도착한 준혁까지 셋 모두 헌터관리국에서 지목한 현장 근처에 위치했다.

서류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촘촘한 연락망으로 이어져 정보를 공유하는 듯하니 반드시 세 지점을 동시에 타격할 것을 강조했고 셋은 그에 맞춰 그룹 보이스톡을 연결해 무전기처럼 사용하며 일을 시작했다.


먼저 아린은 자신이 맡은 한 E급 길드 사무실의 문 앞에 섰다.

길드인 만큼 유일하게 각성자로 이루어진 용의자가 있을 확률이 높아 이곳은 그녀가 맡게 되었다.


“으음~.”


그런데 한참 업무를 보고 있어야 할 시간의 길드 사무실 입구는 두꺼운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그걸로도 모자라 쇠사슬로 몇 겹이나 꽁꽁 싸매 안에 깨워선 안 되는 무언가라도 있는 듯 철저히 봉인해 두었다.


일단 건물과 층, 입구의 모습은 자료로 봤던 곳과 분명히 일치했지만 아린은 다시 한번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였다.


[툭, 툭, 툭.]

- 야, ⋯우린 밥 ⋯먹냐?

- 일을 다 해야 먹을⋯ 나갔다 들어오는 것도⋯ 힘들⋯.


그러자 역시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방음재를 얼마나 두텁게 발라놓은 건지 소리와 진동이 먹먹하게 울렸지만 그녀의 감각을 피해 갈 순 없었다.


“여기 맞구나.”


확신을 가진 아린은 몇 가닥이나 되는 두터운 쇠사슬을 한 번에 잡아 투두둑 과자 나눠 먹는 듯 가볍게 끊어냈다.


- 끼기기기기긱!


철문은 발로 툭 차면 간단히 부숴버릴 수 있겠지만 실내라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탓에 우당탕탕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듣고 싶지 않았던 아린은 그냥 몸으로 철문을 밀어 찌그러트리며 안으로 진입했다.


“⋯⋯⋯⋯.”

“⋯⋯⋯⋯.”

“⋯⋯⋯⋯.”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문을 뚫고 들어온 아린의 모습에 사무실 내부에 있던 용의자들은 완전히 머리가 굳어 멀뚱멀뚱 아린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음~.”


아린은 그런 용의자들은 일단 무시하고 사무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당연히 평범한 길드 사무실로 보이진 않았다.

밖에서 느낀 대로 소리나 진동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까지 빠짐없이 꼼꼼히 방음재가 몇 겹이고 덧붙여져 있었고 안에는 목재 상재가 몇 개나 쌓여있었다.


- 콰직!


아린은 겉으론 ‘파손주의 가구’라고 적혀있는 목재상자의 뚜껑을 열어봤다.

함부로 뜯지 못하도록 못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런 건 있으나 마나였다.


“맞네.”


그러자 상자 안에선 가구 대신 유리병에 담긴 형광색의 액체가 한가득 모습을 드러냈다.


“너, 너 뭐야!”


아린이 유유자적 사무실 안을 둘러보는 동안 용의자들은 나름의 무기를 꼬나쥐고 아린을 위협했다.

길드 사무실이라 그런지 용의자들은 미약하지만 각성자였고 손에 쥔 무기도 일반무기가 아닌 F급 아이템 정도는 되는 듯했다.


“음?”


하지만 아린은 그런 그들의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비웃듯 말했다.


“지금 무기 든 거야? 내 앞에서?”

“윽⋯!”


그 한마디에 용의자들은 뭐에 맞기라도 한 듯 움찔했다.

그들이라고 윤아린을 못 알아봐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그래도 저항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범죄자 나름의 직업정신일 뿐이었다.


- 챙! 땡그랑!


처음부터 얼마 있지도 않던 전의가 한 번 더 짓밟힌 용의자들은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무기를 땅에 떨궜다.


“현명한 선택이야. 자, 이리 와서 한 줄로 서.”

“““네.”””


그들은 선생님 말을 따르는 유치원생처럼 아린의 말에 곧이곧대로 예쁘게 한 줄로 섰고 아린은 밖에서 아까 자신이 끊었던 쇠사슬로 그들을 챙챙 감아 묶었다.




***




“안녕하세요~.”

“뭐, 뭐야! 너 누구야?!”


준혁은 창고 앞으로 다가가며 경비를 서고 있던 두 명의 용의자들에게 인사했다.

그들은 당연히 화들짝 놀라 그를 경계했다.


“응? 저 오늘 오기로 한 알바생이요, 다 이야기된 걸로 아는데 못 들었어요?”


하지만 준혁은 웃는 얼굴로 태평히 그렇게 말했다.

그가 이러는 데에 별 의도는 없었다.

그냥 재밌으니까.


“아, 뭐야, 그런 거였어? 놀래라.”

“후~ 깜짝이야. 말 좀 하고 와라 새끼야.”


그런데 진짜 오기로 한 알바가 있었는지 용의자들은 정말로 경계를 거두었다.


‘??? 이게 되네?’


준혁은 자신이 해놓고도 신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용의자들 사이에 섞여들었다.


“일하기도 바쁜데 퍼뜩퍼뜩 다녀야죠. 그래서 전 뭐하면 되는데요?”

“이거 쓰고 따라와.”


용의자 중 한 명이 준혁에게 방독면을 건네며 창고 안으로 안내했다.

준혁은 순순히 방독면을 쓰고 그의 뒤를 따랐다.


- 드르륵.


창고 안에 들어서자 당장 보이기론 그냥 흔한 폐창고였다.

하지만 안에 있는 문을 하나 더 열고 들어가니 준혁과 똑같이 방독면을 쓴 몇 명의 사람이 형광색의 물질을 약병에 옮겨 담아 포장하는 일종의 약물 공장이 차려져 있었다.


“방독면 단디 해라, 잘못해서 연기 들이마시면 그냥 뒈지는 거니까.”

“네. 조심할게요.”


준혁은 공기에서부터 느껴지는 끈적하고 질척거리는 기분 나쁜 마력의 낌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음~ 어디 보자~.’


그는 일단 시키는 대로 약물을 약병에 담으며 공장 내부를 탐색했다.

더 많은 용의자가 존재할 추가적인 공간은 없는 것 같고 공장 내 인원도 10명 내외가 전부인 것 같았다.

공장 바깥의 도주로도 미리 다 파악해 둔 그는 여유롭게 용의자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했다.


“근데 이 많은 걸 다 누가 만들어오는 거야?”

“약을 만드는 건 뭐 연금술사가 있다고 하는데 괜히 호기심 가지지 마, 그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뒤진다.”

“하긴, 누가 만들든 무슨 상관이야. 이 쉬운 일 잠깐 하면서 한 달에 천오백씩 받는데 이만한 일이 어딨다고.”

“그래, 우린 조용히 일하고 돈만 챙기면 다라고. 위에 헌터관리국 높으신 분이랑 연줄 있는 사람이 있어서 수사망에도 안 걸린다잖아.”

‘걸리던데.’


준혁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술술 불어대는 용의자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으며 생각했다.


“그런데 이 정도 양이면 대체 몇 명이나 투여할 수 있는 거야? 여기 말고도 공장이 전국에 깔려있다며? 내가 약장사 좀 해봐서 아는데 이만한 양을 소화하려면 이 좆만한 대한민국 땅에선 어림도 없을 텐데?”

“약빨 떨어지면 힘도 잃고 중독성도 엄청 강해서 계속 찾게 만든다며? 찾는 사람이야 술이든 물이든 타 먹여서 만들면 그만이지.”

“대체 이거 가지고 뭘 하려고?”

“내 생각인데 대한민국 한 번 싹 엎어버리려는 거 아니야? 각성자 군단을 만들어서 그냥 씨발 한 방에 확~!”

“쿠데타라도 일으킨다고?”

“그래! 야, 까놓고 말해서 각성자 군단이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뭐냐?”

“에이, 그래도 군대가 있는데~ 내가 포병 출신이라 아는데 아무리 각성자라도 155미리 포탄 맞으면 가루 될걸? 캬~ 우리 부대가 포 한 번 쏘면 산 하나가 증발했는데~.”

“병신아, 얼마 전에 못 봤냐? 이 약 맞고 병신 된 불량품만으로도 군부대 하나 쓸어 버린 거?”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에라이~ 무식한 새끼야, 뉴스 좀 보고 살아라.”

“그딴 거 안 봐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는데?”

“그래, 그러고 살아, 평생 그렇게 무식하게 살아.”

“아니, 근데 이 씨발놈이 듣자 듣자 하니까 왜 갑자기 시비지?”

“야, 야!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여기서 싸우다 사고 치면 우리 다 고깃덩어리 된다, 니들 그 요원 새끼들처럼 피떡 되고 싶어?”


한바탕 하는 건가?

싸움이 번지기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는데 그런 한마디에 두 남자의 피가 싹 식어 가라앉았다.


‘위에 엄청 무서운 누가 있는 건가?’


벌써 일하기도 귀찮아진 준혁은 손을 멈추고 이야기를 듣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야! 알바! 알바 어딨어!”


그런데 그때 밖에서 경계를 서던 남자 둘이 안으로 들어와 그를 찾았다.


“네, 왜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슨 말인가 보니 그들의 뒤로 또 다른 두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알바로 온 거 얘네들인데?! 너 어디서 나왔어, 누가 보냈냐고!!!”


그가 언성을 높여 윽박지르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주변의 조직원들이 슬며시 움직여 근처의 몽둥이나 도끼 같은 무기들을 손에 쥐었다.


“아~ 그게~.”


단숨에 살벌해진 분위기에 준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남자들의 뒤로 움직여 유일한 출입문을 닫고 막아선 준혁은 아직도 갑자기 사라진 자신을 찾지 못해 두리번거리고 있는 용의자의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뒤지기 싫으면 벽 보고 서, 씹새들아.”




***




“후우⋯!”


심호흡으로 최대한 긴장을 푼 나는 내가 맡은 창고 안으로 진입했다.

아린이와 형은 이미 일을 시작한 것 같으니 나도 더는 머뭇거릴 수 없었다.


“야! 너 뭐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들어와!”


내가 잠겨있는 창고 문을 강제로 열고 진입하자 안에 있던 온몸에 문신을 두른 험상궂게 생긴 건달들이 나를 위협하며 내쫓으려 했다.


- 쩌저저적!


그에 나는 괜히 귀찮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멀쩡한 그라고스의 메이스를 두고 일부러 만년빙으로 메이스를 하나 더 만들어 보였다.


“힉⋯!”


각성자라는 게 직관적으로 딱 보이는 스킬을 사용하자 그들은 전투모드가 바로 해제됐다.

그러게 요즘 같은 세상에 왜 세 보이려고 문신 같은 걸 해.

문신을 했다는 건 먹물 먹은 바늘이 살에 박혔다는 소리고 그렇다는 건 각성자가 아니거나 기껏 해봐야 F급 정도라는 의미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나 약해요~ 하고 광고하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헌터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 다 체포할 거고 사살 허가도 떨어졌으니 괜한 짓거리 하다가 줄초상 치르지 마시고 협조 좀 잘 부탁드립니다.”


내 경고에 건달들은 몸이 굳어 고개만 겨우 끄덕였다.

나는 그들을 벽 쪽으로 쭉 세운 뒤 매뉴얼에서 본대로 케이블 타이로 손과 발을 구속했다.


“흠.”


꽤나 긴장했었는데 긴장한 게 화가 날 정도로 일이 쉽게 끝났다.

다른 쪽은 어떻게 돼가려나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순간이었다.


- 뻐억!


“크학!”


누군가 뒤에서 내 허리를 타격해 날려버렸다.

내 몸은 거의 활처럼 휘어졌고 척추가 부러진 게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 위력이면 트럭 아니면 각성자가 확실했다.


“빨리 현장 정리해.”

“예⋯!”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한 대체 언제 접근한 건지 눈치조차 채지 못한 젊은 여성이 조직원들의 케이블 타이를 풀어주고 창고의 정리를 명령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돌아보더니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맛있겠다는 듯 입술을 핥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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