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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최근연재일 :
2024.07.05 07:20
연재수 :
1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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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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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2
글자수 :
1,117,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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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07:20
조회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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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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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83화

DUMMY

나는 회의실 안에 혼자 툭 떨어져 있는 기분을 느꼈다.

아린이와 재현이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전혀 짐작되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은 웃겨 죽으려고 했다.

그리고 최⋯ 뭐지? 이름이 또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누군지 모를 둘은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저⋯ 왜 웃으시는 건지 모르겠는데⋯ 뭔가 잘못된 건 없는 거죠?”

“아~ 으응, 괜찮아, 괜찮아~.”

“그나저나 준호 동생, 대단하구만~ 어떻게 눈치챈 거지?”


내가 일단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소은 누나와 석형 형님께 묻자 둘은 웃을 거 다 웃었는지 시원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날 안심시켰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글쎄~ 설명해줄 수는 있지만 지금 해주는 건 별로 의미 없고, 저 둘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소은 누나가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보니 누군지 모를 두 남녀가 앉아있는 게 보였다.

잠깐 고개를 돌린 그 새에 저 둘이 누군지 또 잊어버린 것이다.


“유준, 유나. 혹시 이 친구도 괜찮을까?”

“에⋯ 아, 예⋯? 그, 그런데 이쪽은 누구신지⋯.”

“어, 언니가 말씀하시면⋯ 괜⋯ 찮긴 한데⋯.”


두 사람은 굉장히 쭈뼛대며 겁에 질린 눈으로 나를 올려봤다.


“그래, 아무래도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니까 자기소개 정도는 먼저 해주는 게 좋겠다.”

“아⋯ 네. 안녕하세요, 실버나이츠 길드의 박준호 헌터입니다.”

“유, 윤아린 마스터님의 부하⋯인 건가요?”


소은 누나의 제안대로 먼저 인사를 건네자 남자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물었다.


“부하라기보단 친구예요!”

“치, 친구⋯ 아⋯ 친구⋯.”


아린이가 정정해주자 둘은 꼼지락꼼지락 시선을 맞추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뇌를 콱 꼬집는 듯하더니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따듯 뇌리 깊숙한 곳에 박혀있던 무언가가 쑥 뽑히는 느낌이 났다.


“흐억!”


그 기분은 꼭 뇌를 뽑히는 듯한 기분과도 같아서 나는 본능적으로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막았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기분이 들 뿐 진짜로 뇌가 뽑히는 건 아니고 이번엔 반대로 마개가 뽑혀 나간 자리로 욕조의 물이 빠지듯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며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났고 뇌 속에서 뒤섞인 그것은 반응을 일으키며 이내⋯ 기억이 되었다.


“어어어어⋯!”


마치 남의 기억이 아닌 것이 주입되듯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싸그리 잊고 있던 기억들이 파도처럼 한 번에 밀고 들어왔다.

그것은, 내가 그동안 완전히 잊고 살던 최유준과 최유나에 대한 기억이었다.


상식적으로 S급 헌터에 대한 정보는, 이야기는 듣지 않고 살래야 살 수가 없다.

뉴스, 신문, SNS, 유X브, 지인과의 대화, 광고.

정말 많은 수단과 매체를 통해 그들에 대한 것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그동안 최유준, 최유나 헌터에 대한 것도 잔뜩 보고 들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 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름, 얼굴, 나이, 성별, 그런 것들을 떠나 그냥 그런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기억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왔다.


“⋯아.”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기묘한 감각을 느낀 뒤 다시 둘의 얼굴을 보자 감회가 새로웠다.

얼굴이 익숙했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얼굴, 이라는 느낌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둘의 외모를 눈에 새겼다.

햇빛을 받지 않아 허옇게 뜬 피부, 전혀 관리하지 않은 푸석한 머리칼, 툭 치면 날아갈 듯한 가녀린 몸, 완벽한 집돌이, 집순이의 외모였다.

거기다 최유준, 최유나, 이젠 이름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 아무것도 아니고 당연한 걸 대체 왜 그렇게까지 망각했나 싶을 정도로 간단했다.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죠⋯?”


이전까지의 삶은 마치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둘에게 사정을 물었고 최유준과 최유나 헌터는 뭔가를 떠넘기듯 서로가 서로에게 한참 눈빛을 보내며 신경전을 벌이더니 결국 합의를 봤는지 마지못해 최유나 헌터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그게⋯ 저희 스킬인 절대은신의 대상에서⋯ 제외해 드렸어요, 이제 저희를 인지하고⋯ 기억하는데⋯ 문제없을 거예요⋯.”


최유나 헌터가 뭐라고 설명을 해주긴 해줬지만 너무 짧고 간결해 의문점이 몇 가지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말하는 건 한계라는 듯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여 나와 시선 자체를 피해버렸고 결국 옆에서 소은 누나가 한마디 거들어주었다.


“아하하~ 이 둘이 워낙 수줍음이 많아서 말이야. 혹시 둘이 남매인 건 알고 있니?”

“네. 이제 기억이 났어요.”


애초에 이름도, 생김새도 비슷해 둘이 남매임을 알아보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기억하기로, 둘은 함께 태어난 쌍둥이 남매였다.

거기다 특이하게도, S급의 힘을 반반씩 나눠 가진 유례없는 쌍둥이 남매.


“그럼 둘이 가진 전용스킬이 어떤 건지도 알아?”

“아니요, 그건 모르는 것 같아요.”

“사실 모르는 게 당연해, 알려진 적이 없거든, 알아도 기억할 수가 없고. 아, 말해도 되지?”


소은 누나는 일단 둘의 허락을 구했는데 둘은 오히려 대신 말해줘서 고맙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전용스킬은 절대은신이라는 스킬이야. 인기척이나 모습 같은 물리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기억이나 인지 속에서조차 존재감을 지우는 그런 스킬이지.”

“그래서 제가 계속 두 분을⋯?”

“맞아, 지금은 스킬 대상에서 제외했으니 제대로 보고 기억할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면 아까처럼 계속 잊어버리게 돼. 너 혼자 되게 심각했었지?”

“네⋯ 뭔지는 몰라도 누군가한테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근데 그럼 소은 누나랑 석혁 형님, 두 분은 원래부터 스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으셨던 거예요?”

“응, 몇 년 전이더라? S급 던전 때 같이 던전에 들어갔었거든, 그 뒤로도 일 때문에 간간이 만나고 그랬어.”

“그럼 아린이는⋯?”

“아린이는 방금 막 제외해준 모양인데⋯ 어차피 누군지 몰랐더라고⋯.”


⋯하긴, 생각해보면 아린이는 처음에 재현이도 못 알아봤으니까.

뭐, 아무튼 소은 누나의 말을 들은 나는 이제 내가 왜 그랬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아주 옛날부터 대한민국에 S급 헌터가 6명이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중 4명과는 실제로 만나 친분까지 쌓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나머지 둘이 누군지는 신경 써 본 적도 없고 궁금해해 본 적도 없이 그냥 유야무야 넘어갔다.

정말 세상에 온갖 스킬 다 있다지만 설마 이런 스킬도 있다니, 날 죽이고 위협하는 스킬은 아니지만 어쩐지 상당히 섬뜩했다.


“그런데 저기 두 분⋯ 그러면 좀 불편하거나 아쉽지 않으세요? S급 헌터인데 아무도 못 알아보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니⋯.”


인간이란 더 유명해지고 더 인기를 끌고 더 인정받아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싶다는 욕구를 기본적으로 탑재한 존재다.

그런데 모처럼 S급 각성자라는 축복을 받았는데 그에 딸려오는 관심과 환호를 자진해서 포기하다니,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저, 저희는⋯ 그런 거⋯ 부담스럽고⋯ 지금이 편해요⋯.”

“처음엔 이렇게⋯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말을 걸고⋯ 관심을 주시는 게⋯ 무섭고⋯ 힘들어서⋯.”


아.

나름 용기를 낸 듯 겨우 목소리를 쥐어 짜낸 둘의 말을 들은 나는 단번에 알아챘다.

이 남매⋯ 중증의 대인공포증을 가진 극한의 아싸 히키코모리구나.

재현이도 그런 성향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둘은 차원이 달라 보였다.


“⋯그럼 전 나가보겠습니다. 말씀 중에 실례했습니다.”

“뭐야? 어디 가게?”


이제 딱히 용건도 없겠다, 회의실을 나서려는데 소은 누나가 붙잡았다.


“뭔가 큰일인 줄 알고 온 건데 별거 아닌 거 알았으니 전 다시 나가야죠.”

“굳이? 온 김에 너도 앉아~.”

“에이~ 그래도 명색이 S급 회의인데 제가 끼어들면 급이 안 맞잖아요.”

“너 나가서 쉬려고 그러지.”

“⋯⋯티나요?”


들켰다.

모처럼 남들 다 쉬고 있는 평화로운 시간인데 나는 최유준, 최유나 헌터에 정신이 팔려 하나도 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빨리 나가서 뭘 먹든 잠을 자든 하려고 했는데 소은 누나는 내 속셈을 매섭게 집어냈다.


“와서 앉아~ 의자랑 엉덩이 붙여놓기 전에.”

“네.”


아무래도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군말 없이 스르륵 아린이 옆자리에 앉았다.


“⋯⋯⋯⋯.”

“⋯⋯⋯⋯.”


자리에 앉자 최유준, 최유나 헌터가 식은땀을 흘리며 내 쪽을 힐끗힐끗 바라봤다.

둘은 사람이, 그것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리에 추가된 데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기⋯ 가능하면 제가 먼저 말 걸지는 않을게요, 그래도 혹시 할 말 있으시면 편하게 해주세요.”


그래서 나는 먼저 거리를 벌려주었다.

저런 사람들은 강아지를 대하듯 친해지려 먼저 손을 내밀면 끝도 없이 도망가니 고양이처럼 다가오고 싶으면 알아서 다가오도록 그냥 두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면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준호 너.”

“네?”

“사실 이 말 하려고 붙잡아둔 거야, 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아차린 거야?”


소은 누나가 그렇게 묻자 최유준, 최유나 헌터도 상당한 관심을 띈 눈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이상하다는 거요?”

“그러니까, 나머지 S급 둘이 누군지 모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렸냐는 말이야, 원래는 그런 것조차 자각할 수 없어야 하거든.”

“음⋯ 그냥 우연이죠, 아까 여섯 분이 광장에 다 모였잖아요,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요.”

“너 말고 또 알아차린 사람이 있어?”

“하은이요. 다른 사람들은 말해도 별로 신경 안 쓰던데요.”

“아, 하은이는 언질만 주면 알아차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너는 대체 어떻게?”

“왜 하은이는 되는데 저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말을 바꿔볼까? 절대은신 스킬은 하은이 정도는 돼야 겨우 간파할 수 있는 스킬이야. 단순 기억력이나 추리력 같은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 스킬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은이는 자신의 정신을 지키는 마법을 항상 두르고 있으니 그럴 수 있다 쳐도 너는 어떻게 스킬에 저항했냐, 내 말은 이거야.”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저도 신기한데요?”


딱히 내 신체에 피해를 주는 스킬은 아니니 전용특성의 덕은 본 건 아닐 테고.


“혹시 최근에 특별한 힘을 얻거나 특별한 경험을 하거나⋯ 아무튼 평소와 다른 뭔가가 있었니?”


소은 누나는 꽤 진지하고 심오하게 묻기 시작했다.

누나가 생각하기에 내가 절대은신 스킬을 간파한 건 그냥 오~ 정말 대단한 걸~ 하고 넘어갈 사안이 아닌가 보다.

그보다 평소와 다른 무언가라⋯ 그거라면 당연히 생각나는 게 있다, 두 번째 초대장으로 담당자와 만나고 온 일, 가장 특별한 경험이라면 단연 그것이었다.


“⋯혹시 저 오기 전에 중요한 이야기 하고 계셨어요?”

“중요하다는 건 상대적인 거지, 네가 지금부터 무슨 이야기를 하냐에 따라 중요한 이야기였을 수도 있고 잡담 정도였을 수도 있고.”

“그럼 어차피 드려야 하는 말씀이니⋯ 다 모이신 김에 지금 할까요? 참고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에요.”


내가 분위기를 잡자 다들 흥미로운 얼굴로 나를 향해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아직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이 분위기를 해치긴 싫었지만 이곳에 모인 여섯 명은 가장 많은 생각과 가장 많은 준비가 필요한 드림팀의 핵심 멤버이다.

나는 이미 한 번, 우리 길드의 동료들에게 설명했던 것을 경험 삼아 조금 더 조리 있게 내가 할 이야기를 전달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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