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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님의 서재입니다.

F급 무한재생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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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구석
작품등록일 :
2023.11.26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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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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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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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181화

DUMMY

다시 서울로 돌아온 나는, 미즈키는 각자의 동료와 잠시 회포를 풀었다.

나도 내 나름대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쪽도 만만치 않은 일이 있었는지 멀리서 볼 땐 그냥 좀 퀭하네, 정도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다들 몇 년씩은 늙어 있었다.


“얼굴이 말이 아니네.”

“너, 너라고 좋은 줄 알아?”


내가 그런 몰골을 지긋이 보며 말하자 아린이는 황급히 머리칼을 정리하고 입 주변을 훔쳐 침 자국을 닦아냈다.


“그래도 다들 쉬고 있는 거 보니까 고비는 넘긴 거야?”

“넘겼다고 해야 할지⋯ 당할 거 다 당했다고 해야 할지⋯.”


내 물음에 아린이가 주변을 둘러보길래 나도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쪽은 기존의 인원에 더해 내가 데려온 생존자까지 합쳐 한 60명 정도 되기에 사람이 바글바글해 보였지만.


“정확한 피해 상황은 파악 못 했지만 대충 어림잡아서 사상자가 60% 이상은 되는 것 같아. 막았다기보다는 그냥 헌터 목숨을 갈아 넣은 거지.”


이어지는 하은의 보충 설명에 나는 끝내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여기까지 오는 내내 제대로 된 방어선을 하나도 보지 못했고 헌터의 시신만 보였다.

그래서 피해 상황이 심각하구나, 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걸 정확한 수치로 들으니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긴 그렇다 치고 대전 쪽은 어떻게 됐어? 좋은 소식 하나라도 듣고 싶은데.”

“어⋯ 그게⋯ 헌터관리국장은 죽였어.”


그때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하은이 훅 들어왔다.

그에 내가 일단은 그나마 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정우진 사살 소식을 전하자 아린이와 형은 오,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은이는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나를 바라봤다.

‘그거 물어본 거 아니잖아.’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그⋯ 미안, 마법진 쪽은 조졌어.”


그래서 어차피 언젠가는 실토해야 할 일, 나는 판이 깔린 김에 바로 실토했다.

내가 마법진 저지 실패 소식을 전하자 하은이는 말을 돌릴 때부터 알아봤다는 듯 입꼬리를 삐쭉거릴 뿐이었다.


“뭐⋯ 못 막은 건 못 막은 거고, 그래서 뭐가 소환됐는데? 솔직히 뭐가 나올지 궁금했어. 이렇게 된 거 호기심이라도 풀어서 좋네.”

“탑.”

“““탑???”””


아무 설명 없이 다짜고짜 탑이라고만 하자 대전 하늘에 펼쳐진 그 광경을 직접 보지 못한 모두는 당연히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에 나는 초대장으로부터 시작된, 내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너 먹어야 하는 약을 안 먹은 거야, 안 먹어야 하는 약을 먹은 거야?”

“⋯둘 다 아니야, 난 멀쩡해, 그냥 내가 겪은 실화를 있는 그대로 말할 뿐이지.”


내가 담당자니 뭐니 하는 소리 하자 형은 내 이마에 손을 얹어 체온을 재며 말했다.

일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아린이도 하은이도 심지어 서연마저 형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아니, 그런데 네 말이 사실이라고 치고⋯.”

“사실이라니까?”

“아, 응⋯ 그래, 네 말이 사실인데, 그 담당자라는 사람⋯?을 어떻게 믿어? 뜬금없이 나타나서는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니까 내 말대로 해라, 이러는 건 너무 막무가내 아니야?”


여기서 많은 일을 겪긴 했는지 아린이는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당연히 나도 아린이와 같은 의문은 품고 있었고 여기까지 오며 내적으로 일차적인 답을 내린 상태였다.


“네 말대로 나도 아직 담당자가 누구인지, 뭘 하는 존재인지 전혀 몰라, 그래서 나도 그 사람 이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다 믿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어쨌든 마법진에서 소환되고 있는 탑이 우리한테 좋은 것일 가능성은 한없이 적고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일 것 같으니까⋯ 일단은 참고 정도만 하는 거지.”

“그런 거라면야⋯.”


내 말에 아린이는 일단은 알겠다는 듯 넘어갔다.

하지만, 표정이 영 좋지는 못했다.


“그런데 준호야, 그러면⋯ 우리 서울을 탈환하고 난 다음엔 또 대전으로 가서 그 탑에 들어가 싸워야 한다는 거지?”

“응? 어⋯ 응, 그렇⋯지?”

“푸우우⋯.”

“어으으⋯.”

“하아아⋯.”


여기를 마무리하고 나면 또 다른 싸움이, 어쩌면 더 힘겨울지도 모르는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다들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탈환이, 승리가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었는데 그게 끝나기도 전에 더 큰 시련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으니 전의가 팍 꺾인 모양이다.


“그⋯ 미안⋯ 내가 정신 차리고 똑바로 했으면 막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동료의 모습을 보자 죄책감이 배로 밀려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합리화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막을 기회와 힘은 충분했다.

담당자의 말대로, D급 던전에 갇힌 일로 내가 헌터를 그만둬 버린 그때부터 엄청난 변수와 나비효과가 일어나 결국 일이 이렇게 돼버린 것 같았다.


“아니야, 네 탓 할 생각은 없어, 나라고 도움을 준 건 하나도 없으니까.”

“아니! 네 탓이야! 하은이가 결정적인 도움도 줬다며! 떠 먹여줬으면 입만 벌리면 되는 데 왜 밥상은 엎냐고! 그게 더 어렵겠다!”

“전투에 시간이 끌려서 마법진이 발동해버린 것 같은데⋯ 아저씨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나는 아린이의 말만 듣고 형과 하은의 말은 그냥 흘러들었다.

위로는 달달하고 바른 소리는 쓰다.

나도 사람인지라 쓴소리만 들었다간 멘탈이 터질 것 같아서 어느 정도의 자기방어가 필요했다.


“아하하⋯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지금은 당장 눈앞의 일만 신경 쓰자, 그런 의미에서 좀 쉬어둘까?”

“이제부터 뭐 해야 해?”

“응, 곧 소탕 작전을 시작할 거야.”

“소탕 작전?”

“지금까진 밀려 나오는 몬스터를 막기에 급급했지만 이제 그 정도는 아니거든, 그래서 이제 반대로 우리가 서울을 원형으로 포위하고 중심으로 밀고 들어가면서 아직 남아있는 몬스터를 섬멸할 거야.”


드디어 반격 시작! 같은 느낌인 건가.


“아~ 그게 언젠데?”

“윤아린 헌터님, 다른 S급 헌터님들은 모두 준비됐다는 연락입니다!”


그런데 내가 물어보기 무섭게 헌터 한 명이 아린이를 찾아와 보고했다.

그 말에 아린이는 내 이야기를 듣다가 쉴 시간을 다 날려버린 현실을 곱씹어 삼키듯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말했다.


“지금.”




***




소탕 작전이라길래 얼마 남지 않은 몬스터를 정리하는 그런 정도의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투의 양상은 소탕전보다는 모든 걸 걸고 한 방 크게 들이받는 총력전에 가까웠다.


“아니야, 미즈키! 검을 더 뻗어! 겨드랑이가 당기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뻗어야 해!”

“예!”

“그렇다고 어깨가 들리면 안 돼!”

“예!”


모두가 이 악물고 싸우는 와중에 아린이와 미즈키 과외는 벌써 시작됐다.

날 제대로 살려서 돌아왔으니 사정이 어떻든 약속을 지키는 것을 지체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어쩌면 나와 아린이의 말의 가치는 각성등급이 아니라 이런 데서부터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특성의 진정한 힘이라⋯.’


한편 전투가 격렬해질수록 내 고민은 깊어져 갔다.


- 콰가가각!

- 콰아아앙!

- 퍼버버벅!


이런 재앙 속에서 아직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에 우연이란 없었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강력한 힘과 스킬로 단번에 4, 5마리의 몬스터를 날려버리며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헌터가 쉽게 보였지만 그에 반해 나는⋯.


- 크아아!

- 퍽! 퍽! 퍽!

- 크아⋯!

- 빠악!


다른 헌터와 반대로 4, 5번 공격해 몬스터 하나를 겨우 해치우고 앉아있었다.

물론 점화를 사용하면 사정은 좀 나아지지만 그건 별도의 아이템으로 화력 보정을 받는 거지 내 특성의 강함은 아니니까⋯.

원래도 공격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곤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옆에서 비교를 당하니 괜히 생각만 더 많아졌다.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도 없고.’


거기다 대부분의 헌터는 적과 싸우면 싸울수록, 공격하고 해치울수록 강해지는 식이다.

이런 대규모 전투를 겪고 나면 분명 유의미한 성장을 하겠지.

하지만 나는 그냥 가만히 맞아야 강해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데서 몬스터한테 나 좀 때려달라고 드러누울 수 없으니 고생과 노력에 비해 성장은 더디기만 했다.


“곧 동대문이야! 거의 다 왔어!”

“반대쪽에서 폭발이 보인다! 다른 헌터들도 이 근방까지 온 거야!”


몇 시간이나 피 터지게 싸우며 전진했을까, 합류하기로 한 지점이 멀지 않았는지 헌터들이 희망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의 말에 목을 길게 빼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여기저기서 간간이 폭발과 함께 연기와 먼지가 치솟는 게 보였다.

유난히 거대한 폭발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방향엔 아마 소은 누나가 있는 거겠지.


“오늘 끝장을 보자! 아깝게 이제 와서 뒈지지 말고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그래! 아주 지긋지긋해 죽겠어!”


분명 오랜 전투로 다들 지치고 다쳤을 텐데, 희망이란 이름의 버프는 그 어떤 버프 스킬보다 더 강한 효과가 있었다.

헌터들은 막판 스퍼트를 내 전보다 훨씬 빠르고 격렬하게 몬스터 무리에 달려들어 뚫고 나가기 시작했고 끝내.


“허억⋯ 허억⋯.”

“후우우⋯.”


서울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헌터들이 광화문 광장에 결집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함성이 터져 나왔다.


헌터들은 끝까지 남아 용맹하게 직무를 완수한 서로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소리를 질러대며 기쁨과 열광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자신과 뜨겁게 포옹하는 이가, 어깨동무하고 방방 뛰는 이가 같은 길드인지, 아는 사이인지 같은 건 전혀 중요치 않았다.

그저 서울 어디에선가 자신과 함께 이 싸움에 동참했다는 것, 중요한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


“⋯⋯!”


그렇게 나도 분위기에 취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껴안고 오래전 알아 온 동료처럼 수고와 생존을 치하하던 때였다.

광장에 둥글게 모인 헌터들 가운데로 S급 헌터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누가 S급 아니랄까 봐 모두 상처 하나 없는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했다.

⋯재현이만 빼고.

쟤는 또 누구한테 처맞았길래 저렇게 만신창이인 건지⋯.


아무튼 그렇게 S급들이 모이자 헌터들의 환호는 더더욱 거세졌다.

평화의 시기, S급 헌터는 물론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렇게 떠받들어줄 정도로 대단한 존재는 아니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S급 헌터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그들은 가장 힘겹고 어려운 일을 가장 간단하게 해냈다.

마치 이제부터 어떤 이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드디어 끝난 건가. 뭐, 걱정도 안 했지만 역시 다들 무사하네요?”

“와하하! 다들 고생했어! 광화문 광장에서 이런 분위기라니, 꼭 월드컵 응원이라도 나온 것 같구만!”

“수,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

“⋯⋯⋯⋯.”


소은 누나와 석혁 형님, 재현이와 아린이.

자타공인 대한민국 최강인 6인의 S급 헌터는 수많은 헌터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서울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음을 알렸다.

⋯?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내가 한 말에 무언가 위화감이 있음을 느꼈다.

뭐지? 딱히 이상한 건 없을 텐데.

나는 내가 한 말을 여러 번 되뇌어봤지만 역시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뭔가 찜찜했다.


‘6명⋯ 아린이랑⋯ 재현이랑⋯ 소은 누나, 석혁 형님⋯.’


결국 나는 손가락을 접으며 6명의 S급 헌터를 한 명씩 세봤다.

흠, 역시 맞는데 뭐가⋯.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접은 손가락을 내려다보는 순간 나는 내 손가락이 아직 4개밖에 접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대한민국의 S급 헌터는 6명, 분명 6명이 맞고 6명을 셌다.

그런데 내 손가락은 4개밖에 접혀 있지 않았다.

윤아린, 이소은, 안석혁, 신재현⋯.


“어⋯? 그리고 누구지⋯?”


그렇게 다시 손가락을 접어 한 명, 한 명 S급 헌터의 이름을 부르며 세던 중 나는 드디어 내가 나머지 두 명의 S급 헌터가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는 알긴 안다, 분명 내가 알고 있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들이 누군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들이 바로 내 눈앞에 떡하니 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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