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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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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1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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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세계수의 씨앗.3

DUMMY

한편 이안과 롱 하오는 헤이먼을 보내고 나서야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힘들고 위험한 것은 다른 유저들에게 떠넘겼으니 이제 우리는 실속을 챙기도록 하죠."

"음? 씨앗이랑 탈출 장치인가 그건?"


뜬금없는 말에 롱 하오가 의아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안은 분명 헤이먼에게 씨앗을 찾으면서 탈출 장치를 설치하겠다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했기 때문이다.

질근질근 이끼를 씹던 이안이 뻔뻔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은 저쪽에서 함정, 아니 땅만 잘파면 함정이나 탈출 장치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씨앗은 생각해 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없으면 포기할 수 밖에 없고요."

"그렇군."


롱 하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안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다른 목적이 있었어. 전에 말해주었던 정치질의 일부인가?"


표정은 변함 없지만 롱 하오는 내심 놀랐다. 헤이먼을 공략에 이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정말 정치질을 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 씨앗과 탈출 장치가 계획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짜 목적은 헤이먼을 보내기 위한 적당한 구실이었습니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이안이 설명을 이어갔다.


"헤이먼이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유저들 간의 균형이 깨질 겁니다. 정화의 파편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개인'이니까요. 제가 말한대로 행동해주면 균형이 깨지는 속도는 더더욱 빨라질 것이고요."


이안이 말한 균형이란 눈치 싸움이자 암묵적인 암투였다.


"그렇군.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의문이야. 과연 네 말대로 될지 모르겠어."


설명을 이해한 롱 하오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본디 간단한 작전이든 복잡한 전술이든 정해진 틀이 존재하고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반드시 직접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전략이 노출되는 걸 막는 것은 물론이고 변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안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에게 변수와 준비를 맡겼다.


"과연 자신들이 만든 함정에 자신들이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롱 하오의 말대로였다.

일반적인 상식을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안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생각의 빈틈. 사람의 사고 방식에는 허점이 존재합니다. 어떠한 것을 만들고 수십 수백 번을 테스트하는 이유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찾기 위함이죠. 제가 튜토리얼에서 배운 것은 그런 것들을 찾고 이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어떠한 것도 공략할 수 있는 법을 배웠죠."


이안이 함정을 직접 만들지 않고 다른 유저들이 만들도록 유도한 이유는 간단했다.


"롱 하오님처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함정에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심이야 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자신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죠."


자신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그 위치를 알고 있고 어떠한 위험인지 알기 때문에 근거 없는 안이함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몬스터를 빠트리기 위한 용도로 만든 함정이라면 자신이 실수로 빠져도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함정에 대한 경계심마저도 약해집니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함정에 대한 신뢰를 가지게 되는 거죠."


실수로 자신의 함정에 빠져도 죽지 않는다는 믿음, 그것이 바로 생각의 빈틈이었다.


"그 무의식적인 신뢰를 이용하는 겁니다. 그들이 신뢰하는 함정에 우리가 위험이란 변수를 집어넣으면 그보다 완벽한 함정은 없기 때문이죠···."


이안이 구체적인 방안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미심쩍은 표정이었던 롱 하오는 이야기가 점점 진행될 때마다 그럴듯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롱 하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씨앗이 있다고 생각해 둔 곳은 어디지?"

"마법사로 추측되는 악의 추종자가 씨앗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악의 추종자가 찾지 못한 곳에 씨앗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안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수한 빛발과 미세한 바람이 끝없이 새어 나오는 곳, 하지만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악의 추종자는 씨앗을 찾지 못했죠. 몬스터까지 소환했는데 왜 찾지 못 했을까요? 그럼 씨앗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흠···."


롱 하오는 선듯 대답할 수 없었다. 막연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안은 막힘없이 말을 이었다.


"십중팔구 유저들의 의표를 찌르는 곳일 겁니다. 아마도 던전에서 가장 눈에 띄면서 어떤 의미론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곳이겠죠."


대부분의 유저들이 아니 이안을 제외한 모든 유저들은 그저 던전의 배경, 혹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며 넘겼을 유일한 곳.


"생각의 빈틈은 여기에도 존재합니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으로 의표를 찌르는 해답.


"씨앗은 보통 열매 안에 존재하죠. 그럼 열매는 어디에 존재할까요?"


롱 하오가 이안을 따라 시선을 천장으로 옮겼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발과 바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분명 나무와 어울리지만 나무 안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들···.


'그러고 보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저 빛은 어디서 오고, 저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가?


*


한 여인이 홀로 걷고 있었다.

가죽끈으로 갈색장발을 뒤로 질끈 묶은 여인은 선이 굵은 눈매와 희미한 입술이 대조되는 것을 제외하면 일견 평범한 여성 유저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복장은 평범한 여성 유저들과 사뭇 달랐다.

숄더아머(어깨방어구)처럼 활동하기 편한 방어구에 허벅지나 허리에 매달은 다용도 보조 무기들. 그리고 자신의 성격에 맞는 주무기인 한손검과 한손도끼.

그것은 분명 튜토리얼 시절의 '예비 용사'들이 했던 템 세팅과 똑같았다.


그렇다. 여인은 한때 튜토리얼 시절의 '예비 용사'로 게임계 파란을 일으킨 전사 유저, 캐서린이었다.


사실 캐서린이란 이름 보다 '버서커 캐이트'로 더 많이 알려진 그녀는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재수도 없지."


아직도 검과 도끼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를 뒤집어쓴 꼴이 된 그녀는 진동하는 피비린내와 끈적거리는 감각에 다시 인상을 쓰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한숨을 내쉬는 원인이자 그녀가 뒤집어쓴 피의 주인은 바로 그녀의 파티원들이었다. 하필이면 파티원 두 명 다 던전키퍼였던 것이다.

던전 공략의 실마리가 보이자 파티원들이 배신을 했고 결국 그 둘을 때려잡은 그녀는 어쩔 수 없이 NPC들에게 가고 있었다.


'유저들은 대략 열 다섯에서 적어도 열 명이야. 대부분 NPC들에게 있는 것 같고 뭔가를 하고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었고 그녀는 들려오는 소리로 유저들과 NPC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안, 그 녀석이 문제라면 문제인데···.'


길지 않지만 같은 '예비 용사'로써 이안과 함께 모험을 했던 적이 있는 그녀였다. 그녀가 기억하는 이안은 최악이었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였다.


"······!!"

"···빨리!"


바람과 함께 대화가 들려왔다. 통로에서 나온 그녀가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흙이었다.


"어, 유저잖아?"

"아직도 생존자가 있었나?"


숨통 구역 곳곳에서 유저들이 땅을 파고 있다가 그녀를 발견하곤 동작을 멈췄다.

맨손으로 파던 유저가 있는가 하면 뼈로 만들어진 삽을 파는 유저도 있었고 자신의 무기나 방어구로 땅을 파는 유저도 있었다.


"···."

"···."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캐이트는 침착하게 유저들을 관찰했다.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NPC의 명령으로 어떠한 계획을 진행하고 있는 듯 했다.

그때 뼈로된 삽을 든 사내가 캐이트에게 다가왔다. 일정 거리에 다가온 그가 입을 열었다.


"흠, 합류하려 온 것 같은데."


그녀에게 다가간 사내는 백용화였다. 그도 땅을 열심히 파고 있었는지 흙투성이였다.


"그런데 피투성이라···."


백용화의 미심쩍은 눈초리에 캐이트는 바로 유저들의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이곳에도 던전 키퍼가 있었어.'


그리고 하나같이 변수를 꺼려하는 눈빛들을 보고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던전 클리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세한 상황은 그녀도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무언인가 준비를 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제대로 된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날 던전 키퍼로 생각할 확률이 높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견제는 무조건 하겠지. 내가 개입해서 보상을 나누거나 뺏기기 싫을 테니까.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을 파편을 노리고 날 던전 키퍼로 몰아세울 수도 있겠어.'


애초에 피투성이였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여지는 많았다. 오해를 받지 않더라도 모함을 당할 여지도 많았고 말이다.


'특히 이 뺀질이처럼 생긴 자식은 왠지 예감이 안 좋아.'


가만히 있다가는 정치질의 희생자가 될 것만 같았다.

오해를 받든 모함을 받든 그전에 수를 써야했다. 그리고 캐이트는 그런 수법을 많이 알고 있었다.


'이럴 때마다 그 자식에게 배운 걸 써먹고 싶지 않지만···.'


상상 이상으로 효율적이었다.

그녀가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위험···."


털썩, 갑자기 그녀가 쓰러졌다. 그녀가 정신을 잃은 것처럼 고꾸라지자 유저들이 술렁거렸다.


'고민하겠지. 그리고 궁금하겠지. 내가 누구와 싸웠는지. 그리고 뭐가 위험한지!'


변수를 꺼려하는 이들에게 변수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리고 정신을 잃은 척한다.


'안그래도 던전 키퍼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되면, 그리고 그 변수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면 날 어떻게 하기 힘들지.'


덤으로 귀찮은 땅파기 작업을 피할 수 있고 말이다. 연기도 완벽했고 즉흥적인 시나리오도 완벽했다.

문제점이 있다면 딱 하나밖에 없었다.


'아, 코피 터졌다···!'


정신을 잃은 척 쓰러졌는데 하필이면 앞으로 쓰러졌던 것이다. 연약한 모습을 상상하며 연출했는데 현실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효과는 완벽했다.

그녀를 부축한 블러드 로즈와 백용화의 소곤거리는 대화가 들렸다.


"정신을 잃었어, 연기는 아닐 거야."

"코피는 비밀로 해주자."


정말로 정신을 잃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창피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한가지 생각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얼굴이 빨개지면 안돼. 빨개지면 망한다. 평생 악몽으로 남을 거야!'


그녀는 억울했다. 이안이 하면 완벽한데 왜 자신이 하면 매번 이런 이렇게 되는지 말이다.


*


"그전에 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그래. 다른 목적이 있었군."

"예, 그전에 저희는 다른 변수들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 던전에서 변수는 오직 저희여야만 하니까요."


이안의 계획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임기응변으로 변수에 대처할 수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변수, 특히 게임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변수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수는 이미 만났죠."

"그래, 마법사 자식!"


현재 가장 큰 변수는 바로 캐쉬맨이란 가명을 쓴 마법사 유저.

이안은 하임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준비가 필요했다. 마법사에 대한 공략법을 말이다.


"마법사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그건 저희에게 불리한 환경에서 싸웠기 때문이에요. 곳곳에 있는 불씨들이 마법을 사용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니까요. 원래대로라면 그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기 힘듭니다."


비장의 한수가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안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도 순수한 마법사도 아닌 복합 마법사이니까요. 저희는 그 복합 능력의 약점을 공략할 겁니다. 마법의 사용을 줄이고 근접 전투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그럼 식은 죽 먹기겠어."


근접 전투로 들어가면 롱 하오를 상대할 자가 없다. 당했던 것처럼 무조건 이기는 판을 만드는 것이다.

이안이 씩 웃었다.


"역시 복수만큼은 제대로 해야겠죠?"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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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세계수의 씨앗.5 +5 17.04.17 627 29 16쪽
30 세계수의 씨앗.4 +5 17.04.13 593 30 7쪽
» 세계수의 씨앗.3 +4 17.04.12 545 28 13쪽
28 세계수의 씨앗.2 +2 17.04.09 587 30 14쪽
27 세계수의 씨앗.1 +2 17.04.08 595 34 16쪽
26 던전 키퍼.3 +4 17.04.06 592 34 12쪽
25 던전 키퍼.2 +6 17.04.05 597 28 16쪽
24 던전 키퍼.1 +6 17.04.04 619 30 19쪽
23 공략의 실마리.3 +5 17.04.03 638 32 14쪽
22 공략의 실마리.2 +4 17.04.02 670 36 18쪽
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10 41 19쪽
20 세계수의 통로.4 +3 17.03.29 667 38 16쪽
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2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7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3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7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2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6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7 40 15쪽
7 사냥꾼.3 +3 17.03.20 1,026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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