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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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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0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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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던전 키퍼.3

DUMMY

"뭐?"


하임이 황당한 얼굴로 날아오는 두골을 피하자 이안은 투척용 뼈다귀를 던지면서 가죽 끈을 당겨서 두골을 다시 회수했다.


"네 마법은 사전 작업이 너무 길었어."


감지자인 이안은 주변의 변화로 강력한 마법 공격이 올 것을 예상할 수 있었고 마법이 발동하기 직전에 몸을 웅크리면서 신체 강화를 하는 것으로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공기, 압축, 폭발.'


뼈다귀 공격을 마법으로 막은 하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순간적으로 이 유리한 상황을 계획한 그의 판단력도 대단했고 그걸 망설임 없이 실행한 그의 행동력도 대단했다. 무엇보다도···.


'대단한 정신력이다. 아니, 집중력인가?'


가상현실 게임은 일정 수준 이상의 고통을 받지 않는다. 유저의 안전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이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통을 받으면 정신적인 부분에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

정신적인 피곤함이 느껴지면서 집중을 하기 힘들어지고 심각한 고통은 정신을 잃기도 한다. 드물게 쇼크사처럼 사망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전신 화상을 입은 이안의 꼴은 하임이 보기에도 말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상태는 심각한 수준임이 분명했다.

하임은 이안이 무언가를 열심히 씹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회복 관련 아이템을 가지고 있었나 보군.'


회복 아이템의 도움없이 저런 상태에서 움직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하임은 이안이 쓰러지는 것을 지척에서 똑똑히 봤다. 상대는 분명 눈이 풀렸었다. 확인 사살은 안한 이유는 방심이 아니라 정신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상태에서 아이템을 사용하다니.'


적으로 만났지만 정말로 대단하다. 하지만 감탄은 감탄이고 적은 적, 지금은 싸움이 먼저였다.


'전후좌우···.'


포위 당한 상태로 사방에서 적이 달려오고 있었다.

다들 지쳐있고 부상을 당한 상태였지만 하임 또한 무리한 마법 사용으로 지친 상태, 벌써부터 정신적인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대로 집중력이 깨지면 결과는 불 보듯 빤했다.


'그리고 수적으로도 불리하다.'


하임은 파티원이 없었다. 던전에서 손꼽히는 1인 파티였던 것이다. 그만큼 하임은 강했지만 이안과 롱 하오도 충분히 강했다. 특히 롱 하오는 말이다.


'뭔가 이상해, 파티 시스템을 잘못 이해한 건가?'


정말 유저들의 추측대로 유저의 수준이나 강함에 따라 파티가 결정된다면 적어도 롱 하오는 자신처럼 솔로 플레이를 하고 있어야 했다.

한탄은 여기까지였다.


'어쨌든 작전상 후퇴다. 그전에.'


하임이 카트리나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카트리나가 뒤로 물러나며 활을 들었다.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돼!'


빠지기 전에 카트리나 만큼은 반드시 로그아웃 시켜야 했다. 보는 자인 그가 '투시' 특성으로 따라온 것처럼 맡는 자인 그녀도 '향기의 인도' 특성으로 얼마든지 그를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솔플의 핵심은 안전 확보. 후환이 될 위험 요소를 굳이 남길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아깝지만 검은 버린다.'


사방에서 뼈다귀와 화살 등 원거리 견제가 날아왔다. 그들도 후환을 제거할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는 것이다.

하임은 견제를 피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해제.'


검에 걸린 강화 마법이 해제되자 이글거리는 새빨간 검신이 깨질 것처럼 흔들렸다. 그는 그대로 자신의 검을 카트리나를 향해 던졌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하임이 갑자기 검을 던질 줄은 몰랐는지 카트리나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침착하게 검을 피하며 옆으로 쭉 빠졌다. 그의 마법을 생각한 것이다.

판단은 좋았으나 이미 늦었다.


'공기, 압축, 폭발!'


펑! 공기가 터져 나가며 날아가는 검의 궤도가 카트리나 쪽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하임은 카트리나의 자리 이탈로 생긴 빈틈으로 포위를 빠져나왔다. 이안이 신속하게 그를 뒤쫓았다.


'오라, 갑옷.'


하지만 그의 주문이 외워지는 순간, 이안은 이를 갈며 바닥에 엎드릴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은 커녕 견제도 안오는 상황에서 갑자기 방어 수단을 사용한다는 것은 하나 밖에 없었다.


'폭발.'

소드 블라스트.


콰앙! 불덩이의 폭발과 차원이 다른 위력이었다. 화염의 폭풍과 함께 불을 머금은 검의 파편이 카트리나를 집어삼켰다. 폭발의 여파는 그것만으로 모자라서 다른 이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혔다. 직접 마법을 시전한 하임까지도 말이다.


"큭!"


상당한 양의 파편을 맞았지만 하임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 정도의 부상은 각오한 바였다.


"놓치지 않···!"


상대적으로 적은 파편을 맞은 이안이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미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고 화상과 출혈이 심각한 상태였다. 거대 거미를 잡으면서 체력을 소모한 몫도 컸다.

정신이 희미해지며, 이안의 시야가 점점 어두워져 갔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하임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갔다.


"제길!"


상태가 심각한 것은 헤이먼도 마찬가지였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헤이먼은 재빠르게 웅크리며 버클러에 오라를 최대한 주입했고, 또 다시 무리한 덕분인지 간신히 전신을 가리는 오라의 방패를 만들 수 있었다. 피해는 면했지만 더 이상 전투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무사한 이는 카르리나와 반대편에 있었던 롱 하오뿐이었다. 하지만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정 이상의 거리를 두었던 것이 문제였다.


"쯧, 쫒아가긴 힘들겠어."


롱 하오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하게 쫓아가봤자 소용없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고 그런 상태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기 때문이다.


"던전 키퍼라···."


한 명과 싸워서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정신을 잃은 이안에게 다가간 롱 하오가 그를 부축했다.

헤이먼은 카트리나에게 다가갔다. 넝마가 된 그녀의 등은 뼈까지 녹아 있었다.


"잃은 게 너무 많구만."


롱 하오는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다. 급조한 아이템부터 자존심까지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전투 경험이 첫번째고, 능력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상상력과 응용력이 두번째였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이안에게 이끼를 먹인 롱 하오가 거대 거미의 사체를 봤다.


"먹으면 강해진다고 했겠다?"


지고는 못 산다. 절대로.


* * *


가상현실 게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최근에 리부트 된 리얼리티가 빠르게 치고 올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라스트 월드 같은 인기 게임의 아성을 뛰어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리얼리티로 넘어간 게임 길드도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라고 볼 수 있었고, 애초에 게임을 매일 즐기거나 업으로 삼은 이들은 한 게임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말이나 휴일에만 게임을 가볍게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의 수 또한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유저들이 많다고 해서 꼭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저가 많은 만큼 사건 사고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모든 메인 스토리의 시작점인 초보자 마을의 촌장 NPC 사망 사건나 흑마법사 유저 까마귀의 전염병 사태 등, 가상현실 게임은 자유도가 뛰어난 만큼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터지면서 해당 게임과 많은 유저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었다.


[가상현실 RPG 이대로 가면 안된다.]

[무한한 자유도의 폐해?]

[유저들이 가져온 커다란 위기.]


그리고 지금 전설로 회자될 사건이 로스트 사가에서 터지고 말았다.


-속보, 성녀 베라가 죽고 베긴네르 왕국 정복!

-거기 유일한 스타팅 왕국 아님? 정복 당하면 어떻게 되는 거임?

-게임 망하는 거임.

-지금 최후의 성전을 준비하고 있어. 라스트 사가 접었던 유저들은 지금 빨리 복귀하라고. 현재 각종 랭커들은 물론이고 알렉스까지 복귀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게임이 망했다는 소리가 나오죠?

-지금 루나틱 때문에 모든 메인 퀘스트가 뒤죽박죽이에요.

-흔한 RPG 스토리처럼 마왕이 이끄는 악의 무리와 싸우는, 대충 그런 스토리인데. 루나틱에서 또 다른 마왕을 소환해서 같이 쳐들어왔어.

-지금 길드들 연합으로 복귀하고 있다.

-게임 좋아하냐? 그럼 로스트 사가로 복귀해라, 다 같이 게임을 지키자고!


게임은 유저들이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루나틱 길드와 그들과 함께하는 유저들은 빛의 진영이 아닌 어둠의 진영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정해진 메인 퀘스트를 거부하고 반대로 행동한 것이다.


"페르소나, 다음은 리얼리티니까. 정보 좀 부탁해."


본 드래곤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리치의 말에 곁에 있던 페르소나라고 불린 여인이 말했다.


"게임 속 악역을 자처하고 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잖아요."

"···."

"뭐 때문에 변한 거죠?"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리치가 턱뼈를 움직였다.


"우린 이 가짜에서,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지. 현실로 돌아가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생각하는 것조차 할 수 없어. 넌 이 감각을 모를꺼야. 가상현실의 접속이 해제되는 순간, 불빛이 꺼지는 것처럼 거의 모든 감각이 꺼지는 것을···. 그럴 때마다 죽음이 이러할까?라고 생각하게 되지."

"···."


그 말에 그녀는 그의 현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제나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까먹고 있었던 사실들을 말이다.


"가상현실이 없으면 우린 살아있는 송장이나 마찬가지야. 그래서 더욱 불안해 하지. 이런 가짜라도 없으면 우리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조차 실감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인생의 뭐라도 이루기 위해서 한 번 정한 목표에 멍청할 정도로 매달리게 된다. 비참한 현실을 잠깐 동안이나마 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의사 양반이 찾아왔어.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당연하게도 거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가정 형편으론 불가능한 액수였다. 그나마 가상현실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정도이지만 희망이 보였다.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상현실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게임 밖에 없더라고. 그래서 의뢰를 받았지. 경쟁사들의 게임들, 내가 망쳐주겠다고."

"···."

"한 번만이라도 좋아. 이 가짜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있어. 실제로 나와 같은 녀석들 중에서 이 가짜에서 벗어난 놈도 있고."

"···누구죠?"


그녀의 물음에 리치가 턱뼈를 달그락 거리며 웃었다.


"이안."


무려 삼 년 동안, 가상현실의 시간으로 십 년 동안이나 리얼리티 하나에 매달린 진짜 미친 놈.

그리고 자신처럼 10년 동안이나 식물인간이었던 놈.


"리얼리티에서 적으로 만나면 정말 가관이겠지?"


저 멀리 목적지가 보였다. 리치의 텅 빈 눈구멍에서 불길이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짧아서 내일 한편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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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세계수의 씨앗.3 +4 17.04.12 545 28 13쪽
28 세계수의 씨앗.2 +2 17.04.09 587 30 14쪽
27 세계수의 씨앗.1 +2 17.04.08 595 34 16쪽
» 던전 키퍼.3 +4 17.04.06 593 34 12쪽
25 던전 키퍼.2 +6 17.04.05 598 28 16쪽
24 던전 키퍼.1 +6 17.04.04 619 30 19쪽
23 공략의 실마리.3 +5 17.04.03 639 32 14쪽
22 공략의 실마리.2 +4 17.04.02 671 36 18쪽
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10 41 19쪽
20 세계수의 통로.4 +3 17.03.29 667 38 16쪽
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2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7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3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8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2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7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7 40 15쪽
7 사냥꾼.3 +3 17.03.20 1,026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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