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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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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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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5
글자수 :
234,442

작성
17.03.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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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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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9쪽

공략의 실마리.1

DUMMY

"유저끼리 싸우면 안돼요!!!"


그들의 싸움을 말리는 사내가 재차 소리쳤다.


"저희들은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스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요, 놈은 사망자가 많을수록 강해집니다!! 우리 모두가 협력해야 이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어요!"


갑자기 나타난 사내의 말에 아루만 일행은 신중하게 들었지만 롱 하오는 한 귀로 흘려들었고 이안은 오히려 코웃음까지 쳤다.

그들의 모습에 사내가 협박을 했다.


"계속 싸울 생각이면 저희도 끼어들겠습니다!"


사내의 옆에는 일행으로 보이는 중년인과 여성이 있었다. 겉보기에는 분명 삼인 파티였다. 때문에 이안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말하는 걸 보면 이미 여러 파티가 합류한 상태야, 그게 변수다. 진짜 삼인 파티끼리 왔다면 압도적으로 불리하고 각 파티에서 선출한 정찰병이면 의외로 쉽게 이길 수도 있어.'


이안이 슬쩍 뒤를 돌아봤다. 남의 싸움에 제멋대로 개입하겠다는 말에 아루만의 일행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같은 파티원도 아닌데, 의심도 안하다니···.'


이안은 내심 혀를 찼다. 저들의 말이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이미 시작된 싸움이고, 두 명을 죽인 상황이었다. 언젠가 다시 적이 될 이들을 살려 보낼 수는 없었다.


"속전속결로 가죠. 제가 서포트 하겠습니다."


잠시 뒤로 물러선 롱 하오에게 다가간 이안이 작게 말했다. 저들의 방해가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이 죽이고 가능하면 정화의 파편까지 손에 넣어야 했다. 하지만 이안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이안을 붙잡은 롱 하오가 계속 물러나며 속삭였다.


"미안하지만 더는 무리야, 힘을 너무 써서 그런지 배가 고프거든···."

"······."


미처 예상하지 못한 먹는 자의 단점이었다.


'아니,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범위였어.'


이미 한이 언급했던 부분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게임이란 원래 일장일단이 존재하는 법이다. 유저들은 그것을 파악해서 공략을 하는 것이고 말이다.


"어쩔 수 없네요. 어떻게 할까요? 제 생각에는···."

"도망가야지."

"네?"


등을 돌린 롱 하오가 품 속에서 무언가를 살짝 꺼냈다. 그가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내가 스승님을 만나기 전에, 그러니까 소싯적에 손버릇이 좀 안좋았었지."


롱 하오의 말에 이안이 씩 웃었다.

이번 싸움으로 유저들의 수준이나 능력을 사용하는 방법, 정화의 파편과 그에 대한 정보 등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니 지금은 한 발 물러나야 할 때였다.


'그전에 챙길 수 있는 건 챙겨 가야겠지.'


재빨리 웃음을 지운 이안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히든 퀘스트를 수행 중이라는 증거는?"


그러자 사내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저희와 함께 가시면 수습기사 알프레도와 만날 수 있습니다."

'수습기사라···.'


성주 칼로만이 언급했던 NPC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성주 칼로만은 유저들에게 정찰만 하라고 했었다.

어떠한 이유로 유저들이 균열을 공략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수습기사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지?"


날카로운 질문인지, 사내는 고민을 하다가 자신의 일행들과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던전 내 그 어떤 유저들 보다 강합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말이죠."


*


"싸움을 멈춰라, 이방인들이여."


누군가의 커다란 외침에 유저들의 싸움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갑자기 나타난 방해꾼은 철판을 덧댄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유저들은 그것만 보고도 방해꾼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수습기사 NPC!'

"이제부터 나 알프레도가 너희들을 통솔하겠다."


느끼한 면상에 거만한 말투, 유저들 보다 먼저 던전에 들어온 수습기사 알프레도가 상황 파악도 하지 않고 대뜸 명령하자 유저들이 헛웃음을 쳤다.


'그래, 지금 쯤 저런 귀족 NPC가 나타날 줄 알았다!'

'자기 분수도 모르는 얼간이NPC라.'

'이건 뭐···. 그래서 구해 올 수 있으면 구해 오라고 했던 건가?'


요즘 가상현실 게임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덜떨어진 귀족 NPC, 대부분 유저들은 알프레도가 자신의 배경만 믿는 분수도 모르는 얼간이 NPC라고 생각했다.


"하핫, 레인저들은 물론이고 정식 기사들도 우릴 무시하지 않았는데··· 저 수습기사라는 양반이 우릴 무시하네요? 딱 봐도 가진 게 배경 밖에 없는 귀족 NPC 같지 않습니까, 여러분?"


혼잣말 아닌 혼잣말로 설명하는 사내의 모습에 유저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다.


'방송 중인가 보군.'

'꽤 유명한 방송 유저인가?'

'내가 모르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은 절대 아닌데, 누구지?'

'미래의 랭커가 될 내 모습이 멋지게 나와야 할 텐데!'


연신 중얼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온 사내는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 밴이라는 유저였다. 그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에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알아보는 유저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언어와 국경의 장벽이 무너진 가상현실의 특성상 웬만큼 유명하지 않으면 같은 국적의 유저라고 해도 알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적군의 리더는 분명 프랑스 랭커인 장 페르낭이다, 분명 생방송을 하고 있겠지? 기왕 이렇게 된 이상 틈새시장을 공략해서 간접홍보를 노린다!'


게다가 수적 우세로 겨우 이기고 있었던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알프레도였다. 결코 좋게 볼 수 없었다. 쌍검을 든 밴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이봐 수습기사 양반. 여기는 오르칸 아니라 던전이라고 던전! 그리고 우리는 이방인들이고! 어딜 수습기사 따위가···."

"훗, 내가 수습기사라서 항명하겠다는 건가?"


밴의 말을 자른 알프레도가 도끼를 꺼내 들었다. 유려한 곡선을 자랑하는 도끼였지만 크기가 문제였다.


"허, 그딴 손도끼로 우릴 상대하겠다고?"


밴은 물론이고 그의 일행들까지 웃었다. 그러나 장 페르낭과 그의 파티원들은 마냥 웃지 못했다. 수세에 몰려 있기도 했고 미심쩍은 낌새를 느낀 페르낭이 눈치를 주었기 때문이다.


'성주는 분명 우리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냥 간단한 정찰만 바라고 있었지.'


유저들이야 초반 던전의 난이도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치지만 NPC들은 아니었다.

분명 명확한 이유가 있어서 유저들에게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리라.


"손도끼라니, 섭섭한 소리를 하는군."


유저들의 비웃음에 알프레도가 도끼에 오라를 주입했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가 일어났고 그를 비웃던 유저들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손도끼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도끼의 크키는 무려 이 미터의 크기를 자랑했다.

부웅, 알프래도가 가볍게 도끼를 휘두르자 위압적인 바람 소리가 들렸다.


"수습기사에도 격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수습기사 알프레도, 그는 강철왕국이 자랑하는 초중갑 기사단의 꽃인 테러나이트(Terror Knight)를 꿈꾸는 수습기사였다.


"나의 일격은 성문마저 양단하리라!"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도끼가 허공을 내리찍었다. 그러자 밴을 스쳐 지나간 거대한 무언가가 공간을 쪼갰다. 쿠웅! 굉음이 고막을 강타하고 강풍이 들이닥쳤다. 자욱한 먼지가 빠르게 가라앉고 나서야 유저들은 거대한 무언가가 휩쓸어 간 흔적을 볼 수 있었다.


"······."

"······."

"······."


드넓은 숨통 구역이 절반으로 양단되어 있었다.


"지금도 나의 통솔을 거부하는 자가 있다면 앞으로 나오거라."


알프레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강하게 내저었다.


*


알프레도를 따라가게 된 유저들은 정찰병NPC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유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싸움의 흔적이 역력한 파티와 그렇지 않은 파티.


'여섯 명, 한 명은 혼수상태인가? 저쪽은 세 명···.'


프랑스의 게임 랭커 장 페르낭은 가장 먼저 아군의 수를 가늠했다. 육인 파티와 삼인 파티 그리고 여덟 명의 NPC들.


'마지막으로 잠재적인 적 여덟 명.'


스물 다섯 명, 여기에 그의 파티까지 합치면 총 서른 명이었다. 던전이 활성화 될 때 유저들의 숫자가 83 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과반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게다가 NPC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압도적인 전투력을 보여준 알프레도가 말이다.


'히든 퀘스트는 이들이었어.'


특정 NPC의 도움으로 던전이나 보스를 잡는 것은 흔히 있는 경우였다. 게다가 지금은 게임 초반, 스타팅 포인트를 생성하기 위한 던전이자 퀘스트였다.

유저들의 흥미를 이끌기 위한 연출이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인 것이다.


'리얼리티도 결국 게임이군.'


공략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리얼리티도 결국 게임이었다. 공략이 가능한 게임 말이다.

장 페르낭은 삼인 파티에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알프레도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히든 퀘스트는 아마도 저들이 수행 중일 것이다.


"두 명의 이방인이 거부했다?"

"예, 이인 파티였어요. 청년과 노인이었죠. 그들은···."


2인 파티, 그 말에 장 페르낭이 귀를 기울였다. 그들의 이름과 성향, 실력 등이 들렸다.


'이안과 롱 하오···.'


둘 다 처음 들어봤던 이름들이었다. 하지만 엿들은 이야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그들의 실력은 진짜배기였다. 특히 롱 하오라는 노인의 실력은 던전 내 유저들 중에서 최고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어. 클리어는 이쪽이 한다.'


이미 알프레도라는 공략 열쇠가 주어진 상황이었다. 인원도 이미 파티 단위를 넘어서 공격대 혹은 공략대 수준이 되었다.

오십 명 가량의 유저들이 남아있다고 해도 상대가 안된다. 오히려 남은 유저들도 알프레도를 보고 합류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여기서 최대한 이득을 봐야 해.'


문제는 이곳에 자리한 모든 유저들이 장 페르낭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두가 경쟁자나 적이 될 가능성이 높겠지.'


견제가 필요했다. 특히 히든 퀘스트를 수행 중일 가능성이 높은 삼인 파티에 대한 견제가 가장 필요한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파티원들을 불렀다.


"여러분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겠지만···. 이쪽에서 던전을 클리어할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어쩌면 리얼리티의 스토리상 예정된 것일 수도 있죠. 특수 NPC로 보이는 알프레도가 있으니까요. 문제는 클리어를 한 다음입니다. 우리는······."


공적을 위한 눈치 싸움, MMORPG에서 가장 흔한 유저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보다 많은 아이템을 차지하고 많은 성과를 얻기 위한 눈치 싸움, MMORPG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유저들 간의 싸움.

혹자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정치질이죠."

"정치질?"


롱 하오는 이안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싸움을 방해한 사내로부터 이안이 유도 질문으로 알아낸 정보는 크게 세 가지였다.

유저들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수습기사 NPC가 강하다는 것과 그런 수습기사 NPC가 보스 몬스터에게 한번 깨졌다는 것. 그래서 유저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까지.

거기까지 들은 이안은 '그쪽의 허무맹랑한 말을 믿을 수 없다.' 라는 말과 함께 뒤도 안 돌아보고 롱 하오와 함께 광장을 빠져 나왔다. 정확히는 도망쳤다. 물건을 훔쳤다는 것을 들키기 전에 말이다.


그렇게 도망친 그들은 새롭게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수습기사 NPC가 그렇게 강한 버스기사 NPC라면 클리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공략법이랑 비교하면요. 중요한 건 그 다음이죠. 클리어 한 다음에 보상을 어떻게 나눌까요? NPC가 태워준 버스를 시스템이 누구의 공적으로 인정할까요? 막말로 NPC가 보상을 받을 수도 있죠. 실제로 그런 경우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흠, 그래."


롱 하오는 버스(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를 돕는 행위)라는 용어를 모르지만 이안의 말 뜻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 기여도 랭킹이란 것에 NPC가 올라갈 수도 있다 이 말이지?"


롱 하오는 모든 유저들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NPC가 있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만 했다.


"그렇죠. 그리고 클리어 보상만 있는 게 아니에요. 보스 몬스터에게 나오는 아이템도 있고 숨겨진 아이템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죠. 그쪽은 이미 파벌이 나누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히든 퀘스트를 수행 중인 파티a와 그들을 따라간 파티b 그리고 NPC들, 최소 세 개. 파벌은 새로운 파티가 끼어드는 만큼 계속 늘어날 겁니다. 여기에 변수가 더해지죠. 개인이라는 이기적인 파벌이!"

"개인이 파벌이 될 수 있나?"

"개개인 모두가 적일 될 경우도 많아요. 잠재적인 파벌이죠. 아무튼 그렇게 파벌이 나눠지면 여기서부터 정치질이 시작됩니다. 선동과 날조로."


선동은 자신 혹은 같은 편에게 유리한 조건이나 합의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여기에 남을 부추겨서 싸움을 일으킬 수 있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고 말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인원수가 서로 다른 5인 파티와 3인 파티가 모종의 이유로 같이 사냥을 할때, 인원이 많은 오인 파티가 인원수 만큼 1/n로 아이템을 분배하자고 하는 것과 같다. 반대로 삼인 파티는 파티 수 만큼 1:1로 아이템을 분배하자고 말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이 정도는 애교에 가까웠다.


"직업군 같은 것을 이유로 실속 없는 임무나 위험한 임무를 줄 수도 있고, 미끼로 쓰거나, 물약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내세우거나··· 하는 등등. 다른 유저를 앞으로 나서게 만들면 대개 선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같은 소속이거나 지인이면 크게 상관 없지만, 모르는 유저 앞에서 가만히 있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수가 있죠. 그리고 고단수는 여기에 분란의 여지를 남겨둡니다. 수틀리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도록 만드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싸우게 되면···."

"몫이 줄여들겠군."


즉, PK를 유도하는 것이다. 선동은 초보 유저들 뿐만 아니라 나름 경험을 쌓은 유저라고 해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동 당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그렇죠. 설령 미리 조건을 제시하고 합의를 보았다고 해도 문제가 있습니다."


날조, 바로 습득한 아이템의 목록을 조작하거나 아이템을 숨기는 경우다. 이런 날조에는 같은 파티원의 뒤통수를 때리는 함정이나 수법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건 그냥 사기 아닌가?"


턱수염을 매만지던 롱 하오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기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MMORPG에서 불법이란 버그나 시스템 악용 같은 것 밖에 없습니다. 살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PK도 따지고 보면 엄연한 합법이죠."


그래서 특정 이벤트나 대회가 아닌 이상, MMORPG에는 스포츠맨십이나 매너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제가 볼 때 그쪽은 우리가 굳이 난입하지 않아도 자멸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니 우리는 그쪽에 신경 끄고 다른 걸 공략해야 합니다."

"알아서 자멸한다면 우리가 주워먹는게 좋지 않나?"

"상식적으로 그게 이득이긴 해요. 하지만 그쪽 유저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퀘스트였다. 퀘스트는 총 네 가지가 있었다. 기본적인 던전 퀘스트 세 가지와 히든 퀘스트 하나.


"여기서 히든 퀘스트는 정상적인 던전 클리어가 아닐 수도 있어요. 확실히 클리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도 있겠지만··· 아니, 어쩌면 던전 클리어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죠. 그 NPC 때문에요."

"어째서지?"


그렇게 강력한 NPC가 던전 클리어를 도와주는데 오히려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니? 롱 하오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 특수 NPC의 경우에는 보통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죠. 여기에 함정이 존재합니다. 만약에 리얼리티 스토리상 실패가 예정되었다면? 히든 퀘스트가 단지 던전에 처음 입장한 유저들을 위한 공략의 단서라면?"


다른 게임처럼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리얼리티는 그렇게 만만한 게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던전 퀘스트마다 클리어 보상이 있다는 점입니다."


세 가지 퀘스트와 클리어 보상인 힘의 정수, 스킬북, 그리고 세계수의 씨앗.

히든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얻은 이안은 이것을 다른 관점으로 보았다.


"이 던전, 그러니까 스타팅 포인트 개방에 스토리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퀘스트마다 의미가 있을 겁니다. 첫번째 퀘스트는 오염된 세계수의 통로 정화···."


이안이 정화의 파편을 꺼냈다.


"추측이지만 어쩌면··· 이게 힘의 정수일 수도 있죠."

"흐음, 좀 더 설명해보게나."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는 설정상 스타팅 포인트를 막고 세계수의 통로라는 환경을 변화시킬 정도로 막강한 존재일 겁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유저들의 수준으론 레이드 자체가 불가능한 레벨이죠. 게다가 모든 유저가 파티를 맺은 것도 아니니까요."


파티는 총 22 팀이었다. 2인 파티가 있는가 하면 8인 파티도 있었다. 그리고 분명 1인 파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 가지 퀘스트가 존재하는 거죠. 단계적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할 때마다 유저들은 힘의 정수와 스킬북 그리고 세계수의 씨앗을 얻는 겁니다. 한마디로 던전을 클리어 할 힘을 얻는 거죠."


자신이 얻게 될 보상을 미리 체험하는 것과 같았다. 다른 점은 그것이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자격이라는 점이다.


"일단 우리는 정화의 파편이 전부 몇 개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에 파편이 22개가 넘으면 유저 수 만큼 존재한다고 생각해야 하죠. 어쩌면 입장 제한의 최대치인 100개일 수도 있고요."

"22개냐 아니냐에 따라 공략법이 바뀌겠군."

"그렇죠, 22개냐 아니냐에 따라 공략법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해요. 예를 들어 보스 몬스터가 하나가 아니라던가···."


이안이 생각한 최악의 경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바로 수습기사 NPC 알프레도가 어떠한 이유로 보스 몬스터가 되는 것이고.


"애초에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할 필요가 없던가."


다른 하나는 대적 불가능의 보스 몬스터로부터 도망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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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로. +2 17.03.21 811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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