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리얼리티reality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9,054
추천수 :
1,275
글자수 :
234,442

작성
17.03.23 22:13
조회
807
추천
32
글자
13쪽

균열.

DUMMY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피로 얼룩진 레인저들의 모습은 마치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한 전사들 같았다.

그리고 그들의 도움으로 강철왕국 오르비언에 도착한 유저들은 위기에서 구조된 이들의 모습 같았다.


"저기가···."

"그래, 오르칸이다."


끝과 시작의 숲을 벗어난 유저들이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성이었다.


철옹성 오르칸.


마치 산과 산을 이어서 쌓은 듯한 거대한 성이었다. 두 거인의 조각상이 지키고 있는 오르칸의 성문은 산과 산 사이에 있는 협곡에 위치해 있었다.


'V자곡이라··· 물길을 막아서 지은 건가?'


다비앙에 비해 여러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레이첼이 오르칸의 성문과 산 위로 이어진 거대한 성벽을 보았다.


'협곡에 있는 성문을 정면 돌파하긴 힘들겠어. 게임이니까 저 조각상이 움직일 지도 모르고···. 산 위로 쌓은 성벽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그래도 높아. 게다가 이렇게 가파른 바위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문제야.'


레이첼은 혹시 모를 '공성전'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PVP성향의 유저이지만 그녀 역시 한 길드의 길드원이었다.

오르칸의 성문 앞에 도달하자 레인저들의 대장으로 보이던 노인이 앞으로 나왔다.


"위대한 오르비언을 위해 이계인들을 인도해 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담담한 목소리에 두 거인의 조각상이 반응했다.

쿵,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맞물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두 거인의 눈에서 빛이 뿜어졌다.


-증표를 가져오거라.


거대한 창을 들고 있는 조각상이 내려다보며 말하자 노인이 뒤를 돌아봤다. 때마침 레이첼과 눈이 마주쳤다. 노인은 그녀에게 손짓을 했다.


'아, 왜 하필 나야···.'


인상을 살짝 찡그린 레이첼이 투덜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거대한 방패를 든 조각상이 허리를 숙였다. 조각상의 거대한 눈에서 뿜어지는 빛줄기가 레이첼을 감쌌다.

마치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스캔하는 느낌, 레이첼은 이 느낌을 싫어했다.


-증표는 확인되었다.


조각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두 거인의 조각상은 처음 보았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곳이 바로 철옹성 오르칸이야."

"간만에 술과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있겠어. 오르칸의 특산물들을 기대하라고!"

"오르비언에 온 것을 환영하지."


레인저들은 각자 친해진 유저들을 이끌며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신들의 귀환을 오르칸의 모든 이들이 환대해 줄 것이라고 자랑하면서 말이다.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기사로 보이는 자가 노인과 레인저들을 맞이했다. 양측 길 끝으로 정렬한 병사들의 기다란 창과 창 끝이 그들이 가는 길 위로 삼각형의 지붕을 만들고 있었다.

분명 오르비언의 정통 환영식이었다. 하지만 여느 때와 달리 어색했다.


"흠, 무슨 일이라도 있나?"


부대장으로 추측되는 중년의 사내가 말했다. 그들을 환영하는 이들은 오르칸의 성문을 지키는 수비대장과 병사들 뿐인 것이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은 커녕 지나가는 개 한 마리 조차 보이질 않았다.


"그, 이계인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그렇군. 이계인 한 명이··· 뭐라고? 이계인이?!"


질문을 받은 수비대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하자 중년의 사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놀란 것은 중년 사내만이 아니었다.


"와, 어떤 유저가 우리 보다 먼저 도착했다는데?"

"그게 말이 돼?"

"이계인이 어떻게···."


레인저들과 그들을 따라온 유저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어떻게 먼저 도착했는지 추측하고 있을 때 잠자코 있던 노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임무··· 실패로군."


노인의 말에 레인저들 사이로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


*


"오, 깨어났다."

"검은 머리카락이면 동대륙 출신인감?"

"그건 모르지. 이계인이니까 반대로 서대륙 출신일지도 몰라···."


마법에서 깨어난 이안이 얼굴을 찡그리며 눈을 비볐다. 주변이 시끄러웠다. 마치 시끌벅적한 시장판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복판?'


정신이 번쩍 든 이안이 재빨리 일어나 주위를 둘려보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보였고 창을 든 병사들이 자신을 경계하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기사를 볼 수 있었다.


"반갑군. 난 이곳의 성주이자 오르비언의 다섯 관문을 지키는 철퇴. 탄 자르 칼로만이라고 한다."


한눈에 봐도 무거움이 느껴지는 중갑옷을 입은 그가 웃었다.


"말로만 듣던 이계인을 이렇게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따라와라. 이야기는 안에서 하는 게 좋을 테니까."

"아, 예."


성주 칼로만이 앞장서고 이안이 군말 없이 뒤따라 갔다. 병사들은 그 뒤를 따르며 구경나온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그들이 내성에 도착했을 때였다.

신병으로 보이는 젋은 전령병이 성주 칼로만에게 달려왔다.


"지금 막 레인저 부대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 맞이하려 가겠고 전해. 이계인 친구, 아쉽지만 이야기는 내일 해야겠어. 심심하겠지만 내일까지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아, 대화할 상대 정도는 보내주지."


성주 칼로만이 떠나고 이안은 병사들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감옥 안으로 말이다.


"···이게 뭐야!! 안이라며!!!"


그것도 어둠 밖에 안 보이는 독방 안이었다.


"감옥 안도 안은 안이지. 하핫! 우리 성주님 성격이 조금 특이하시지? 무려 전장의 공포라고 불리는 테러 나이트(Terror Knight) 출신이신데 말이야!"


옥졸로 추측되는 자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자네가 심심해 할까 봐 성주님께서 친히 나, 론 콕스님을 보냈으니까!"

"······."


기사 론 콕스, 그는 오르칸에서 가장 말이 많은 수다쟁이로 성주 칼로만이 가장 귀찮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하핫! 성주님이 오실 때까지 심심하진 않을꺼야."


수다쟁이의 고문 아닌 고문이 시작되었다.


*


"···그때였지, 갑자기 빛의 기둥이 나타난 거야! 말로만 듣던 공간이동 마법을 그때 처음 봤다니까!! 그 광경은 정말이지······. 그런데 너와 함께 두루마리가 허공에 떠 있었어··· 세상에 공간이동 마법에 다른 마법을 더한 복합 마법이라니! 이건 마법제국에서도 볼 수 없는 거라고!! 문제는 성주님 보다 깐깐한 마녀가 그 두루마리를······ 그래서 왕국의 중죄인이 된 대장장이 레긴의 행방을 네가······."


수다쟁이의 입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하지만 시끄럽고 성가신 그의 이야기 덕분에 이안은 대강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제길, 하필이면 레긴이 죄인일 줄이야. 그나마 타니스의 마법 덕분에 두루마리를 뺏기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이 빌어먹을 마법사는 신경 써 줄꺼면 제대로 써 주던가···!'


억울한 점이 많았지만 이안은 잠자코 있기로 결정했다.


"···지금쯤이면 레인저들과 성주님이 만났을 꺼야. 아, 그 부대장과 성주님의 신경전을 내가 봤어야 하는데! 이건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라고! 왜냐하면···."

"······."


지금 말해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쪽은 열심히 떠들고 다른 한쪽은 속으로 숲 속에 있을 누군가를 열심히 욕하고 있을 때였다.


"이안이라고 했던가? 성주님께서 이계인을 부르셨다, 데리고 나오도록."


멀리서 여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안은 어둠 속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독방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가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어두컴컴한 지하를 밝히는 횃불과 문을 열어준 옥졸, 그리고 독방 앞에서 몇 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댄 론 콕스였다.


'생각 보다 재수 없게 잘생겼네···.'


론은 상상 이상으로 잘생긴 외모의 소유자였다. 굳이 단점을 말하자면 얼굴에 박힌 주근깨와 수다쟁이답게 가벼운 성격을 지녔다는 점이 전부일 것이다.


"이제 시작인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따라와, 내가 안내해 줄께."


론이 앞장서고 그의 뒤를 이안이 조용히 따라갔다. 방금 전, 여인에게 명령을 받은 옥졸이 성주가 있는 장소를 얘기하지 않았는데도 론은 망설임 없이 일정한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얼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여전히 입을 멈추지 않으면서 말이다.


'보는 자는 아닌 것 같고··· 맡는 자인가?'


이안은 그의 이야기를 가볍게 무시하면서 그의 능력을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컨트롤 유저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지 쉽사리 추측할 수 없었다.


"다 왔는데. 이거, 조심해야겠는데?"


도착한 곳은 내성에 있는 연병장이었다. 그곳에 성주와 기사들 그리고 레인저들과 유저들이 있었다. 이안은 그들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어, 저 사람 이안 아니야?"

"이안? 아, 그 튜토리얼 클리어 유저?"

"저 녀석인가."

"꽤 단련된 놈이긴 한데···."


자유분방한 유저들과 레인저들이 웅성거렸고 기사들은 묵묵히 이안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들의 모습에 이안은 이내 론 콕스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르비언에 최초로 도착한 유저이자 거인상들의 감시를 피해 성문을 넘어온 열 번째 불법 침입자. 그리고 왕국의 중죄인이자 최고의 대장장이인 레긴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단서···.'


여러모로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성주 칼로만은 이안과 론이 가까이 다가오자 본론을 꺼냈다.


"다시 설명해 주지. 우리는 테베르의 예언에 따라 '균열'을 막기 위해 너희 이계인들을 이곳으로 인도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대부분 유저들이 게임 스토리의 핵심 키워드가 '균열'이라고 짐작했다.


"무녀의 예언이 맞다면 '균열'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오직 이계인, 그것도 옛 영웅의 인도를 받은 이계인만이 '균열'을 막을 수 있다더군···. 그래서 오르비언의 옛 영웅께서 몸소 인도자가 되기를 자처하셨고 이렇게 금지에서 너희를 인도해 오셨다. 그런데···."


성주가 말끝을 흐리자 모두의 눈길이 이안으로 향했다.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지. 그것도 옛 영웅이었던 대장장이 레긴과 연관된···. 그리고 마법사 타니스와도 연관된 이계인이 말이다."


이번엔 기사들까지도 웅성거리고 있었다. 대장장이 레긴 보다 마법사 타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이안은 일이 복잡하게 꼬였음을 직감했다.


"뭐, 무녀의 예언이 빗나간 적도 많으니···. 일단은 너희들을 '균열'로 안내하지."


그들이 향한 곳은 오르칸 성의 중심지인 광장이었다. 그곳에 '균열'이 있었다. 알록달록한 차원의 틈새, 그것은 유저라면 모를 수 없는 것이었다.


'저건 포탈이잖아···.'


모든 유저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성주 칼로만이 말했다.


"정찰병 열 명과 수습 기사 한 명이 '균열'로 들어갔지만··· 현재 정찰병 세 명만이 시체가 되어서 돌아왔다. 지금 당장 '균열'을 막아 달라는 것은 아니야. 너희들의 실력은··· 뭐, 본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겠지. 금지를 벗어나면서 많이들 느껴봤을 테니까. 지금 우리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것은 간단한 정찰이다."


유저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레인저들의 인도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 있는 자들은 '균열'로 넘어가고 자신이 없으면 남아라. 다른 일들도 많으니···. 그리고 이안이라고 했던가?"


성주 칼로만은 이안을 보며 웃었고 이안은 그 웃음의 의미를 눈치챘다. 예언의 주인공이 자신일 수도 있으니 들어가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네가 정말 예언처럼 '균열'을 막는다면 레긴에 대해서 묵인해 줄 수도 있어. 억울한 부분이야 많겠지만··· 이쪽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칼로만의 말이 귓속말처럼 들려오자 이안이 희미하게 웃었다.


'영웅의 인도를 받은 이계인이라···. 별난 설정이네. 뭐, 이런 게 게임의 재미지. 퀘스트 창이 없이 이렇게 진행하는 것도 나름 신선하고. 그래도···.'


이 모든 일들이 마법사 타니스의 반강제 퀘스트 때문에 일어났다고 생각한 이안이 유저들 중에서 가장 먼저 '균열' 앞으로 걸어갔다.


'그 망할 마법사 자식만큼은 반드시 내가 당한 만큼 엿 먹여주겠어···.'


굳게 다짐한 이안이 '균열' 속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처음으로 게임다운 알림창을 볼 수 있었다.


[스타팅 포인트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인스턴스 던전을 클리어 하셔야 합니다.]

[인스턴스 던전은 왜곡된 공간입니다. 누군가가 던전을 클리어 하거나 사망하시기 전까지는 던전을 탈출하실 수 없습니다.]

[인스턴스 던전 - '세계수의 통로'로 입장합니다.]


작가의말

여기까지가 1권 분량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얼리티realit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씨앗 그리고 열매. 2 +4 17.07.31 195 12 15쪽
34 씨앗 그리고 열매. 1 +5 17.07.30 232 14 15쪽
33 세계수의 씨앗.7 +8 17.07.04 363 16 21쪽
32 세계수의 씨앗.6 +9 17.04.23 656 23 14쪽
31 세계수의 씨앗.5 +5 17.04.17 627 29 16쪽
30 세계수의 씨앗.4 +5 17.04.13 593 30 7쪽
29 세계수의 씨앗.3 +4 17.04.12 545 28 13쪽
28 세계수의 씨앗.2 +2 17.04.09 587 30 14쪽
27 세계수의 씨앗.1 +2 17.04.08 595 34 16쪽
26 던전 키퍼.3 +4 17.04.06 592 34 12쪽
25 던전 키퍼.2 +6 17.04.05 598 28 16쪽
24 던전 키퍼.1 +6 17.04.04 619 30 19쪽
23 공략의 실마리.3 +5 17.04.03 639 32 14쪽
22 공략의 실마리.2 +4 17.04.02 671 36 18쪽
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10 41 19쪽
20 세계수의 통로.4 +3 17.03.29 667 38 16쪽
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2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7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3 34 10쪽
» 균열. +4 17.03.23 808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2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6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7 40 15쪽
7 사냥꾼.3 +3 17.03.20 1,026 45 12쪽
6 사냥꾼.2 +5 17.03.20 1,078 4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