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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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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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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무의식의 세계.2

DUMMY

그 시각 마더 트리 북쪽 뿌리 지대에서 일단의 무리가 회의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서리여왕이라는 마스코트를 가진 눈사태 길드였다. 하지만 길드의 마스코트인 이사벨은 조용히 듣고 있는 쪽이었다.


"마나, 마법, 이능은 각각 밝혀진 것이 거의 없지만 마나 쪽은 티엔 때문에 많이 알려졌어."

"방송 덕분인가봐?"

"맞아. 그 변덕으로 시작한 방송 덕분에 여러 사람들이 이득 좀 보고 있지."


길드를 서포트하는 부 길드마스터 산티아고가 설명을 시작했다.


"한마디로 마나는 가장 보편적인 능력이야, 다른 RPG에서 무기를 사용하는 전투 직업을 생각하면 편해."

"전사나 궁수, 도적 같은?"

"그래, 신체능력을 항상시킬 수 있고 거기서 좀 더 응용하면 다른 게임의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어."

"스킬처럼? 티엔이 벌써 그렇게 성장했다고? 아무리 티엔이라고 하지만···."

"못해도 월드 아레나의 수준, 그게 우리 평가야."


AOS 혹은 MOBA로 알려진 게임은 현 E스포츠의 원점이자 정점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특히 매년 개최되는 월드 아레나는 월드컵에 비교되는 세계 축제였다. 각 국가의 가상현실 유저들이 팀을 이루어 대전하는 세계 최고의 게임 대회, 천재적인 무술 실력을 지닌 티엔(天tiān)은 그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유저였다.

월드 아레나는 옛날처럼 영웅을 선택해서 싸우는 것과 다르게 직접 싸우는 가상현실AOS였기 때문이다.


"허···."


가상현실 RPG와 다르게 여러가지 요소가 제한된 월드 아레나라고 하지만 현재 리얼리티에서 그 정도 수준이라는 것은 월드 아레나에서 사용했던 웬만한 기술은 전부 다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말 괴물이군."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고 해도 다른 게임의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게임 초반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과연 PVP계에 있어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 가히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괴물이지. 하지만 그런 건 일정 레벨을 넘어서면 무의미해."


RPG인 리얼리티는 AOS와 다르게 성장이나 스킬, 아이템의 제한이 없다. 티엔은 분명 대전에선 최강이지만 유저로써 최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눈사태 길드에는 티엔과 동급의 유저인 서리여왕 이사벨이 있었다.


"그 정도는 우리 서리여왕도 할 수 있고 말이야. 그렇지?"

"아니, 그 정도는 나도 불가능해."

"······."


그녀의 냉랭한 말에 산티아고는 잠시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일반적인 컨트롤은 엇비슷해도 마나 같은 것을 다루는 특정 컨트롤은 아무도 티엔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그에게 가장 근접한 수준은 소마나 알렉스 정도겠지.'


하지만 이사벨이 티엔과 동급의 유저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괜찮아. 기술로 못이기면 힘으로 이기면 되니까. 아무튼 마법은 익힌 유저가 거의 없어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야. 대신 이능에 대해선 이사벨 덕분에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


그녀의 이능은 바로 냉기를 다루는 것이었다.


"주목할 점은 이능을 일정 이상 수련하면 이능에 관한 정보창을 볼 수 있다는 거야."


정보창, 드디어 게임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등장하자 곳곳에서 리얼리티도 결국 게임이라는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래 게임이지. 이사벨의 말에 의하면 정보창에는 이능의 성장 수준과 발동 조건, 제한, 능력의 특징 등이 적혀 있어. 이렇게 상세한 정보가 있다는 것은 리얼리티 곳곳에 게임적인 요소가 분명 있다는 거야."


단지 AI-인터페이스의 제한 때문에 유저들이 알 수 없었던 것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길드원 몇 명이 마나 유저가 되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아냈어. 주로 AI-인터페이스에 관한 거야."


그는 능력과 인터페이스에 대해 설명하면서 한 명의 유저를 가리켰다. 일명 언데드 토이, 튜토리얼 시절 이안 다음으로 유명한 유저였다. 왜냐하면 튜토리얼에서 유일한 언데드 종족이었던 유저가 바로 토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이 케이스가 있더라고."


그러자 모든 길드원들의 시선이 토이에게 향했다. 이미 소식을 들은 길드원들도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들은 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자연스레 길드원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자 내성적인 성격의 토이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AI-인터페이스가 '본능'이 아닌 '자아'인 경우가."


전투에 돌입하는 순간 또 다른 인격이 대신 싸우는 특이 케이스, 산티아고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런 유저는 아직까지 토이가 유일했다.


*


현실과 다르게 게임은 모든 것이 공평하다. 각자가 생각하는 대로, 저마다의 스타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딱 하나 현실과 똑같은 점이 있다면 바로 시간이다.

누구는 오픈 즉시 게임을 하고 누구는 게임이 인기를 얻고 나서야 하고 또 누구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가 하면 다른 누구는 적당히 즐기기만 한다.

한마디로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이 저마다 다른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는 아무것도 상관없었다.

목적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또 다른 것. 평범한 유저와 랭커의 차이는 여기서 나온다.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가. 즉, 레벨(level)이 얼마나 높은가로 말이다.


[그런데 리얼리티는 아니란 말이지.]


많은 랭커들이 낙오하고 그들의 빈자리를 루키들이 차지했다. 그중 하나가 다크소울의 길드 마스터, 블랙 스타였다.


[반면에 넌 튜토리얼 클리어 유저 치고는 기대 이하인데?]

'그래, 맞는 말이야. 뭔가 타고난 재능 같은 게 필요해.'


두 개의 단검이 이안의 몸통을 꿰뚫었다. 이안의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고 감각이 약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열 번째로군. 힘내라고!


시간이 꺼꾸로 흐르기 시작했다. 흘려내린 피가 다시 이안의 몸으로 돌아가고 그의 몸통을 꿰뚤은 단검들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가 입은 상처들이 하나 둘 없어졌다.


'그런데 꼭 필요한 것도 아니야.'


재능이 없으면 배우고 연습하면 된다. 한을 통해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면 지금은 활성화된 '감'을 다루는 방법을 연습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감각을 집중하는 방법이었다.

시스템 통제에 의해 걷고 있는 이안은 이제 '분신'의 도움 없이 블랙 스타의 기습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림자로부터 무언가 넘어오고 있는 것을 말이다.

기습을 모르고 있으면 당할 수 밖에 없겠지만 알고 있으면 피할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면 반격까지 할 수 있다.


'지금!'


그림자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은 다름 아닌 검이었다.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검을 피한 이안이 뒤돌아서며 빠르게 단검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찌르는 감각이 없었다.


[공격.]

"쳇!"


이안의 반격을 가볍게 피한 블랙 스타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고 사방에서 아홉 명의 유저들이 나타났다.


[복수다! 짜샤!]

[다크소울이 뭔지 보여주마!]


벌써 열 번째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격의 순서나 수단 같은 패턴은 전부 파악한 이안이었지만 그의 행동에 따라 다음 패턴이 수시로 변했다.


'그렇다고 똑같은 행동에 똑같은 패턴이 나오는 것도 아니야.'


공략법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랜덤 패턴에서 이안이 의지할 수 있는 수단은 오직 '감'이었다. 다행인 점은 블랙 스타의 이능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승산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아홉 번의 시도로 이안이 확인한 것은 이길 수 없다는 확신 밖에 없었다. 레벨 같은 것이 압도적인 것도 아니었고 아이템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스킬도 없는 상태이다. 십 대 일,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을 역전할 만한 수단이 이안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이안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도망이었다.


'싸워서 이기란 말은 하지 않았어, 죽음을 극복하라고 했지.'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명확한 목표가 생기자 이안의 '감'이 확장되었다. 처음 마나를 자각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었다.


'···보인다!'


마치 삼인칭 시점처럼 자신과 주변의 상황이 명확하게 머리 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보이지 않은 사각이 마치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고 볼 수 없었던 빈틈들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바로 감각 보정이었다.


[자신의 '본능'과 목적이 일치합니다.]

[특성-생존 본능이 발동됩니다.]


마치 시스템 통제 같은 강한 이끌림을 느낀 이안은 그것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이안을 노리는 검이 스쳐가고 화살이 빗나갔다. 이안에게는 익숙한 경험이었다.


'행동 보정!'


감각 보정에 이은 행동 보정, 시스템 보정이 거의 없는 줄 알았지만 그것은 이안의 착각이었다. 아직 익히지 않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행동 보정은 그렇게 높은 수준의 보정이 아니었다.


'평균 이하야.'


튜토리얼 시절 용사급 행동 보정은 절대 아니었다. 이끌림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공격에 맞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패널티다.'


행동 보정의 이끌림은 살기 위한 몸부림 같은 패널티이다. '생존 본능'이란 특성의 진짜 핵심은 바로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마치 삼인칭 시점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감각 보정에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동 보정을 따라가면 골로 가겠지만.'


이안은 아니었다. 그는 능숙하게 보정을 이용했다. 공격을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막고 필요에 따라 반격한다. 확실한 목표를 정했기 때문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이안의 움직임이 물 흐르는 것처럼 계속 이어졌고 어느새 포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순식간에 포위를 벗어난 이안은 자신감이 붙었다.


'보정만 있으면 나에겐 껌이지.'


그 어떤 보정이라도 이안은 한계치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용사가 되기 위해 했던 훈련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안의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푹!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단검이 이안의 허벅지를 찔렀다.


[현실과 다르게 게임은 모든 것이 공평하지···.]


이제 막 컨트롤 유저의 단계를 밟고 있는 이안과 다르게 블랙 스타는 이미 컨트롤 유저, 그의 공격이 이어졌고 그 틈에 아홉 명이 다시 포위를 형성했다.


[···반면에 넌 튜토리얼 클리어 유저 치고는 기대 이하인데?]

'재수없는 중2병 자식.'


벌써 열 번째 들은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웃고 있었다. 그가 죽고 또 다시 시간이 거꾸로 흘려갔다.


작가의말

1703210555 틀림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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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2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7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3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8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2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7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7 4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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