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

리얼리티reality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29,042
추천수 :
1,275
글자수 :
234,442

작성
17.03.20 21:59
조회
1,025
추천
45
글자
12쪽

사냥꾼.3

DUMMY

초저녁, 한적한 공터의 오두막집.

한을 따라온 이안은 그의 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린 서로 다른 입장이야. 태생이 다르지. 왜냐하면 우리들의 목숨은 하나이지만 너희 이계인들은 아니니까."

'NPC와 유저의 차이를 말하는 건가?'


야외탁자에 먼저 앉은 한이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뒤따라 탁자에 앉은 이안은 그것이 리얼리티의 세계관이자 핵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갓 태어난 새끼도 본능적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기 마련이지. 하지만 자네들은 아니야. 자네들이 다른 세계에서 왔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네들은 그 무한한 목숨을 때문에 본능이 결여되어 있네. 그래서 자신의 타고남까지도 모르고 있지. 자네는 그쪽 말로 따지면 컨트롤 유저, 그러니까 이미 마나 유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네."

"···예?"


잠시 손가락으로 야외탁자를 두들기던 한이 다시 말했다.


"우리쪽에선 부르는 이름이 워낙 다양해서 말이야, 일단 어떤 계통인지 알아봐야겠군."

"계통이 뭐죠? 아니, 제가 마나 유저···. 그러니까 컨트롤 유저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한의 말에 이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컨트롤 유저가 되었다니? 아무리 직업 보정이 없다고 해도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거나, 듣거나, 맡거나, 맛보거나,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

"그런 적···."


느껴본 적이 없다고 대답하려던 이안은 문득 PK로 레벨 업을 했다고 느낄 때마다 감각이 조금씩 더 예리해졌던 것을 떠올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동안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군. 하긴 아직 본능을 일깨우지 않았으니 모를 수 밖에."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 한이었다.


"우선 계통에 대해 설명해 주겠네. 계통은 마나를 다스리는 근본적인 방법에 따라 나뉘지. 나는 '보는 자'라네."


한이 말한 계통은 총 여섯 가지였다. 보는 자, 듣는 자, 맡는 자, 먹는 자, 느끼는 자. 그리고···.


"타고난 자, 이건 무엇이라 확정할 수 없는 계통이지. 그냥 타고난 재능에 가까운 선천적인 것이니까."


한이 본 유저들은 여섯 가지 계통과 거리가 멀었다. 굳이 따지자면 타고난 자로 분류할 수 있지만 본능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유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자네들은 본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야. 이건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표현이고 자네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해야겠군. 흐음···."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이안의 얼빠진 표정을 본 한은 생각에 잠겼다. 한동안 까칠해진 턱을 매만지던 한이 말했다.


"세계를 움직이는 미증유의 힘들을 오감(五感) 중 하나로 느낄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


"글쎄요···?"


오감에 대해 생각해 본 이안이 고개를 내저었다. 이안은 세계를 움직이는 미증유의 힘들을, 한마디로 유저들이 말하는 마나를 오감으로 느낀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다.

빛을 눈으로 받아들이고 소리를 귀로 듣고 냄새를 코로 맡고 혀로 맛보며 사물을 피부로 느낀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껴서 알아차리는 것, 그게 바로 오감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있군. 귀신을 본 적이 있나?"

"귀신이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남들이 듣지 못한 것을 듣는 이들이 세상에 더러 있지. 그것 뿐인가?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껴서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예상하고, 형용할 수 없는 불길한 냄새를 피한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이야기도 꽤 많아. 적어도 이 세상에선 말이야."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 적용되지 않는 계통이 있었다.


"미각과 관련된 것은 없네요?"

"먹는 자들의 단점 아닌 단점이지. 걔들은 독인지 약인지 일단 맛을 봐야 아는 놈들이니까."


한이 갑자기 손바닥을 내밀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쥐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지금 내 손바닥 위에 뭐가 있지?"


그냥 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손바닥이었다. 그래서 이안은 별생각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요."

"그럼 지금은?"

"···!"


이안은 확 하는 느낌과 함께 한의 손바닥 위로 거대한 무언가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 손바닥 위엔 마나가 집약되어 있다네. 나의 마나가 보이면 보는 자, 폭풍 같은 소리가 들리면 듣는 자, 마나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지면 느끼는 자··· 어감이 이상하군. 감지자로 바꾸지. 아무튼 마나가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면 감지자라고 볼 수 있네."

"명칭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었나요?"

"이름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의미가 중요하지."

"그럼 맡는 자와 먹는 자는 어떻게 구분하는 거죠?"


자신의 계통이 '감지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이안이 한의 설명에서 빠진 두 계통에 대해 다시 질문을 하자 한은 자신의 손바닥을 다시 들어올렸다.


"일단 맡는 자는 내 손바닥 위에 있는 마나의 집약을 느끼기 힘들꺼야. 그들은 세상에 유영하는 마나를 맡는 자들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마나의 집약을 퍼뜨리면···."


이안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마나가 산들바람처럼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존재와 위치를 느낄 수 있겠지. 이 네 가지를 전부 느낄 수 없으면 먹는 자로 볼 수 있고."

"그럼 먹는 자는 구분할 방법이 없군요."

"아니지. 있긴 있는데 안전상의 이유로 소거법을 사용할 뿐이야. 먹는 자들은 그냥 아무거나 먹이다 보면 알 수 있다네."

"아무거나 먹이다니···."


한의 말에 이안은 점점 먹는 자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있었다.


"마나···. 그쪽에선 마나를 뭐라고 정의 했는지 모르지만 이쪽에선 세계를 움직이는 미증유의 힘들을 마나라고 부르고 있네. 마나라고 해서 한가지 종류의 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야."


이안은 유저들이 말하는 마나와 NPC들이 말하는 마나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증유의 힘.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힘이란 최초의 힘이나 근원, 정수 같은 것을 의미한다네."


한이 씩 웃었다.


"먹는 자는 그런 것들을 먹지. 일단 먹고 보는 거야. 먹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마나가 양분이 되어 자신의 일부가 될 테니까."

"마나가 자신의 일부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변하겠지, 먹는 것에 따라 사람도 동물도 변하기 마련이니까."


이안은 한이 말하는 변화가 단순히 살이 찌고 빠지는 변화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구체적인 예를 말하면 불을 먹는 자는 최종적으로 불이 될 수 있다네. 성장도 다른 계통에 비해 빠르고."


이안은 먹는 자가 왜 그렇게 단점이 많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한의 말에 이안은 먹는 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지 못했다.


"뭐, 불이 되기 전에 잘못 먹고 배탈나서 죽을 확률이 더 높겠지만···."

"······."


*


"지금부터 자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계통에 대해 좀 더 확신하게 파악하는 것이네."


한의 말처럼 이안은 자신의 계통인 '감지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설명 덕분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지만 그뿐인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마나를 찾는 것은 그 다음이지. 일단 사대(四大) 명상법부터 시작하는게 좋겠어."


오두막집에 들어간 한이 양초를 가져왔다.


"사대 명상법은 흔히 불과 물, 공기과 흙의 기운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지···.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자연의 정기 속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네. 불 속에 들어가거나 물 속에 들어가는 식이지."

"그러면 죽지 않을까요?"

"세계를 움직이는 미증유의 힘을 속성으로 수련하는 방법인데, 그 정도 사소한 리스크는 감수해야지."

"······."


그가 양초에 불을 붙이자 미약한 불꽃이 초를 녹이며 촛농을 만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네의 허접함을 잘 알고 있으니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을 하는 수 밖에···. 사대 명상법이란······."


한이 설명한 사대(四大) 명상법은 마나의 자극을 느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풍수지리가 좋은 명당에서 자연의 기운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 산이나 계곡 같은 명당에서 명상을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명상을 하다가 포식자의 뱃속에서 깨어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겠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하죠."


한은 자신과 이안의 사이에 양초를 놓았다. 바람에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주변 그림자들도 함께 너울거렸다.


"이건 동대륙의 수도사들과 '용기의 사원'의 수행자들이 하는 사대 명상법의 원류로 보통 촛불이 가능한 방안이나 물이 담긴 접시로 가득한 방안에서 하는 명상이라네."


한이 눈을 감자 이안도 눈치껏 눈을 감았다.


"굳이 날 따라 눈을 감지 않아도 돼. 난 '보는 자'라서 눈을 감아도 볼 수 있으니까."

"···."

"잡념은 버리고 불꽃의 자극을 느껴."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불꽃에 집중을 하던 이안은 미세한 자극들을 느낄 수 있었다. 흔들리는 불꽃에서 느껴지는 것은 흔들리는 빛과 미약한 열기, 그리고···.


'뭐지?'


단정할 수 없는 무언가가 끊임없이 파동을 만들고 있었다. 집중을 하지 않았으면 눈치채지 못했을 무언가였다. 이안의 당황을 느낀 한이 말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적어도 보는 자와 맡는 자는 아니군. 그 둘이라면 정확하게 구분할테니까 말이야."

"뭐죠? 무언가가 끊임없이 파동을 만들고 있는데···."

"뭐긴, 온 세상에 있는 '끝없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미는 힘'이지."

'서로를 끌어당기거나 미는 힘······ 설마?'


문득 전자기(전기와 자기)를 떠올린 이안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뭘 보고 있는거지? 이건 물리과학 수준의 구분이잖아···.'


대륙 최고의 사냥꾼이기 때문일까? 확실히 한의 경지는 이안이 추측하기 힘든 곳에 있었다.


"수련을 하다 보면 언젠가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여기서 더 나아가 염력 따위로 이 모든 것에 간섭을 할 수 있으면 뭘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불을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염력이란 말에 이안은 오감(五感)과 전혀 다른 또 다른 계통의 능력들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세계의 질서를, 자연의 섭리를, 만물의 의미를 바꿀 수 있다네. 자네들과 우리는 그런 자들을 마법사라고 부르지."

'매직 유저가 거의 없는 이유가 이건가? 아니면 마법사가 '타고난 자'인 건가?'


분명한 것은 마나를 느끼고 그것을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이 마법사의 최소 조건이라는 점이었다.


"이제 사대 명상법에 대해 알겠지? 보는 자는 보고, 듣는 자는 듣고, 맡는 자는 맡고, 감지자는 느끼고."

"그럼 먹는 자들은···?"

"걔들은 먹어야지."

"······."


사대 명상법의 사대(四大)는 분명 사대 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감계통 중 먹는 자를 제외한 나머지 네 개의 계통을 지칭하는 것이리라, 이안은 먹는 자에 대한 편견이 더욱 심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자신의 계통을 완전히 이해하기 힘들지. 내가 보기엔 자넨 감지자 같은데, 맞나?"

"예."

"그렇다면 감지자에 맞는 수련법을 해야겠지."


오두막집에 들어간 한이 다양한 크기의 양초를 가지고 왔다.


"이것들을 가지고 밤새도록 수련하는 게 좋을 거야."

"양초들로 어떻게···?"

"난 이미 모든 기초를 알려주었네. 어떻게 할지는 네가 결정해야할 문제야."


한은 그 말을 끝으로 이안을 남기고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다. 날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었고 훤한 공터에는 각양각색의 양초와 이안만 남아 있었다.


'불이 꺼지면 어떻게 되는거지?'


바람이 밤과 함께 다가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리얼리티realit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씨앗 그리고 열매. 2 +4 17.07.31 195 12 15쪽
34 씨앗 그리고 열매. 1 +5 17.07.30 232 14 15쪽
33 세계수의 씨앗.7 +8 17.07.04 362 16 21쪽
32 세계수의 씨앗.6 +9 17.04.23 655 23 14쪽
31 세계수의 씨앗.5 +5 17.04.17 627 29 16쪽
30 세계수의 씨앗.4 +5 17.04.13 593 30 7쪽
29 세계수의 씨앗.3 +4 17.04.12 544 28 13쪽
28 세계수의 씨앗.2 +2 17.04.09 587 30 14쪽
27 세계수의 씨앗.1 +2 17.04.08 595 34 16쪽
26 던전 키퍼.3 +4 17.04.06 592 34 12쪽
25 던전 키퍼.2 +6 17.04.05 597 28 16쪽
24 던전 키퍼.1 +6 17.04.04 619 30 19쪽
23 공략의 실마리.3 +5 17.04.03 638 32 14쪽
22 공략의 실마리.2 +4 17.04.02 670 36 18쪽
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09 41 19쪽
20 세계수의 통로.4 +3 17.03.29 667 38 16쪽
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2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6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3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7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1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6 38 16쪽
12 고블린.1 +1 17.03.21 892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6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9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6 42 11쪽
8 무의식의 세계.1 +3 17.03.20 1,037 40 15쪽
» 사냥꾼.3 +3 17.03.20 1,026 45 12쪽
6 사냥꾼.2 +5 17.03.20 1,077 4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