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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꿈
작품등록일 :
2016.04.26 23:43
최근연재일 :
2017.07.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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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3.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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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고블린.1

DUMMY

지나친 자신감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형편 없는 재능 때문? 그것도 아니면 같이 싸울 동료가 없어서?


"···."


북쪽 뿌리 지대 도착한 당일 이안은 호기롭게 컬러풀 노즈를 사냥했었다. 옐로우 노즈는 말할 것도 없었고 레드 노즈까지 쉽게 사냥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나가던 초식 호랑이인 그린 노즈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그렇게 어이없게 사망한 이안은 자신의 가상현실 룸에서 TV를 보며 빈둥거리고 있었다.


'스킬은 발동 되었는데···.'


튜토리얼에서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본기인 '신체강화'가 분명 발동했었다. 그런데 그 위력이 상상 이하였다.


'또 보정이 문제야.'


용사의 기술은 커녕 기본적인 기술도 사용하기 힘든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능 없는 이안이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똑같았다.


'새로운 시도.'


남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을 한다. 어차피 이대로 가면 한에게 배운 것마저 쓸모없어지게 된다. 이안의 눈길이 자연히 TV쪽으로 돌아갔다. 화면에는 서리여왕과 눈사태 길드의 레이드 생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숲의 지배자라···.'


* * *


숲의 지배자를 최초로 언급한 NPC는 로드리 고가 최초로 발견한 NPC, 마법사 타니스였다. 그는 숲의 지배자를 고블린이라고 말했으며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고블린, 숲의 지배자에 대한 정보입니다."


레이드가 주요 콘텐츠인 서리여왕과 눈사태의 길드원들이 숲의 지배자에 대해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NPC인 마법사 브람과 그의 조수 샤르망을 만났기 때문이었다.


"숲의 지배자를 알고 싶다라."


서리여왕 이사벨의 물음에 마법사 브람은 턱을 괴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하긴 자네들 덕분에 그쪽 문물에 대해 들을 수 있었으니 보답은 해야겠지."


마법사 타니스와 다르게 브람은 인간이었다. 그는 특이하게도 동양 특유의 전통 복장과 비슷한 비단옷을 입고 있었지만 외모는 조금 늙고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서양인에 가까웠다.


"기본적으로 고블린에 대해 설명해야겠군."


브람의 말에 이사벨의 표정이 미묘하게 찡그려졌다. 길드 마스터로써 좀처럼 표정을 드러내지 않는 쟝 또한 마찬가지였다.

녹색 피부에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외모와 작은 덩치를 지닌 몬스터,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중에서 고블린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둘은 그저 그런 지겨운 설정이 나오리라 생각했다.


"고블린은 한마디로 잡종이라네. 지역마다, 일족마다 생김새와 특징이 완전히 다르지. 부르는 명칭도 지역마다 다르고. 내가 살던 곳에선 도깨비라고 불렀지."


예상과 전혀 다른 설명에 이사벨의 표정이 조금 흥미롭게 변했다.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온 쟝도 굳이 흥미를 감추지 않았다.


"학계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반(半)정령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대체로 어린 아이만한 덩치를 지녔지만 모든 고블린들의 덩치가 작은 것은 아니야. 잡종이니까, 거인의 영향을 받았다면 덩치가 엄청나게 크다네."


마법사 브람이 손을 흔들자 그들의 사이로 신기루 같은 허상들이 나타났다. 허상은 여러 고블린들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이사벨과 쟝이 알고 있는 고블린과 전혀 달랐다.

브람이 보여준 고블린은 대체로 어린 아이만한 덩치에 녹색 피부를 지녔지만 다른 게임의 고블린들처럼 쭈글쭈글하고 못생긴 외모는 거의 없었다.

삐쭉 튀어나온 주둥아리와 뾰족한 귀는 들짐승의 그것과 닮았고 동공이 없는 각양각색의 눈은 정령의 그것과 비슷했다. 복장과 생김새에 따라서 어딘가 강인해 보이거나 귀여움이 느껴지는 고블린 또한 있었다.


"이곳 고블린들의 외모는 보통 이렇지.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야."


다시 브람이 손을 흔들자 허상이 변했다. 아기자기한 모습이 많았던 고블린들의 외모가 험악해졌다.


'몬스터에 가까워졌어.'


조악한 무기와 복장을 하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떤 고블린은 유저들 보다 무장이 뛰어났고 어떤 고블린은 허상인데도 살벌함이 느껴졌다.


"문제는 반정령이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받는다는 거야. 특히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아. 녀석들의 피부가 대부분 녹색인 것도 숲에 서식하는 놈들이 많기 때문이지. 주변에 몬스터가 있으면 몬스터의 영향도 받아서 더욱 강력해지고."


또 다시 허상이 변했다. 나타난 고블린은 세 마리로 각각 녹색, 청색, 적색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바로 숲의 지배자들이라네. 이곳의 일족인 와쿠블린 족의 삼형제들이지."


숲의 지배자라고 말했지만 외모는 브람이 맨 처음 보여준 고블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쟝이 짐작했다.


'역시 끝과 시작의 숲은 초보존인가···.'


어쩔 수 없는 RPG의 고질적인 한계이리라, 쟝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무려 7대 금지 중 하나인 이곳을 지배하는 고블린들이지. 같은 반정령이라고 해도 급이 달라. 놈들은 완성된 존재들이니까."

"7대 금지라니···?"


쟝의 말을 들은 브람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끝과 시작의 숲이라는 옛 이름을 알고 있어서 이곳에 대해 꽤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 그래, 우리는 이곳을 숲의 미로 혹은 라비린스(labyrinth)라고 부르고 있다네."

"······."

"이곳에 대한 유명한 구절이있지."


그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계절이 뒤엉킨 숲, 신비와 해괴의 사이를 오가는 살아있는 미로, 모든 식물의 고향 숲, 금지 라비린스."


이사벨과 쟝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밖에서 듣고 있던 눈사태의 길드원들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그리고 생방송을 보고 있을 유저들도 마찬가지리라.

그들의 반응을 예상한 브람이 쐐기를 박았다.


"여러 세계를 모험했다는 이계의 용자들이 시작부터 조난을 당했군!"


마법사 브람이 유저들의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


"상상 이상의 난이도라서 당황스러운데?"

"숲 자체가 미로라니···."


마법사 브람의 말을 정리하면 '끝과 시작의 숲'은 한마디로 이상기후 현상이 끝없이 일어나는 미로이자 포식자라는 보스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이었으며, 유저들이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인 '컬러풀 노즈'는 숲의 영향을 받아 돌연변이가 된 짐승들로 말 그대로 먹이 사슬의 밑바닥이었다.

즉, 중심지를 벗어나는 순간 끝 없는 사계절의 미로와 그들이 상대할 수 없는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 보다 마더 트리가 세계수라는 사실은 방송되지 않았겠지?"


눈사태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인 산티아고의 말에 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그런 정보는 우리가 요긴하게 써먹어야 하니까."


세계수에 어떤 비밀이 있을지 몰라도 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관통하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을 게 뻔했다.

이미 수 많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 본 그들이었다. 조그마한 단서 하나만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레이드는?"


이사벨의 말에 모두가 고민을 했다. 이사벨을 포함해서 능력을 얻은 유저는 전부 열 명이었다. 그마저도 이사벨을 제외하면 아직 미숙한 실력이었고 게다가 레이드의 대상으로 생각한 숲의 지배자는 단순한 초보존의 보스 몬스터가 아니었다.


'최소가 필드 보스이고.'


마더 트리가 있는 숲의 중심지에 다른 포식자가 얼씬도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고블린 삼형제의 영역이 바로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월드 보스일 수도 있어···.'


정말로 이곳이 7대 금지라면 그 정도는 되리라. 그러나 쟝은 브람의 말을 전부 믿고 있지 않았다.


"일단 브람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겠지."

"그런걸 어떻게 확인하지?"


쟝의 말에 탱커 조장인 루크가 반문했다. 마법사 브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중심지를 벗어나는 순간 미로에 빠져서 개고생을 할 것이 뻔했다.

물론 길드원 몇 명만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길드원을 희생 시키는 것은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리얼리티 자체가 보통 게임과 달랐다. 다른 게임의 기준으로 멋대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이다.

모두가 루크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


"확실히 레드 노즈나 블루 노즈를 보면 다른 게임에 비해서 난이도가 어려운 건 맞아. 파티 사냥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니까. 우리 중에서 가장 강한 이사벨도 솔플 사냥에 겨우 성공할 정도이고."


눈사태 길드가 사냥한 레드 노즈와 블루 노즈는 각각 육식을 하는 원숭이와 초대형 멧돼지였다. 컬러풀 노즈에 대한 것은 브람도 연구 중이었기 때문에 아직도 명칭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게다가 마을에서 시작하는 보통 게임과 다르게 사냥터가 스타팅이지. 그것도 금지라고 부르는 최고 수준의 사냥터이고. 그런데 이게 싱글 플레이 게임과 비슷한 면이 있어."

"최고 수준의 던전이나 보스 몬스터를 보여주고 나서야 게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사벨의 말에 쟝이 무릎을 탁 치며 검지로 그녀를 가리켰다.


"바로 그거야. 몇몇 싱글 플레이 게임은 일정 조건이 만족되지 않으면 게임이 아예 진행되지 않아."

"그럼 숲의 지배자가 정말 리얼리티 최고 수준의 보스 몬스터라면······."

"누군가가 그들과 만나야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지. 어쩌면 최초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약화된 상태이거나······."


리얼리티도 어쨌든 게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유저다운 사고 방식으로 접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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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던전 키퍼.2 +6 17.04.05 596 2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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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공략의 실마리.1 +2 17.03.30 708 4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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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계수의 통로.3 +5 17.03.28 661 40 15쪽
18 세계수의 통로.2 +4 17.03.27 695 41 17쪽
17 세계수의 통로.1 +6 17.03.27 741 34 10쪽
16 균열. +4 17.03.23 806 32 13쪽
15 용사들. +4 17.03.22 786 42 18쪽
14 미로. +2 17.03.21 810 38 19쪽
13 고블린.2 +3 17.03.21 844 38 16쪽
» 고블린.1 +1 17.03.21 891 39 10쪽
11 마나. +3 17.03.21 924 43 13쪽
10 무의식의 세계.3 +4 17.03.20 947 38 10쪽
9 무의식의 세계.2 +5 17.03.20 976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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